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조난을 바라보았다: "난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 상태로 현이 따라 A국에 가서 뭐하라고? 현이 가족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조난: "현이 씨 가족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현이 씨만 널 좋아하면 된 거지! 그리고 다시 말해서 현이 씨 따라서 A국에 가면 가족들이 자연스레 자리 안배해 주겠지."서은준: "그건 더 싫어. 다른 사람한테 기대고 싶지 않아. 이미 충분히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그늘 밑에서 지냈고 다시는 똑같은 경험하고 싶지 않아.""그럼 이대로 현이 씨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현이 씨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데, 놓치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서은준, 너 정말 바보 아니야?" 조난은 진지하게 얘기했다. "너희 어머니가 사실대로 알게 된다면 분명 현이 씨 좋다고 하실 거야. 현이 씨와 만난다면 적어도 20년은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아니지! 20년도 겸손하게 얘기한 거고! 현이 씨와 결혼하면 남은 반평생은 더 이상 고생 안 해도 된다고! 내가 박시준에 관한 정보 확인해 봤는데 그 집 사람들 모두 비지니스 천재야, 집안을 떠나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분석해 봐도 다 엄청나게 대단한 인물이야.""그러니까 더더욱 이런 상태로 현이와 함께 할 수 없어." 서은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사람도 현이 가족이잖아."조난을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참, 돈 있는 사람들은 정말 무슨 돈이 그렇게 많냐! 20억이 누구 집 개이름도 아니고 참 아이러니해. 네 사업을 잘 이루고 싶으면 이 투자금으로 열심히 해서 사업 크게 이루어 낸 후 현이 씨랑 같이 A국에 가면 되잖아."서은준: "이 투자금 현이 가족이 준 거 알게 된 이상 받을 수 없어. 지금 당장 엄태수한테 얘기해야 겠어, 계약 무효라고."조난: "..."같은 시각.진지한은 배유정과 함께 해변가 의자에 누워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었다.이때 진지한의 휴대폰이 울렸다.진지한은 발신자 번호가 엄태수인 것을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엄태수: "진 대
서은준: "내가 갈게. 나 지금 근처에 있거든."현이: "좋아요! 지금 내려갈게요."전화를 끊은 후 현이는 바로 옷장 앞으로 다가가 안에서 예쁜 드레스를 꺼내 갈아입었다.이번에 T국에 오면서 지난 번보다 옷을 더 많이 챙겨왔다.왜냐하면 자신과 서은준 사이에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년 전, 두 사람의 지위는 너무나도 달랐고 나이도 어렸기에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비록 두 사람의 신분은 여전히 달랐지만 현이는 더 이상 전처럼 비굴하지 않아도 됐다.현이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간 후 서은준이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현이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서은준 씨!"서은준은 고개를 들어 현이를 바라보았다.현이는 디자인이 아주 특별한 드레스를 입고 내려왔다, 디자인이 특별한 것 외에 컬러도 아주 화사하고 과감하여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였다.현이는 서은준의 앞에 다가가 손을 흔들어대며 말했다: "왜 그래요? 그렇게 예뻐요?"서은준: "이 드레스 특별하네."현이: "당연히 특별하죠, 저희 고모가 저랑 언니 위해서 특별히 디자인한 원피스니까요. 세상에 두 개밖에 없는 원피스라구요."서은준: "....."그는 갑자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3년 전, 현이는 그의 옆에 있던 어린 가정부였고 너무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그러나 이젠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여신같은 존재로 변해버렸다.서은준의 강한 멘탈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혼란속에 도망쳤을지도 모른다.현이는 자연스럽게 서은준에게 팔장을 끼며 말했다: "그만 멍 때리세요! 비록 저희 부모님께서 엄청난 재벌이시지만 그 돈은 다 부모님 돈이에요,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서은준은 현이가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평범한 이성 친구끼리 이렇게 팔짱을 끼진 않겠지?" 서은준은 자신의 팔을 빼내며 말했다.현이: "뭘 그렇게 인색하
