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끝난 후, 추형이 전화를 걸었다.별장 청소가 다 끝났다고 했다.진지한이 전화를 끊은 뒤 배유정에게 말했다: "별장 청소가 끝났데. 바로 그쪽으로 가자! 사람을 보내 어머니를 모시고 오게 할게."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바로 별장으로 가는 것이 더 편했다.배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짐을 모두 챙겼는지 물었다."진작 다 챙겼지. 이사는 언제 하니?" 배유정의 어머니가 대답했다."새집이 정리가 모두 끝났데요. 저흰 지금 거기로 가려고요. 지한 씨가 어머니를 모셔 올 사람을 보낼 거래요." 소식을 전한 뒤, 배유정이 물었다. "저녁은 드셨어요?""저녁은 무슨. 집에 남은 과일이랑 과자를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불러 죽겠어." 배유정의 어머니가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먼저 새집에 가 있으렴! 집에 도착하면 사진이나 좀 찍어서 보내주고.""알았어요."레스토랑에서 나온 두 사람은 곧바로 차에 올라타 별장으로 향했다.상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아용 카시트에서 잠이 들었다.오늘 상미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내내 즐거워했다. 즐겁게 놀고 배불리 먹은 상미는 이내 단잠에 빠졌다.진지한과 배유정은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그는 유아용 카시트 옆에 앉아 있었다.딸이 잠든 후에도, 그는 딸의 자그만 얼굴을 내내 바라보았다.배유정이 결국 입을 열었다: "내가 느끼기에 지한 씨는 상민이는 이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두 아이 모두 지한 씨의 아이예요. 설마 편애하는 건 아니죠?"진지한: "상민이는 주변에 상민이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잖아. 비교가 되지 않지.""그렇지만 나와 우리 어머니도 상미를 많이 아껴 주었어요!" 배유정이 반박했다. "물질적인 건 지한 씨네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상미에게 준 사랑은 절대 작지 않아요.""유정 씨랑 유정 씨 어머니가 상미를 아껴주지 않았다고 한 적 없어. 상미는 내 딸이야. 그러니 내가 상미를 아끼는 게 당연한 일 아니야?" 진지한은 한 속담이 떠올랐다. "딸은
"내가 데리고 내릴게. 집에 가서 부족한 건 없는지 확인해 봐. 이따가 사람을 보내 사 오라고 할게요." 진지한이 요연하게 말했다."알았어요." 진지한의 말을 따르면, 일을 그르칠 일이 없다는 걸 배유정은 잘 알고 있었다.진지한 덕에 이득을 보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는 했지만, 진지한이 아이를 그녀에게서 떼어내지만 않는다면, 그녀는 진지한이 무슨 말을 하든 따를 수 있었다.빌라 안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깨끗했다. 바닥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가구는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깨끗이 닦여 있었다.거실의 티 테이블에는 신선한 과일과 고급 스낵도 놓여 있었다.침실 안에는 가전제품이 완비되어 있었고, 침구 커버 세트도 모두 깔려 있었다. 침대 협탁 위에는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배유정이 보기에 흠잡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잠시 후, 진지한이 딸을 안고 방으로 들어왔다.딸을 보자마자 배유정은 이 집에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침대 가드만 사면 될 것 같아요. 난 침대에서 상미를 재우거든요." 배유정이 필요한 것을 말했다.진지한: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 사 오라고 할게."배유정: "한쪽 면만 사면 돼요.""그럼 아이가 바닥에 굴러떨어질 수도 있지 않아?" 진지한이 물었다. "상민이가 자는 침대는 사방을 막아 뒀어."배유정: "너무 많이 막아 두면 침대에 오르내리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침대가 이렇게 크고, 침대 머리맡에는 벽이 있잖아요. 한쪽은 내가 막고 있을 테니, 상미가 침대 발치까지 굴러가지 않는 한, 바닥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진지한: "그럼 침대 끝에도 가드를 설치해!""알았어요."진지한이 딸을 침대에 눕히자,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지한아, 오늘 저녁 먹으러 집으로 올 거니?" 진 아연이 물었다."엄마, 전 밖에서 이미 먹었어요.""그랬구나. 오늘 유정 씨가 우리 집에 왔었잖니. 그런데 정오에 급하게 나갔어. 무슨 일이 생긴
