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자신에게 좋은 것을 대접하고 싶어하는 진수혁의 마음에 조금 감동했다.그들은 먼저 저녁 식사를 했고, 그 다음 식후 디저트를 주문하려고 했다. 이 집은 디저트가 유명한 집이다.그러나 진수혁이 디저트를 주문했을 때 종업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디저트 담당 셰프가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갔어요. 오늘 선생님이 원하는 이 디저트는 만들 수 없습니다. 혹시 다른 것으로 바꾸실래요?"하지만,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여기 와서 먹는 의미가 사라져버린다.진수혁은 낭만을 추구하거나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여자가
원아는 아래로 내려가 거의 한 시간을 찾아다녔지만, 할아버지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집으로 돌아와 텅 빈 집을 한 바퀴 더 둘러보았다. 할아버지는 철저히 사라지고 없었다.원아는 할아버지의 지팡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지팡이를 짚었을지도 모르지만, 보통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먼 길을 떠날 때나 체력이 버티지 못할까 봐 지팡이를 챙긴다.원아는 의기소침하게 할아버지의 침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진수혁과 데이트하러 나가기 전에 할아버지가 잘 계셨던 것
다만, 자신과는 인연이 아닌 것이다. ……택시에 앉아서 가는 내내 원아는 문소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문소남의 핸드폰은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문 씨 집안 저택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문 씨 집안 저택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린 원아는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여기서 좀 기다려 주세요."택시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원아는 문 씨 집안 저택 대문으로 걸어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할아버지를 만나면 바로 할아버지를 데려갈 생각이었다.곧 집사 겸 운전기사가 와서 문을 열었다. "원아 양, 무슨 일 있
엘리베이터가 문소남의 아파트가 있는 층에 섰고, 원아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집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문소남에게 관리 사무소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탄 채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 분이 선생님을 알고 있다고 해서…… 아는 분이 맞나요?"문소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관리 사무소 직원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다.문안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며 원아가 어색하게 물었다."우리 할아버지 보셨어요?"그의 생활에서 나가겠다고 한 것은 그녀였는데, 지금 그녀는 밤중에 그의 집을 찾아와서 그에게 이런 질문
……문소남이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왔다.검은색 레인지로버가 아파트 입구에 섰고, 차창이 내려갔다. 그는 그녀를 보고 말했다. "지하철이 곧 멈출 거야. 당신 한 군데 갈 때마다 택시를 잡을 거야? 지갑에 있는 돈이 아마 금방 바닥나겠지. 할아버지를 찾는 건 고사하고 당신 아버지의 병 치료할 돈도 모자라게 될 거야." 그녀를 차에 타도록 하려고 그가 많은 말을 했다. 그와 관계를 끊기 전이나 후나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생활비와 아버지의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연로한 할아버지가 한 명 더 생겨, 부담이 더욱 커졌다
원아의 뺨이 온통 새빨개졌다. 차 안은 조용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의 차 조수석에 앉아 움츠리고 있던 원아는 비록 차안 분위기가 좀 이상했지만, 옆에 그가 있어 왠지 많이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원아는 이런 안정감의 원천은 두 사람의 혈연관계 때문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보통 사람들의 남매 관계에서도 오빠가 옆에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원아는 자동차 좌석에 몸을 기댄 채 말없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침묵이 길어지자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 들었
어릴 때부터 장정안은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예쁘게 생겼었는데, 어머니는 항상 이것을 자랑스러워 했었다.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바로 그 잘생긴 껍데기 때문에 그는 세상을 우습게 여기게 되었고, 여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바람기 많은 성격이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죽어도 좋다고 하는 수많은 여자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결국 어머니는 차라리 이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못생긴 얼굴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소남은 장인숙의 아들이고, 장인숙은 장인덕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비록 젊었을 때 장인숙과 알고 지냈지
주위의 귀뚜라미가 더 이상 울지 않을 때까지 문소남의 품에서 오랫동안 울다가 지친 원아는 아랫배와 뒷 허리에 은근한 시큰거림을 느꼈다.이것은 그녀가 여러 해 동안 매달 한 번씩 겪어야 했던 그 느낌이다. 다만 이번에는 좀 일찍 시작된 것 같다. 일단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몸이 이상해지고 생리 주기도 불안정해진다.원아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조급하고 어색한 마음으로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을 훔쳤다.품속이 갑자기 텅 비자 문소남은 애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A시로 돌아갈까, 아니면 나강에서 계속 찾을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