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 몸 많이 좋아졌으니까.”“엄마, 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요?” 원아는 주희진 앞에 가서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슬픈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몸이 너무 말라 뼈가 만져질 정도였고, 원아는 잘못해 엄마를 깨뜨릴까 봐 두려웠다.주희진은 손을 들어 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안심시켰다.“고질병이야.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뜻대로 잘 안돼 네. 엄마 진짜 늙었나 보다, 너희처럼 젊은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 참! 우리 귀여운 외손자들은 왜 오지 않았니?
임영은은 설도엽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녀는 그의 비위를 맞추며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 오빠, 그러지 마세요. 무서워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집에서 피를 보면 안 되잖아요. 비록 내가 원아와 문소남을 이를 갈 정도로 미워하긴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에요…….”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그들 부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자신이 사람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싶진 않았다.무슨 일이 생긴다면 틀림없이 자신도 조사를 받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인생도 끝장이었다!하지만, 곧
원아가 임영은의 수상한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순백색의 긴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꽃밭의 낮은 담을 넘어 부엌으로 뛰어들어 왔다.유난히 예쁜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였다. 뚱뚱한 짧은 다리와 짙푸른 눈동자가 천진난만해 보였다.“어? 어디서 온 고양이지? 처음 보는데?” 원아는 손에 든 숟가락을 내려놓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의 털을 가볍게 쓰다듬었다.고양이는 그녀의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감았다.원아는 평소에도 동물을 매우 좋아해서 털이 보송보송한 고양이를 보고는 기뻤다.임씨 아주머니는 솥
원아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주변이 너무 조용해 더 크게 울렸다. “야옹, 야옹…….”눈처럼 하얀 그림이는 원아의 말에 두어 번 울더니 꼬리를 흔들었다.그때, 방 안에서 바깥의 소리를 감지한 듯 갑자기 조용해졌다. 계단에 나 있는 창문이 활짝 열려 있어, 밖에서부터 바람이 불어 들어와 원아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녀는 이상하게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원아는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영은아, 엄마가 같이 밥 먹게 너를 데려오라고 했어. 문 좀 열어줘. 방에 있어?”잠시 후, 화
원아는 일단 진정하며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혹시라도 소남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했다.그러나 설도엽은 더욱 세게 그녀의 목을 누르며 잡아 끌었다. 원아는 힘없이 그가 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설도엽은 원아를 죽은 사람처럼 여기며 거칠게 끌고 갔고, 도중에 난간에 머리를 부딪친 원아는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난간에 나 있는 길이 소남에게 막혀 더는 갈 수 없었다.원아는 희미하게 소남의 실루엣을 보았다. 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눈에는
설도엽은 문소남과 임문정의 위협에 오히려 더 포악하게 굴었다. 게다가 주희진이 힘이 없는 것을 알고 업신여겼다. 그는 주희진을 잡고는 뒤로 물러서며 그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사람들을 협박했다. “물러서! 전부 물러서! 그렇지 않으면 즉시 이 아줌마 머리에 구멍이 나서 죽는 걸 보게 될 거야!”임문정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분노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내 아내를 다치게 해서는 안돼. 설도엽, 나는 너를 보내겠다. 만약, 내 아내를 다치게 한다면 절대 너를 용서할 수 없을뿐더러 너희 설씨 집
원아는 서재에서 약상자를 찾아 들고 소남의 피로 물든 셔츠를 벗겼다. 그의 가슴 에는 흉터가 여러 군데 있었다.그것은 그가 지난 2년 동안 공포의 섬에 있을 때 난 것으로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원아가 깜짝 놀란 것은 그가 가슴에 총을 맞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원아는 눈물을 머금고 감히 그의 상처에 손도 대지 못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알코올 솜을 집어 바깥쪽의 피만 닦아냈다. 그녀는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소남 씨, 조금만 참아요. 내가 바로 사윤에게 전
침실.설도엽이 도망친 후로 임영은은 내내 혼란스러웠다.경찰이 그녀를 오랫동안 심문했지만, 그녀는 마치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했다. 또 정신이 나간 척하며 아무런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경찰이 떠난 뒤, 영은은 기절하듯 침대에 쓰러졌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기다란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평소에 아름답기만 했던 하늘은 칼에 잘려 산산조각이 났고, 바스락거리는 나무의 그림자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가 되어 그녀를 위협했다.갑자기 광풍이 불어 창살이 ‘탁탁’ 하는 소리를 내었고, 곧 침실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