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그런 라엘의 귀엽고 통통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름을 그렇게 부르다니. 예의가 없네."라엘이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엄마가 뭐라고 했어?" 박시준은 차분하게 그녀를 타일렀다.라엘의 행동에도 그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라엘이 이렇게 어린데 알면 얼마나 알까?하지만 그녀가 아는 모든 것들은 어른들을 통해 알게 된 거겠지."아니요! 엄마는 절대 뒤에서 다른 사람을 욕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라엘이는 혹시나 그 말을 한 사실이 오빠라는 걸 들킬까 봐 똑똑하게 말을 돌렸다. "그, 근데 뭘 만드는 거예요?""갈비찜." 박시준은 라엘에게 간장에 절인 돼지갈비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걸 네 엄마가 가장 좋아하거든. 라엘이는 먹고 싶은 거 없어? 만들어줄게."라엘이는 바로 대답했다. "초콜릿이요! 아니, 고기도 먹고 싶어요! 초콜릿을 고기 안에 넣을 수 있어요?! 근데 엄마가 알면 큰일 나요!"박시준은 곰곰이 생각했다. "음, 당연히 만들어 줄 수 있지. 근데 그전에... 오빠는 뭘 좋아하지는 말해줄래?"라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음, 오빠는 채소를 좋아해요. 하지만 아저씨가 만든 건 절대 안 먹을 거예요. 오빠가 아저씨가 제일 밉다고 했거든요!"박시준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라엘이 부엌을 떠난 뒤, 조지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그렇게까지 저자세일 필요가 있습니까?"진아연의 발을 씻기질 않나, 그녀의 집에까지 와서 요리를 하질 않나ㅡ 지금 눈 앞에 있는 분이 자신의 대표님인지 의심스러웠다.발을 씻겨주는 것이 연인 사이의 사랑이라 친다면 대체 이렇게 직접 요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마이크를 위해 요리를 하러 왔다면 너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박시준은 조용히 그를 놀렸다.조지운: "그건 다르죠. 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걸요."박시준: "나는 진아연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조지운: "..."그가 이겼다.점심.진아연은 박시준이 그녀를
그녀가 떠난 뒤, 여소정은 당황해하며 물었다. "내, 내가 뭐 실수했나?"성빈은 진지하게 말했다. "시준이가 심윤에게 준 4,000억. 설마 모르는 거 아니겠죠. 물론 시준이가 아연 씨에게 그 정도를 못 주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다시 상기시킬 필요는 없었죠.""당신이 심윤이라는 여자를 언급만 하지 않았어도 됐잖아요.""제발 이번에도 심윤 씨 때문에 두 사람이 싸우질 않길." 그리고 성빈은 말했다. "전 여친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아요.""그건 그렇지만! 더군다나 아연이가 지금 임신 중이라 감정이 얼마나 불안한데요... 그래도 박시준의 부탁을 들어줬고, 이것만 봐도 박시준 씨에게 어느 정도 기회가 있다는 게 아닐까요!" 여소정은 자신의 친구인 아연이의 마음을 조금도 예상하기 어려웠다."그건 당사자들만 아는 거겠죠." 성빈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친구의 자격으로 그저 조용히 지켜만 보자고요."...2층.진아연은 창문으로 가득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하며 침실 문을 열었고, 그녀의 시선은 침대에 머물렀다.박시준은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아래층 소리가 시끄러울 만도 했었을 텐데, 많이 피곤한 듯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사실 그를 이렇게 집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그녀를 위해 많은 돈을 쓴 것도 아니고, 그녀의 발을 씻겨준 이유도 아니었다. 그가 지뢰밭에서 그녀를 찾기 위해 주저하지 않았던 점이었다.자신의 목숨보다 그녀를 위하는 남자, 아무리 바보 같은 여자라도 그런 감정을 계속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그래서 그녀의 기분은 계속 복잡해져만 갔다.그녀와 박시준 사이에는 이미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로 뒤섞여 있었다.그녀는 침대 가장 자리에 앉았지만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켜서 몇 번 탭 하더니 실수로 사진 한 장을 탭 하였다!사진 속 남자는 상반신에 옷을 걸치지 않은 채로, 비키니를 입고 있는 여자를 다정하게 껴안고 있었다!그리고... 그 여자와 남자는 그녀가 아는 사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잠에서 깬 그의 두 눈에 가득 담긴 눈물과 불안한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박시준... 