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성묘하러 가야 하나?"가고 싶으면 가도 돼. 난 안 갈 거야." 한이는 차가운 얼굴로 말을 끝낸 후 교실로 돌아갔다."오빠... 흥... 나 엄마 보고 싶어... 엄마는 언제 돌아와?" 라엘은 뒤따라가면서 한이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엄마는 곧 돌아올 거야." 한이는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박시준은 이제 죽었고 엄마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마이크는 성심병원으로 가 진아연을 위정에게 부탁했다.위정을 본 진아연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 "박시준 씨는 어느 병원에 있어요?"위정: "종합 병원에 있어. 들은 바로는 지금 수술 중이라는데 걱정하지 마."위정은 진아연을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잠시 후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위정에게 물었다. "위정 선배, 방금 죽지 않았다고 했어요?"위정은 한숨을 쉬었다. "쇼크가 한 번 있었다고 들었지만 빠른 처치로 구해냈고 지금 계속 치료 중이야."소식을 들은 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위정은 진아연을 응급실로 데려와 가위로 그녀의 바지를 잘랐다.거즈는 이미 핏물로 물들여 완전히 빨갛게 되었다."아연아, 상처가 다 벌어졌는데 왜 그냥 놔둔 거야?" 위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다리의 거즈를 빼냈다.진아연은 가볍게 말을 이었다. "별로 아프지 않았어요.""별로 아프지 않아도 이대로 놔두면 감염될 수 있어! 물론 마이크가 너를 일찍 데려와 다행이지." 위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마이크는 문 앞에 서서 조지운에게 연락했다.그래도 조지운에게 박시준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지운은 연락받지 않았다."헐, 이 자식이 감히 나를 차단해!" 마이크는 핸드폰을 넣어두고 응급실로 들어갔다.피범벅이 된 진아연의 상처를 본 마이크는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진아연! 다리는 왜 이렇게 된 거야? 설마 절단해야 하는 거야?!"진아연은 마이크의 외침에 오히려 차분해졌다."아주 그냥 다리를 절단해야 속이 시원하지?""다리가 이 지경이 됐
변호사는 성빈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 "박 부인께서 돌아가신 후 유서의 수정을 부탁했어요."성빈: "그래요?"변호사: "전 술을 하지 않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 대표님의 상태가 좋아지면 최대한 빨리 알려주세요."성빈: "알겠어요. 그럼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성빈은 변호사를 보낸 후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은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잠에서 깬 진아연은 잠시 멍해졌다."진아연, 집에 가자! 방금 종합 병원에 가서 확인했는데 박시준 씨는 죽지 않았어. 지금 중환자실로 옮겨졌어. 언론도 참! 사람이 죽지도 않았는데 죽었다고 하지를 않나!" 마이크는 깨어난 진아연에게 말했다.마이크는 진아연을 부축해 몸을 일으켰고진아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지금 몇 시야?"마이크는 그녀를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 "8시 되가는데 배고프지?"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며칠 동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지 못했다.지금 그냥 맛있는 밥을 먹고, 시원하게 샤워한 후 자고 싶을 뿐이다.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머리는 아직도 어지러웠고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실컷 자고 싶었다."집에 밥도 해놨어. 집에 가서 밥 먹자! 아이들도 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어!" 마이크는 진아연을 안고 차에 태워 휠체어를 트렁크에 넣었다.30분 후, 차는 천천히 스타팰리스에 도착했다.진아연은 익숙한 환경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떠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사를 오가는 듯 했다.집에 돌아온 진아연은 혼란스러운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아이들은 그녀를 보자 바로 달려들었다."엄마!""엄마!"진아연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행복함과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너희가 너무 보고 싶었어.""엄마, 오빠와 저도 엄마 보고 싶었어요! 다리 아프지 않아요? 엄마, 어디 다친 거예요?" 라엘은 그녀의 다친 다리를 보며 물었다.진아연: "오른쪽 다리야.""아... 엄마, 집에서 편히 쉬세요, 뛰어다니지 말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 같아요."