"그래! 그렇게 아이랑 같이 나갔다 오고 싶으면, 데리고 나갔다 오렴! 네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맞지." 곧 죽어도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오겠다는 아들의 모습에, 진아연은 아들의 부성애가 깨어난 것으로 생각했다."알았어요. 엄마, 내일은 아빠랑 밖에서 놀다 오세요. 두 분만의 시간을 가지신 지 오래 되셨잖아요." 진지한이 다정하게 말했다.진지한의 말에, 진아연이 활짝 웃었다: "엄마,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려고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오겠다는 거였어?"박시준: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내일 아빠가 엄마랑 같이 나갔다 올게."박시준은 그와 아내가 한동안 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진 지도 오래였다.손자가 생겨 매우 기쁘긴 했지만, 가끔은 기분 전환도 필요했다."그렇게 생각하셔도 되고요." 진지한은 엄마가 다른 생각을 하시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정말로 부모님을 푹 쉬게 해드리고 싶기도 했다."내일 어디로 놀러 갈 거니?" 진아연이 아들의 계획을 물었다. "공원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거야. 의사 선생님이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아이가 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어. 그 말인즉, 탁 트이고 사람이 적은 곳만 가야 한다는 거지."진지한: "네. 내일은 차를 타고 나갔다 올 거예요.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 않을게요."가족들과 이야기를 마친 후, 진지한이 배유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가족들에게 잘 이야기했으니, 내일 아침에 상민이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겠다는 말을 덧붙였다.배유정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너무 기대돼요! 두 남매가 드디어 다시 만나는 날이네요!진지한은 답장하지 않았다.잠시 후, 배유정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머니에게 이 좋은 소식을 전하러 갔다.배유정의 어머니도 잔뜩 들떠 말했다: "너무 잘 됐다! 유정아, 우린 참 운이 좋구나! 진지한 씨처럼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말이야! 그 사람은 우리 아이를 빼앗아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좋은 별장을 공짜로 내주기까지 했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한 남자를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진지한이 그 대단한 드림 메이커 그룹의 대표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지금 배유정에게 그는 오르지 못할 나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꿈속에서조차 그의 아내가 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새벽 3시가 되었다. 배가 고파 잠에서 깬 딸이 울기 시작하자, 그녀는 곧바로 일어나 딸에게 분유를 타 주었다. 딸이 잠드는 걸 확인한 뒤에야 피곤에 지쳐 그녀도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8시.진지한이 상민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왔다.새로운 곳에 오자 상민이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상민아, 이분이 네 외할머니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배유정의 어머니와 마주친 진지한이 그녀를 아들에게 소개했다.배유정의 어머니가 아기 침대에 있던 상미를 안고 두 부자에게 걸어갔다."상미야, 이게 누구야? 네 오빠가 왔네!" 훌쩍 자란 상민이를 보자, 배유정의 어머니가 감격해 말했다. "내가 상민이를 안아봐도 될까요?"진지한이 곧바로 상민이를 안고 배유정의 어머니에게 다가갔다.배유정의 어머니가 상미를 아기 침대에 누인 다음, 진지한에게서 상민이를 건네받았다. "상민아, 할머니 알아보겠어? 우리 상민이 하얗고, 통통하니 정말 잘 생겼다!" 배유정의 어머니는 품 안의 상민이를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노인들은 손주가 희고 통통한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주방에서 상미의 젖병을 설거지하던 배유정이, 설거지를 마친 뒤 나와 진지한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웃으며 다가와 인사했다: "지한 씨 부모님께서 지한 씨를 의심하지는 않으셨죠?""의심이 드셨어도, 내 뒤를 따라오시지는 않았을 거야." 진지한이 아기 침대에서 상미를 안아 들고, 따뜻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아가, 가자, 우리 오빠 만나러 가자."진지한이 딸을 품에 안고 상민이에게 다가갔다.그러자 두 남매가 가만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어쩜 이렇게 착할까!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바라보네
