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주승은 말조차 바로 하지 못했다. 박스를 빼앗아 가기는커녕 지시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대표님, 옆방이 강진 방입니다, 한번 보고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경호원은 박시준에게 말했다. "얼굴이 다 망가졌다고 하던데, 그렇게 외모에 신경쓰던 사람이 얼굴이 망가졌다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겠죠."경호원은 박시준이 강진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박시준은 원래 강진을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경호원에 말에 그는 발걸음을 잠깐 멈췄다.박시준은 강진의 병실 앞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강진은 박시준과 바로 눈이 마주쳤다.강진의 눈에는 순간 공포로 가득 차 버렸다!강진은 거즈로 덮인 자기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무의식적으로 박시준의 시선을 피했다."해외로 도망간 거 아니었어?" 박시준은 목을 가다듬고 차갑게 말했다. "돌아왔어? 겁도 없이."강진은 눈물을 흘리며 절망스럽게 말했다. "시준아, 나 이제 도망가지 않을게! 그냥 죽여줘!"강진은 말하면서 이불을 들어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강진은 비틀비틀 박시준의 앞까지 걸어와 '쿵' 하고 무릎을 꿀었다. 그리고 박시준의 바짓 가락을 잡았다. "시준아, 나 끝났어! 내 인생 다 끝났어! 네가 끝내줘! 나 자살은 못하겠어... 제발 나를 죽여줘..."박시준은 죽고 싶다는 강진의 얼굴을 내리보며 마음속에는 가여우면서도 한심한 감정이 솟아올랐다."네가 죽고 싶어 할수록 더 죽이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강진을 바라보며 그녀를 밀어냈다. "그냥 이렇게 평생 연민하며 살아!"...박시준이 병원에서 나올 때, 온 도시는 이미 신비하고 궤매한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나뭇가지들은 찬바람에 흔들려 쓸쓸한 소리가 났다! 나뭇가지에 머물러 있던 눈 덩어리는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박시준은 차에 탔고 기사님은 출발해 병원을 떠났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 기사님은 물었다.박시준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그는 본인 집과 진아연의 집 사이에서 고민
박시준이 갑자기 왜 왔지?라엘이가 박스를 이미 돌려줬는데!라엘은 박시준이 자기를 찾아왔을까 봐 얼른 거실에서 도망가며 소리를 질렀다. "마이크 아저씨!"라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전화 반대편의 진아연은 깜짝 놀랐다.라엘이가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려 영상통화 화면에는 거실 천장만 보였다.진아연은 전화로 들려오는 소리로만 반대편 상황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화면으로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추측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뭔가 위험한 상황이 생긴 건 확실했다!"라엘아!" 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진아연의 마음은 엄청 초조하고 긴장으로 가득했다.지금은 B국에 있지만 만약에 딸에게 위험이 닥친다면 지금 당장 날아서 딸 옆으로 갔을 것이다!자기를 보자마자 놀라서 도망가는 라엘이를 본 박시준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매번 라엘이를 만날 때, 예의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오늘처럼 보자마자 도망가는 경우는 없었다.박시준은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져봤다.혹시나 자기 얼굴에 뭔가 이상한 게 있어서 그런가? 뭐가 무서워서 라엘이가 저렇게 놀라지?박시준은 거실로 걸어가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진아연은 계속 라엘이를 부르고 있었다. 방금 라엘이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진아연도 많이 놀랐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들고 화면을 향해 말했다. "나를 보고 라엘이가 좀 놀랐나 봐 지금 마이크랑 같이 있어."박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진아연 마음속의 초조함과 긴장을 순간 다 사라졌다.하지만 진아연은 이해가 안 됐다."당신을 보고 왜 그렇게 놀라는 거죠?"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박시준도 라엘이가 왜 그랬는지 궁금했다."그리고 이 시간에 당신이 우리 집에는 무슨 일이에요?" 진아연은 박시준이 대답이 없자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아직 많이 늦은 시간이 아니잖아." 박시준은 공격적인 진아연의 눈빛을 보며 진아연이 지성이를 데리고 간 이유가 떠올랐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어."
