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그룹.가장 호화로운 상권에 우뚝 솟은 은회색 빌딩은 눈 부신 빛을 지면에 반사하고 있었다.창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윤곽이 뚜렷한 완벽한 얼굴에 틈 하나 없어 보였다. 그는 검은색 정장에 실크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섹시해 보였다.소남은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창밖으로 차들을 내려다보았다.바람이 불자 구름이 움직이고 밝은 태양은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이렇게 맑은 날씨는 분명 사람을 기분 좋게 했지만, 그는 마음이 조조했다. T그룹이 참여한 도시 건설 개발 프로젝트는 결
호텔.술잔이 돌고 돌며 서로를 향한 아부의 말이 가득한 술자리였다. 술이 끊이지 않고 입이 써도 계속 미소를 지어야만 하는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오늘 술자리에서 문소남은 임 지사 일행과 함께 술을 많이 마셨다.그는 주량이 약하지는 않았지만, 이제껏 대부분 술 접대를 피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권하는 술을 거절할 수 없었다. 같이 있는 사람 중 평범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고위층 정치인이었기에 차마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 것이었다.지금 그는 약간 취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은 여전히
자신의 환영파티가 엉망진창이 된 이후로 안수지는 회사에서 늘 조용한 모습이었다. 늘 웃고 떠들던 그녀는 말수가 적어졌고, 일에 집중하지 못해 실수도 잦아졌다.오후에, 원아는 그녀가 제출한 서류에서 몇 가지 중요한 데이터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다.원아는 안수지를 살피며 말했다.“수지 씨, 요즘 근무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요. 며칠 쉬는 게 어때요?”그녀는 자기 때문에 안수지가 친딸이 아님이 밝혀져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안수지가 임씨 집안의 진짜 딸이 아닌 것이 사실인 이상, 차라리 조금이라도 일찍 진실이
겁에 질려 쏟아져 나온 사람들 틈에서 원아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장민석이 옆에서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사람들에게 밀려 사고를 당했을 것이었다.민석은 사방을 경계하며 원아의 팔을 부축하고 사람이 드문 곳으로 갔다.“사모님, 여기는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곧 사모님을 모시고 떠나겠습니다.”원아는 남자에게 잡혀 있는 주희진을 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주희진의 창백한 얼굴과 목에 남은 핏자국만 보였다…….민석은 원아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얀 병실은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주희진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목 주변이 화끈거리며 마치 불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미에게 물린 것 같기도 했다. 순간 손을 들어 목을 만지려다가 손등의 통증을 느끼며 팔을 내렸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자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 희진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눈을 번쩍 뜬 주희진은 자신을 보고 있는 원아를 발견했다. “사모님, 괜찮으세요?”원아는 주희진이 깨어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 머리맡에 있던 따뜻한 물을 그녀에게 건네주었
임영은이 도시락 뚜껑을 모두 열자 병실 안은 순식간에 고기 냄새로 가득 찼다.유난히 진한 냄새였다.평소라면 배고픈 사람에게 식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냄새였지만 지금은…….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보아하니 임영은은 평소에 응석받이로 자라 전혀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것 같았다.영은은 어머니의 못마땅한 표정을 전혀 알아 체지 못했다.그녀는 음식 하나를 주희진 앞에 내밀고는 먹이려고 했다.“엄마, 먼저 이것 좀 드세요. 아리랑의 음식은 모두 최고의 요리사가 정성껏 만든 거예요. 게다가 제가 고른 것 모두 엄마가
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문소남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회의가 있다고 했잖아요…….”원아는 때로 그가 정말 귀신이 아닌가 생각했다. 자신이 사고를 당할 때면 항상 그가 제일 먼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어쩌면 신일지도 몰랐다.원아는 지금 그를 만나게 된 것이 매우 기뻤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혹시나 자신이 그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 짐이 되어서는 안 됐다.소남은 그녀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 조심스럽게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그녀를 병원 도로 옆에
문 노인이 또다시 지팡이로 예성을 때리려 하자 채은서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버님!”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예성의 앞을 막고 자신의 몸으로 아들을 단단히 감쌌다.“아버님, 예성은 몸이 약해서 이렇게 때리시면 견디지 못해요. 정 화가 나시면 저를 때려주세요!”이 지팡이로 맞는다면 뼈를 다칠 수밖에 없었다. 채은서는 예성이가 지팡이로 맞을 때마다 자신의 마음이 매질을 당하는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마치 어린 송아지 새끼를 보호하듯이 예성이를 보호했다. 문 노인은 며느리가 직접 나서는 것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