현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큰오빠가 은준 씨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미인을 보낸 걸까?이소결과 서은준은 서로 악수를 나눈 뒤, 함께 소파에 앉았다.현이가 휴대폰을 찾아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오빠가 일부러 엄청난 미인을 보낸 것 같아요. 여자인 나조차 눈길이 가는 사람이에요. 오빠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라엘: 하하하! 사진 찍어서 보내줘 봐! 얼마나 미인인지 보게!현이가 휴대폰을 들어, 이소결이 있는 쪽을 향해 카메라를 설정한 뒤, 막 셔터를 누르려던 참이었다.그때, 조난이 현이에게 다가왔다: "현이야, 가서 이소결 씨에게 물 한 잔 따라 드려!"현이가 곧바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소결에게 물었다: "이소결 씨, 뭐 마시고 싶으세요?"조난이 조금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회사에 물 말고 또 마실 것이 있어?"현이: "제가 화차를 사 왔거든요. 좋은 아카시아꿀도 있어요! 조난 오빠, 한번 드셔보실래요?"조난: "우선 지금은 손님 대접부터 하자!""네..." 현이가 이소결을 바라보았다.이소결도 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 물 한 잔이면 돼요."현이: "네, 뜨거운 물로 드릴까요? 아니면 차가운 물이나 따뜻한 물로 드릴까요?"이소결: "따뜻한 물로 부탁드려요."현이: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잠시 후 현이가 따뜻한 물 두 잔을 가져와, 이소결과 그녀의 비서 앞에 내려놓았다.이소결이 따뜻한 물을 건네받으며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현이: "별말씀을요."현이가 미소를 지으며 물러섰다.사무실 한편에 서서 나갈 생각 없어 보이는 현이의 모습에, 이소결은 곧바로 서은준과의 대화를 시작했다.이소결: "서은준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께서 예전에 대표님이 만드신 게임을 보시고는 대표님께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대표님께 투자하고 싶다고 하셨어요."조난이 서은준의 곁에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이소결 씨, 소결 씨의 아버지는 정말 안목이 있는 분이시네요. 은준 씨의 실력은
진지한: "그럼 가정부 한 명 더 고용할게요.""괜찮아요. 유정이와 난 지금 그리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할 일이 없으면 더 불편해요!" 배유정의 어머니는 지금 모든 일이 만족스럽지만 유일하게 걱정인 건, 딸의 결혼 문제였다.지금 딸의 상황으로 앞으로 어떤 남자와 결혼하게 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조건이 너무 안 좋으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은 과연 딸이 마음에 들지 걱정이었다." 유정이가 혹시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요 유정이의 아빠와 동생이 설날 지낸 후로 만난 적이 없어서 이곳으로 와 며칠 놀고 갈 생각이에요. 유정이 동생이 다른 시간은 힘들고 휴일 때만 쉬어서 말이에요.” 배유정의 어머니는 진지한이 걱정 할까 봐 이어 설명했다. "남편이 담배를 피우는데, 꼭 밖에서 담배 피우라고 할게요.”진지한: "괜찮아요. 아이 앞에서 담배만 피우지 않는다면 괜찮아요.""절대 아이 앞에서 담배 피우지 않게 말할게. 그리고 내 말을 듣지 않아도 유정이가 말하면 들을 거야. 그리고 아저씨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밖에 나가서 피울 거야.”"그럼 저는 괜찮아요." 진지한은 말하면서 두 아이한테 시선이 쏠렸고아이들은 간식을 먹은 후, 장난감을 놀기 시작했다.아들은 딸의 장난감을 본 적이 없어 매우 신기한 듯했다.잠시 후 배유정은 잘라놓은 과일을 가져왔고진지한에게 포크를 건네면서 입을 열었다. "“이걸 쓰세요! 새 포크에요."진지한은 포크를 보면서 꽤 정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지윤이가 선물한 거예요. 이사 선물로 식기 세트를 선물해 줬어요." 배유정은 포크를 유심히 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 설명해 줬다.진지한: "굳이 그런 것까지 일일이 나한테 알려줄 필요 없어. 그리고 가족분들이 와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아..." 배유정은 그의 태도에 어리둥절했고곁에서 듣고 있던 배유정의 어머니는 바로 그녀한테 설명했다. "방금 내가 한이한테 네 아빠와 동생이 온다고 알려줬어.”배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진지한은 좋은 생각이라 생각해 휴대폰을 배유정에게 넘겼고배유정은 재빨리 뒷마당으로 가서 영상 통화를 받았다.