서은준: "엄마, 현이 A국 갑부 딸이에요."서은준은 어머니가 계속 쓸데없는 기대를 품고있을까 봐 아예 사실대로 말해버렸다.서은준의 어머니는 잠깐 멈칫하더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의심하기 시작했다.서은준: "현이가 바로 전에 서씨 집안에서 일하던 어린 가정부 수수에요. 그 후에 친부모님이 현이를 찾아 데려갔어요. 현이의 집안은 엄청난 부자에요, 저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있는 사람이라구요."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서은준의 어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현이야, 네가 수수일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전에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은준이가 나한테 네 얘기 꺼냈었어. 근데 죽은 게 아니라 이렇게 잘 살고있었구나! 너무 잘됐다!"현이: "어머니, 걱정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괜찮아! 네가 지금 잘 지내고 있다니 그걸로 됐어, 정말 다행이야!" 현이를 바라보는 서은준 어머니의 눈빛은 방금과 사뭇 달랐다.조금 놀라움도 있었고 안타까움도 있었다.이렇게 좋은 여자애가 자신의 며느리가 될 수 없다니, 아쉬울 뿐이였다."어머니, 떡 좀 드세요!" 현이는 예쁘게 포장된 떡을 하나 뜯어 서은준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조금 드시는 건 괜찮을 거예요.""하하! 안 그래도 따로 식단조절은 안하고 있어! 의사 선생님도 먹고싶은 거 마음대로 먹으라고 하고." 서은준의 어머니는 떡을 건네받고 한 입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집에 돌아가도 된다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 은준이 귀찮게 하기도 싫고. 내가 집에 돌아가면 은준이 또 나한테 간호인 한 명 찾아줘야 하고, 얼마나 시끄럽니! 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입원비도 별로 안 비싸고. 죽으면 처리하기도 편하고."서은준: "엄마,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그래, 알겠어. 안 할게." 서은준의 어머니는 말하며 현이를 바라보았다. "현아, 오늘 온 거야?""네, 오늘 오후에 금방 도착했어요.""피곤할 텐데 이렇게 나 보러 온 거야, 참 기특하구나.""어머니 상태가 너무 걱정되서요." 현이는
현이: "다 사실이에요. 근데 은준 씨가 저랑 A국에 갈 의향이 없는 것 같아요. 여기가 고향이기도 하고 저 위해서 타국으로 멀리 떠나는 것도 은준 씨한테 쉽지 않을 선택일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현아, 은준이가 너의 제안에 거절한 건 자신의 조국을 얼마나 사랑해서가 아닌 열등감 때문이야. 이곳에 그렇게 미련이 많으면 애초에 E국으로 유학을 떠나지도 않았을 거고 그곳에서 사업하지도 않았을 거야. 현아, 절대 우리 은준이 포기하지 말아줘. 네가 넓은 마음으로 저 아이의 손을 잡아줘! 그럼 은준이도 평생 너한테 최선을 다해 잘해줄 거야."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저도 노력할게요."병원에는 나온 현이는 안색이 어두운 서은준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풀어주려 놀리듯 얘기했다: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저 은준 씨 어머니랑 얘기하는 거 너무 좋아요. 어머님이 무슨 말을 하시든 다 좋아요."서은준: "별 생각 안했어."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의 은혜도 있고 어머니의 불치병 앞에 그는 무기력함을 느꼈다.그는 어머니의 생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의사가 명확하게 치료할 수 없다고 단정 지었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억지로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어머니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였다.게다가 어머니 역시 더 이상 치료받기를 원하지 않으니 하루하루 어머니가 말라가는 걸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하루하루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현이: "서은준 씨, 이제부터 어머님과 함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세요."서은준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사실 그는 어머니와 딱히 나눌 얘기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병원에 찾아올 때마다 어머니는 늘 그를 돌려보내곤 했었다. 아들 일에 지장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배 안고파요?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현이는 서은준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해 주었다. "어쨌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죠!"서은준은 현이를 바라
