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는 심호흡하며 말했다. "예전에 할머니가 안에서 일하셨는데 들어가 보고 싶어요."경호원: "그런데 우린 못 들어가지 않나요? 출입 카드가 필요하잖아요."현이는 경호원을 힐끗 보고 차에서 내렸다.현이는 단지 입구에 직접 가지 않고동네 옆 시장으로 돌아갔다.현이는 과일을 좀 사서 경호원에게 두 주머니를 들게 하고 자신도 두 주머니를 들었다.두 사람은 다시 동네 입구로 돌아왔다.현이는 웃으며 경비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경비원은 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곧 키를 집어 들었다.그래도 문을 열어주기 전 경비원은 한 마디 물었다. "못 보던 사람인데 이 동네 입주민이 아니지?"현이: "우리는 친척을 방문하러 왔어요. 3-06호 빌라 소유주의 친척이에요."경비원은 그 말을 듣고 그들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현이와 경호원이 무사히 단지에 들어오자 경호원는 현이의 손에 든 주머니를 가져왔다."경비원도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어쨌든 업주한테 전화해서 확인해 보아야죠!" 경호원이 투덜거렸다.현이: "성호 씨, 이쪽에는 경비조차 없는 동네가 많아요. 이 동네의 경비는 괜찮은 편에 속하는 거예요. 제가 예전에 여기서 일할 때 경비 아저씨와 알게 되었는데, 매번 제가 문 앞에 갈 때마다 출입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문을 열어주셨어요. 굉장히 인간적인 분이셨죠."경호원: "그래요! 현이 씨가 말한 경비원이 방금 그 사람인가요?"현이는: "여기 경비원들은 다 옛날의 저를 알고 계세요."경호원: "하지만 아까 그 경비원이 현이 씨를 못 알아봤어요."현이는: "선생님도 못 알아보셨는데, 그 경비원이라고 오죽하겠어요. 저는 예전에 얼굴에 큰 흉터가 있어서... 엄청 못생겼어요. 물론 그 흉터, 그 흉터 덕분에 지난 십여 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어요."경호원: "다른 건 몰라도 마음가짐이 참 좋으시네요."현이: "예쁘고 가난한 소녀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실제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
서씨 별장의 주방은 3년 전과 똑같았고주방의 하인도 3년 전과 똑같았다.현이는 그들을 보고 매우 반가웠지만, 그들은 현이를 알아보지 못했다.현이가 과일을 가지고 와서 그들에게 주는 것을 보고 그들은 매우 감격하여 현이에게도 각별히 정중하게 대했다."아가씨, 어떻게 부를까요? 사모님은 지금쯤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사모님이 아직 안 일어났어요? 예전에는 매우 일찍 일어났는데!" 현이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맞아요! 전에는 늦잠을 잔 적이 없지만, 집에 그렇게 많은 안 좋은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매일 밤 잠이 오지 않아 낮에만 잠깐씩 잠을 잘 수 있거든요." 하인이 설명했다."서씨 집안에 심란한 일이 많이 있었어요?" 현이의 마음이 갑자기 긴장됐다.하인이 곧 대답했다. "엄마가 말 안 했어요?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줄 알았는데!"현이가 웃으며 설명했다. "평소 밖에서 학교에 다니고 가끔 집에 와요. 우리 엄마가 제게 말한 적이 없는 걸요!""네... 우리 큰 도련님은 작년에 밖에서 애인을 찾았는데, 애인이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를 안고 찾아와 이혼을 강요했어요. 부인은 화가 나서 큰 도련님과 이혼했어요. 도련님의 처가는 매우 부유하고, 서씨 가문과 비즈니스상 협력도 했는데, 이 일로 인해 서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서씨 가문의 사업도 큰 손실을 보게 되었어요."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큰 도련님은 애인과 결혼하셨나요?""아니요. 사모님께서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그 애인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어르신께서 큰 도련님을 회사에서 쫓아내고 둘째 도련님에게 인계하라고 하셨어요.""그게 잘못된 일이었어요. 둘째 도련님은 평소에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는데, 회사에 입사한 후 몇 차례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혔거든요. 그래서 지금 어르신께서 큰 도련님을 다시 모셔 왔어요.""둘째 도련님은요?""둘째 도련님은 큰 도련님과 함께 회사에서 일하세요."현이: "네,
