이연은 ‘초설’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그녀의 착한 마음씨에 감탄했다.“그래요. 내일 세미나와 전시회가 끝나면 이 돈을 경비원 가족에게 갖다 드려요.”원아는 이연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얼마 후, 소은과 이연은 그녀가 쉴 수 있도록 집으로 돌아갔다. 원아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영양제를 살펴보고 중년 여성과 노인이 먹기 가능한 영양제를 따로 챙겼다. 그것들은 돈과 함께 경비원 가족들에게 줄 생각이었다. 다음날.이연은 차를 몰고 ‘초설’을 데리러 왔다. 그녀는 ‘초설’의 손에 영양제 상자를 들린 것을 보
이연과 원아가 자리에 앉은 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입장했다. 원아는 스태프들이 분주히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손에 든 자료를 살펴봤다. 이번 세미나는 심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어 유익할 것 같았다. 그때, 옆에 있던 이연이 팔꿈치로 그녀를 툭 쳤다.“티야예요.”원아는 고개를 들어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잘 차려 입은 여자 하나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양복을 입은 남자들에게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다. 분명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네.”원아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이연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염초설 씨,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무슨 색입니까?” 토머슨이 최면 도구를 접고 물었다.“빨강…… 색.” 원아는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빨간색 어떤 물체죠? 벽입니까? 아니면?” 토머슨은 계속 그녀를 인도했다.원아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피, 많은 피…….”강단 아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그가 침착하게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피의 벽을 통과하면 무엇이 보입니까?”원아는 30초 동안 조용히 있다가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뚫으려고 노력하는 듯 천천히 말했다.“봤어…… 한 남자, 그리고 네 아이.”
티야의 열정적인 태도에도 소남은 참착하게 대답했다. “티야 선생님의 강의는 언제 시작하나요?”“30분쯤 뒤에 시작할 거예요.” 티야의 눈에는 문소남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소남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봐주길 바랐다. “그럼 전 다른 곳 좀 구경하고 잠시 후에 오겠습니다.”문소남은 뒤쪽 출구로 향했다.티야는 얼른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제가 같이 갈까요? 이곳은 저도 익숙한 곳이거든요.”소남은 걸음을 멈추고 강단을 바라봤다. “티야 선생님은 곧 올라가셔야 하니 여기 남아서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문소남의
이연의 생각에 별장은 송현욱의 것이고 자신이 외부인일 뿐이었다. 또 두 사람의 관계는 곧 끝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곳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겠는가?지금은 마음이 불안해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굴욕을 자초할까 봐 걱정됐다.원아는 이연이 지금 별장에 가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저랑 같이 가요. 저도 그 경비원 가족을 대할 용기가 없으니까요.”이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일은 초설 씨 책임이 아니에요. 잘못한 게 없으니 그런 생각
이연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송현욱과 같이 살기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가 자신을 잘 보살핀 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긴 했지만, 황신옥과 이강에게 돈을 주느라 항상 가진 돈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이렇게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자기 사느라 바빠서 신경을 못 썼어요.”원아가 말했다.“네.” 이연은 정신이 딴 데 가 있어 건성으로 대답했다. 원아는 이연을 바라보았다. 아마 경비원의 집에 일어난 일이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 모양이었다. 원아는 마음이 아파 이연을 안아주
이연은 송현욱이 별장에 오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초조해졌다. ‘다른 여자가 옆에 있으니 이젠 나를 보기 싫다는 건가?’“기다릴게요. 일이 끝나면 오세요.”이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현욱은 어리둥절했다. 성질이 없는 사람은 없는 법이지만 그녀는 자기 앞에서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원래 그런 성격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현욱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도대체 누가 이연한테 내가 지금 국내에 있다고 말한 거지?’그가 이연을 속였던 이유는 일이 너
이연은 절망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현욱의 표정은 싸늘했다.그는 이연의 말을 들으며 속에서부터 서서히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연, 처음에 내가 말했잖아. 끝은 내가 정해. 그러니까 넌 나에게서 벗어날 생각 같은 건 하지 마!”현욱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이연의 턱을 움켜 잡았다. 그녀는 현욱의 손을 뿌리치며 일어섰다.“송현욱 씨, 당신은 나를 존중할 줄 몰라요. 난 당신의 노예가 아니에요.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요. 난 이제 이 관계를 끝내고 싶어요. 당신이 거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