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서은준 씨, 제가 숨기려고 숨긴 게 아니에요. 그저... 가족을 위해서 제가 노출을 할 수 없던 상황 때문에 그런 거예요. 3년 전과 다르게 많은 것들이 변하긴 했으니까요."서은준: "하, 그러니까 이제 당신은 부잣집 큰 딸이니깐 함부로 신분을 드러낼 수 없다는 거 잖아. 만약 노출된다면?"현이: "그건 크게 상관은 없어요. 그저 부모님께서 제 안전을 걱정하셔서 그렇게 결정을 내린 거예요. 그래서 저번에 경호원과 함께 온 거구요."서은준은 다시 몸을 돌려 현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름이 박현... 혹시 아버지가... 박시준?"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여름 방학 때, A국에 갔는데 거기서 우연치 않게 친부모님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T국 신분을 없앴구요."서은준: "이해해. 친부모님을 찾았다니 다행이네. 더 이상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할 필요도 없고... 사람들의 눈치도 볼 필요 없고 말이야."현이: "사실 제 얼굴에 있던 상처는 가짜였어요.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려고 일부러 못생기게 만들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친부모님이 저를 찾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어머니가 저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게 한 거였죠."서은준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만약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이 없었다면 현이의 생활은 조금더 나아지지 않았을까?현이는 서은준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당겨 침대에 앉혔다. "도련님... 아니. 서은준 씨, 좋아해요. 이 말을 전하려고 이렇게 온 거예요."서은준은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몽롱해 지는 것 같았다."우린 어울리지 않아." 서은준이 대답했다.현이: "지금 친부모님이 너무 부자라서 그래요? 제가 집에 돈이 없었다면... 거절하지 않았을 건가요?"서은준: "지금 투자자들... 네 가족들이 보낸 거지?"현이: "큰 오빠가 당신을 테스트하고 싶어해요."서은준: "가족들에게 대체 뭐라고 했길래?"현이: "그냥.
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저랑 있고 싶다면... 저랑 같이 A국에 돌아가야해요."서은준은 고개를 저었다.현이: "너무 빨리 거절하지 마세요. 제 가족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구요. 친절하고 저를 존중해 주세요. 만약 절 존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당신을 만나러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서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잘 사는 모습을 보지 좋네. 하지만 난 이곳에 있을 거야."그에게 이곳은 고향이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역시 이곳에 있으니 떠날 수 없었다.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 때문에 다른 나라에 정착할 용기가 없었다.그의 자존심은 생각보다 강했다.현이의 가족이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그는 돈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까지 버리지는 못했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이제 다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먼저 친구로 지내는 건 어때요?!" 현이는 환하게 웃었다.서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현이는 서은준 곁에 다시 다가가 말했다. "도련님."서은준은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부르지마."현이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서 그런가. 저도 조금 어색하네요."서은준: "앞으로 그렇게 부르지마. 서씨 가문 사람이 이제 아니니까."현이: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대표님? 아님 그대로 은준 씨?"서은준: "도련님만 아니면 뭐든 다 괜찮아.""서은준 씨, 저 예전에 학교에 찾아간 적 있어요! 소원카드에 메시지도 남겼는데." 현이가 말했다.서은준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아. 진짜 어이가 없었지. 소원 카드를 총장 건의함에 넣을 줄이야."현이가 크게 웃었다. "마이크 삼촌이 생각한 거였어요.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너무 많길래 직접 저를 데리고 총장실 앞에 있는 건의함에 넣으라고 했어요. 학교 직원들도 잘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요."서은준: "틀렸어. 바로 날 불러냈으니까."현이: "설마 엄청 혼났나요?"서은준: "그냥... 건의