"그건 모르겠어요.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현이: "네.""서은준도 아는군요! 아는 게 많으시네요!" 하인이 감탄했다."나랑 나이가 비슷하니까요!" 현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전에 서은준 씨를 막 데려왔을 때, 마침 저도 학교에 나가지 않아서 그때 그를 본 적이 있어요! 키가 크고 훤칠했는데 늘 얇은 외투를 입고 다녔죠... 한겨울에도 패딩을 잘 입지 않았어요.""맞아요! 추위를 많이 안 타요. 감기에 걸린 것도 본 적이 없는데 젊은이들은 건강해서 그런가 봐요." 하인이 다가와서 현이에게 물었다.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 그러고보니 아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저는 현이라고 해요. 아주머니, 바쁘시니 방해하지 않을게요." 현이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 "참, 사모님이 걱정거리가 많으니, 제가 왔다고 말하지 마시고 이 과일들은 여러분들끼리 드세요. 헤헤!""참 괜찮은 아가씨네요! 다음에 시간 되면 또 놀러 와요!""네!"현이가 별장 뒷문으로 나오자경호원이 물었다. "얘기 끝났어요?"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할머니는 예전에 여기서 저분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셨어요.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도 않아요.""옛날 신분을 말하지 않았어요?""말 안 했어요. 말할 필요 없으니까요.""현이 씨, 현이 씨는 정말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경호원이 감탄했다. "선생님을 뵈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 하인들까지 특별히 보러오실 필요는 없잖아요."현이는 서은준의 소식을 알아보러 왔다고 성호에게 말할 수 없었다."엄마, 아빠한테 말 안 했죠?" 현이가 물었다."말 안 했어요! 제게 전화온 적이 없으셔서 말할 틈도 없었어요.""그럼 개인적으로 전화한 적이 있나요?" 현이가 계속 물었다.경호원: "어제 한 번 전화했어요. 현이 씨가 학교에 간 후, 그들에게 답장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저에게 전화했어요. 현이 씨가 은사님과 함께 있다고 말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현이: "어제 저한테 그 얘기
현이는 문득 깨달았다. "찾아봐야겠어요."경호원: "현이 씨, 꼭 만나야 해요? 그분도 현이 씨를 못 알아보지 않을까요? 그때 가서 직접 박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얘기할 거예요? 만약 현이 씨가 솔직히 말하면 틀림없이 귀찮게 할 거예요!"현이: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경호원: "3년 만에 만났는데, 그 사람이 지금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아요? 사람은 변해요. 이 사회에서 이익은 언제나 가장 유혹적인 거예요. 돈이 생기면 모든 것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러니 그 사람에게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 것을 추천드려요."현이: "그 사람에게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그를 아예 만들 수 없을 지도 몰라요. 설령 만난다하더라도 낯선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을 거고요. 그 사람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경호원: "현이 씨는 시도도 안 했는데 그가 무시할 줄 어떻게 알아요? 현이 씨가 너무 예뻐서 웬만한 남자들은 현이 씨의 유혹을 못 이겨요. 자신감이 없으면 그때 가서 화장을 좀 더 예쁘게 하고 와요.""그래요! 회사 이름이 뭔지만 먼저 알아볼게요."경호원: "그럼 우선 간선도로로 차를 몰게요. 우리 우선 레스토랑부터 찾아봐요, 곧 점심시간이에요.""그래요. 아무 레스토랑이나 찾아봐요! 저는 아무거나 먹어도 돼요."30분 후 경호원은 고급 레스토랑 입구에 차를 세웠다.현이는 경호원을 따라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경호원은 메뉴를 현이에게 건네주었다.현이: "성호 씨가 주문해요! 전 편식하지 않거든요."현이는 이름을 입력해 해당 업체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았지만 회원가입해야 검색할 수 있었다.현이는 회원 가입 신청을 해야 하고 회비를 충전해야 했다.현이를 보호한 지 2년이 된 경호원은 현이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T국 쪽 음식이 국내랑 좀 달라서 경호원은 대충 몇 가지를 시켜놨다.종업원이 음식을 내놓았을 때, 현이는 마침내 서은준의 회사 이름을 알아냈다.현이가 휴대폰을 내