성빈은 침대 옆에 서서 그한테 모든 상황을 알려줬다.그의 말을 들은 박시준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그럴 만도 한게죽을뻔했는데 이제 무엇이 두려울까?그가 죽으면 누군가 시은을 돌봐줄 것이다.잠시 후 의사가 들어와 그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박 대표님, 아직 제대로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 입원하셔서 비켜봐야 합니다. 치료 도중 불편함이 있으시면 저한테 바로 알려주세요."박시준은 그의 말에 눈을 감았다.성빈은 의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눴다."이제 생명에 지장이 없는 거죠?" 성빈은 바로 의사에게 물었다.의사: "치료할 의지만 문제가 없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박 대표님의 의지가 약하여 회복에 좋지 않다고 봅니다."성빈은 입술을 오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저도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한 시간 후, 성빈은 시은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돌아왔다."시은 아가씨, 오빠가 크게 다쳤거든요. 가서 위로해줄래요?"시은이는 눈을 깜박이며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무엇 때문에 다쳤어?""... 사랑의 상처라고 할까요!""사랑의 상처가 뭐야?""그건... 진아연 씨와 심하게 싸웠거든요. 시준이는 이 때문에 죽으려 하고 있어요. 아가씨께서 좀 말려주세요." 성빈은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시은이에게 알려줬다.하지만 시은이는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연이를 부르지 않은 거야? 오빠가 내 말은 안들을것 같은데."성빈: "이번에 두 사람 크게 싸워서 진아연 씨를 보려고 하지 않아요. 아가씨도 이제는 진아연 씨를 찾지 마세요. 이번의 일로 완전히 헤어졌다고 봐야 합니다!"시은이: "그럼 라엘과 한이도 만나면 안 돼?"성빈: "오빠가 곧 죽을 상황에 다른 일에 신경 쓰면 안되지 않을까요?"시은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죽지 않아? 성빈 오빠, 빨리 알려줘!"성빈은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시준이의 옆을 지키세요.""알겠어."잠에서 깨어난 박시준의 눈앞에는 시은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보
여소정은 진아연이 자기의 뜻을 오해할까 봐 급히 말했다. "아연아, 오든 안 오든 시준 씨의 일이겠지만 넌 와야 해! 나의 제일 친한 친구로서 너까지 안 오면 결혼도 안 할래."진아연: "알았어. 갈게."여소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리를 다쳤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때? 계속 연락하고 싶었는데... 시준 씨의 상태가 안 좋아 연락하지 못했어. 네 기분 안 좋을까 봐.""다리는 많이 좋아졌어.""그래. 내일 쇼핑하러 가자!""물론 다 낳지는 않았지만." 진아연은 다리의 상처를 바라봤다.거즈를 벗기고 눈앞에 드러난 흉터는 딱지가 앉았지만 매우 흉해 보였다.다행히 전에 롱스커트를 사서 상처를 가릴 수 있었다."그럼 내일 보자. 걱정하지 마. 너와 시준 씨에 대한 일은 물어보지 않을게." 여소정은 그녀에게 약속했다."그래."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기도 전에 여소정은 진아연을 찾아왔다.과일, 간식, 장난감, 새 옷뿐만 아니라 아침밥도 함께 가지고 왔다.진아연은 그런 모습에 놀랐다."소정아,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라엘이한테서 들었는데 내가 없을 때 매일 같이 놀아주고 장난감과 맛있는 것들을 사줬다며...""다 내가 도와야 할 일이야! 아이고! 상처는 왜 이렇게 커!" 여소정은 아침밥을 그녀에게 건네면서 치마 끝을 올렸다.진아연: "이제 아프지도 않아.""진짜 대단하다! 첫 연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여소정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장난감과 옷들을 아이들한테 건넸다."이제 둘 다 학교 가야 하는 거 아니야?""소정 이모, 오늘 결혼하면 안 돼요? 그럼 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 라엘은 책가방을 메면서 학교 가기 싫다고 투덜거렸다."라엘아,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거야?""전 엄마와 집에서 놀고 싶어요." 라엘은 솔직한 마음을 알렸다."라엘아, 엄마는 내일부터 출근해야 해." 진아연은 라엘에게 말했다."그래서 오늘은 유치원에 가기 싫어요. 소정 이모가 왔는데 그냥 같이 집에서 놀면 안 돼요