라엘은 전화를 들고 엄마의 얼굴을 보며 작은 목소리도 말했다. "엄마, 아빠가 문을 안 두드리고 들어와서... 나쁜 사람이 들어온 줄 알았어요..."라엘은 도저히 자기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오빠가 집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오빠가 돌아오면 오빠한테 말하면 오빠가 도와줬을 것이다.진아연은 딸의 설명을 듣고 잠시 숨을 돌렸다, 진아연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라엘아, 오늘 라엘이 기분이 좀 안 좋은 것 같아, 혹시 친구 집에서 누가 라엘이를 괴롭혔어? 두려워하지 말고 엄마한테 다 얘기해도 돼."옆에 서 있던 박시준은 진아연의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라엘이가 친구 집에 갔다? 라엘이가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봐서 분명히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엄마, 저 괜찮아요." 라엘이가 말할 때 박시준은 라엘이가 눈치 못 채게 슬쩍 쳐다보았다."무슨 일이 있든 엄마한테 말해 줘. 언제든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화해." 진아연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았어요, 엄마." 라엘은 진아연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영상통화를 끊고 라엘은 휴대폰을 마이크에게 건네줬다.마이크는 휴대폰을 넣고 경계스러운 눈빛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여기 왜 왔어요? 무슨 일인데요?""라엘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 박시준은 말했다. "방금 놀라게 해서 사과하려고요.""사과하려면 여기서 해요! 굳이 단둘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마이크는 박시준이 뭔 짓을 할지 몰라 라엘이랑 단둘이 얘기하겠다는 박시준의 요청을 거절했다."라엘아, 라엘이는 날 믿잖아, 난 라엘이를 해치지 않아." 박시준은 시선을 라엘이한테로 돌렸다. "만약에 내가 라엘이한테 이상한 짓을 한다면 천벌을 받을 거야, 평생 엄마를 못 볼 거야."라엘은 방금 전까지 몸을 마이크 품에 움츠려 있었다.박시준이 이렇게 말하니 무서움이 다 사라졌다.라엘은 마이크 품에서 내려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마침 저도 할 말이 있어요."박시준을 라엘이
라엘은 말을 하고는 더 슬프게 울었다.박시준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정말 박스를 가져간 사람이 라엘이었다면 박스가 사라지고 그토록 조사를 했는데도 누가 가져갔는지 몰랐던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이유는 아무도 네 살짜리 아이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당시 라엘은 지금보다 더 의존적이었다.누가 일상생활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의심했겠는가?그리고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바로 박스가 사라지고 박스 안의 내용이 지금까지 숨겨져 알려지지 않고 누구도 그걸로 박시준을 협박하거나 찾아오지 않았던 의문이 말이다."라엘아, 그 여자 어떤 옷을 입었었어?" 박시준은 라엘을 의자에 내려 앉히고 티슈로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라엘에게 물었다. "혹시 그 여자가 회갈색 옷을 입었었어?""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라엘은 붉은 눈으로 박시준을 쳐다보았다. "박스를 찾아왔나요?"박시준은 몇 초 동안 생각하고는 라엘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아니, 너를 속인 그 여자 차 사고로 죽었어. 박스 안의 물건은 누군가 가져갔어. 그러니까, 라엘아, 너무 슬퍼하지 마, 잊어버린 걸 어떡하겠어, 괜찮아.""하지만 오빠가 그 박스 안의 물건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어요..." 라엘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몰래 물건을 가져와서."딸의 사과를 듣고 있는 박시준은 마음이 아주 평온했다.다른 누군가가 박시준의 물건을 가져가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박시준은 어떻게든 그 사람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했었을 것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딸이었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박시준은 딸한테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근데, 그 박스는 왜 가져왔어?" 박시준은 박스를 가져갈 때 라엘의 생각이 궁금했다."그건 그때 너무 싫어서 그랬어요. 몰래 물건을 가져가서 못 찾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물건을 잃어버려서 엄청 조급해 할 거잖아요." 라엘은 조금 후회스러웠다. "그 박스가 그렇게 중요한 박스라면 절대 손도 대지 않았을 거예요, 흑흑!""울지
