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그의 주위에 희미한 빛이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의 뒤로 걸어갔다. 그가 돌아서서 깊숙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침대에서 내려왔어?" 그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깨웠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에 너무 오래 잤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요.""같이 산책할래?" 그는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태아에겐 문제가 없지만 진아연이 불안감으로 인해 심박 수가 빨라지고 호흡 곤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그녀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잠을 잘 자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 했다.그러나 이렇게 불안감이 오래가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진아연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늘은 햇살이 눈 부신 화창한 날씨였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와 함께 병동을 나섰다."진아연, 네 회사가 겪은 문제는 사소한 문제야." 그들이 입원실을 나왔을 때 그는 잠시 고민하고 나서 말했다. "인생이 다 순조롭기만 할순 없어. 생활이든, 사업이든 역경이 있어야 뚫고 나갈 기회가 있는 거야."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 위로하는 거예요?""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을 좀 더 키워야겠어." 그녀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자 그는 입을 열었다. "누군가 핵심 기술을 훔쳐 가고 네가 벌었어야 할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뭐가 어때? 그건 그저 약간의 경제적 손실일 뿐이잖아. 사람은 살면서 건강이 항상 최우선이어야 해."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몸이 아플 때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사람이 할 행동이에요? 만약 건강의 중요성을 몰랐더라면 세팔로스포린을 술과 함께 마셨겠네요!"박시준: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그녀는 위로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하하!" 그가 말문이 막힌 것을 보고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눈이 충혈되었어요.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핵심 기술이 도난당한 진명그룹의 미래는?아래에 꽤 많은 댓글이 달렸다.——진명그룹이 재건된 지 2년밖에 안 되지 않았음? 벌써 망한 거임? 진명그룹 건물 수맥이 안 좋은 거 아님?——진명그룹의 제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요? 비록 물건이 좋긴 해도 고품질 드론 시장을 독점하다니, 난 이런 독점이 정말 싫더라고요!——헤헷, 그렇다면 앞으로 드론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박수]——우리 아빠가 진명그룹에 출근하시는데 난 회사가 망하는 게 싫음! 이 회사는 대우도 좋지만 대표님이 아주 인간적임. 내 꿈이 졸업 후 이 회사에 들어가는 거임....진아연은 뉴스를 넘기고 카카오톡을 열었다. 마이크의 문자가 와 있었다: 칩을 왕은지가 가져갔대!그녀는 이 결과가 놀랍지 않았다.다만 왕은지가 이토록 조바심을 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오후, 제이 테크놀로지는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회의에서 왕은지는 회사의 기술 연구 개발 부서가 중대한 발전을 이루어, 연말에 새로운 최첨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가격은 최첨단 제품의 시장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발표했다.왕은지는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을 훔쳐 왔다고 말한 거나 거의 다름없었다.기자 회견 중 질문답변 시간에 기자가 왕은지에게 물었다. "왕 대표님,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 도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왕은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자기 혁신에만 항상 신경을 쓰고 있어요. 물론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은 내가 훔친 것이 아니에요. 저는 감히 불법적인 일을 하지 못해요."기자: "왕 대표님은 진아연 양의 계모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입원 중인데 병원에는 가 본 적 있나요?"왕은지가 비꼬면서 말했다. "그녀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기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만나러 갈 거예요."진아연은 뉴스로 왕은지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보며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다.이 일은 이미 결론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한시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부대표가 기자에게 귀띔했다. "진 대표님의 사생활은 묻지 말아 주세요."기자: "이 '윈윈' 계획이 그와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계획은 아주 훌륭하거든요."부대표: "우리 진 대표님은 이런 계획을 생각해낼 수 없다는 말이에요?"기자: "물론 그런 말은 아니죠. 저의 동료가 일주일 전 박시준 대표님이 한밤중에 진명그룹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었어요. 일을 도우러 간 게 아닌가요?"기자가 박시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자 진아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윈윈' 계획은 저와 저의 CTO가 의논한 끝에 이룬 계획입니다. 그 외 다른 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그녀는 대범하게 말했다.이에 기자는 주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진아연 씨, 제이 테크놀로지의 왕 대표님께서 획기적인 기술의 결과가 있다고 하면서 연말쯤 새로운 최첨단 제품을 출시한다고 합니다. 이 일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진아연: "이 문제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도난당한 칩에 든 핵심 기술은 독점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누군가가 제 동의 없이 이 특허를 사용하면 저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그녀가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은 곧 왕은지의 귀에 들어갔다.