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로 외투를 벗어 진아연에게 덮어주었다."너 빨리 돌아가!" 진아연은 눈물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어떻게 아이들을 남에게 맡길 수 있어?!"엄마도 가셨는데,아이들에게 무슨 사고가 일어난다면 혼자 살아갈 용기와 희망조차 없다.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절대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마이크는 슬프고 화난 그녀의 표정을 보고 몹시 심란했다."바로 가 볼테니까, 이제 울지 마! 앞으로 걔를 절대 집으로 데려 오지 않을게! 그러니까 울지 마!" 마이크는 손을 뻗어 진아연의 눈물을 닦았다.위로를 마치고 그는 서둘러 떠났다.같은 시각, 다른 병원.박시준은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병상에 누워 있던 심윤은 그의 얼굴을 보더니 바로 울먹이기 시작했다.박 부인은 냉큼 가서 박시준을 방안으로 끌어당겼다."시준아, 너희 둘 다 왜 이렇게 꼼꼼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이렇게 컸는데 몰랐다니. 방금 의사 선생님께서 모자 둘 다 안전하다고 알려주셨어." 박 부인은 원망하는 어조로 말했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모자가 안전하다고?심윤이 아들을 임신했다고?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시준 씨, 미안해요! 저도 임신한 줄 몰랐어요... 전에 궁한이라는 진단도 받았고 생리가 때마다 달랐거든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거의 반년에 한 번씩 온적도 있었거든요... 저도 몰랐어요. 다른 여자들처럼 생리 날짜가 밀려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고... 이렇게 임신하게 될 줄은..."심윤은 얼어붙은 박시준의 얼굴을 보면서 설명하려 했다."지워!"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한치의 동정심도 없었다.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심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 비슷했다.곁에서 듣고 있던 박 부인은 기절할 뻔했다."... 절대 안 돼! 아이를 절대 지울 수 없어!" 박 부인은 가정부의 부축하에 몸을 일으키며 마음을 가다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심윤이 힘들게 얻은 아이야! 그리고 나이도 있는데다 아이도 이렇게 컸는데 지금 아이
스타팰리스 별장.아침 식사를 마친 마이크는 아이들에게 장희원의 죽음을 알렸다."너희들이 슬플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아저씨도 슬퍼. 하지만 아무리 슬퍼도 너희들의 할머니가 영원히 돌아가셨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아. 아저씨는 너희들이 강해지길 바란다. 왜냐하면 너희 엄마가 지금 매우 힘들어 하거든. 너희들이 슬퍼하면 엄마는 더욱 가슴 아플 거야."마이크는 양손으로 아이들을 안아주며 말을 마친 뒤 아이들의 머리에 키스했다.아직 어린 라엘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린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작은 입으로 중얼거리며 미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할머니를 원해요... 할머니를 찾고 갈래요... 우우..."한이의 눈가도 촉촉했지만 라엘보다 강했다.그는 울음을 꾹 참고 동생을 안아줬다. "라엘아, 울지 마. 오빠가 함께 있을게.""난 할머니와 헤어지기 싫어... 할머니 없이 우리 어떡해?" 라엘에게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었다.할머니는 아침마다 그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놀아주기도 했다."라엘아, 겁내지 마. 할머니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거야... 이따 엄마가 돌아오면 절대 앞에서 울지 마, 알았지? 나중에 우리 함께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 마이크는 라엘을 달랬다."전 할머니만 원해요... 사람들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전 할머니를 다시 데려오고 싶어요..." 눈물 가득한"라엘아, 겁내지 마. 할머니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거야... 이따 엄마가 돌아오면 절대 앞에서 울지 마, 알았지? 나중에 우리 함께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 마이크는 라엘을 달랬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라엘은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댔다.마이크는 라엘의 슬픈 모습에 어렵지만 진실을 알려주기로 결정했다.아무래도 기나긴 고통보다 짧고 굵은 고통이 나을것이라는 생각에."사람은 죽으면 사라져. 라엘의 할머니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할머니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영원