그녀가 순순히 그를 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방안에 둘만 있었기 때문이었다.한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오빠가 아빠를 너무 미워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빠의 편을 들 것이다.박시준의 검은 눈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동생에게 화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불러줄게요." 라엘이는 그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동생은 아직 어려서 제가 지켜줘야 해요."박시준의 눈은 붉어졌고 갈라진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라엘아, 난 네 동생에게 화난 게 아니야. 난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거란다. 세심하지 못해 시은이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서 말이야.""아빠는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라엘은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시은 언니는 오빠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예요. 막았어도 언니는 몰래 했을 거예요. 제가 몰라 아빠 물건을 훔쳤던 것처럼. 잘못된 걸 알고 있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라엘의 비유는 다소 부적절했지만 그녀에게 '아버지' 라 불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시준은 살아갈 의미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마이크는 문밖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왜냐하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리고 마이크는 박시준이 라엘이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조지운과 채팅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박시준과 라엘이가 나왔다."오, 이야기는 끝났어? 무슨 이야기했어? 라엘아, 너 설마 울었어?" 마이크는 빨개진 라엘이의 눈을 보며 긴장했다. "라엘아... 설마 혼난 거야?!"라엘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한테 새해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해서 감동받아서 운 거예요."마이크: "???"박시준은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군. 한이는 아직 안 돌아온 건가? 벌써 이렇게 바쁜 거야?"마이크: "걱정도 많으시네. 아니면 지금 데리러 가면 되잖아요?"박시준은 그가 놀리고 있다
라엘은 궁금했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새 아들? 지성이를 말하는 거야? 그게 뭐가 중요해! 다 아빠의 아들이잖아?"한이는 말문이 막혔다."나중에라도 엄마가 딸 하나 더 낳더라도 내가 딸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라엘이는 이어서 말했다. "오빠, 내가 생각할 때는 아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네게 잘 해주니깐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를 그렇게 대하지는 않아!" 한이는 박시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내 앞에서 그 사람을 언급하지 말아줘. 듣고 싶지 않으니까.""오빠, 예전에는 아빠도 자기 아들인 줄 몰랐던 거잖아... 분명히 그랬을 거야." 라엘은 오빠가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무서웠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건 보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자기 아들인 줄 몰랐어도, 내가 엄마 아들인 건 알았을 거 아니야." 한이는 반박하며 말했다. "그 사람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아.""아, 알았어... 오빠... 내가 그런 거까지 생각 못 했어. 근데 오늘 이미 두 번이나 아빠라고 불렀어..." 라엘이는 머뭇거리며 말했다."아빠라고 불렀다면... 이미 인정했다는 거네." 한이는 배신자를 바라보는 눈으로 말했다. "라엘이 너 앞으로 나랑 같이 안 자도 되겠다. 이렇게 다 컸으니까."라엘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오빠, 나 혼자 자는 거 무서워..."한이는 그녀의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을 바라보다 마음이 여려졌다. "박시준 씨가 너한테 어떻게 잘 해줬길래? 아빠라고 부른 거야?"라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시은 언니 일로 동생을 탓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탓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리고 혼자 집에서 새해를 보낸다고 그러길래 불쌍해 보였어... 그리고 새해 선물로 아빠라고 불러달라고 했어...""그거 그냥 불쌍한 척하는 거잖아! 엄마 앞에서도 맨날 그랬어!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거고!"오빠의 말을 들은 라엘이는 그를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사실... 내가 상자를 훔쳤다는 거 알고
