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깼네?" 박시준이 비꼬았다.진아연은 침대에 누워 아픈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전화해서 깬 거잖아요? 무슨 일이에요?""진아연, 어젯밤 10시 30분에 네가 차를 몰고 나가는 걸 봤어. 그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간가야?" 그는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그 말을 들은 아연은 발로 침대 끝에 앉은 마이크를 차며 눈치를 주었다.그러고는 박시준의 질문에 대답했다."마이크가 밖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술집 주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계산하라고. 그래서 픽업하러 갔죠... 근데 이 자식이 주정 부리는 바람에 애들이 깰까 봐 근처 호텔에 왔는데요... 무슨 일이죠? 술 마시고 싶어요? 다음에 당신을 부르라고 할까요?"박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대답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그녀는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마이크 때문에 밤에 한숨도 못 잤는데... 아, 졸려. 다른 일 없으면 끊어요!"전화를 끊으려 하다가 그녀는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는 듯 물었다. "아 참, 시은이는 찾았나요?"마지막 한마디는 박시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추측과는 달리 시은을 병원으로 보낸 건 그녀가 아니었다.밤중에 집을 나간 게 술집에 간 거라니!게다가 호텔에서 마이크와 함께 방 잡고... 지금까지 잤다고?!"찾았어." 박시준은 이렇게 세 글자를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통화가 종료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아연의 연기를 멈추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마이크에게 다시 건넸다.마이크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너 왜 뻥친 거야?! 그리고 시은이... 또 실종됐어?!"진아연은 이불을 덮으며 눈을 감았고, 무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 "그래! 숨는 곳 하나는 기막히게 고르더라고. 하필이면 우리 집에 들어와 숨다니. 그것도 내 옷장 속에. 네 방 옷장이나 엄마 방 옷장에 숨었더라면 지금쯤 시체가 됐을 거야."어젯밤 진아연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호흡은 미약했다.더 늦게 발견했다면 그녀는
마이크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너 들통났구나!" 진아연은 한숨을 쉬었다."절대 아니야! 최근에는 우리의 가십거리에 대해 묻지 않았어." 마이크는 파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확실해! 그 자식 주량은 나만큼 좋지 않아서, 술 먹을 때마다 취해 뻗는 건 걔였어. 전혀 나한테서 정보를 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그녀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단지 그가 얘기하지 않은 게 있거나 추후에 탄로나 게 될까 봐 걱정되었던 것 뿐이다."만약 조지운이 베갯머리송사라도 하면..."마이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시은이 말인데, 너 계속 무료로 도와줄 거야? 박시준에게서 수술비를 받아내지 않는 건 너무 큰 손해잖아!"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내 능력 밖이어서 그래. 시은의 상태가 좀 많이 심각해서, 이번 수술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도 예측할 수 없어. 하지만 수술 전보다는 나을 거야.""만약 박시준이 상황을 모르고 계속 치료하면 시은이가 많이 고생하게 되잖아." 마이크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박시준은 비록 쓰레기지만, 시은이는... 내 말은 지능이 낮은 시은이는 그래도 귀엽고 예쁘잖아!"그녀는 마이크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졸음이 다시 또 그녀를 찾아왔다.집에 가서 자야겠어.병원.박시준은 침대 옆에 서서 시은이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깨어난 후 상황이 나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어젯밤부터 오늘 수술 전까지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그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이때 심윤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박시준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집에 가서 쉬세요! 시은이가 깨면 알려 드릴게요."임신 중인 심윤의 배는 눈에 띄게 커졌다.그는 그녀 뱃속의 아이가 싫었지만, 그녀가 시은을 치료해 준 것에는 매우 감사했다.그가 보낸 사람은 아직도 김세연을 찾지 못했다.마치 김세연이 세상에서
그는 갑작스러운 현기증 때문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도대체 진아연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시은이가 수술 후 가끔 환각이 보이는 걸까?그는 휴대전화로 심윤에게 전화해 지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그의 조급한 목소리에 심윤은 마음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시준 씨, 걱정하지 마세요, 시은이 수술 잘 됐잖아요. 지금 금방 깨어나서 조금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점점 더 좋아질 거고요."심윤의 말을 듣고 박시준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조급함이 덜어지는 듯했다.그러나 지난번에 수술을 하고 나서 시은은 이번처럼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전화를 끊고 그는 다시 침상 옆으로 돌아왔다."시은아, 수술이 금방 끝나서 안정이 필요해, 머리를 비우고 회복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어, 아니면 머리가 아프잖아." 그는 따뜻하게 시은이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오빠가 느끼기에는.""오빠, 머리가 아파." 