이때 진아연이 말한 손님이 찾아왔다.별장 앞에는 검은색 뷰익 비즈니스 차량이 서 있었다.차 문이 열리면서 경호원 두 명이 먼저 내려왔다.여소정은 밖의 광경을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누구야? 경호원들도 참 많네!"진아연은 소파에서 일어나 여소정의 곁에 다가왔다. "김세연."몇 달간의 재활 훈련 끝에 김세연은 드디어 일어설 수 있었다.그는 진아연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김세연은 단색의 흑백 운동복을 입고 캡 모자를 눌러써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언뜻 보면 전혀 그의 외모를 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늘씬한 키와 남다른 분위기는 일반인과 다르게 다른 품위를 보였다!"아연아, 나 소리 질러도 돼?!" 여소정은 흥분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진아연: "그러지 않는 게 좋을걸. 이웃이 경찰을 부를까 봐 걱정이네."여소정은 마음속의 충동을 참았다.김세연 일행은 경호원의 보호로 거실로 들어왔다.진아연을 본 김세연은 마스크를 벗지도 않고 먼저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아연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진 선생님이라고 부를 것까지 없어요.""진아연 씨, 고마워요." 김세연은 그녀를 놓고 모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햇빛은 그의 섬세한 얼굴을 비추었고 뽀얀 피부와, 나무랄 데 없는 외모는 사람들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모두 그의 뛰어난 외모에 정신을 잃었다.그는 사진 속의 모습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라엘은 작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다물 수 없는 작은 입에 넣었다.엄청 잘생긴 아저씨다!쓰레기 아빠보다 더 잘생겼어!아니지, 쓰레기 아빠와는 다른 스타일이네!그래도 라엘은 김세연처럼 섬세하고 세련된 젊은 남자가 좋았다."아저씨! 저는 라엘이라고 해요! 저는 진아연씨의 딸이에요! 전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라엘은 용기를 내어 김세연의 앞으로 달려갔다.김세연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이 때문에 놀랐지만 바로 라엘을 부드럽게 안았다.한이는 창피한지 바로
정오, 김세연은 진아연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떠났다."아연아, 일단 가서 쉬고 오후에 건강 검진받으러 가. 난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갈게. 어때? 6시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올게." 여소정은 밖의 맑은 날씨를 보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진아연은 당연히 반대하지 않았다."소정아, 널 너무 귀찮게 하는 거 아니야?"여소정: "귀찮을 게 뭐가 있어. 아이들이 아기들도 아니고 계속 안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 쯤이야 힘들지 않아!"진아연은 경호원에게 함께 가라고 지시했다.이들을 보낸 후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거실의 탁자에는 흰색 상자가 놓였다.상자는 김세연이 진아연에게 준선물이었다.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에게 행운을 주는 부적이라고 하는데 귀중한 물건도 아니니 행운을 바란다고 말했다.귀중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선물이라면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는 흰색 상자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침대에 앉자마자 마이크의 연락이 왔다."아연아, 약 2시간 후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 일단 낮잠 자고 있어." 마이크는 말하면서 급히 확인했다. "그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사람은 갔지? 혹시 안 갔으면 이제 갈 때도 되지 않았어?""그 사람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마. 매우 실력 있는 아티스트야. 오늘 신곡을 들어봤는데 꽤 괜찮아. 전에는 연애인한테 관심 없었는데 지금은 그의 매력 떄문에 진짜 팬이 된 것 같아." 진아연은 객관적인 태도를 보였다."나 진짜 소름 돋았어! 설마 사랑하는 거 아니지?""그냥 재능에 대해 높게 평가할 뿐이야.""그래. 근데 물론 진짜 그와 함께한다고 해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연애할 상대는 멋있거나 부자거나 뛰어난 재능이 있어야겠지... 김세연같은 경우는, 부정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잘생겼어. ""별일 없으면 끊을게." 진아연은 더는 이 주제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박시준과의 관계가 끝난 후 그녀는 연애하거나 새로운 결혼을 시작할