씨..." 당황한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대체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녀가 묻기도 전에 그의 큰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그녀는 그의 팔에 몸을 기대며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들의 얼굴을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져 있었고 매우 가까웠다.가까워진 그의 눈에서 그의 감정을 확실하게 느꼈다."시준 씨,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그의 상태가 걱정되었고, 목소리는 무의식중에 걱정이 가득 담겼다."네가... 날 떠나는 꿈을 꿨어." 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남자랑... 같이. 날 떠났어..."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 역시 그가 심윤과 함께 있을 때, 그와 심윤이 매번 결혼하는 꿈을 꿨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굳이 그런 사실까지 말해 걱정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현실이 아닌 꿈이에요."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다른 남자와 제발 함께 있지 마."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큰 손바닥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꽉 잡았다."난 다른 남자와 함께 있지 않아요." 그가 손을 너무 세게 잡은 나머지 조금 아팠다.하지만 그녀는 손을 빼려고 하지 않았다.만약 손을 빼려고 했다면 더욱더 세게 붙잡았을 것이다."맹세해." 그는 그녀가 도망칠까 두려워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침묵 후, 그녀는 말했다. "나한테는 이렇게 말해놓고... 당신이 다른 여자와 함께라면...?""난 너란 여자 말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 그는 깊은 눈동자에 그녀를 가득 담으며 말했다. "나 말고는... 다른 남자랑 절대 같이 있지 마.""박시준 씨, 어떤 남자와도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제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을 뿐이에요."아이라는 말에 그의 눈은 점점 고통스럽게 일
"알았어... 오빠! 가서 시은이랑 놀자!" 라엘은 한이를 끌고 시은이를 향해 걸어갔다. "시은이가 우릴 데리고 밖에 나가서 놀겠대! 경호원에게 운전을 시켜 우릴 데리고 나갈 거래!"오후 5시.박시준은 진아연을 부축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두 사람의 훈훈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모두가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1시간이면 충분한 낮잠이기에 2시간은 너무 길었다.그러나 둘은 오후 내내 위층에서 쉬었다.성인 두 명이 과연 오후 내내 잠만 잘 수 있을까?두 사람이 한 행동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포커는?" 그들의 시선에 얼굴을 빨개진 진아연은 아무 얘기나 꺼냈다."4시쯤에 끝났어. 그러고는 지운 오빠를 도와 요리하고 있었지! 정말 위층에서 자고 있어서 아무 소리도 못 들은 거야?" 여소정은 의심스러워했다.아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정말 자고 있었지. 그게 아니면 뭐 했을 거 같아?""하하하!" 소정은 웃으며 그녀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고, 이어 박시준에게 말했다. "박 대표님, 빨리 시은이에게 전화해 돌아와 밥 먹으라고 하세요! 시은이가 오후에 꼬맹이들을 데리고 나간 후로 아직 안 왔어요."박시준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시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사이 여소정은 진아연을 끌고 밖에 나와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진아연, 너 솔직히 말해. 둘이 화해했지?! 맞지?"소정의 심정은 조금 복잡했다.전에 박시준이 심윤과 사귀고 있을 때 그녀는 진아연을 도와 이 더러운 남자를 처치해 버리고 싶었다.그런데 지금은 이 쓰레기가 개과천선한 것을 보니,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쉽게 기회를 내주는 것 같기도 했다."화해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지. 다시 한 가족이 되는 걸 의미한다면 아니야." 진아연은 아이들이 돌아왔나 확인하려고 마당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알았어! 재혼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사귀는 사이인 거잖아?""그것도 아니야." 진아연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내 생각에는 우린 그
