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그룹 기자회견 현장.한 언론사 기자가 문소남이 끊임없이 사랑을 과시하는 것을 보고 다른 질문을 했다.“문 대표님, 지금까지 살면서 대표님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문소남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대답했다.“저의 가장 큰 실수는 T그룹 대표가 된 것입니다.”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T그룹의 수행원들 역시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같은 문제는 아무리 대답을 잘한다고 해도 본전이었다. 하물며 이런 식으로 대답하다니, 대중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폭로하
헨리는 영은의 매서운 눈빛을 보더니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리며 임문정을 꼭 껴안았다. 작은 몸은 끊임없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외할아버지, 영은 이모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요…….”그러자 그가 고개를 들어 영은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미처 거두지 못한 분노로 가득한 눈빛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무슨 일이야?”영은은 임문정의 갑자기 변한 차가운 눈빛에 깜짝 놀랐다.“아니에요. 아빠.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저 먼저 올라 갈게요.”주희진은 영은의 난감한 사정을 눈치챘다. 물에 젖은 옷을 보며 딸의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를
병원.사흘째 되던 날, 마침내 원 노인이 깨어났다.원아는 뛸 듯이 기뻐하며 할아버지의 곁을 지켰다.VIP 병실은 넓기도 했지만, 특히 밝았다.따스한 햇볕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병실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원아는 할아버지 앞에 앉아 포도 껍질을 벗기는 중이었다. 그녀는 씨를 꼼꼼히 발라 과육을 할아버지의 입에 넣어 드렸다.“할아버지, 몸은 좀 좋아지신 것 같아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그는 정신은 맑았지만, 신경이 눌려 입꼬리가 약간 비뚤어지면서 발음이 잘 안 됐다. “음…… 괜찮…… 괜찮아…….”하지만 원아는 할
설도엽의 장대한 몸이 침대 앞에 섰다.그와 영은 두 사람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남자는 키가 크고 강해 보이는 반면, 여자는 새끼 양처럼 연약해 보였다.영은은 그가 침대 위에서 특별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것 때문에 그녀는 그동안 수없이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엉뚱한 일을 벌인 적은 없었다.영은은 깜짝 놀라 벽 귀퉁이로 물러섰다. 그러나 더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오, 오빠, 나 오늘 몸이 안 좋아요. 우리, 우리 다음에 다시 노는 건 어때요?
원아는 창밖을 바라보다, 정원에 활짝 피어 있는 장미꽃에 시선이 머물렀다.그녀가 정성껏 가꾸고 보살핀 덕분에 정원은 늘 활짝 핀 꽃으로 가득했다. 순백색의 꽃잎과 연분홍색 그리고 화려한 오렌지 빛 꽃들이 제각각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형형색색의 꽃들은 넓은 집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소남은 한동안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그가 없는 집은 허전하고, 따뜻하지도 않을 것이 뻔했다.원아는 한참을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눈물이 고인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소남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다시 한번 약속했다.“나는
“난 심장병이 있어요. 지금 약이 필요해요…….”“선생님, 여기 약…… 약이 있어요…….”노인의 비서는 그에게 약을 건네려다 총을 든 자들을 보고 깜짝 놀라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약병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걸 본 놈들은 일부러 약병을 걷어찼다.소남은 그 노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아마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바로 ‘주식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브로디였다.브로디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자신의 생명을 구할 알약을 손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약! 약, 약…….”그가 여기
원아는 문소남과 닮은 헨리를 보며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그 아픔이 어찌나 크던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슬픈 마음은 점점 깊어만 갔다…….소남은 분명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나쁜 일에 휩싸이고 말았다.헨리는 원아의 표정을 보고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그래서 전처럼 장난도 치지 않고, 얌전한 모습으로 휴지 한 장을 꺼내어 엄마에게 건네주었다.“엄마, 눈물이 흘러요…… 닦아요.”어린 헨리는 낑낑대며 발끝을 세우고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애썼다
문소남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안 원아는 내내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됐다.점심이 가까워져 오자 헨리는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렸다. 원 노인도 고향의 야채 찐빵이 생각난다며 연신 중얼거렸다.원 노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했다. 더군다나 몸이 아프니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당연했다.원아도 문득 야채 찐빵이 생각났다.그녀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시골에서 살면서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자주 야채 찐빵을 먹었다,당시 할아버지는 늘 부엌에서 바쁘게 무언가를 만드셨다. 어린 원아는 할아버지가 부엌에서 야채 찐빵을 만드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