진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 밖에 나가 바람 좀 쐐고 싶어.""그래, 알았어. 다리가 아프면 아프다고 나한테 말해.""알았어.""아연아, 이렇게 귀찮은 일이 많을 줄 알았으면, 네가 귀국한다고 할 때 말렸을 거야." 마이크는 진아연을 차에 태웠다. "우리 B국에 있을 때 얼마나 잘 나갔어, 그땐 널 걱정한 적이 없었거든. 근데 봐봐, 너 네 나라에 돌아온 날부터 하루도 날 맘 편하게 한 날이 없어."진아연은 미안했다. "아니면 너 B국으로 돌아갈래?""내 말이 그런 뜻이 아니잖아!""알아, 그런 뜻이 아니란 걸. 하지만 지금 국내 업무 나 혼자로 충분해, 그니까, 너 생각해 봐, B국으로 돌아가는 걸...""갈 거면 나랑 같이 가.""싫어, 난 내 나라가 훨씬 더 좋아."마이크는 비웃듯이 말했다. "그럼 나도 안 가. 네가 어디에 있든 난 그 옆에 딱 붙어있을 거야.""나 때문이 아니고 조지운 때문이지?""여기서 왜 조지운이 나와? 나 그 인간 차단해 버렸어." 마이크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그 나쁜 새끼는 지 대표밖에 몰라."진아연: "미안해!""너가 왜 미안한데? 너 아니여도 나랑 걔 사이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해! 만약에 대표님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 전혀 변화가 없다면, 나도 받아들일 수 없어."두 사람은 백화점에 들어갔다.진아연은 수입산 간식을 조금 샀다. 그리고 쥬얼리 가게에 들어가 사무실 여직원들을 위해 금팔찌를 하나씩 골랐다."아연아, 귀찮지도 않아? 직원들 생일도 한 명, 한 명 다 체크하고..." 마이크는 진아연이 귀찮아 보였다.진아연: "넌 몰라, 직원들이 선물을 받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마이크: "현금으로 주면 더 좋아할텐데."진아연: "그래,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근데 난 가끔 돈으로만 행복을 맞바꾸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오늘 김세연의 선물은 진아연에게 이런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김세연이 현금을 준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행복했었다.선물을 다 사고, 마이크는 한
임신이다!검강검진 결과표에 나온 날짜로 추정을 해 봤을 때, 박시준이 자기 가슴에 칼을 꽂은 바로 그날밤에 임신이 된 것이었다.말도 안돼!지금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엉망인데, 이 상황에 임신이라니.한동안 진아연은 어떠한 말이나 표정으로도 지금 마음속의 충격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라엘과 한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슬프고 쓰렸다.그때는 박시준이 이혼을 하자고 할 때였다.하지만 지금의 진아연은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고, 아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혹은 세 명이라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능력이 되었었다.그런데, 임신 소식을 박시준한테 알려야 될까?어쨋든 박시준은 심윤이 유산을 한 이유를 전적으로 진아연에게 돌렸고 무조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비록 두 사람은 연락을 끊고 살고 있지만, 나중에라도 또 이 일 때문에 다시 귀찮게 하면 어떡할까라고 진아연은 고민에 빠졌다.마이크는 곁눈으로 진아연의 당황한 모습을 확인하고는 바로 다가가 진아연의 휴대폰을 보려 했다.하지만 진아연은 쏜살같이 전원 버튼을 눌러 휴대폰 화면을 껐다."너 검진 결과 괜찮은 거야? 표정 좀 걱정된다." 마이크는 진아연의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진아연은 보여주지 않았다."괜찮아... 빈혈이 조금 있대." 진아연은 괜히 핑계를 댔다. "맞다, 이따가 오후에 나 좀 볼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될 거 같아."진아연은 병원에 가서 다시 자세히 검사를 받아 임신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마이크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사적인 거야, 남의 사생활 일일히 캐묻는 거 아니야. 너가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사생활도 있잖아, 나 한번도 안 물어보잖아.""나 너한테 숨기는 사생활 같은 거 없어!""그래, 난 있어. 그래서 지금은 말해줄 수가 없어."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언제 말해줄 수 있는데?"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진아연은 먼저 나갔다."내가 말하고 싶을 때."마이크: "진아연, 너 나 몰래 박시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