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이야기가 나오자 소은은 고개를 저었다.“내 생각엔 평생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아.”“왜요?”이연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달콤해 보였기 때문에 지금 당장 혼인신고를 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그의 전처가 방해하지 않아야 청혼을 승낙할 거야.”소은이 단호히 말했다.사실, 동준이 청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은이 다 거절했다. 3년 동안, 백문희는 계속 동준에게 매달렸다. 비록 그 방법이 약해지긴 했지만, 소은은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녀는 동준이 그의 전처와 완전히 관계가 끊어지
“아가씨!”알렉세이는 베란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고개를 돌렸다.원아는 알렉세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든 은단도를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알렉세이, 너구나! 왜 섬에서 나왔어?”“보스가 나에게 임무를 줬어요. 마침 이 근처라 아가씨를 보러 온 거예요. 아가씨,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알렉세이는 입을 벌리고 웃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괜찮아. 넌 몸이 더 튼튼해졌구나? 그동안 실력이 더 는 것 같아.”원아는 알렉세이에게 어떻게 여기 들어왔는지 묻지 않았다. 공포의 섬에서 강한 훈
원아는 알렉세이의 어색한 말을 들으며 작은 소리로 웃었다. 그는 자신을 3년 동안 아가씨로 불렀는데 이제와 호칭을 바꾸려 하니 틀림없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알렉세이에게 소고기를 집어주며 말했다.“자, 어서 먹어.”“고마워, 아가…….”알렉세이는 수줍게 웃었다.“감사합니다.”밥을 먹은 후, 알렉세이는 자원해서 설거지를 했다. 원아는 할 일이 없어서 그가 머물 방을 정리했다. 서적을 전부 책장에 넣고 또 옷장에서 새 이불 등 침구 용품을 꺼내 접이식 소파베드 겸용 침대에 깔아 두었다. “고마워요, 아가씨.”알렉세
말라깽이는 맥주를 들이켜고는 뚱보를 바라보았다.“무슨 방법이라도 있어?”뚱보는 씨익 웃으며 말라깽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말라깽이는 그 말에 음흉하게 웃으며 젓가락으로 고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거 괜찮은 방법인데? 그렇게 되기만 하면 저 여자, 우리 형제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만들 거야!”“그래요, 형님. 사내대장부는 눈앞에서 손해를 보고 가만 있을 수 없죠. 저 여자는 조만간 형님 앞에서 용서를 빌게 될 거예요.”뚱보는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얼굴로 비열하게 웃었다. 어찌나 크게 웃었던지 살덩이들이
소남은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들었다.오늘 아침 사진이었다. “보여줘.”문현만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그는 휴대폰을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양심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어 두려울 게 없었다. “소남아, 어떻게 된 거야?”문현만이 손자를 바라봤다.사진상으로 봤을 때는 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그저, 남녀가 함께 차에 타고 있는 모습일 뿐이었다. 그러나 소남은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원아 외에 누군가를 데려다 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늘 나스쨔 선생님이 택시를 잡기 힘들어 제가 데려
“양 엄마가 있어도 다른 양 엄마를 둘 수 있는 거 아닌가요?”헨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헨리야, 아무나 양 엄마를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나스쨔는 아빠 회사의 직원이야. 만약, 나스쨔가 네 양 엄마가 되면 관계가 엉망이 될 거야.”로라는 속으로 분노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스쨔 그 여자, 일부러 날 괴롭히기 위해서 온 건가! 문소남 뿐만 아니라 아이들 또한 빼앗기 위해!’‘절대, 그럴 순 없지! 만약 이번 임무에 실패한다면, 난 공포의 섬으로 돌아가면 죽게 될 거야!’헨리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아빠, 누나는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요리도 맛있게 잘 하고. 그래서 그런데 가끔 밥 먹으러 누나한테 가도 돼요?”“만약 그 누나가 괜찮다고 하면 그래도 좋아.”소남의 말에 헨리는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이제껏 아빠에게 자신을 돌봐 준 사람에 대해 말하지 못한 건 혹시라도 ‘초설 누나’와 만나는 것을 반대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승낙해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얏호! 신난다! 나중에 형과 누나도 데려갈 거예요!”헨리는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조금 전‘원아’가 했던 말이 생각났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왜 아직 안 자고 있어?”문소남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침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잠이 안 와요.”가짜 ‘원아’인 로라는 불안한 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소남 씨, 오늘 내가 좀 예민했어요. 사실 다른 뜻은 없어요. 당신이 정말 마음이 있다면, 제 자릴 비워줄 수 있어요. 그러면 그분도 당신도 모두 행복하겠죠.”소남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를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로라는 그가 무엇이라고 말해 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침착한 소남을 보면서 서서히 마음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