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을 확인한 왕은지는 재빨리 회사에서 나와 직접 운전을 해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향했다.왕은지는 가장 빠른 속도로 스타팰리스 별장에 도착했다.별장 앞 큰길에 들어서자 교통사고 현장이 한눈에 보였다.왕은지는 차에서 내려 수많은 구경꾼들을 향해 걸어갔다.검은색 차 한 대와 흰색 차 한 대가 완전히 변형이 되어 있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땅바닥에는 많은 피가 흩어져 있었다.핏자국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닥에 누운 채로 하얀 천에 덮여 있는 사람이었다...'사람' 이라고 하기보다, 이젠 '시체' 라고 하는 게 더 정확했다.왕은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에 어울려 하얀색 천에 덮인 사람의 의상을 보았다... 의상으로 봐서는 자기가 보낸 그 여자가 맞았다.왕은지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았다!사람은 죽은 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빨간색 박스는?! 박스는 어디에 있지?왕은지는 바로 뛰어가 차에서 찾고 싶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카메라를 들고 실시간으로 촬영을 하며 조사를 하고 있는 경찰들이 있었다. 왕은지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박시준이 자기가 사고 현장에 왔었다는 걸 알면 박스를 찾으러 온 게 아니었어도 자기를 쉽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왕은지는 어쩔 수 없이 초조함을 참고 멀리서 경찰들이 차에서 꺼내는 물건 하나, 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핏자국으로 얼룩진 짙은 빨간색 박스가 나오자 왕은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바로 저 박스! 저 박스가 틀림없다! 저 박스 안에 왕은지가 그렇게 원하는 물건이 들어있다!왕은지는 반사적으로 몸을 앞으로 밀었다...이때, 경찰이 박스를 열어 박스 안을 확인했다.왕은지는 숨을 멈추고 눈을 튀어나올 정도로 동그랗게 뜨고 박스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경찰은 박스 안을 확인하더니 박스를 닫아 옆으로 던져 버렸다!마치 쓰레기를 버리듯이 옆에 버렸다!왕은지는 땅에 버려진 빨간색 박스를 바라보며, 한껏 들끌어 올렀던 온몸의 피가 순간 가라앉았다.설마... 박스 안에 아무것도 없는 건가?!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박스를
박스 안의 물건은 누가 가져갔을까?진실은 이제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하면서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확실한 것은 박스를 가져간 사람이 바로 코밑에 있다는 사실이었다.이번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스타팰리스 별장 밖의 큰 도로였다. 때문에 박스는 스타팰리스 별장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고 박스 안의 물건이 스타팰리스 별장에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교통사고가 어떻게 우연하게도 바로 그곳에서 발생했는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병원.강진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죽는 것 못지않게 고통스러웠다.이유는 강진의 왼쪽 얼굴은 화상을 입었고 의사가 얼굴에 회복이 불가능한 흉터가 영원히 남을 거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어릴 때부터 강진은 본인 외모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강진은 다른 건 다 참아도 얼굴이 못생긴 건 도저히 참지 못했다.때문에 이건 강진을 죽는 것보다 더 절망에 빠뜨렸다.하지만 죽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인가?"강진아, 이제 좀 깨달았지!" 강진 어머니는 병실 침대 옆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박시준을 멀리하라고 했어, 안 했어?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지금 꼴이 이게 뭐니? 엄마는 이제 네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많이 돼."강진 어머니는 강진의 친어머니면서 강주승의 계모이기도 했다.하지만 어머니는 강진보다 강주승을 더 많이 아꼈다.강주승의 손에는 강씨 집안의 상속권이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강진 어머니는 강주승을 마치 친아들처럼 대했다. 나중에 강주승의 덕을 보고 싶어서였다."앞으로 저 같은 딸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강진은 절망하며 말했다. "오빠만 있으면 되잖아요, 엄마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그래도 너는 내 친딸이야. 엄마로서 적어도 네가 너무 비참하게 사는 건 바라지 않아." 어머니는 눈을 내리보며 말했다. "네 오빠도 다리 한 쪽이 부러졌어, 정상인처럼 못 걸어 이젠.""못 걸으면 어때요? 재산 상속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잖아요. 근데 저는 얼굴이 망가졌어요, 어떤 남자가 저를 데리고 살겠
