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즉시 옷을 여미며 어색한 얼굴로 어깨를 빠르게 가렸다. 그녀는 겁먹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화장실 써야 되면 내가 나갈게요."그녀가 화장실을 나가려고 그의 옆으로 지나쳐가자, 문소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녀를 잡아당겼다.남자의 강건한 신체에 비해 원아의 몸은 유난히 작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는 그가 왜 그녀를 끌어당기는지 몰랐다. 결국 그녀는 그의 몸과 세면대 사이에 갇혔다.화장실은 방음이 되긴 하지만, 두 할아버지가 모두 밖에 계시기 때문에, 그녀는 감히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고, 화난 목소리로 그에게 물
"앉아." 문소남이 침착한 얼굴로 명령했다.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이미 헤어졌으니, 더 이상 친밀한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 오늘 밤이 지나고 할아버지 몸이 안정되면 집으로 옮겨 갈 수 있다. 지금부터 내일까지 열몇 시간 밖에 안 남았다. 각자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서 자고 일어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을 것이다. "앉으라고!" 문소남이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를 잡아당겼다.두 할아버지가 다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치지 못할 거라고 예상한 듯 그는 그녀를 누르며 변기 뚜껑에 억지로 앉
말을 마친 원아는 고개를 숙여 환부에 놓인 그의 손을 흘끗 보았다. 즉시 얼굴이 붉어졌다. 피부 모공 하나하나가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다리를 오무렸다.문소남의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얇은 입술은 오므려졌으며, 목젖도 따라서 꿀렁거렸다."나갈 거예요." 원아는 더 이상 화장실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있다가는 평생의 수치가 될 죄를 범할 것만 같았다.그러나 그녀의 일어나는 동작이 너무 빨랐던 탓에 그의 큰 손이 여전히 그녀의 다리에 머물러 있었다.문소남은 몸을 일으키더
문소남은 흰색 속옷과 흰색 만화 팬티를 골라 함께 가져갔다.저택 문소남 방안의 할아버지는 이미 한참 전에 잠들었지만, 원아는 몸을 뒤척이며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원아는 정상적인 젊은이들보다 훨씬 거친 할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으며 깨어있었다. 방안은 할아버지의 숨소리를 제외하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원아는 내일 할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해서 떠날지 생각했다.이곳을 떠나면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야 하나 아니면 병원으로 가야 하나?병원에 가려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 할아버지를 아버지와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할 수는 없다
원아는 머리를 끄덕인 후 세수를 하러 갔다.세수를 마친 원아는 물컵을 들고 할아버지의 침대 앞으로 다가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할아버지, 몸은 괜찮으세요? 우리 오늘 집에 갈까요, 아니면 병원에 데려다 드릴까요?"그녀는 할아버지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열심히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는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왜 갑자기 그렇게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말하는 거냐?"할아버지의 지적에 원아는 좀 뻘쭘해졌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병상에 앉아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아직 그 사람과 결혼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함께 사는 것은 아무
그를 피하기 위해, 그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이 여자는 신속하게 소개팅을 하겠다고 한다. 사람이 괜찮으면 결혼을 하겠다고?문소남은 격렬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내가 전염병이야? 이런 방식으로 나를 거절하겠다고?"원아는 그의 시선에 긴장해서 고개를 저으며 맘에 없는 말을 했다."전염병이 아니라, 그냥 당신 같은 사람들은 결코 내가 원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나는 당신을 이용해서 나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이강에게 복수했어요. 지금 나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고, 이제 그만
원아는 사람들이 놀랄까 봐 자신이 문소남과 사귄다는 것을 감히 말할 수 없었고, 다만 아직 일하느라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지금 그녀는 억지로 시간을 짜내서라도 남자를 만나야 했다. 어젯밤 그녀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 지난번에 말한 남자를 소개받겠다고 말했다. 흥분한 친구는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원아에게 남자 쪽의 인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했다."이상한 남자는 너한테 소개 안 해. 그 사람은 내 남자친구의 절친이야. 줄곧 혼자였어. 가치관도 올바르고 생활 태도도 아주 좋아. 내가 왜 그 친구한테 다른
”무슨 일이에요?” 놀란 원아의 목소리가 변했다.“훈아 도련님이…… 뛰어내리겠다고…… 살고 싶지 않대요.” 가사도우미는 원아에게 빨리 와서 좀 도와달라고 빌었다.“훈아를 바꿔주세요. 제가 말해볼게요.” 원아가 말했다.가사도우미가 전화를 내려놓고 훈아를 부르러 갔다.원아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고 있을 때, 곧 가사도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훈아 도련님은 전화를 받지 않겠대요. 꼭 원아 아줌마 얼굴을 봐야 한다고 하네요.”“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뛰어내리지 않을 거예요.” 원아가 당황한 가사도우미를 위로했다.“대학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