시은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심 선생님이 오고 있어, 심 선생님이 오면 진통제를 처방해 줄 거야.""나 심 선생님 보고 싶지 않은데." 시은이는 시선을 내리며 싫은 듯 말했다.박시준은 "시은아, 너의 이번 수술을 해 준 사람이 심 선생님이야, 넌 예의 있는 아이잖아, 이따가 심 선생님이 오면 고맙다고 인사해야 돼, 알았지?""아닌데..." 시은은 오빠를 보며 말했다. "아연이가 해 줬어... 아연이가 옆에서 지켜줬어, 나랑 계속 얘기하고... 아연이가 나한테 계속 말을 시켰어, 물어보는 말에 답하라고 그러고... 엄청 친절했어, 평소와는 달리...""시은아, 그건 너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야. 진아연은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어떤 남자랑 같이 있었어. 네 옆에 있었을 리가 없어." 박시준은 마음이 조급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다.그는 자기가 급해하면 시은이도 더불어 조급해 할까 봐 걱정됐다.시은이는 그의 말을 듣고 잠깐 멍하니 있었다.내가 잘못 봤다고?정말 잘못 본 건가?하지만 그러기에 그날 들었던 진아연의
심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지만 시은이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거짓과 진실은 상대방의 눈으로부터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시은이는 그녀가 오빠한테 말을 더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한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준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오빠가 고맙다고 하래." 시은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난 싫어."심윤은 홍 아줌마를 바라보며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세요, 시은 씨랑 할 말이 있어요."홍 아줌마는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심윤은 박 씨 가족에 은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홍 아줌마가 나가고 심윤은 말했다. "시은 씨, 저는 시은 씨가 왜 저한테 계속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 돼요. 누가 시은 씨한테 저에 대해 안 좋은 얘기라도 했어요? 제가 귀국하고 매일 열심히 자료 찾아보고 시은 씨를 위해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데, 시은 씨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듣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시은이는 "나는 나에게 수술을 한 사람이 당신이 아니라고 생각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렇다면 왜 매번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그의 머릿속엔 진아연의 얼굴과 진아연의 목소리만 가득할까?만약에 매번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그가 본 사람이 심윤이라면 시은이도 이런 의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시은이는 모든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었다."시은 씨 생각에요? 웃기네요, 시은 씨는 지금 환자예요,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심윤은 계속 세뇌를 이어갔다.그리고 시은이는 결국 정신적으로 지체가 있고 비록 좀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방금 수술을 마친 환자다.심윤은 얼마든지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시은이의 말이 백번 옳다고 해도, 의사인 심윤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모든 사람들은 환자의 말보다 의사의 말을 더 믿기 때문이다.그러기 때문에 심윤도 서슴없이 박시준에게 거짓말은 하는 것이다.진짜 시은에게 수술을 해준 사람이 좋은 일을 하고도 이름
박시준은 악몽을 꾸었다.꿈에서 진아연은 그의 이름을 차단 명단에 넣었다.그는 진아연은 만나지 못할뿐더러 이젠 전화 통화도 할 수가 없었다.두 사람은 영원히 연락이 끊겼다.그는 마음이 조여오듯 아팠다. 마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내 눈을 떴다.그의 깊은 눈망울 속에는 무한한 고통스러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는 휴대폰을 찾아 진아연의 번호를 눌렀다.이미 저녁 7시였다.진아연은 하루 종일 잤다, 아마 지금 집에 있을 것이다, 정신도 어느 정도 돌아왔을 것이다.——죄송합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귓가엔 차가운 시스템 안내 음성만이 들려왔다.휴대폰을 잡은 손가락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꿈이 현실로 되었구나!진아연이 진짜로 자기를 차단해 버렸다.그게 아니면 이렇게 통화가 안 될 리가 없었다.그는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불을 차 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는 집 전화로 진아연에게 전화를 해 봤다.버튼 하나, 하나를 누를 때마다 마치 가슴이 쿡쿡 찔리는 듯했다.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전화번호를 모두 눌렀다...전화가 걸렸다!정말 걸렸다!전화기를 잡은 그의 손가락은 이미 허옇게 번졌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시뻘겋게 변해 버렸다.예전의 박시준이었다면 전화기를 부숴 버리거나 진아연을 부숴 버렸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는 어떻게든 참고 전화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벨 소리를 들은 진아연은 한 손은 이불을 움켜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그의 약간 갈린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 울려 퍼졌다."진아연!" 휴대폰을 통해 박시준의 힘찬 목소리가 그의 분노와 함께 고스란히 전해졌다. "너 당장 차단 안 풀어?!"진아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렇게 빨리 들키다니!그녀는 재빨리 진정을 하고나서 말했다. "박시준 씨, 제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그럴 필요가 있나요? 우리 이제..