이제 강주승은 말조차 바로 하지 못했다. 박스를 빼앗아 가기는커녕 지시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대표님, 옆방이 강진 방입니다, 한번 보고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경호원은 박시준에게 말했다. "얼굴이 다 망가졌다고 하던데, 그렇게 외모에 신경쓰던 사람이 얼굴이 망가졌다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겠죠."경호원은 박시준이 강진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박시준은 원래 강진을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경호원에 말에 그는 발걸음을 잠깐 멈췄다.박시준은 강진의 병실 앞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강진은 박시준과 바로 눈이 마주쳤다.강진의 눈에는 순간 공포로 가득 차 버렸다!강진은 거즈로 덮인 자기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무의식적으로 박시준의 시선을 피했다."해외로 도망간 거 아니었어?" 박시준은 목을 가다듬고 차갑게 말했다. "돌아왔어? 겁도 없이."강진은 눈물을 흘리며 절망스럽게 말했다. "시준아, 나 이제 도망가지 않을게! 그냥 죽여줘!"강진은 말하면서 이불을 들어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강진은 비틀비틀 박시준의 앞까지 걸어와 '쿵' 하고 무릎을 꿀었다. 그리고 박시준의 바짓 가락을 잡았다. "시준아, 나 끝났어! 내 인생 다 끝났어! 네가 끝내줘! 나 자살은 못하겠어... 제발 나를 죽여줘..."박시준은 죽고 싶다는 강진의 얼굴을 내리보며 마음속에는 가여우면서도 한심한 감정이 솟아올랐다."네가 죽고 싶어 할수록 더 죽이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강진을 바라보며 그녀를 밀어냈다. "그냥 이렇게 평생 연민하며 살아!"...박시준이 병원에서 나올 때, 온 도시는 이미 신비하고 궤매한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나뭇가지들은 찬바람에 흔들려 쓸쓸한 소리가 났다! 나뭇가지에 머물러 있던 눈 덩어리는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박시준은 차에 탔고 기사님은 출발해 병원을 떠났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 기사님은 물었다.박시준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그는 본인 집과 진아연의 집 사이에서 고민
박시준이 갑자기 왜 왔지?라엘이가 박스를 이미 돌려줬는데!라엘은 박시준이 자기를 찾아왔을까 봐 얼른 거실에서 도망가며 소리를 질렀다. "마이크 아저씨!"라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전화 반대편의 진아연은 깜짝 놀랐다.라엘이가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려 영상통화 화면에는 거실 천장만 보였다.진아연은 전화로 들려오는 소리로만 반대편 상황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화면으로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추측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뭔가 위험한 상황이 생긴 건 확실했다!"라엘아!" 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진아연의 마음은 엄청 초조하고 긴장으로 가득했다.지금은 B국에 있지만 만약에 딸에게 위험이 닥친다면 지금 당장 날아서 딸 옆으로 갔을 것이다!자기를 보자마자 놀라서 도망가는 라엘이를 본 박시준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매번 라엘이를 만날 때, 예의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오늘처럼 보자마자 도망가는 경우는 없었다.박시준은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져봤다.혹시나 자기 얼굴에 뭔가 이상한 게 있어서 그런가? 뭐가 무서워서 라엘이가 저렇게 놀라지?박시준은 거실로 걸어가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진아연은 계속 라엘이를 부르고 있었다. 방금 라엘이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진아연도 많이 놀랐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들고 화면을 향해 말했다. "나를 보고 라엘이가 좀 놀랐나 봐 지금 마이크랑 같이 있어."박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진아연 마음속의 초조함과 긴장을 순간 다 사라졌다.하지만 진아연은 이해가 안 됐다."당신을 보고 왜 그렇게 놀라는 거죠?"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박시준도 라엘이가 왜 그랬는지 궁금했다."그리고 이 시간에 당신이 우리 집에는 무슨 일이에요?" 진아연은 박시준이 대답이 없자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아직 많이 늦은 시간이 아니잖아." 박시준은 공격적인 진아연의 눈빛을 보며 진아연이 지성이를 데리고 간 이유가 떠올랐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어."
