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마친 사윤은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를 들고 들어왔다.“의사의 진단서를 발급받았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동준도 영수증을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퇴원수속이 끝났습니다.”소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갑시다.” 사윤은 옆에 있는 ‘염초설’을 바라봤다. “염 교수님은 오늘 연수에 참석하실 거죠?”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서둘러 가면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저는 오늘 스케줄이 없는데 데려다 드릴까요?” 사윤이 웃으며 말했다.원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소남이 물었다.“차가 아래에 있어?”“네,
이수혁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원아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서두인 교수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수혁은 ‘염초설 교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직장 생활을 오래했던 서두인 교수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다른 곳.문소남은 ‘염초설’을 내려준 뒤 헨리와 함께 M국 지사로 돌아왔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동준이 소남을 찾아왔다. “대표님, 임영은 씨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누구?”문소남은
임영은은 깜짝 놀란 얼굴로 방금 전 문소남이 한 말을 생각했다. 그때, 동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임영은 씨, 나가 주세요.”영은은 이렇게 가고 싶지 않았다. 영은 갑자기 언젠가 주희진이 소남이 동의하면 귀국이 순조로울 거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이제야 그 말 뜻을 알 것 같았다. 임문정 뿐 아니라 눈앞에 이 남자 역시 자신의 귀국을 막고 있었다.영은은 동준의 말을 무시한 채 날카롭게 소리쳤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난 귀국하고 말 거야!”그러자 동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그녀가 쉽게 떠나지 않을
헨리는 눈을 깜박거리며 ‘초설 누나’를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처럼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원아는 자신의 말이 예민한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누나, 저 떠들지 않을 테니까 싫어하지 마세요.”눈을 문지르며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원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아니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원아는 아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누나가 방금 마트에 갔다 왔는데, 뭘 사왔는지 알아맞혀 볼래? “헨리는 젖은 눈망울로 고개를 들어 ‘초설’을 바라보았다. “뭘 샀는데요?”“우리
원아가 주차된 차를 살펴보니 매우 평범해 보였다.그래서 더욱 문소남이 보낸 것인지 아니면 안드레이가 보낸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원아는 곧장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다급히 자신을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원아는 기억을 살려 빠른 걸음으로 원을 그리며 골목길을 돌았고 곧 그들을 따돌렸다. 원아를 감시하도록 임무를 받았던 남자들은 허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염 교수님에게 미행하는 걸 들켰나 봐…….’‘보스가 내린 임무 수행에 실패한 건가…….’원아는 미행하던 사람들을 완전히
원아는 주사기를 뽑고 이단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덤덤했고, 그 곳에 있던 사람들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너…… 네가 원하는 게 뭐야…….”이단은 목이 잠겨 말을 잇기 어려웠다.“약을 시험해 봐야지.”원아는 남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이 뱀독은 그렇게 빨리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거야. 여기 좀 더 있어야 해.’“약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죠.”이단은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제때에 혈청을 주사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뻔했다. 그는 바로 용서를 빌었다.
알렉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무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방금 그곳이 네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곳이었어?”원아가 다시 물었다.“네.”알렉세이가 대답했다.이단이라는 사람은 현지에서 유명한 암시장 상인이다. 그가 파는 물건들은 인기가 있긴 했지만 그의 사람됨은 형편없었다. 그는 새로운 약을 가지고 있었고, 안드레이는 그것을 원했다. 그러나 이단은 새로운 약의 대리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약을 얻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알렉세이는 이단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약을 구입할 기회를 얻게
원아는 헨리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문을 닫자마자 헨리가 하품을 했다. 그녀는 졸음이 가득한 아들의 눈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는 언제 오시지?”헨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원아는 피곤해 보이는 아들이 안타까워 동준에게 연락해 여기서 재우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잘까?”원아는 침대로 가서 이불을 젖혔다.헨리는 환하게 웃으며 얼른 침대로 올라갔다.원아가 아들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누나는 씻고 올게. 너 먼저 잘래?”“네, 누나.”헨리는 눈을 감았다.원아는 조명 불빛을 조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