저녁 식사 후 라엘이는 피곤한 얼굴로 진아연의 손을 잡았다. "엄마, 나 졸려요... 가서 목욕할래요..."가정부가 즉시 와서 도와주려고 했다.라엘이는 졸려서 짜증이 부렸다: "엄마가 씻겨줘요..."여소정이 웃으며 다가왔다. "라엘아, 얼마 뒤면 네 엄마의 배가 더 커질 거야. 그러면 네가 목욕하는 걸 도와줄 수 없게 돼!"라엘은 멈칫하더니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아연의 평평한 배를 만졌다."그때 가면 네 엄마의 배는 적어도 이 정도는 될 거야." 소정은 아연의 배 앞에서 크기를 그려 보였다.겁먹은 라엘은 입을 쩍 벌렸고, 작은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소정은 라엘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며 아연에게 말했다. "아연아, 넌 쉬고 있어!"진아연은 안심이 되지 않아 따라가서 지켜보고 싶었다.박시준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나와.""왜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다. "시은이도 오늘 노느라 지쳤을 텐데, 그만 돌아가 봐요.""경호원이 데려갈 거야."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밖을 향해 걸었다 "산책하러 가자."곧 여름인지라, 날이 점점 길어졌고,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밖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매우 편안했다.그는 오후에 긴 잠을 잤으니 그녀는 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녀와 함께 밖에 나가고 싶었다.그녀는 그가 별장 단지 근처에서 산책하려는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그가 차 문을 열었다."산책한다면서요? 어디로 가고 싶은 거예요?" 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었다."쇼핑하러 가자." 그의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그가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아마도 그녀를 즐겁게 해주려고 쇼핑하기로 한 것 같았다.하지만 그래도 먼저 그녀와 의논해야 하는 거 아닌가?"당신 좀 수상하네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의 몸은 차에 타고 있었다.그가 차에 오른 후 그녀가 물었다. "어디로 갈 건데요? 나 지금 임신해서 너무 오래 걸을 수 없어요.""알아." 그는 그녀가 지금 임
from 진아연: 내가 지금 혼자 몸이 아니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from 여소정: 하하하! 너한테 뭘 사줬어? 사진 찍어 보내 봐!진아연은 오늘 밤의 전리품을 사진 찍어 보냈다.사진을 본 소정은 전화를 걸어왔다. "주얼리까지 샀어? 하하하,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주얼리 사주기 좋아하나 봐!"진아연은 이마를 짚었다. "다 목적이 있는 거야.""무슨 목적?" 여소정은 어안이 벙벙했다."다음 주 월요일 행사 때문에." 진아연은 오늘 밤 남자의 속 좁은 일면을 알 수 있었다.주얼리와 옷, 아연은 처음에 거부했다.그러나 그는 기어코 사겠다고 했다.그녀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대라고 하자,그는 이유를 말했다.전에 그녀가 김세연과 함께 계약식에 나올 때 두 사람이 입었던 흰색 스웨터 때문에 커플룩으로 오해받았고, 김세연의 목걸이까지 착용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아직 박시준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오늘 밤 박시준이 그녀를 데리고 쇼핑하면서 그녀에게 골라준 드레스와 그가 산 옷은 커플룩이었다.그녀에게 사준 주얼리는 아주 예쁜 보석 목걸이였다.그 보석의 색은 또한 그가 고른 커프스 버튼과도 똑같았다!그녀와 함께 커플룩을 입고 싶어 했을 뿐만 아니라 주얼리도 커플로 맞추려고 했던 것이다.그 이유는 다음 주 월요일에 진명그룹, ST그룹과 국경 수비대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여소정은 진아연의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왜 전에는 박시준이 이런 속내를 가진 사람인 걸 발견하지 못했을까? 커플룩 맞추는 거 그냥 거부하지 그랬어? 네가 거절하면 분명 더 큰일을 만들어 낼 텐데!"진아연: "이번에 국경 수비대에 기부한 건 그래도 국가와 국민에게 다 이득이 되는 좋은 일이잖아. 난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그쪽과의 협력에 영향 주고 싶지 않아."여소정: "하하하하! 개 웃겨! 연애하더니 무슨 애국심을 불태우고 있어... 정부에서 너희들에게 올해의 커플 상 같은 거 줘야 하는데."진아연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재