경호원: "???"그럴 수가?"현이 씨가 이렇게 우수한데,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입사시키면 어떻게 하려고요?" 경호원이 의아하게 물었다. "정말 여기 남아서 출근할 거예요? 우리 여기서 보름만 있다가 가자고 하지 않았어요?"현이: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할게요! 그때 제가 임기응변하도록 하죠. 설령 그가 나를 입사시켜도 내가 언제든지 갈 수 있어요!"경호원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서은준의 회사에 가보려고 했다.차에 오르자 경호원이 물었다. "그 사람 회사 이름이 뭐예요?"현이: "다크 준 테크 놀로지예요."경호원: "회사 이름이 별로예요."현이: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달라요. 성호 씨가 별로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사람은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할 거예요."경호원: "현이 씨, 현이 씨 부모님은 현이 씨가 T국으로 시집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그 남자를 보러 가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절대 그 남자를 사랑하지 마세요."현이가 솔직히 대답했다. "제가 그를 알았을 때 다른 이성과 접촉한 적이 없어요. 그 사람은 제가 접촉한 첫 번째 이성이에요. 그래서 그에 대한 나의 느낌은 특별해요. 제가 그를 좋아한다는 건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와 그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저도 몰라요."경호원: "저 사람 정말 운이 좋네요! 현이 씨 마음에 들었다니."현이: "성호 씨,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예전에 그렇게 못생겼던 저를 그분이 싫어하지 않고 많이 배려해 줬어요. 이건 그분이 정말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런 마음씨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때 이미 가장 엄격한 시험을 거친 셈이라고요."경호원: "아가씨를 동정한 걸지도 몰라요."현이: "알아요. 하지만 왜 그 사람만 저를 동정했던 거죠? 이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경호원: "그래요! 현이 씨 말도 일리가 있어요. 이 남자가 전에 현이 씨한테 잘해줬던 건, 분
"밖에서 잠깐 기다려 주세요." 현이가 경호원에게 말했다.남자: "둘이 같이 온 건가요?"현이: "네. 친구예요. 같이 왔어요."남자: "그래서 입사 지원을 한다는 거죠?" 적극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먼저 들어가보세요! 제가 인사 담당자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현이: "알겠습니다."현이는 대답을 한 뒤, 경호원에게 나가라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그는 관대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같이 들어와 있으세요. 밖에 앉을 곳이 별로 없어서요."그렇게 경호원과 현이는 다크 준 테크놀로지에 들어갔다.그는 물을 따라준 뒤,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인사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현이에게 사과를 하며 말했다. "전화를 안 받네요."현이: "담당자가 회사에 없나요?"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는 거 같습니다! 밖에 사람 모집하러 나간 것 같습니다."현이는 문득 깨달으며 말했다. "저처럼 이렇게 회사에 바로 찾아온 사람은 없을 텐데. 그렇죠?""맞아요! 이력서도 내지 않고 회사에 바로 오셨네요. 이력서는 가지고 오셨나요? 가지고 오셨다면... 대표님이 오시면 바로 대표님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현이: "음... 아니요. 혹시 여기 인쇄할 수 있나요? 바로 뽑을 수는 있어요."그 말을 듣고 남자는 바로 그녀에게 자리를 안내했고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감사합니다!""천만에요. 그런데 어떤 직무에 지원하신 건가요?" 남자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 현이 옆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현이: "어떤 부서가 사람이 부족한가요?"남자: "기술 부서요."현이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 하며 말했다. "저는 컴퓨터 전공이 아니에요."남자: "그렇다면 뭐... 아무 부서에 지원하시면 될 거 같네요. 아, 저희가 청소부가 모자라긴 한데. 하라고 하시면 안 하시겠죠."경호원은 이 말을 듣고 도저히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었다!"현이 씨, 가시죠!" 경호원은 큰 모욕감을 느꼈다.지금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청소부로 일하라니? 농담이 너무