"지금 즉시 병원으로 인원을 파견해 24시간 동안 지키겠습니다." 서장은 약속하고 나서 바로 화제를 바꿨다. "여자친구분이 임신했다고 들었는데 축하드립니다.""저는 아이가 싫습니다. 일단 사건에 대해 진전이 있다면 바로 저에게 알려주세요." 박시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고 말투도 점점 냉랭해졌다.서장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진 아가씨는 어때요? 상태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어떤가요?"박시준은 눈빛이 더 어두워지면서 입술을 오므렸다.그는 아무 말도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박시준은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그는 어젯밤 수술실 앞까지 갔었지만 어머님의 전화 때문에 결국 문을 열지 못했다.심윤이 임신했다는 사실은 그의 마음속에서 넘어설 수 없는 산이 되었다.자기 자신도 마주할 수 없는 사실인데 어떻게 진아연을 볼 수 있단 말인가.병동.진아연은 반나절을 자고나서 드디어 눈을 떴다.슬픔이 머릿속에 슬며시 스며들기도 전에 한이의 목소리가 먼저들려왔다."엄마, 앞으로 엄마가 원하는 학교로 가서 공부할게요."이때 라엘의 부드럽고 쉰 목소리도 들려왔다. "엄마, 저도 말을 잘 들을게요. 이제 아프면 안 돼요, 알았죠?"라엘은 말하면서 계속 울먹였다.계속 울고 있는 탓인지 아이의 눈은 빨개졌고 목소리는 잠겨있었다.진아연은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바로 일어나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았다."엄마는 괜찮아... 너무 졸려서 잔 거야. 우리 이제 집에 가자!" 그녀는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그녀가 몸을 세우자 마이크는 바로 다가와 진아연을 안아주었다."아연아, 너한테는 아이들과 내가 있어. 난 절대 너를 배신하지 않아. 언제든 내가 필요하다면 말해. 난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평소의 마이크라면 이런 침착하고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진아연은 듬직한 그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숨을 내쉬었다. "돌아가자! 집에 가고 싶어."...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은 연속 3일 동안 집에서
아침 7시.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앞마당으로 천천히 들어왔다.이모님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모님은 박시준이 돌아오자 바로 가서 반겼다.어젯밤 시은이에게 진실을 알려준 후로 시은이는 꽤 충격을 받은 듯했다.이모님은 이 때문에 자신을 자책했다.내뱉는 말은 마치 엎질러진 물과 같아 되돌릴 방법이 없다.박시준은 온몸에 냉기를 품고 거실로 들어왔다."회장님,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어요. 저를 처벌해 주세요." 이모님은 박시준의 뒤에 따라가면서 말했다.박시준은 잠시 멈춰서 빨개진 두 눈으로 이모님을 바라봤다."어젯밤에 시은 아가씨한테 심 선생님이 회장님을 위협한 사실에 대해 알려줬어요. 이 때문에 아가씨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쓸데없는 얘기를 했어요." 이모님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왜 시은이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아가씨는 회장님이 사모님과 함께 있기를 원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사실을 알려줬어요. 차라리 저를 해고해 주세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 노망이 났나 봐요. 이제 더는 회장님을 모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박시준은 이모님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쉬세요! 앞으로 시은이에게 너무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이모님은 바로 응했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박시준은 시은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갔다.밖은 쌀쌀한 날씨에 뼈가 시리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시은아, 추워?" 박시준은 시은이의 손을 꼭 잡았다.시은이는 이에 고개를 저었다. "오빠, 난 이제 치료받지 않을 거야.""안돼." 박시준은 생각조차하지 않고 반박했다. "나와 진아연은 감정 문제로 이혼한 거야. 심 선생님과 헤어져도 진아연과 함께 할 수 없어. 그러니 우리 일 때문에 네가 영향 받을 필요 없어."시은이는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난 네가 앞으로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박시준은 담담
진아연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마이크는 마치 귀신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는 듯했다.며칠 동안 빛을 보지 않은 그녀의 얼굴은 특히 창백했고,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수척했다.두 아이도 그녀를 보고 많이 놀랐다.진아연은 자신의 방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고, 마이크는 즉시 따라들어갔다."진아연! 너 설마 회사에 나갈 생각은 아니겠지?" 마이크가 추측하며 물었다.아연은 옷장에서 옷을 꺼내 욕실로 들어갔다. "너는 집에서 애들 보고 있어. 잠깐 회사 다녀올게.""응... 나 앞으로도 계속 집에서 애들을 보고 있을까?" 마이크가 물었다.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경호원 고용할 거야.""가정부를 고용해야 하는 거 아냐?"진아연: "필요없어."그녀는 자신이 직접 아이들의 식단과 일상을 돌볼 계획이었다.경호원은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그들의 안전만 보장하면 충분했다."