현이는 집요하게 얘기하는 그를 바라보며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저는 당신 믿어도."서은준: "뭘 믿는다는 거야?""당신이 나중에 꼭 성공하리라 믿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요." 현이가 격려하듯 말했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할 필요 없어요. 그건 아무 의미 없거든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게 옳아요."서은준: "나는 그렇게 큰 야망을 가지고있진 않아."현이: "큰 야망 가질 필요 없어요! 전 당신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요, 제가 당신한테 과분하다는 소리 들을까 봐, 저희 가족들이 당신 반대할까 봐 걱정되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서은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이: "저희 부모님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제 말 당신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다 사실이에요. 언젠가 시간이 적절해지면 당신 데리고 저희 부모님 만나러 갈게요. 굳이 연인이 아닌 친구사이라도 서로 부모님 찾아뵐 수 있는 거잖아요!""나중에 다시 얘기해!" 서은준은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현이: "그래요. 어차피 우리 두 사람 다 아직 어리니까 급할 거 없어요."저녁을 먹고나니 어느덧 9시 반이 되었다.도로에 벅적이던 차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호텔에 데려다줄게." 서은준이 입을 열었다.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너무 배불러요. 좀 걷고싶은데 저랑 같이 산책해요."서은준: "그래.""은준 씨 피곤해요? 힘들면 먼저 돌아가서 쉬세요." 현이는 오후에 잠을 자며 휴식을 취했지만 서은준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서은준: "괜찮아, 안 피곤해."현이: "당신은 피곤해도 피곤하다고 말할 성격은 아니죠."서은준: "알면서 왜 묻는 거야."현이: "그냥 묻고싶어서요! 은준 씨는 매번 저한테 뭘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서은준은 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질문을 듣고싶은데? A국에서 어떻게 지냈냐고? 안 물어도 화려하게 잘 지냈을 게 뻔하잖아."현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
서은준: "네가 아직 어려서 충동적이라 그런 거야."현이: "제가 어리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절대 충동적으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따라다니면서 힘들게 지냈으니 전 제가 보통 사람들보다는 성숙하다고 생각해요."서은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이: "서은준 씨, 3년 전에 저희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 저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 평생동안 못 잊을 거예요. 왜냐하면 전 다시는 전처럼 가난하고 힘들 생활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요. 제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당신은 절 도와줬죠, 그래서 앞으로도 평생 제게 잘해줄 거라 전 믿어요."서은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준 거 없어. 그땐 네가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내가 잘해줬다고 느끼는 거야."현이: "제가 진 빚 당신이 몰래 저 대신 갚아줬잖아요? 저 말고도 모든 사람에게 다 이렇게 해줄 수 있어요?"당황한 서은준은 입술을 깨물었다.현이: "그리고 당신이 전에 제게 했던 말 너무 감동이었어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다시 절 가정부로 고용하겠다고 했던 말이요. 저같은 사람은 나중에 취업하기도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제가 돈도 못벌고 힘들게 지낼까 봐 절 곁에 두면서 도와주려던 거였잖아요... 은준 씨 정말 제게 잘해주셨어요.""그만 얘기해." 서은준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서은준 씨, 저 지금 돈 많아요, 그니까 당신에게 돈이 많든 적든 하나도 상관 없어요." 현이는 서은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지켜야 할 존엄이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그니까 우리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요."서은준: "난 적어도 서른 전까지 결혼할 생각 없어."현이: "그럼 25살에 사업을 이루고 성공한다면요?"서은준의 볼을 새빨개졌다: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현이는 깔깔거리며 웃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다음날.현이는 서은준의 어머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그의 어머니에게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서은준이