라엘은 전화를 들고 엄마의 얼굴을 보며 작은 목소리도 말했다. "엄마, 아빠가 문을 안 두드리고 들어와서... 나쁜 사람이 들어온 줄 알았어요..."라엘은 도저히 자기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오빠가 집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오빠가 돌아오면 오빠한테 말하면 오빠가 도와줬을 것이다.진아연은 딸의 설명을 듣고 잠시 숨을 돌렸다, 진아연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라엘아, 오늘 라엘이 기분이 좀 안 좋은 것 같아, 혹시 친구 집에서 누가 라엘이를 괴롭혔어? 두려워하지 말고 엄마한테 다 얘기해도 돼."옆에 서 있던 박시준은 진아연의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라엘이가 친구 집에 갔다? 라엘이가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봐서 분명히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엄마, 저 괜찮아요." 라엘이가 말할 때 박시준은 라엘이가 눈치 못 채게 슬쩍 쳐다보았다."무슨 일이 있든 엄마한테 말해 줘. 언제든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화해." 진아연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았어요, 엄마." 라엘은 진아연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영상통화를 끊고 라엘은 휴대폰을 마이크에게 건네줬다.마이크는 휴대폰을 넣고 경계스러운 눈빛으로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여기 왜 왔어요? 무슨 일인데요?""라엘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 박시준은 말했다. "방금 놀라게 해서 사과하려고요.""사과하려면 여기서 해요! 굳이 단둘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마이크는 박시준이 뭔 짓을 할지 몰라 라엘이랑 단둘이 얘기하겠다는 박시준의 요청을 거절했다."라엘아, 라엘이는 날 믿잖아, 난 라엘이를 해치지 않아." 박시준은 시선을 라엘이한테로 돌렸다. "만약에 내가 라엘이한테 이상한 짓을 한다면 천벌을 받을 거야, 평생 엄마를 못 볼 거야."라엘은 방금 전까지 몸을 마이크 품에 움츠려 있었다.박시준이 이렇게 말하니 무서움이 다 사라졌다.라엘은 마이크 품에서 내려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마침 저도 할 말이 있어요."박시준을 라엘이
라엘은 말을 하고는 더 슬프게 울었다.박시준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정말 박스를 가져간 사람이 라엘이었다면 박스가 사라지고 그토록 조사를 했는데도 누가 가져갔는지 몰랐던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이유는 아무도 네 살짜리 아이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당시 라엘은 지금보다 더 의존적이었다.누가 일상생활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의심했겠는가?그리고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바로 박스가 사라지고 박스 안의 내용이 지금까지 숨겨져 알려지지 않고 누구도 그걸로 박시준을 협박하거나 찾아오지 않았던 의문이 말이다."라엘아, 그 여자 어떤 옷을 입었었어?" 박시준은 라엘을 의자에 내려 앉히고 티슈로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라엘에게 물었다. "혹시 그 여자가 회갈색 옷을 입었었어?""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라엘은 붉은 눈으로 박시준을 쳐다보았다. "박스를 찾아왔나요?"박시준은 몇 초 동안 생각하고는 라엘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아니, 너를 속인 그 여자 차 사고로 죽었어. 박스 안의 물건은 누군가 가져갔어. 그러니까, 라엘아, 너무 슬퍼하지 마, 잊어버린 걸 어떡하겠어, 괜찮아.""하지만 오빠가 그 박스 안의 물건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어요..." 라엘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몰래 물건을 가져와서."딸의 사과를 듣고 있는 박시준은 마음이 아주 평온했다.다른 누군가가 박시준의 물건을 가져가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박시준은 어떻게든 그 사람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했었을 것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딸이었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박시준은 딸한테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근데, 그 박스는 왜 가져왔어?" 박시준은 박스를 가져갈 때 라엘의 생각이 궁금했다."그건 그때 너무 싫어서 그랬어요. 몰래 물건을 가져가서 못 찾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물건을 잃어버려서 엄청 조급해 할 거잖아요." 라엘은 조금 후회스러웠다. "그 박스가 그렇게 중요한 박스라면 절대 손도 대지 않았을 거예요, 흑흑!""울지