침실 문밖에서 마이크와 두 아이가 문짝에 달라붙어 방 안의 소리를 엿듣고 있었다.이들은 방금 전 진아연의 큰 소리에 이끌려 온 것이다.그러던 차에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문에 기대어 있던 마이크는 진아연이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그대로 진아연 품에 안길 뻔했다.진아연은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엄마, 누구랑 싸우세요?" 라엘은 호기심 가득한 큰 눈으로 고개를 들어 엄마를 쳐다보았다. "쓰레기 아빠랑 싸운 거예요?"마이크: "너희 엄마 이런 모습은 적을 상대할 때와 박시준 앞에서만 나타나거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완전히 여성스러운 숙녀지.""아, 그럼 쓰레기 아빠는 엄마의 적인 거 맞네요." 라엘은 뛰어난 이해력을 뽐냈다.진아연은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아연, 부엌에 저녁 남겨 놨어." 마이크는 진아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내가 먼저 애들 목욕 시킬게. 넌 밥부터 먹어, 먹고 나서 얘기하자."진아연은 계단 난간을 잡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너랑 얘기해? 뭘? 할 말 있으면 그냥 지금 해."마이크: "그게, 너 점심에 나한테 한 말 기억 안 나? 암튼 가서 밥이나 먹어, 그리고 다시 얘기해."진아연은 애써 점심에 무슨 말을 했는지를 떠올리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너무 혼란스러운 이틀을 보낸 것이다.게다가 밤낮이 뒤바뀌어 정신이 하나도 없고, 기억도 엉망진창이었다.그녀는 밥을 대충 몇 입 먹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올라온 모습을 본 마이크는 무척 놀라며 말했다. "벌써 다 먹었어?"진아연는 아이들 방 문에 기대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그냥 얘기해."한이가 마이크를 문 쪽으로 밀었다. "라엘은 제가 볼게요."마이크는 "그래." 라고 하고는 진아연의 팔을 잡고 1층으로 내려갔다."그게, 네가 쉬고 있는데, 괜히 방해할까 봐 그랬지." 마이크는 말했다. "회사 일
국산 윈드 시리즈의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은 해외 산과 비슷하지만 렌즈가 너무 떨어져 전문적인 사진 촬영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했다.그럼에도 전문 드론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영상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모든 사람들을 우롱하고 있다! 진아연은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다 잊었는가? 어떻게 이렇게 자국민을 조롱하고 있는가! 더러운 짓이다!——진명그룹은 파산이 답이다!——여기에서 ST그룹을 태그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대표인 박시준은 진명그룹의 가장 큰 고객이니까!...진아연은 유유히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마이크는 "아연아, 내가 이미 니카 컴퍼니에 연락을 취했어, 그쪽에서는 모든 손해를 배상해 주겠대. 하지만 니카 컴퍼니 쪽에서 그러는데, 고급형 렌즈 제품을 우리한테 판매할 수는 없대.""왜?" 진아연은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의아한 표정으로 "가격 때문이래?" 라고 물었다.마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때문에 국내 다른 회사 드론 브랜드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고 우리 제품이 드론 시장을 완전히 점유해 버릴까 봐 많은 회사들이 힘을 모아 우리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아."진아연은 이 이유가 참으로 우스웠다. "니카 컴퍼니가 우리한테 렌즈를 안 팔면 우리 회사가 망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 웃긴다."마이크: "걔네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회사들도 우리랑 거래를 안 할 것 같아."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린 해외 브랜드를 찾아보자.""아연아, 그러면 비용이 너무 올라가."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말했다. "게다가 세계 유명한 카메라 브랜드가 몇 개 안돼는 데다가 그 회사들 대부분이 한 회사랑 독점 계약을 해서 다른 회사에 제품 공급을 해주질 않아.""알았어." 진아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우리 앤 테크놀로지의 경우 폴 주식회사랑 독점 계약을 했어, 비록 진명그룹도 우리꺼 맞지만 어쨌든 진명그룹일 뿐이지 앤 테크놀로지랑은 다른 사업자잖아,
다음날, 이른 아침.박시준은 병원 특별 병실에 와 있었다.어젯밤에 시은이가 홍 아줌마가 끓여 준 국을 먹고 갑자기 의식을 잃어 잠자고 있었다.밤새 잔 시은은 잠에서 깨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넋이 나간 듯한 눈빛이었다.박시준이 도착하기 전까지 같은 상태였다."시은아, 오늘 좀 어때? 아직도 머리가 많이 아파?" 박시준의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시은의 얼굴에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오빠, 왜 아연이 언니가 날 보러 안 와?" 시은은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박시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러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이는 오지 않을 거야. 시은아, 이젠 아연이랑 아이들 생각은 그만하자."시은은 더욱 슬펐다. "왜 나를 안 믿어 줘?... 내가 말했잖아, 아연이 언니가 나랑 말을 했고, 나한테 계속 질문을 했다고..."박시준은 창백한 동생의 얼굴을 보며 무지 마음이 아팠다. "너를 안 믿는 게 아니야, 그래 진아연이 너랑 얘기했다고 해, 하지만 그건 꿈에서일 거야.""그래?" 시은은 오빠를 쳐다보며 약간 어리둥절했다.정말 꿈에서 일어난 일인가?박시준은 "오빠도 어릴 때 꿈을 자주 꿨어, 마치 꿈속에서 본 모습과 들은 소리가 진짜처럼 엄청 생생할 때도 많았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꿈은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 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시은은 조금씩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아침 10시, 박시준은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이동했다.시은의 옆에는 홍 아줌마와 경호원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박시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시은은 오늘 기분이 약간 다운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제 몹시 흥분된 상태에 비하면 현재 상태가 그녀의 건강이 회복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홍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심윤이 처방한 진정제를 먹었다고 했는데, 혹시 그 약이 효과를 보인 건가?심윤...어젯밤 진아연이 박시준한테 심윤이랑 잘 살아라고 한 말에 박시준은 밤새 화가 가라앉지가 않았다.하지만 차분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