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에 진아연이 아이 출산하는 것을 못 막을 것 같으면, 진아연을 이길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심윤은 왕은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제게 투자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시고요!"왕은지는 의아해했다. "심윤 씨가 박시준한테 돈까지 받아낼 수 있어요?"심윤은 자신만만한 듯이 턱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요, 적어도 2,000억은 더 받아낼 수 있어요."왕은지: "걱정하지 마세요! 진아연 뱃속에 그 아이, 절대 무사히 태어나도록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그날 저녁.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진아연은 집 앞에 주차한 차 한 대를 봤다.집에 손님이 온 건가?진아연은 자기 차를 주차하고는 차에서 내렸다.별장 정문으로 두 아이와 시은이가 걸어 나왔다."엄마!" 라엘이가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마이크는 라엘이 진아연에게 달려가기 전에 라엘이를 안아 올렸다."시은이가 왜 여기 있지?" 마이크는 의아했다.시은은 그들에게 다가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연아, 나 먼저 집에 갈게!" 라고 하고는 떠났다.진아연은 라엘을 바라보았다. "라엘아, 시은이 언제 왔어?""오빠랑 저 학교서 집에 도착했을 때 시은이가 이미 집 앞에 와 있었어요." 라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시은이가 오빠한테 비밀이라고 하고 전 못 듣게 했어요."라엘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한쪽에 서 있는 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비밀?한이랑 시은이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길래?"아연아, 배고프다고 했지? 얼른 밥 먹자!" 마이크는 라엘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한이는 시은과의 비밀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고 진아연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진아연은 아들을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다음날.전국 어린이 프로그래밍 대회 결승전이 시립 과학관에서 개최되었다.전국에서 온 60여 명의 영재들이 이곳에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할 예정이었다.관중석에 앉은 시은은 계속 한이가 있는 쪽만 바라보았다.한이는 시은의 추천에 이 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선생님이 만약에 이 대
ST그룹.박시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았다."박 대표님, 시은 아가씨께서 오늘 진지한을 데리고 전국 어린이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갔습니다." 전화 반대편에서는 시은의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경호원은 다시 한번 반복해 말한 후 "시은 아가씨께서 대표님께는 비밀로 하라고 하셨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근데 지금 왜 저한테 말하는 거죠?" 박시준은 미간을 문지르며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경호원: "방금 진지한이 대회에서 우승했는데요. 아가씨께서 너무 좋아서 무대에 뛰어 올라가셨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아가씨를 알아봐서 현장이 좀 시끄러웠습니다. 다행히 시은 아가씨께서 다치시지는 않았지만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박시준이 듣기에 이 기이한 사건은 마치 지어낸 것만 같았다.시은이가 왜 진지한을 데리고 어린이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간 거지?진지한은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낯선 사람을 꺼려 하는 아이이고, 대회 같은 데에 나갈 녀석이 아닌데, 무슨 바람이 불어 나간 거지?"거기 위치 보내 주세요!" 박시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과학관 근처 한 공원.진지한은 걷다 지쳐서 길가 벤치에 앉았다.시은은 진지한의 트로피를 꼭 안고 그의 옆에 앉았다."한이야, 미안해." 시은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지한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를 영재반에 보내고 싶어서 이번 대회에 나가라고 한 건데."한이는 화를 내며 시은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영재반에 왜 가야 되는데요?""선생님이 그랬어, 영재반에는 다 최고로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고. 