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막심 한 놈 같으니라고! 이 나쁜 놈!” 병상에 있는 문 노인은 정신이 들자마자 TV에서 소남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것을 봤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간호사의 손에 든 약그릇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새까만 약물이 바닥에 엎질러졌다. 어린 간호사는 깜짝 놀란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아버님, 의사 선생님께서 흥분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며느리 채은서는 시아버지를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를 비웃고 있었다.문씨 집안에 시집와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그
그런 대단한 집안에는 아무나 시집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권모술수를 쓸 줄 모르면 총알받이 인생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채은서는 장인숙의 파렴치함에 치를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분명히 자신은 문소남이 약혼을 거부한 것을 비꼬았지만, 그녀는 겨우 두세 마디 말로 주제를 자기 아들의 잘난 것으로 옮겨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정말 뻔뻔스러웠다. 채은서는 시아버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는 아들을 보며 화를 냈다.“예성아, 너 지금 시장님 둘째 딸이랑 사귀고 있다면서? 내일 그 아가씨를 우리 문씨 고택
석양이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처럼 호수를 붉은빛으로 뒤덮으며 우뚝 솟은 고급 전원주택을 환상적으로 만들었다.원아는 인공 호숫가에 앉아 턱을 괴고는 호수에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간병인은 그 곁을 조용히 지키고 있었다.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며 고요를 깨뜨렸다. 원아는 키가 큰 소남이 역광을 받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직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한 말투였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그는 최근 일이 바빠 한밤중이나 되어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접대하느라 술에 잔뜩
일행은 곧 회의실에 있는 남자가 T그룹 대표인 문소남이 아닌 중간 규모 회사의 책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런 희한한 일도 있었다!어떻게 똑같이 생긴 남자가 이름까지 같을 수가 있을까?하지만 눈앞에 증거가 있으니 믿고 싶지 않아도 믿어야 했다.약 삼십 분 후, 경찰은 수갑을 찬 사 위원장을 회의실로 데려왔다.사 위원장은 오십 대 중반의 남자로 고위 간부로서의 기세는 여전했지만, 얼굴은 초췌했다. 눈에 생기가 없는 데다 살도 빠져 감옥에 있는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
이번 일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A시의 ‘상업계의 거물’ 인 문소남과 관련이 있는 데다 진술도 번복되었기 때문에 검찰 측에서는 한층 더 신경 써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별다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영상 속 남자는 분명 스스로 자수한 문소남의 모습과 일치했다. 또, 사강진을 통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그들이 서명한 계약서에서도 ‘남녘 남’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이 ‘문소남’의 정체도 사실이었다. 그는 고아로 현재 다른 가족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력과 성장 배경도 확실했
사강진의 불법 자금은 종적을 감췄고, 행방은 묘연했다. 사강진이 중도에 갑자기 진술을 번복한 것은 문소남이 자세한 내막을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밀리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고, 둘 사이에는 아이도 있었다. 그는 체포 직전, 모자를 스위스로 피신시키고, 거액의 재산을 아이의 명의로 돌렸다.이 사실을 안 소남은, 이것을 이용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을 경우, 재산은 물론 숨겨둔 모자의 목숨까지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를 협박한 것이었다. 그는 분노했지만, 협박에 못 이겨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로얄 스위트룸의 큰 침대가 심하게 흔들렸다. 남자의 낮은 목소리와 여자의 높은 신음이 뒤섞이며 방안은 짙은 욕정의 냄새로 가득 찼다.한바탕 난리가 지난 후 에야 방안은 평온을 되찾았다. 영은은 설도엽의 가슴에 기대어 그의 목을 껴안고는 애교를 부렸다.“오빠, 오늘 나랑 어땠어요? 좋았어요?”“말해봐, 네 발로 직접 나를 찾아온 이유 말이야. 대체 무슨 꿍꿍이야?” 설도엽은 침대에 누워 영은을 껴안고는 그녀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꿍꿍이라뇨? 난 단지 오빠가 그리워서 찾아온 것뿐이에요. 무슨 의도가 있겠어요?” 영은은 애
둘째 형은 상업계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비즈니스 수완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문소남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말투가 달라졌다. 그는 수법이 사악한 사람이라 되도록 건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하지만 그는 눈앞의 영은이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마음이 바뀌었다.‘형은 문소남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지 않아!’그는 용감한 특전사이자 용병의 우두머리로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 그에게 한갓 상인일 뿐인 소남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음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