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자동차에 몸을 기댔다. 셔츠와 양복바지에 싸인 뜨거운 몸은 욕구불만으로 아우성치고 있었다.눈살을 찌푸린 남자는 차 문을 열고,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세게 한 모금 빨았다. 지금은 담배를 피워 몸속에서 일렁이는 욕망을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문소남은 먹처럼 어두운 눈동자를 들어 희미한 전등이 켜진 방 쪽을 바라보았다.낡은 집은 요 몇 년 동안 줄곧 비어 아무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커튼이 달려있지 않았다. 문소남은 한참이 지나 방 전등이 꺼질 때까지 그녀의 방을 바라보았다. 이 밤, 원아는 잠을
문소남은 집안에서 노인의 일용품과 옷을 담은 가방을 들고나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노려보았다. 원아는 그의 음침한 표정을 보고, 급히 그를 막아선 다음 그의 얼음 같은 두 눈을 마주 보았다."이런 사람은 상대할 필요 없어요.""교양이 너무 없어." 문소남이 분노하며 말했다."여기 사람들하고 도리 교양 이런 거 말할 필요 없어요." 원아는 작은 손을 그의 양복 상의 속으로 넣어 그의 강인한 허리를 안았다. 장인숙을 만날 생각에 그녀의 기분도 영 좋지 않았지만, 여기서 소란을 피뭐 마음을 더 복잡하게
"뭐라고요?"원아의 얼굴이 굳어졌다.장인숙은 틀림없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 재벌가 부인은 그녀가 극도로 싫어서 그녀와 문소남을 갈라놓으려고 이러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황당한 말을 하다니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내가 네 엄마야. 네가 내 딸이라고! 내 말이 그렇게 어렵니?” 장인숙은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커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들어 무표정하게 말했다."그렇기 때문에 너는 소남이와 함께 있을 수 없어. 함께 있으면 안 돼."원아는 정면에 있는 장인숙을 뚫어지게 쳐
"너 거기 서!" 장인숙이 소리쳤다.원아가 섰다.장인숙은 가방을 들고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다음, 우아하게 원아 앞으로 다가가 차갑게 말했다."나는 네가 통제력을 잃지 말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 이성적으로 이 일을 처리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소남이를 망치게 될 거야!"원아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중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자신은 거의 멘탈이 붕괴될 지경인데, 이 여자 장인숙은 너무 침착했다. 그녀는 지금 마치 아침은 무엇을 먹고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갑자기 나타난 이
"지금은 그 애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장인숙은 볼 필요도 없이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혔다.원아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자, 눈물 닦고 따라와." 장인숙은 아무런 위로의 말도 없이 휴지를 꺼내 원아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이 그녀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인 것 같았다.원아는 장인숙이 건네는 휴지 두 장을 거절하고, 숨을 들이마신 후, 얼굴에 묻은 눈물 자국을 닦고, 병원으로 걸어들어갔다.병원에서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울면서 걸어가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는 보겠지만,
"그래, 마음을 가라앉히거라. 아빠는 말 안 할게." 사정을 잘 모르는 원강수는 딸이 친엄마가 찾아온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줄 알았다. 원아는 고개를 숙인 채 오랫동안 침묵했다."엄마를 인정할지 말지는 너의 자유지만...... 아빠는 내가 죽어 없어져도 너한테 한 명의 가족이 더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원강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딸이 눈앞의 이해득실을 잘 볼 수 있길 바랐다.원아는 마침내 고개를 저으며 눈을 들어 물었다."당시 이웃들은 엄마가 나를 낳고 부자 남자를 따라 가버렸다고 했고, 할아버지도 그
"당신 친구가 열쇠를 줬어." 문소남은 손에 든 열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원아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 주위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문소남은 문득 그녀 쪽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 탐색을 위한 것이었는데, 정말 그녀는 그가 다가오는 몸짓에 놀라 몇 걸음 연속 뒤로 물러섰다.그것은 본능적인 '회피' 동작이었다.문소남은 그녀가 도대체 왜 그를 피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자세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들은 어젯밤 나강에서 잠자기 전에 차체에 기대어 키스를 했는데, 그녀는 결코 거절하
그는 손녀가 화장을 한 줄 알았다. 일본에서 할아버지는 젊은 여자들의 가지각색 화장을 많이 보았었기 때문이다. 비록 눈은 좋지 않았지만, 노인의 귀는 아직 쓸만했다. 그는 예비 손녀사위와 손녀 사이의 대화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너희 둘이 얘기해라. 할아버지는 방에 들어가서 좀 누울게. 오는 내내 차를 탔더니 피곤하구나." 말을 마친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문소남은 일어나서 그녀가 회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