나는 한이가 영재반에 들어가면 좋아할 것 같았어." 시은은 자기의 생각을 최대한 한이에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다. "거기에는 다 한이랑 같은 사람들이 모였거든. 나라면 나 같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한이는 시은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으나 시은의 간절함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박시준을 보는 순간, 한이는 온몸의 피가 갑자기 차가워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엄마가 이 사람을 멀리하라고 했다!한이는 두말없이 바로 자리를 떠났다."진지한!" 박시준은 마치 역귀라도 본 듯 도망가는 한이를 보고 바로 그를 불렀다.한이는 발걸음을 늦췄지만 멈추지는 않았다.이를 본 박시준은 재빨리 한이에게로 다가갔다."진지한, 너 왜 혼자 여기에 있어? 시은이는?" 박시준은 한이를 막아섰다."가까이 오지 말아요!" 진지한은 박시준과 말을 섞고 싶지도 않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기억하죠? 아직 저한테 소원 하나 남아있잖아요! 지금 그 소원을 쓸게요 -- 저한테서 떨어져 줘요! 영원히 가까이하지도 말고요!"박시준은 한이의 화난 작은 얼굴을 보며 괜한 짜증이 밀려왔다.박시준은 진지한과의 관계에 있어 이렇게까지 되고 싶지는 않았다.진지한과의 관계가 완전히 깨질 경우, 그와 진아연의 관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만약에 그때 진지한의 목을 졸라 하마터면 애를 죽일 뻔하지 않았다면 진아연도 굳이 그를 집에 발도 못 들여놓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사과할게." 박시준은 결국 타협하기로 했다. "미안해."갑작스러운 박시준의 사과에 한이는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박시준같이 교만한 사람이 자기한테 사과를 하다니?"미안하든 말든요!" 한이는 박시준의 사과를 무시해 버렸다.결국 두 사람의 대화는 이대로 끊겼고 한이도 가방을 메고 공원 입구로 향했다.박시준은 한이가 걱정돼 그의 뒤를 따라가 "내가 데려다줄게." 라고 했다."싫어요!" 한이는 날카롭게 거절했다.박시준은 한이의 거절을 무시하고 그를 안아 올렸다. "내가 데라다 준다면 데려다주는 거야! 거절하고 싶어도 안돼! 걱정 마, 널 집에 내려놓고 바로 갈 테니까!"진명그룹.진아연의 사무실 문이 열렸다마이크는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진아연은 밖으로 끌어냈다."왜 그래?" 진아연은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큰일 났어!" 마이크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내가 오늘 뉴스
약 30분 후, 진아연이 집에 도착했다.진아연은 신발도 갈아 신지 못한 채 방으로 서둘러 뛰어 들어가 박시준에게 물었다. "한이는요? 왜 혼자예요?"박시준이 답을 하려고 하는 순간, 진아연은 그의 옷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옷은 또 왜 그래요?"박시준의 셔츠는 쭈굴쭈굴 구겨져 있었다. 진아연은 구겨진 주름을 따라 셔츠 뒤를 봤더니, 등 쪽에는 찢어진 옷과 물어뜯은 자국이 보였다.찢어진 셔츠 안으로는 피범벅인 피부가 보였다.피는 멈췄지만, 많이 아플 거라고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한이가 물어뜯은 거예요?" 진아연은 다가가 박시준을 올려다보았다."내가 물릴 짓을 했어." 박시준은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한이 지금 방에 있어.""네, 잠깐 가 볼게요, 여기서 기다려요." 그리고 진아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마이크는 성큼섬큼 박시준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를 살펴보고 한숨을 쉬었다. "참 우리 한이 형이 이거 하나는 최고네요! 봐봐요, 뭐 개한테 물린 것 같은걸요?"박시준은 뒤를 돌아 마이크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마이크 씨, 진지한 제 아들 맞죠?"마이크는 표정이 굳었다. 잠깐 몇 초 동안 멍하다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뭔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박시준 씨랑 아연의 첫아이 그때 이미 지웠잖아요? 한이는 아연이가 입양한 아이에요! 아니면 입양 증명서라도 보여줄까요?"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입양 증명서를 보여주세요."마이크: "???"박시준: "왜요?"마이크는 제발 저린 듯 얼굴이 빨개졌다. "입양 증명서가 저한테는 없죠! 보고 싶으면 아연이한테 달라고 그래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왜냐면 박시준 씨가 아연이한테 한이 얘기를 하면 아연이가 분명히 그날 박시준 씨가 한이를 목 졸라 죽일 뻔했던 일을 떠올릴 거기 때문에요."박시준: "저 오늘 한이에게 사과했어요.""사과하면 뭐해요?" 마이크는 이번 기회에 박시준을 한번 떠보기로 했다. "한이가 박시준 씨 아들이라고 쳐요, 그런데 아빠가 자기한테