박시준은 이 브랜드의 대표를 알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뭔가 배후가 있다고 느꼈다."박 대표님, 이 이벤트는 저희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정말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입니다. 해당 이벤트를 받을 아이는 랜덤으로 선택하는 거라..." 케이크 브랜드 대표가 박시준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제가 담당자를 불러오겠습니다."박시준은 설명을 들은 뒤, 천천히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잠시 뒤, 케이크 대표가 담당자와 통화를 마친 뒤 놀란 표정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박 대표님... 대표님 회사에서 저희 쪽으로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담당 아이를 이벤트에 넣어달라고 말이죠. 그래서 대표님의 체면을 고려해 그 아이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박시준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이 모든 이벤트를 계획한 사람은 정말 엄청난 용기였다!모든 과정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고 모두를 속였다.만약 어젯밤에 라엘이를 통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그는 계속해서 오해 속에 살았을 것이다.그날 저녁.박시준은 스타팰리스로 돌아왔다.그리고 그는 어젯밤 라엘에게 새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오늘 오후, 그는 백화점에 가서 머리핀을 고르려고 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거실로 들어가니 마이크와 한이가 나왔다.라엘은 오늘 저녁 파티에 갈 예정이라 집에 없었다."이것은 내가 라엘이에게 주는 새해 선물이야. 그녀가 집에 오면 건네줘." 박시준이 마이크에게 말했다.마이크는 그가 가져온 선물을 열어보며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는요?"박시준은 잠시 멍해졌다."저한테 이러지 마시죠. 당신은 라엘이에게만 줄 새해 선물을 샀으니까요." 마이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박시준 역시 그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했다.한이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저 역시 선물 따윈 필요 없어요!" 한이는 얼굴을 찡그린 채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마이크는 한이의 완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시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정말 한이 선물은 사지 않은 겁니까? 그가 받든 안 받
그리고 그에게 이유를 설명했고, 마이크는 크게 웃었다."선물을 선택하는 능력에 정말 대단하네요. 대체 어떻게 진아연의 마음을 얻은 건지... 아연이가 얼굴이랑 재력을 본 게 백 퍼센트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는 그를 놀렸다."그녀는 내 돈을 좋아하지 않아." 박시준은 그의 말에 반박했다."당신의 돈을 좋아하진 않지만 돈을 벌 그 능력을 좋아하겠죠." 마이크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리고 보니 어제 라엘이가 아빠라고 불러서 기분 좋았죠? 그렇게 하얗고 예쁜 딸이 아빠라 부르다니. 엄청 즐거웠겠네요?""그게 무슨 말이야." 박시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얗다.' 니?라엘이는 그의 친딸인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만약 라엘이가 자신을 인정한다면 모든 힘을 다해 그녀를 돌봐줄 것이다."크흠, 미안해요. 그나저나 진아연이랑은 좀 화해했어요?" 마이크는 그를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꺼냈다. "시은 씨 장례식을 치르면서 힘들었겠지만...! 이제 시은 씨를 보내주세요. 남은 사람은 살아가야죠.""설마 내가 B국에 가서 초대라도 하라는 거야?" 박시준은 약간 냉소적으로 말했다. "진아연은 시은이의 병을 치료했다는 걸 나한테만 말하지 않았어. 항상 그랬어. 진아연에게 내가 일 순위가 아니야. 항상 마지막이었지.""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마이크는 두 손을 허리에 얹으며 말했다. "왜 그녀가 당신과 잘 지내지 않는 줄 알아요? 왜 아이의 존재를 숨겼는지 알아요? 그게 다 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그런 거잖아요! 당신이 싫다고 해서 그녀는 아이를 선택한 겁니다. 당신을 포기하고요! 제가 화가 나는 건 대체 왜 그때 당신이 그렇게 고집을 했는 지예요!""지금부터 이유를 말해주지..." 박시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말했다. "시은이와 나는 이란성 쌍둥이야. 시은이의 병, 나도 어렸을 때 앓았어! 시은이의 정신적 장애... 나도 있었다고! 시은이의 병이 왜 나보다 더 심했는지 알아? 그건 시은이가 여자아이였기 때문이야!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