현이: "아, 그 뜻이 아니었어요... 근데 가끔 그리워요. 제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들이요... 제가 여기 왔으니까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꼭 먹어주세요."서은준은 당황해 하며 얼굴을 붉혔다. "... 짐은 다 정리했지?"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쉬어! 난 이만 가볼게!" 서은준이 말했다. "저녁 먹기에는 이르니깐... 배고프면 그때 가자."현이: "아, 알았어요! 그럼 제가 전화할게요!""응." 서은준은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나갔다.호텔에서 나온 서은준은 조난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말했다.조난: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둘이 오붓한 시간 좀 보내지?"서은준: "할 이야기는 다 했어."조난은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 지금 갈 테니까 만나서 나한테 다 말해주기다?! 궁금해 미치겠으니까!"잠시 후, 조난이 차를 몰고 호텔 앞에 도착했다.서은준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조난이 물었다. "은준아, 뭐라고 하던데? 어떤 집안 여자래? 돈 많지? 진지한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을 정도라면 A국에서 엄청난 상류층일 텐데! 너 엄청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꼭 붙잡아라. A국에 같이 가자고 하면 바로 가! 내가 너라면 데릴 사위 하겠다고 먼저 말하고도 남았을 거다!"서은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조난은 핸들을 툭치며 말했다. "뭐?! 진짜 너한테 데릴 사위를 하래?!"서은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A국에 같이 돌아가자고만 했어."조난은 서은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갈 거냐? 대답했어?"서은준: "아, 운전에 집중이나 하라고!"조난: "아, 알겠으니까! 빨리 말해봐!"서은준: "회사에 돌아가서 이야기해. 듣다가 너 사고낼까봐 걱정되니까."조난: "뭘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해! 솔직한 녀석이... 아무튼 회사에 도착하면 다 말해주기다?!"10분 뒤, 차가 회사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고 조난은 서은준이 도망가지 못하게 끌어 당겼다."자, 말해봐! 현이 씨 집안이 얼마나
서은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조난을 바라보았다: "난 지금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 상태로 현이 따라 A국에 가서 뭐하라고? 현이 가족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조난: "현이 씨 가족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현이 씨만 널 좋아하면 된 거지! 그리고 다시 말해서 현이 씨 따라서 A국에 가면 가족들이 자연스레 자리 안배해 주겠지."서은준: "그건 더 싫어. 다른 사람한테 기대고 싶지 않아. 이미 충분히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그늘 밑에서 지냈고 다시는 똑같은 경험하고 싶지 않아.""그럼 이대로 현이 씨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현이 씨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데, 놓치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서은준, 너 정말 바보 아니야?" 조난은 진지하게 얘기했다. "너희 어머니가 사실대로 알게 된다면 분명 현이 씨 좋다고 하실 거야. 현이 씨와 만난다면 적어도 20년은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아니지! 20년도 겸손하게 얘기한 거고! 현이 씨와 결혼하면 남은 반평생은 더 이상 고생 안 해도 된다고! 내가 박시준에 관한 정보 확인해 봤는데 그 집 사람들 모두 비지니스 천재야, 집안을 떠나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분석해 봐도 다 엄청나게 대단한 인물이야.""그러니까 더더욱 이런 상태로 현이와 함께 할 수 없어." 서은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사람도 현이 가족이잖아."조난을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참, 돈 있는 사람들은 정말 무슨 돈이 그렇게 많냐! 20억이 누구 집 개이름도 아니고 참 아이러니해. 네 사업을 잘 이루고 싶으면 이 투자금으로 열심히 해서 사업 크게 이루어 낸 후 현이 씨랑 같이 A국에 가면 되잖아."서은준: "이 투자금 현이 가족이 준 거 알게 된 이상 받을 수 없어. 지금 당장 엄태수한테 얘기해야 겠어, 계약 무효라고."조난: "..."같은 시각.진지한은 배유정과 함께 해변가 의자에 누워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었다.이때 진지한의 휴대폰이 울렸다.진지한은 발신자 번호가 엄태수인 것을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엄태수: "진 대