진아연은 배유정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웃었다. "유정아, 혹시 한이와 함께 있어?”배유정은 진아연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네. 한이 씨는 지금 상민이와 함께 자고 있어요.”진아연: "아... 오늘 좀 일찍 일어났지. 그런데 왜 한이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거야?”진아연은 진지한이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아이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배유정에게 물어본 거였다.우리 아들, 혹시 유정 씨와 함께 지내고 있는 건가?배유정은 그녀의 질문에 급히 머리를 굴렸다. "휴대폰을 식탁에 놓고 방에 들어갔어요. 너무 피곤한 거 같아서 방에 돌아갈 때 깜빡한 것 같아요. 혹시 걱정하실까 봐 제가 전화를 받게 되었어요.”"아, 그렇구나! 그런데 지금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는 거야? 주위 경치가 꽤 괜찮네!" 진아연은 배유정 주위의 무성한 나무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아직 네가 살고 있는 곳에 간 적이 없는데 다음에 시간 되면 네 엄마 뵈러 갈게.”배유정은 진아연이 이리 열정적인 사람일 줄 몰랐고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때 진지한이 다가와 배유정한테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엄마, 오늘 아빠랑 어디 놀러 갔어요?" 진지한은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고 있었다.진아연은 아들을 보면서 미소를 보였다. "우리 산 타러 왔어. 봐봐. 지금 산 정상에 올랐는데 풍경이 너무 좋아! 갑자기 상민이가 생각나서 너한테 연락했는데, 유정이와 함께 있을 줄 몰랐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유정이한테 연락할 걸 그랬어. 하하!”진아연은 웃으면서 아들을 놀렸다.진지한: "엄마, 그럼 재밌게 노세요. 저녁에 상민이와 함께 돌아갈게요.”진아연: "알았어! 그래도 유정 씨가 있어서 마음이 놓이네!”진아연은 말을 다하자 바로 전화를 끊었고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박시준에게 말을 건넸다. “한이가 지금 어딨는지 알아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무덤덤한
진지한은 지난 20년 동안 여자와 만난 적이 없으므로 여자 보는 눈이 아주 높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장난삼아 노는 사람을 싫어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만약 상대방을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면 절대 변심하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리고 진지한이 먼저 여자의 집에 갔다는 것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진지한은 어머니와 통화를 마친 뒤, 아이들을 찾으러 정원에 갔고배유정의 어머니는 정원에 매트를 깔고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바깥의 햇빛은 매우 따뜻하고 일광욕을 즐겨도 충분했다.배유정의 어머니는 진지한을 보자 바로 다가가 설명했다.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이 햇볕을 쬐면 몸에 좋아. 전에 상미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이와 함께 야외에서 노는 것도 몸에 좋다고 해서 말이야.”진지한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제가 아이들을 보고 있을 게요."그래, 그럼 난 밥하러 갈게.””배유정의 어머니는 진지한을 위해 직접 요리할 생각에 방으로 들어갔고이때 배유정이 과일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유정아, 어머님께서 밥하러 갔는데, 가서 도와줘야 하지 않아?” 진지한은 배유정을 보자 바로 다가가 물었다.“엄마 요리 엄청 잘해요. 전에 알려드렸잖아요. 그리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두세요!" 배유정은 말하면서 매트 위에 앉았고 아이들에게 포도를 먹여줬다.진지한은 아이들이 포도를 먹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다투지 말고 천천히 먹어. 엄마가 하나하나 줄게. " 배유정은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타이르면서혹시나 목에 포도 씨가 걸릴까 봐 골라냈다.“맛 좀 볼래요? 꽤 맛있어요." 배유정은 고개를 돌려 진지한을 보면서 물었다.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었고그녀의 말대로 새콤달콤한 게 엄청 맛있었다.이로 즐거운 하루가 끝났고진지한과 상민이는 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약 3시간 후, 진지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