그녀가 순순히 그를 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방안에 둘만 있었기 때문이었다.한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오빠가 아빠를 너무 미워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빠의 편을 들 것이다.박시준의 검은 눈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동생에게 화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불러줄게요." 라엘이는 그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동생은 아직 어려서 제가 지켜줘야 해요."박시준의 눈은 붉어졌고 갈라진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라엘아, 난 네 동생에게 화난 게 아니야. 난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거란다. 세심하지 못해 시은이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서 말이야.""아빠는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라엘은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시은 언니는 오빠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예요. 막았어도 언니는 몰래 했을 거예요. 제가 몰라 아빠 물건을 훔쳤던 것처럼. 잘못된 걸 알고 있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라엘의 비유는 다소 부적절했지만 그녀에게 '아버지' 라 불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시준은 살아갈 의미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마이크는 문밖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왜냐하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리고 마이크는 박시준이 라엘이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조지운과 채팅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박시준과 라엘이가 나왔다."오, 이야기는 끝났어? 무슨 이야기했어? 라엘아, 너 설마 울었어?" 마이크는 빨개진 라엘이의 눈을 보며 긴장했다. "라엘아... 설마 혼난 거야?!"라엘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한테 새해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해서 감동받아서 운 거예요."마이크: "???"박시준은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군. 한이는 아직 안 돌아온 건가? 벌써 이렇게 바쁜 거야?"마이크: "걱정도 많으시네. 아니면 지금 데리러 가면 되잖아요?"박시준은 그가 놀리고 있다
라엘은 궁금했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새 아들? 지성이를 말하는 거야? 그게 뭐가 중요해! 다 아빠의 아들이잖아?"한이는 말문이 막혔다."나중에라도 엄마가 딸 하나 더 낳더라도 내가 딸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라엘이는 이어서 말했다. "오빠, 내가 생각할 때는 아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네게 잘 해주니깐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를 그렇게 대하지는 않아!" 한이는 박시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내 앞에서 그 사람을 언급하지 말아줘. 듣고 싶지 않으니까.""오빠, 예전에는 아빠도 자기 아들인 줄 몰랐던 거잖아... 분명히 그랬을 거야." 라엘은 오빠가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무서웠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건 보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자기 아들인 줄 몰랐어도, 내가 엄마 아들인 건 알았을 거 아니야." 한이는 반박하며 말했다. "그 사람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아.""아, 알았어... 오빠... 내가 그런 거까지 생각 못 했어. 근데 오늘 이미 두 번이나 아빠라고 불렀어..." 라엘이는 머뭇거리며 말했다."아빠라고 불렀다면... 이미 인정했다는 거네." 한이는 배신자를 바라보는 눈으로 말했다. "라엘이 너 앞으로 나랑 같이 안 자도 되겠다. 이렇게 다 컸으니까."라엘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오빠, 나 혼자 자는 거 무서워..."한이는 그녀의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을 바라보다 마음이 여려졌다. "박시준 씨가 너한테 어떻게 잘 해줬길래? 아빠라고 부른 거야?"라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시은 언니 일로 동생을 탓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탓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리고 혼자 집에서 새해를 보낸다고 그러길래 불쌍해 보였어... 그리고 새해 선물로 아빠라고 불러달라고 했어...""그거 그냥 불쌍한 척하는 거잖아! 엄마 앞에서도 맨날 그랬어!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거고!"오빠의 말을 들은 라엘이는 그를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사실... 내가 상자를 훔쳤다는 거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