"이제 옷 입어도 돼요." 진아연은 상처를 다 처리하고는 차갑게 말했다.박시준은 티셔츠를 입고 진아연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물어봐도 되지?""뭘 그리 알고 싶은데요?" 진아연은 표정도 냉랭했고 말투도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한이가 당신을 싫어하니까, 다음에는 한이 건드리지 말아요. 오늘 같은 상황이 또 생기면 그땐 바로 제게 전화하면 돼요."박시준의 머릿속은 하얗게 텅텅 비었다.자업자득이 맞았다.그는 더러워진 옷을 집어 들고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마음이 급한 진아연은 한 발 내딛이며 물었다. "뭘 물어보려고 그래요?"박시준은 진아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보기엔 시은이 계속 치료받을 필요가 있어? 좀 걱정이 돼서 그래, 계속 이렇게 치료를 하면 치료로 보는 효과보다 시은한테 가해지는 피해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서."진아연은 약간 어리둥절했다.박시준이 한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시은 씨의 주치의가 심윤 그 여자 아니에요?" 심윤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진아연이 또다시 이성이 흔들렸다. "뭐 심윤한테 맡겼고, 거액의 치료비도 줬고 했으니, 그 여자 말만 들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박시준도 자기의 질문이 진아연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를 줄은 몰랐다."진아연, 다시는 시은이 병 치료 때문에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목젖을 굴리며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었다.하지만 진아연은 그의 눈으로부터 실망감과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당신이 정말 진심으로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라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아연은 박시준은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속일 거면 평생 속이든가요! 제가 알고 싶을 때 얘기 안 해주잖아요, 나중에 저한테 얘기하고 싶어도 그땐 저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박시준은 셔츠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고는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다.진아연도 이젠 박시준과 시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았다.박시준은 자기가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
다음날 아침 일곱 시.스타팰리스 별장, 진아연의 집의 초인종이 갑자기 울렸다.진아연은 잠옷 차림으로 안방에서 나와 입구 쪽으로 갔다. 진아연은 인터폰으로 여소정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바로 문을 열어줬다.결혼식을 금방 마친 여소정은 하준기와 해외 신혼여행을 떠났었다.여소정은 진아연에게 한 달 동안 나가서 놀고 싶다고 했었다.그런데 이제 막 2주 좀 넘었는데, 왜 벌써 돌아왔지?"아연아, 너 몸 정말 괜찮은 거니?" 여소정은 두 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들어왔다."응, 괜찮아. 벌써 출근도 하고 있어." 진아연은 소정에게 실내화를 건네주며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여소정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분이 별로여서! 가기 전에 분명히 그랬거든, 신혼여행인 만큼 가서 마음 놓고 실컷 놀다 오자고, 그런데 하준기 이 인간이 하루에 뭔 전화를 20 개 넘게 받고 난리야, 솔직히 나 그냥 이혼할까 해."진아연은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며 위로해 주었다. "진정 좀 해, 준기 씨가 이제 막 가족 사업을 물려받아 시작하는 거잖아, 여유를 좀 줘.""흥, 내가 여유을 안 준 것도 아니고, 결국은 자기가 업무 능력이 딸려서 그런 거 아니야, 아직까지도 일이라 하면 막 허겁지겁하고 그래." 여소정은 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난 가끔 너희들 같이 일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워...""나도 야근 자주 해." 진아연은 여소정 옆에 다가가 앉았다. "가끔은 회사에서 다 못해서 집에 와서까지 일을 한다니까. 사업 막 시작했을 때, 마이크랑 엄청 자주 일하느라 밤 두세 시까지 못 자고 그랬어."진아연의 위로에 여소정은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해졌다."아연아, 위로라도 고마워. 하준기가 그러는데 내가 가끔 억지 부린대. 실 틀린 말은 아니지, 그치?""준기 씨가 진짜 그래?" 진아연은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응, 하루 종일 빈둥빈둥 놀기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일을 방해하기까지 한 대. 그러고는 너한테 좀 배우라고 하더라고, 네가
