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인주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영은이 사인하고 손도장을 찍은 서류들을 서랍을 넣고 잠궜다.그가 이 모든 일을 마치자마자 주희진이 들어왔다.영은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임문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서재 안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했다. 주희진이 돌아왔으니 더는 임문정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안도했다.주희진은 영은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깜짝 놀라 얼른 영은에게 다가가 일
T그룹 대표인 문소남은 붕괴사고로 인한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주는 것은 물론, 가족을 잃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조사를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홀로 되신 노인에게는 노후를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다.이 같은 조건은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했고, 모두들 문소남을 두고 부처님이 환생한 것 아니냐며 고마워했다.이로써 T그룹의 경제위기는 완전히 해결되었고 회사 주식도 올라가기 시작했다.한편, T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면했던 회사들은 땅을 치며 후회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하지만 TS백화점
원민지는 결국 보수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했다. 그녀는 매일 씁쓸한 한약을 마셨고 다행히도 치료 효과가 좋아 몸이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그녀는 가슴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어 기분이 좋아 원 노인을 뵈러 원아의 집으로 왔다. 화실 안은 대부분 유화와 한국화로 채워져 있었다. 원아가 한가할 때 그린 것들이었다.원아는 붓에 물감을 묻히며 원민지에게 말했다. “고모, 한국화와 서양 유화는 서로 달라요.”“한국화는 여백과 정취를 중시해요. 때로는 잎사귀와 꽃술이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이뤄 내기도 하죠. 어쨌든 여백을 남기는 것이 꼭 필요
시간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3개월이 지났다.원아가 설립한 ‘화천건축설계사무소’는 점차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섰고, 원아 외에도 주소은과 이연이 직원으로 있었다.원아는 건축설계 쪽에 재능이 매우 뛰어났고, 고객에게 성심성의 것 대했다. 더군다나 T그룹 대표 대행을 한 경력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소은과 이연의 도움으로 회사는 개업하자마자 크고 작은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와 무척 바빴다. 회사는 개업한 지 3개월도 안 되어 이윤을 남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신입사원을 뽑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이르렀다. 원아와 이연은
원아는 이연에게 다가가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이보세요, 일벌레 씨! 이제 퇴근해야죠. 가자! 내가 오늘 야식을 살 테니까.”이연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어수선한 설계 원고를 정리했다.“아니야, 나는 집에 돌아가야 해. 우리 엄마가 방금 전화해서 아프다고 얼른 오래. 빨리 가지 않으면, 엄마가 난리 날 거야.”원아는 이연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많이 걱정이 됐다.“내가 같이 가줄까?”그녀는 이연의 어머니 황신옥이 딸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아들 이강이 감옥에 들어간 후로 돌변해
이연은 어머니의 소름끼치는‘도둑질’을 바라보며 솟아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겨우 눌렀다.이연 아버지는 난감한 표정으로 기침을 하며 아내를 꾸짖었다.“여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신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리 딸 이제 막 도착해 피곤할 텐데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돈도 없는 애한테 남은 돈마저 빼앗아 가면 어쩌라고 그래? 당신은…….”황신옥은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늙은이가 아직도 나에게 뭐라고 할 낯짝은 있나 보지? 네가 능력이 있었다면 내가 딸의 돈을 가져가겠어? 불쌍한 우리 아들은 아직도 감옥에서 고생하고
이연은 메시지를 보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마치 매수된 카나리아처럼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존재였다.이런 느낌은 정말 빌어먹을! 엉망진창이었다!이연은 차에 올라 안전띠를 매고 빠른 속도로 고향 집을 떠났다.어찌나 속도를 냈던지 올 때보다 배는 빠른 시간 안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녀는 A시로 돌아와 가장 번화한 지역에 도착했다.이연은 갈색 차창을 통해 A시의 야경을 천천히 감상했다. 빛으로 수 놓인 도시 전체는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는 밤이 싫었다
이연은 너무 놀라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자신의 취한자세가 얼마나 이상한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의도치 않게 송재훈의 중요한 부위와 부딪친 상황이었다…….이연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순간, 그녀는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면서 또 화가 나 땅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송재훈은 오히려 방자한 표정을 지은 채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는 눈을 마주하게 했다.“왜, 기다리기 힘들어서 이렇게라도 내 품에 들어오고 싶었어?”주위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경박한 목소리가 귀를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