서은준: "내가 갈게. 나 지금 근처에 있거든."현이: "좋아요! 지금 내려갈게요."전화를 끊은 후 현이는 바로 옷장 앞으로 다가가 안에서 예쁜 드레스를 꺼내 갈아입었다.이번에 T국에 오면서 지난 번보다 옷을 더 많이 챙겨왔다.왜냐하면 자신과 서은준 사이에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년 전, 두 사람의 지위는 너무나도 달랐고 나이도 어렸기에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비록 두 사람의 신분은 여전히 달랐지만 현이는 더 이상 전처럼 비굴하지 않아도 됐다.현이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간 후 서은준이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현이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서은준 씨!"서은준은 고개를 들어 현이를 바라보았다.현이는 디자인이 아주 특별한 드레스를 입고 내려왔다, 디자인이 특별한 것 외에 컬러도 아주 화사하고 과감하여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였다.현이는 서은준의 앞에 다가가 손을 흔들어대며 말했다: "왜 그래요? 그렇게 예뻐요?"서은준: "이 드레스 특별하네."현이: "당연히 특별하죠, 저희 고모가 저랑 언니 위해서 특별히 디자인한 원피스니까요. 세상에 두 개밖에 없는 원피스라구요."서은준: "....."그는 갑자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3년 전, 현이는 그의 옆에 있던 어린 가정부였고 너무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그러나 이젠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여신같은 존재로 변해버렸다.서은준의 강한 멘탈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혼란속에 도망쳤을지도 모른다.현이는 자연스럽게 서은준에게 팔장을 끼며 말했다: "그만 멍 때리세요! 비록 저희 부모님께서 엄청난 재벌이시지만 그 돈은 다 부모님 돈이에요,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서은준은 현이가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평범한 이성 친구끼리 이렇게 팔짱을 끼진 않겠지?" 서은준은 자신의 팔을 빼내며 말했다.현이: "뭘 그렇게 인색하
서은준: "엄마, 현이 A국 갑부 딸이에요."서은준은 어머니가 계속 쓸데없는 기대를 품고있을까 봐 아예 사실대로 말해버렸다.서은준의 어머니는 잠깐 멈칫하더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의심하기 시작했다.서은준: "현이가 바로 전에 서씨 집안에서 일하던 어린 가정부 수수에요. 그 후에 친부모님이 현이를 찾아 데려갔어요. 현이의 집안은 엄청난 부자에요, 저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있는 사람이라구요."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서은준의 어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현이야, 네가 수수일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전에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은준이가 나한테 네 얘기 꺼냈었어. 근데 죽은 게 아니라 이렇게 잘 살고있었구나! 너무 잘됐다!"현이: "어머니, 걱정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괜찮아! 네가 지금 잘 지내고 있다니 그걸로 됐어, 정말 다행이야!" 현이를 바라보는 서은준 어머니의 눈빛은 방금과 사뭇 달랐다.조금 놀라움도 있었고 안타까움도 있었다.이렇게 좋은 여자애가 자신의 며느리가 될 수 없다니, 아쉬울 뿐이였다."어머니, 떡 좀 드세요!" 현이는 예쁘게 포장된 떡을 하나 뜯어 서은준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조금 드시는 건 괜찮을 거예요.""하하! 안 그래도 따로 식단조절은 안하고 있어! 의사 선생님도 먹고싶은 거 마음대로 먹으라고 하고." 서은준의 어머니는 떡을 건네받고 한 입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집에 돌아가도 된다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 은준이 귀찮게 하기도 싫고. 내가 집에 돌아가면 은준이 또 나한테 간호인 한 명 찾아줘야 하고, 얼마나 시끄럽니! 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입원비도 별로 안 비싸고. 죽으면 처리하기도 편하고."서은준: "엄마,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그래, 알겠어. 안 할게." 서은준의 어머니는 말하며 현이를 바라보았다. "현아, 오늘 온 거야?""네, 오늘 오후에 금방 도착했어요.""피곤할 텐데 이렇게 나 보러 온 거야, 참 기특하구나.""어머니 상태가 너무 걱정되서요." 현이는