왕은지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칩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걸 무슨 큰일이라고? 하하!""맞아요, 하지만 그녀가 만들어 낸 이 '윈윈' 계획이 우리한테 불리해요. 업계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든 거나 다름없어요." 비서가 걱정했다."뭐가 두려워? 때가 되면 한꺼번에 보내주지!" 왕은지가 거칠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라이벌을 제거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어.""대표님, 강진이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으니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왕은지는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 "이 일은 아무 곳에서 얘기하지 말아. 강진 이 사람은 아주 신중하고 조심성이 있는 사람이라 이 일
진아연은 얼굴이 뜨거워 졌다. "내가 언제 재결합한다고 했어?""조금 전에 그랬잖아! 널 위해서 이렇게 많은 걸 했는데 밥 한 끼 사주고 싶다고, 선물도 사겠다고 그랬잖아... 너무 깊이 빠진 거 아니야?" 여소정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 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 그 나나라는 사람, 보기에는 착해 보여도 아마 심윤보다 더할 걸."진아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손에 쥐고 있는 카드가 없어.""카드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 그녀가 포기하지 않는 한 그녀는 너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될 거야. 아마 강진이랑 손을 잡고 널 상대하려 할걸." 여소정은 얼굴에 올렸던 팩을 벗기며 말했다. "박시준이 대세야, 누구나 한입 물고 싶어 하니 미리 대비해야지."진아연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이 차분해졌다."박시준이 나나를 해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진도 제거해야 해!" 여소정이 그녀에게 귀띔했다. "너 말하기 어려우면 내가 해줄게.""소정아, 나랑 그 사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진아연이 다급히 말렸다."알았어. 그래도 방금 내가 한 말 잘 생각해봐." 여소정이 말했다. "성빈 오빠가 강진을 좋아했었다고 하던데 성빈 오빠는 강진 편일 거야."자신과 박시준 사이에 여전히 풀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걸 떠올린 진아연은 한순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소정아, 내가 조금 전 너무 충동적이었어. 나랑 그 사람 사이의 일은 아이가 태어난 뒤에 다시 생각해봐야겠어.""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지금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전하게 아기를 낳는 일이야." 여소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일 바빠? 안 바쁘면 놀러 갈게."진아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했다. "안 바빠. 마이크가 회사 일에 간섭하지 못하게 해. 마이크가 최근 매일 야근을 하고 있어 몸이 견뎌낼 수 없을까 걱정돼.""조지운도 있잖아, 신경 안 써도 돼." 여소정이 시간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아연아, 지금 많이 늦었으니 일찍 자!""알았어."
성빈의 발걸음이 멈췄다.그의 얼굴은 음침하게 변했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가 룸의 문을 열려고 하던 순간 강진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성빈 씨! 하지 말아요!"성빈은 이를 악물었다. "왜 하지 말아요?! 들어가서 현장을 검거하고 시준이에게 전화할 거예요. 이 여자의 진짜 얼굴을 보여줄 거라고요!"강진: "그녀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면요? 그다음엔 어떻게 해요? 배 속의 아이는 어떻게 해요? 시준 씨는 그 아이를 원하고 있어요. 진아연이 아이를 낳은 뒤에 다시 찾아가게 해요."강진의 말은 성빈의 분노를 가라앉혔다.그랬다! 아이가 있었다!그녀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는 진아연의 체면 따윈 절대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방금 한 말은 너무 독했다!그가 듣고도 참을 수 없는데 박시준이 들었다면 그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아이가 순조롭게 태어나게 하려면 성빈은 모르는 척하며 박시준에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박시준이 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성빈은 이 아이가 순조롭게 태어날 수 없다는 걸 상상할 수 있었다.강진은 성빈을 끌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호텔에서 나온 성빈은 화를 참을 수 없어 휴대폰을 꺼내 진아연의 번호를 눌렀다.—죄송합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이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이-"젠장!" 성빈은 휴대폰을 꼭 쥐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호텔 쪽을 바라보았다. "젠장, 잘못 들었다고 착각할뻔했어. 진아연이 그런 여자였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환청이 들렸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고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성빈 씨, 잘못 들은 게 아니에요." 강진은 그의 팔을 꼭 붙잡고 그가 충동적으로 호텔에 쳐들어갈까 걱정했다. "저도 분명히 들었어요. 진아연의 목소리였어요. 진아연이 시준 씨가 침대에서 그녀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하는 거 들었어요...""입 다물어요! 강진 씨,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녀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으니 빨리 와달라는 여소정의 문자를 받았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했다.하지만 도착해보니 여소정은 보이지 않았고머리가 어지러워 어렴풋이 잠이 들었었다.그녀가 지금 머무는 이 방은 그녀가 오후에 들어갔던 그 방이 아니었다.그렇다면 누가 그녀의 방을 바꾼 것일까?불안함을 느낀 그녀는 가방을 메고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호텔에서 나온 후 그녀는 하준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연 씨, 소정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어요. 