서은준은 현이의 이력서를 받고는 살펴보았다.전공이 방송과라고 적혀진 것을 보고 서은준은 현이에게 물었다.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현이: "그게 무슨 말이에요!"서은준: "여기가 무슨 회사인지 알고 온 거야?"현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알죠! 게임... 회사?"현이는 서은준이 예전에도 게임을 좋아했던 것을 기억했다.그는 거의 먹거나 마시지도 않고도 게임을 했다.그리고 그는 취미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었다.서은준: "알고 있다면 더 잘 알겠네? 여기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현이가 말했다. "뭐든 할 수 있어요! 뭐든 빠르게 배울 수 있어요."서은준은 그녀의 이력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A국에 있는데 왜 T국까지 온 거야?"서은준은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 생각했다.현이는 A국에서 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에서 일까지 했는데 A국에서도 충분히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만약 현이가 T국이 좋아 이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면 자신이 아닌 그녀에게 맞는 직업을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자신을?"T국은 제2의 고향이죠! 저도 생활한 적이 있고요." 현이가 대답했다. "제가 갑자기 방송국 일을 하지 않는 건... 지금은 그쪽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서은준: "그럼 뭘 하고 싶은데?"현이: "저도 게임 좋아해요... 뭐든 할 일이 있으면 시켜주세요!"서은준: "네가 할 일은 없어!"그때 아까 그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뭐 외모도 좋고 그런데... 고용하시죠! 잡일 같은 거나 시켜도 되고요. 솔직히 저런 미인이 회사에 있다면 다들 일을 더 열심히 할 겁니다!"서은준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알아서 하시던가요!"서은준은 그 말을 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갔다.현이는 그 남자에게 감사해 하며 말했다. "고마워요! 근데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시라면서... 대표님에게 그렇게 말하셔도 괜찮으세요?"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대표 파트너입니다
전화는 바로 연결됐다."현이야, 집에 이제 올 거니?" 수화기 속 진아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이가 집을 떠난 뒤, 진아연은 매일마다 딸을 그리워했다.그리고 그녀는 최근 T국에서 그녀의 딸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는 악몽을 꿨다.진아연은 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말하지 않았다."엄마, 저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근데 의논할 게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저 이제 졸업 했잖아요... 그래서 T국에서 일자리를 구했어요. 잠시 여기에 있다가 갈게요."진아연이 깜짝 놀랐다."T국에 놀러간 게 아니라? 일자리를 찾았다구? 대체 무슨 일이니? 여기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잖아...? 그게 아니라면 아빠와 엄마가 찾아줄게..."현이: "엄마, 저는 일 때문에 T국에 있겠다는 게 아니에요... 사람 때문에요...""사람? 누구? 이름이 뭐니?" 진아연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현이야,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하렴. 그게 아니면 엄마가 바로 찾아갈 거야."현이: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T국에 있을 때, 절 많이 도와주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전 그 사람을 좋아했구요. 오늘 그 사람을 만났는데... 예전 모습과 그대로더라구요. 그래서..."진아연의 목소리가 더욱더 격앙되었다. "그 남자 이름이 뭐니? 엄마에게 말해줄 수 있니?"현이: "서은준이요. 마이크 아저씨도 알고 있어요."진아연: "마이크도 알고 있다구?!"현이: "저번에 마이크 아저씨에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회사를 차렸는데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근데 경호원이 일하는 데까지 오는 건 좀 그럴 거 같아서요. 직원들도 불편해 할 거구요..."진아연: "그럼 지금 일을 하러 간다는 거니?"현이: "내일이요!"진아연: "그래, 걱정마렴. 엄마가 좀 알아볼게. 알아본 뒤에 다시 전화줄게."현이: "엄마, 혹시 화나셨어요?"진아연: "화는 무슨. 엄마가 어떻게 화를 내겠어? 우리 딸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