현이와 조난은 시내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향했다.조난은 현이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 "아가씨, 제 오늘 주요임무는 당신의 쇼핑백을 들어주면 되는 거죠. 이곳 물건들은 감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 것 같은데 이따 지불할 때 당신과 뺏지 않고 얌전히 물러나 있을게요."현이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서은준 씨랑 평소에 여기서 안 사요?"조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희는 보통 마트에서 물건 사고 해요. 좀 대형 마트에서요, 안에 옷도 팔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니구요, 물론 무슨 명품 브랜드는 아니지만요."현이: "저도 평소에 제 옷 살 때는 그런 명품 브랜드에 관심 없어요. 다만 오늘은 은준 씨 어머님 사드리는 거니까 좀 좋은 걸로 사주고 싶어서요.""현이 씨 너무 좋은 사람인데 아쉽게도 어머님이 복이 없으시네요. 현이 씨께 기대지 않아도 은준이 어머님 호강시켜 드릴 수 있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조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맞아요. 그러니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현이는 말하며 멀지 않은 곳에서 쇼핑하고 있는 서선희와 서 사모님을 보았다.현이는 바로 조난을 데리고 옆에 있는 명품백 가게로 들어갔다.조난: "아가씨, 어머님께 가방 사드리려구요? 어머님 가방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현이: "필요없어도 가방 선물로 받으면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가방 싫어하는 여자는 없을 걸요. 저희 엄마랑 언니도 가방 엄청 많거든요. 물론 저도 많구요. 제 가방들은 대부분 다 언니랑 엄마가 사준 거예요."조난: "그래요 그럼! 그럼 하나 사세요!""조난 씨, 저 그냥 현이라고 부르세요! 저희 집 아주머니들도 다 현이라고 불러요." 현이는 말하며 가방을 하나 집어들고 조난에게 보여주었다.그때 서선희와 사모님도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조난은 가방을 건네받으며 상표 먼저 흘끗 보았다: "어머! 그냥 평범해 보이는데 이런 가방 하나에 1600만 원이라니, 이거 정말 너무한데요?"조난의 목소리는 서 사모님과 서선희에게까지
물론 조난은 현이의 신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리 없었다.굳이 말한다고 해도 현이가 직접 말하는 게 옳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두 사람 만난지 얼마 안됐거든요!""두 사람 언제부터 알고지낸 거야? 왠지 모르게 자꾸 낯이 익단 말이지." 서 사모님은 중얼거리며 말했다."3년 전부터 알고지낸 사이같아요!" 조난이 얘기하고 있을 때 현이는 고개를 돌려보았고 조난은 바로 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서 사모님은 더 이상 쇼핑할 기분이 아니였다: "쇼핑할 맛 다 떨어졌네! 그만 돌아가자!"서선희: "엄마, 화낼 게 뭐가 있어요! 저 여자가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을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고작 가방 하나 샀잖아요? 고른 가방도 별로 비싼 거 같지도 않던데요!"서 사모님: "저 여자가 대체 얼마나 부자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안돼, 지금 당장 너희 아버지한테 가서 물어야겠어."서선희: "아버지도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알고 있다면 분명 저희한테도 말했겠죠!"서 사모님: "너희 아버지한테 물어보라고 하면 되지!"서 사모님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고 쇼핑몰에서 조난과 현이를 만난 사실에 대해 곧바로 남편에게 일렀다.서 어르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잘됐네! 은준이 에미 몸도 편찮고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은준이 녀석이 지 엄마 마음 놓이게 할려고 여자친구 찾았나 보네."서 사모님: "근데 은준이 여자친구 기가 아주 세보이던데요! 돈도 엄청 많아보이구요! 여보, 은준이한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한 번 물어보세요."서 어르신은 휴대폰을 들고 서은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참 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서 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준아! 언제 시간 괜찮으면 집에 와서 같이 밥 한 끼 먹자!"서은준: "저 시간 없어요."서 어르신: "그래 그럼! 돌아오기 싫으면 굳이 강요하지 않으마. 너 여자친구 생겼다던데 여자친구 데리고 한 번 인사하러 와야지? 어디 사람이니? 집안 형편은 어때?"서은준: "누가 그래요. 저 여자친구 생겼다고?"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