만약 누군가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면 무시해요." 하준기가 말했다."아... 휴대폰을 언제 잃어버렸어요?" 진아연은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오후 3시가 좀 넘어서요." 하준기가 말했다. "무슨 문자를 받은 건 아니죠?"진아연은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지금 소정이와 함께 있어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알았어요, 지금 위층에 있는데 잠시만요."잠시 후 하준기는 여소정에게 전화를 건넸다."아연아, 어떡해, 나 휴대폰 잃어버렸어! 더러운 도둑놈, 신고했는데 되찾기 어렵대. 오후 내내 이것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휴대폰에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저장돼 있거든..." 여소정이 투덜거렸다."너 휴대폰 지금 나한테 있어." 진아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에 네 휴대폰으로 나한테 문자가 왔어. 난 네가 보낸 줄 알고 호텔에 갔고."여소정: "뭐?! 도둑이 널 호텔로 데려가서 뭘 하려 했는데? 아연아, 너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야?""아무 일 없었어." 진아연은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호텔에 와보니 아무도 없었어. 머리가 어지러워서 잠이 깜빡 들었는데 지금은 약간의 현기증 외에는 불편한데 없어.""아연아, 병원에 가봐! 너무 이상해!""알았어. 넌 일단 걱정하지 마, 지금 병원에 갈려고. 그리고 이 일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박시준 씨가 걱정할 거야." 진아연이 말했다."알았어, 말안할게." 여소정은 그래도 그녀가 걱정돼 말했
강진이 그들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땐 이미 싸움을 멈춘 뒤였다.조지운이 그들 사이에 서서 그들을 말렸기 때문이다.조지운은 싸움을 말리다가 맞아서 안경이 깨졌고 얼굴도 상처를 입었다."성빈 씨, 나와요!" 강진이 차갑게 말하며 성빈을 끌어냈다.성빈이 나간 후 조지운은 박시준을 보았다.조금 전의 싸움은 박시준이 성빈을 때렸고 성빈은 조금도 반격하지 않았다.그래서 조지운은 성빈이 박시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판단했다.그렇지 않고서야 박시준이 성빈에게 손찌검할 이유가 없었다.두 사람은 수년 동안 친구로 지내오면서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고 싸운 적은 더더욱 없었다."대표님, 무슨 일이에요?" 조지운은 얼굴의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성빈 형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어요? 대표님을 배신했어요?"박시준은 주먹을 꽉 쥐고 의자에 다가가 앉았다. "나가!"그는 머리가 아파왔다. 성빈과 진아연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성빈이 진아연의 잘못을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밖으로 나간 조지운은 성빈과 강진을 향해 걸어갔다."어젯밤에 그렇게 말했는데 뭐 하는 거예요!" 강진은 성빈을 질책했다. "모든 사람에게 알리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시준 씨는 뭐가 돼요? 정말 실망스럽네요!"성빈은 휴대폰을 들고 얼굴에 난 상처를 확인했다.강진의 핀잔에 그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싸우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는 억울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어젯밤 일을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부었어요. 상처부터 치료해요.""같이 가지 않을래요?" 성빈이 실망스럽게 말했다."쌤통이네요. 전 같이 안 갈게요." 말을 마친 강진은 몸을 돌려 박시준의 사무실로 걸어갔다.성빈은 한숨을 내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조지운이 빠르게 그를 쫓아갔다.조지운도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함께 가서 치료하려는 것이었다.엘
진아연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자신에 대한 성빈의 태도 변화를 민감하게 느꼈다.예전에 성빈은 그녀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지만 조금 전 통화에선 성빈이 그녀와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은 것 같았고 그녀를 경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가 어젯밤에 시저 호텔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그런건가?그러나 그녀는 호텔에 가서 아무것도하지 않았는데 성빈이 왜 화를 내는 걸까?그녀가 호텔에 혼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어제 호텔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그녀는 아직도 도둑이 왜 그녀를 호텔로 부른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도둑은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수면 약을 조금 먹여 잠시 잠들게 했을 뿐이었다.그녀는 어젯밤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복용량이 많지 않아 그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ST그룹.강진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와 박시준 앞에 놓았다."시준 씨, 방금 성빈 씨랑 얘기해봤어." 강진이 말했다. "시준 씨가 진아연과 함께 있으면서 얻는 거에 비해 너무 많은 걸 헌신한다고 생각하나 봐. 거기다가 업무에 영향을 준 적도 종종 있었잖아...""그런 이유가 아닐 거야." 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반박했다. "갑자기 진아연이 싫다고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강진은 박시준의 의심으로 가득한 잘생긴 얼굴을 보니 조금 무서웠다.이 남자는 언제나 고도의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으니그를 속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어젯밤에 같이 식사 자리에 나갔지?" 박시준이 예리한 눈빛으로 강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 어제 속이 안 좋아서 도와달라고 했어." 강진이 말했다. "어젯밤 우리 둘 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아무 일도 없었어?" 박시준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아니... 시준 씨, 먼저 일해! 둘 다 진정하고 나중에 대화로 풀어." 강진은 그가 낌새를 알아차릴까 두려워 화제를 바꿨다. "참, 나나의 부상이 거의 나았어. 내일 출근하라고 할게."박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