현이: "다 사실이에요. 근데 은준 씨가 저랑 A국에 갈 의향이 없는 것 같아요. 여기가 고향이기도 하고 저 위해서 타국으로 멀리 떠나는 것도 은준 씨한테 쉽지 않을 선택일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현아, 은준이가 너의 제안에 거절한 건 자신의 조국을 얼마나 사랑해서가 아닌 열등감 때문이야. 이곳에 그렇게 미련이 많으면 애초에 E국으로 유학을 떠나지도 않았을 거고 그곳에서 사업하지도 않았을 거야. 현아, 절대 우리 은준이 포기하지 말아줘. 네가 넓은 마음으로 저 아이의 손을 잡아줘! 그럼 은준이도 평생 너한테 최선을 다해 잘해줄 거야."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저도 노력할게요."병원에는 나온 현이는 안색이 어두운 서은준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풀어주려 놀리듯 얘기했다: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저 은준 씨 어머니랑 얘기하는 거 너무 좋아요. 어머님이 무슨 말을 하시든 다 좋아요."서은준: "별 생각 안했어."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의 은혜도 있고 어머니의 불치병 앞에 그는 무기력함을 느꼈다.그는 어머니의 생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의사가 명확하게 치료할 수 없다고 단정 지었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억지로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어머니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였다.게다가 어머니 역시 더 이상 치료받기를 원하지 않으니 하루하루 어머니가 말라가는 걸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하루하루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현이: "서은준 씨, 이제부터 어머님과 함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세요."서은준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사실 그는 어머니와 딱히 나눌 얘기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병원에 찾아올 때마다 어머니는 늘 그를 돌려보내곤 했었다. 아들 일에 지장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배 안고파요?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현이는 서은준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해 주었다. "어쨌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죠!"서은준은 현이를 바라
현이는 집요하게 얘기하는 그를 바라보며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저는 당신 믿어도."서은준: "뭘 믿는다는 거야?""당신이 나중에 꼭 성공하리라 믿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요." 현이가 격려하듯 말했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할 필요 없어요. 그건 아무 의미 없거든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게 옳아요."서은준: "나는 그렇게 큰 야망을 가지고있진 않아."현이: "큰 야망 가질 필요 없어요! 전 당신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요, 제가 당신한테 과분하다는 소리 들을까 봐, 저희 가족들이 당신 반대할까 봐 걱정되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서은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이: "저희 부모님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제 말 당신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다 사실이에요. 언젠가 시간이 적절해지면 당신 데리고 저희 부모님 만나러 갈게요. 굳이 연인이 아닌 친구사이라도 서로 부모님 찾아뵐 수 있는 거잖아요!""나중에 다시 얘기해!" 서은준은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현이: "그래요. 어차피 우리 두 사람 다 아직 어리니까 급할 거 없어요."저녁을 먹고나니 어느덧 9시 반이 되었다.도로에 벅적이던 차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호텔에 데려다줄게." 서은준이 입을 열었다.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너무 배불러요. 좀 걷고싶은데 저랑 같이 산책해요."서은준: "그래.""은준 씨 피곤해요? 힘들면 먼저 돌아가서 쉬세요." 현이는 오후에 잠을 자며 휴식을 취했지만 서은준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서은준: "괜찮아, 안 피곤해."현이: "당신은 피곤해도 피곤하다고 말할 성격은 아니죠."서은준: "알면서 왜 묻는 거야."현이: "그냥 묻고싶어서요! 은준 씨는 매번 저한테 뭘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서은준은 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질문을 듣고싶은데? A국에서 어떻게 지냈냐고? 안 물어도 화려하게 잘 지냈을 게 뻔하잖아."현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