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은 문훈아가 특별히 당부한 것이다."아빠, 반드시 이것으로 덮어야 돼. 저택에서 할머니는 과일을 썰고 모두 랩으로 씌웠어......"살림을 모르는 아버지는 눈치 빠른 아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원아는 오늘 밤 자신이 너무 잘 보호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에 익숙했던 그녀는 갑자기 한 어른과 두 아이에게 함께 보살핌을 받는 것이 여전히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잠자기 전에 원아는 큰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분홍색 가운을 걸친 그녀는 반쯤 말린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고, 볼 피부도 촉촉했다. 원원이의
원아는 아예 눈을 지긋이 감고 몸을 돌린 채 마음속으로 양을 세고 있었다.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23마리까지 세었을 때, 원아는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자신한테 바짝 들러붙었음을 느꼈다.나무껍질처럼 거칠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큰 손, 그 손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으며 가운의 허리끈에 닿은 채 그녀의 몸속에 들어갔다.원아는 옆으로 누운 자세였고 그녀의 허리와 배를 오가며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의 손 덕분에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구부렸다...다리를 구부정하는 순간, 봉긋한 애플 힙은 뒤로 바짝 치
문소남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것인지, 아무래도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게 아니라면 그녀도 그런 걱정이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한 편으로 문소남은 원아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문씨 가문으로 돌아온 시점부터 그동안 그는 재벌집 자녀들의 얼키고 설킨 남녀 관계가 전혀 낯설지 않았고, 늘 불안에 떠는 여자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모든 것들이 근본을 따지면 궁극적으로 남자한테 책임이 있다.문소남은 그녀의 불안한 심정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고
원선미가 잡혀간 뒤로 임영은은 정신줄을 놓은 채 잠시 쉬다가 그제서야 촬영 스케줄을 갔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우는 장면만 수십번 째 촬영을 했지만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감독은 실망한 얼굴로 카메라 속의 남녀 주인공을 보며 말했다. ”됐고, 오늘은 여기까지, 두 사람 오늘 돌아가서 감 좀 제대로 잡고 내일 다시 보자고.” 그 시각 임영은의 마음은 이미 촬영장을 떠나 저 멀리 가 있었고 감독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얼른 현장을 떠나려 서둘렀다.일도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 문소남에게 시집을 가는 것만큼 더
간호사 중 한 명은 얼마 전 찌라시를 봤었고 한 눈에 그가 원아의 남편임을 알아채고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얘기를 들은 장정안의 눈빛은 더욱 살벌해졌다. 원선미가 못된 년인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인간 말종 쓰레기일 줄이야...원강수의 병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소문은 어느새 거품처럼 부풀려진 채 일파만파 퍼졌고 급기야 병원 전체가 알게 되었다.상황 파악을 마친 뒤 병원을 나선 장정안, 그는 집에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술 집에 간 것도 아니였고 차에 올라타 병원 입구 앞 주차장으로 향했다.마침 그 주차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나는 원아, 지금껏 문소남 같은 남자는 없었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사람.크리스탈처럼 맑은 원아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글로벌 한정판 블랙 카드를 손에 집어들고 한참을 쳐다보는 그녀, 이 카드가 뭘 의미하는지 원아는 잘 알고 있다, 한 때 경제 잡지에서 보고 들은게 있었으니까. 화사한 아침 햇살이 창문 넘어로 반 오픈형 주방을 따스하게 비추면서 신이 내린 문소남의 조각같은 이목구비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부각시킨다, 누가봐도 완벽한 세상 어디에도 없을법한 상남자!원아는 평범한 흔녀인
한 여름의 햇살도 차갑게 얼어버릴 것 같은 아버지의 냉철하고 엄숙한 표정, 하지만 그 드넓은 품 속에 안긴 지금 훈아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훈아는 초롱초롱 반짝이는 두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원아는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문소남을 나무랐다. “아직 어린 아이한테 너무 쌀쌀맞게 구는 거 아니에요?”훅 들어온 원아의 말 공격에 순간 자극을 받은 문소남, 갑자기 어젯밤 끈적이고 뜨거웠던 둘 만의 밤이 생각났다...매혹적인 요정 같았던 원아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면서 문소남은 순간 온 몸이 후끈
이젠 혼자 사는 몸이 아니기에 원아는 늘 아침 식사를 넉넉히 차리곤 한다. 하지만 그녀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경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밥은 늘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 듬뿍 골고루 챙기려고 노력하는 원아이다.커다란 식탁에는 먹음직한 햄 샌드위치와 달달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밤을 넣은 달걀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거기에 노릇노릇 구운 토스트와 고소한 우유, 빗깔 좋은 야채죽에 붕어찜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이다.식탁 옆에 서 있는 한 남자, 반듯한 정장에 잘 다려진 하얀 셔츠를 쫙 빼입은 문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