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안은 담배를 입에 물고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온통 어두웠다.현재 세 곳에서 아르툠을 찾는 중이었다. 한 곳은 ‘블랙 707’ 조직이고 다른 한 곳은 레이 쪽이었으며 나머지는 아시아의 대부 송현욱이었다.카시안은 반드시 자기 조직이 레이나 송현욱보다 그 남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고, 아르툠이 자기들의 손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를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몰랐다.“카시안 아가씨…….”카시안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하 하나가 신이 난 모습으로 방안으로 들어왔다.“아르툠의 있는 곳을 찾았
문소남은 천천히 백화점에서 걸어 나왔다.여자의 늘씬한 몸매와 눈에 띄는 외모 그리고 일거수일투족에 우아한 자태가 돋보였다. 카시안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동양 여자치고 키가 너무 큰 거 아니야?’동유럽 여자들은 보통 키가 컸고, 심지어 어떤 여자들은 190cm 이상 되기도 했다.카시안은 여장한 소남을 가리키며 명령했다.“너, 선글라스를 벗어봐!”소남이 선글라스를 벗으니, 눈처럼 뽀얗고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카시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아시아 여인은 매혹적인 눈을 가졌는데, ‘그녀’의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감탄하는 표정이었다.카시안은 분한 얼굴로 좀 전에 백화점 입구에서 만났던 여자를 떠올렸다.아름다운 얼굴과 익숙한 얼굴선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 모두 매력적이었다.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눈빛이 다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변장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한심스러워하며 비꼬는 눈빛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찾아 다니던 아르툠을 바로 눈앞에서 놓치다니 억울한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를 참으며 밖으로 뛰어나갔다.“쫓아가서 잡아!”부하들
그가 송현욱이라는 것을 알아챈 문소남은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어떻게 알고 왔어?”“그냥 지나가다가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나선 것뿐입니다.”송현욱은 그를 조롱하며 놀리다가 소남이 팔을 다친 것을 보고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팔은 어때요? 많이 다치진 않았죠?”소남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분간 죽지는 않을 거야.”그는 자신의 의형제들이 사람을 배려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말로는 고소해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진심으로 걱정했다.아마도 이것이 남자들 사이의
헨리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엄마를 보고 그녀가 몰래 울고 있는 줄 착각했다. 그래서 더욱 화를 내며 문소남을 적대시했다.그는 작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조금도 겁내지 않고 소남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송곳니로 소남의 팔을 세게 물었다.소남은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 녀석은 작지만 이빨이 보통 뾰족한 게 아니야. 혹시 늑대야? 너무 아프게 물잖아.’그는 아들이 자기 엄마를 보호하는 행동에는 매우 만족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엄마를 보호할 줄 알다니 기쁘고 뿌듯했다.하지만 지금
원아는 소남과 헨리가 처음 만나는 거라 이제부터 부자의 정을 쌓으면 되겠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걱정이 됐다. 더군다나 소남은 헨리의 아빠로서 아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데 오히려 아들을 질투나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여보, 난 이 녀석을 교육 중이야.” 소남은 원아의 이마에 뽀뽀하고 이불로 그녀의 몸을 완전히 가렸다.그는 원아의 몸은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해 아이들에게도 보이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이렇게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엄마는 진짜 괴로워했어. 근데 너는 아
날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원아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어젯밤에 둘은 뜨거운 밤을 보냈고, 소남은 그녀가 매우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몸을 안았다. 희미한 아침 햇살 속에서 그녀는 마치 아름다운 꽃처럼 그를 눈부시게 했다.그녀를 안고 있는 느낌은 너무나 좋아서 사람을 빠져들게 만들며 심지어 깨어나고 싶지 않게 했다.원아는 꿈을 꾸는지 편안하게 자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양이처럼 몸을 약간 웅크린 채 가끔 가벼운 소리를 냈다.소남은
점심을 다 먹은 원아는 헨리가 즐겨 먹는 음식과 디저트 그리고 과일을 쟁반에 담아 들고 옆방으로 갔다.원아가 방으로 들어오자 서연은 헨리의 고집을 꺾을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들어 보이고는 방을 나섰다.헨리는 부드러운 페르시아 카펫 위에 맨발로 앉아 워크래프트 로봇을 조립하고 있었고,각종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그는 레이가 사준 최신형 워크래프트 로봇을 모조리 해체한 후, 다시 조립하고 있었다. 제법 진지한 모습이 그럴듯하게 보였다.원아는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녀석을 바라보았다.“헨리야, 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