"아연아, 왜 아무 말 없어?" 여소정이 궁금해했다. "혹시 심윤이가 가졌던 아이가 박시준의 아이가 아닐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방에 바로 임신할 확률은 높지 않잖아! 게다가 심윤이 쓰레기 중 쓰레기인 박우진과 사귀는 걸 보면 그년도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잖아!"진아연은 마음이 쥐어짜듯 아팠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정말 사귀고 있는 건지도 확실하지 않아... 소정아, 나 조금 졸려...""그래, 그럼 빨리 쉬어." 여소정이 말했다.진아연은 전화를 끊고 창밖의 어두운 밤하늘 우두커니 바라보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박시준이 심윤과 사귈 때 다른 커플들과 같았을 거라고 생각해왔다.심윤이 가진 아이가 그들이 수많은 밤에 걸쳐 얻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었다.너무 가소로웠다!과거 그녀가 박시준에 대한 증오와 원한의 대부분은 심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녀는 그를 미워했고 원망했으며 심지어 자기 손으로 그를 죽이고 싶었다.그가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귀에 담지 않았다.그가 무엇을 하든,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질 뿐이었다!질투와 원한에 눈이 먼 그녀는 그를 적으로 삼았다.수없이 그를 만난 것을 후회했고, 수없이 잠 못 이루는 밤에 그를 저주했다.그런데 지금 진실이 그녀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파 터질 것만 같았다.그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쓰레기가 아니었고, 양다리를 걸치는 망나니도 아니었다.그에게 했던 험한 말과 그에게 상처를 주었던 행동이 그녀를 너무나도 부끄럽게 만들었다!한참을 울다가 그녀는 침대에 누워 넋을 잃은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모든 감정이 제자리에 돌아왔고, 그녀의 생각은 점차 명석해졌다.생각해 보니 심윤이 유산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배 속의 아이가 박시준의 자식이 아니기 때문.그래서 그녀는 감히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정말 악랄하기 짝이 없는 여자구나!유산하던 날에도 그렇게 멋진 쇼를 하다니...여기까지 생각하니 진아연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박시준, 조지운과 성빈은 오전에 온 후 아직 떠나지 않았다.그들은 진명그룹을 시찰했다.시찰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왕은지 마케팅 고수네." 성빈은 휴대폰을 들고 뉴스를 읽고 있었다. "근데 우리를 상대로 골랐으니, 벽에 부딪힌 셈이지.""그래도 매출은 좋던데." 조지운이 말했다. "중소 도시의 잠재력은 크니까.""가격이 싸기 때문이지! 하지만 결국은 밑지면서 호평을 사는 거야. 많이 팔수록 더 많이 손해 보지... 원래는 빨리 시장을 점유하고 진명그룹을 무너뜨려 시장을 독점한 뒤 가격을 올릴 생각이었겠지." 성빈이 분석했다. "그쪽도 이미 진명그룹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거야. 지금쯤 다른 전략을 생각하고 있을걸.""원가절감을 할까? 아니면 중저가 시장을 선점한 후에 계속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일까?" 조지운이 말을 받았다. "나중에는 융자해서 상장하고?""다 있겠지. 그래도 아직 그들에게 낙관적인 투자자들이 많이 있더라고." 성빈은 웃으며 말했다. "왕은지는 그래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아주 뛰어난 거야."진아연은 메뉴를 들고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귀를 세우고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그녀가 딴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박시준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왕은지 걱정은 하지 마. 널 어찌할 수 없으니까."그녀는 볼이 뜨거웠다. "그 사람 때문에 걱정하는 거 아니거든요. 오렌지 주스 마실까 수박 주스를 마실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둘 다 시켜.""그러죠..." 주문을 마친 뒤 아연은 메뉴판을 시준에게 건넸다."아연 씨, 이제 임신 3개월이 넘었는데, 느낌이 어때요?" 성빈은 화제를 그녀에게로 돌렸다."아주 가끔 메스꺼움이 있는 거 빼고는 특별한 느낌이 없어요." 이번 임신은 처음보다 수월했다."그러면 됐어요. 집에 낮에만 일하는 가정부가 있죠? 이제 배가 더 불면 밤낮 계속 있는 가정부를 찾는 게 좋겠죠? 마이크도 결국 남자라서, 무슨 일이 생겨도 도와주기 쉽지 않을 수 있으니까..."박시준은 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