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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장

"흰머리가 뭐 볼게 있어, 그냥 흰머리지. 상상이 안돼?" 진아연의 말에 박우진은 말문이 막혔다.

"너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거 같은데?" 박우진은 중얼거렸다.

"너 그 기름진 머리를 뭐라고 안한 것만으로 고맙게 여겨, 내가 너한테 장난을 왜쳐, 너희 삼촌이 직접 처리하라고 하면 되지. 너희 삼촌이면 머리카락이 아니라 머리를 뽑을걸."

겁에 질린 박우진은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삼촌이 나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는다며?"

"그럼, 아니면 너 왜 아직 살아 있겠어? 너가 친 조카가 아니였였으면 이미 죽었을 거야." 진아연이이 말했다. "커피 다 마시고 나 그만 갈거야."

박우진은 또 놀랐다. "할 말이 있다며? 뭔 말인데?"

"다 했어!" 진아연은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박우진을 바라보았다. "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어. 정작 너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걸 보니 더이상 말이 안 나온다."

"왜?" 박우진은 물었다.

"내가 너보다 훨씬 잘 살고 있어서, 내가 뭐라도 얘기하면 너한테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진아연은 커피를 다 마시고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는 내가 살게, 천천히 마시고 가."

박우진은 유유히 떠나는 진아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은 다 합쳐서 열 마디도 안되었다.

그리고 모두 전화로 해도 충분한 말들이었다.

전화로 할 수 없었던 건 머리카락 뽑는 일 뿐이었다.

박우진은 다시 생각해봐도 진아연이 뽑아간 건 머리카락 하나가 아니라 한 줌이었다.

아직도 두피가 은은히 아파왔다. 박우진은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진아연은 커피 숍에서 나와 차를 타고 유전자 검사센터로 향했다.

진아연의 마음은 조금 혼란스러러웠다. 심지어 긴장이 되기까지 했다.

DNA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시준과 박우진의 DNA가 일치하면 모든 게 지금 이대로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진아연의 고정 관념이 깨지는 것이다. 진아연은 여태까지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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