경호원: "그럼 그때 그 의사 선생님을 불러서 확인해 봅시다!"원장님: "말씀하시는 그 의사 선생님 성함 혹시 기억하세요?"경호원: "제가 그걸 어떻게 기억합니까! 그날 모자에 마스크에 이름이 아니라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보지 못했습니다!"원장님: "그러시면 제가 이따가 저희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한테 한 명, 한 명 확인해 볼게요. 진 아가씨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박시준은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얻었다.진아연은 그 당시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진지한 그 아이가 박시준의 아들이 틀림없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다더라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이미 한이한테 상처를 줬고, 한이도 박시준을 용서하지는 않을 것이다.진아연도 처음부터 아이에 관한 사실을 박시준한테 말할 의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박시준의 편에 설 가능성도 없을 것이다.박시준은 이 모든 것이 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탓도 진아연에게 돌리지 않았다.5년 전에 박시준은 분명히 말했었다, 만약에 진아연이 두 사람의 아이를 가졌을 경우, 그가 직접 자기 손으로 아이를 죽여 버린다고.그리고 5년 후, 박시준은 정말 그 말대로 두 사람의 아이를 죽일 뻔했었다.박시준의 붉어진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차에 탄 박시준은 액셀을 힘껏 밟아 출발을 했다.박시준의 차는 스타팰리스 별장 앞에서 멈췄다.차에서 내린 박시준은 진아연에 집 앞으로 향했다.빨간 BMW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여소정의 차인 것 같았다.박시준은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여소정이 라엘을 데리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아연이 만나러 오셨어요? 지금 집에 없는데." 여소정은 문밖에 서 있는 박시준에게 말했다.박시준의 시선은 라엘의 작은 얼굴을 향했다."라엘이 오늘 학교 안 갔네." 박시준은 많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라엘은 바로 여소정의 뒤로 몸을 숨기고 소심하게 박시준을 바라보았다."라엘이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학교에 안 보냈어요." 여소정은 오늘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라엘은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여소정은 바로 라엘을 안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라엘아, 괜찮아! 이모가 지금 바로 구급차 부를 테니까!" 여소정은 라엘은 소파에 앉히고, 서둘러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했다.라엘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 아빠 죽었어요? 흑흑흑... 아빠는 제가 아빠 딸인 줄도 모르는데! 흑흑흑..."여소정은 한 손으로 전화를 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범벅인 라엘은 끌어와 안았다.전화가 걸리자 여소정은 바로 주소를 부르고 전화를 끊었다."라엘아, 방안에 잠시 있어 봐. 이모가 나가보고 금방 올게." 여소정은 라엘을 안정시키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서대.진아연은 아침에 서대 부총장의 전화를 받고 한이를 데리고 서대에 와 있었다.한이가 어제 전국 어린이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비록 한이가 가장 어린 참가자는 아니었지만, 최종 결승전에 올라간 아이들 중에서는 한이의 나이가 가장 어렸다.거기에 우승까지 한 것이었다."한이가 예선 없이 결승전에 참가한 건 규칙에 어긋나지만, 저희 대회의 취지가 영재 발굴이 아니겠습니까. 한이 같은 영재를 위해서라면 규칙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부총장은 얼굴에 미소가 지지 않았다. "진 아가씨, 한이를 저희 학교 영재반에 보내지 않으시겠습니까?"진아연은 영재반에 대한 소개를 이미 자세히 들었다.서대 영재반 출신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사회의 엘리트 아니면 나라의 핵심이 되었다.당연히 진아연은 한이가 영재반에 들어가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한이야, 한번 해 볼래?"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아들의 생각을 물어봤다."엄마, 전 엄마 말에 따를게요.""한이야, 엄마가 계속 너에게 어울리는 곳을 찾아주고 싶어. 그래서 엄마는 네가 다양한 환경을 접해 봤으면 해, 그래야 네가 가장 맞는 걸 찾을 수 있어." 진아연은 자신에 대한 아들의 믿음을 저버리기 싫어서 자기의 생각을 그대로 말해줬다."진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