아 그리고, 네 어머니의 교통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들었어. 누군가가 일부러 그런 거래. 이따가 경찰서에 가서 자세하게 알아봐." 마이크가 아연에게 알려주었다.진아연은 그 말에 놀라며 물었다. "누구한테서 들었어?""조지운이 알려줬어. 박시준이 사고를 낸 운전자를 조사하며 많은 것을 알아냈다고 하더라."아연의 얼굴에 있던 평온함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살해된 것이라면 누가 범인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왕은지 외에 누가 있겠는가?!진아연이 떠나자 곧이어 여소정이 차를 몰고 왔다.마이크는 두 아이를 여소정에게 부탁했다."소정아, 네가 잠깐 애들을 보고 있어... 아연이가 오늘 많이 이상해. 가봐야겠어!" 말을 마친 마이크는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마이크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마침 진아연이 경찰서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진아연!" 마이크는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넋을 잃은 것 같았고 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듯 했다.마이크는 그녀의 차가 부르릉 거리며 그의 앞을 지나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두 손을 허리에 걸치고
진아연은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움켜쥐었다.그녀는 박시준에 관한 얘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당신 동생은 감옥에 있는데, 어떻게 청부 살인을 할 수 있죠?" 그녀는 왕은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마디씩 물었다. "당신이 한 거죠?"왕은지의 얼굴에 있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진아연, 너 생사람 잡지 마! A국에서 살인은 사형이야! 청부 살인도 사형이라고! 네가 전에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잖아.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니!"말을 마친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마치 "난 바보가 아니야! 내가 청부했다 해도 난 절대 인정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진아연이 커피잔을 너무 세게 꽉 쥔 나머지 잔 속의 커피가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내가 왜 당신 만나자고 했는지 알아?" 커피잔을 쥐고 있던 진아연은 손을 놓았다.왕은지는 그녀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진아연, 네 엄마는 이미 죽었어. 네가 날 잡고 징징거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내가 하지 않았다고 하면 하지 않은 거야. 네가 나를 죽인다 해도 내가 한 게 아니란 말이야..."진아연은 아픔을 모두 속으로 삼키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물론이지. 당신이 인정하지 않는 이상 당신이 한 게 아니지."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왕은지 앞으로 걸어갔다.왕은지는 그녀가 뭘 하려는지 눈치채고 즉시 외쳤다. "도와주세요!"...마이크가 도착했을 때, 그는 진아연이 빨개진 눈으로 왕은지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녀의 머리를 벽에 내리꽂는 장면을 보았다!벽에는 새빨간 핏자국이 있었다!왕은지의 얼굴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오우 쉣!" 마이크는 재빨리 진아연을 향해 달려갔다. "진아연! 빨리 놔! 너 이러다 사람 죽어!"마이크는 말리려 나섰다가 말리지 못하고 있는 점원을 끌어냈다.그는 진아연의 몸을 세게 껴안고 그녀를 끌어내려 했다!그러나 그녀는 왕은지의 머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이 년이 우리 엄마를 죽였어! 내가 이 년을 죽여서 복수할 거야!" 진아연은 울며 있는 힘껏
마이크: "...""하나, 둘..." 진아연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마이크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 진아연 너 계속 멍청한 짓만 골라 해! 나도 이젠 신경 안 쓸 거야!"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경찰서를 떠났다.경찰서에서 나온 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지운! 박시준 회사에 있어? 나 박시준이랑 얘기 좀 해야겠어!" 경찰서 밖에 서서 찬바람을 맞고 있는 그는 속으로 매우 야속했고 억울했다.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정말로 진아연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진아연은 현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사람이 강한 자극을 받게 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게 된다.오늘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내일 자살할 수도 있는 법이다."오늘 업무 복귀를 하게 돼서 좀 바쁜데. 무슨 일이야?" 조지운은 빠른 속도로 물었고, 묻고 난 뒤에야 반응했다. "대표님을 찾는 거라면... 혹시 진아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걔가 오늘 꼭지가 좀 돌아서 하마터면 왕은지를 죽일 뻔했어. 지금 경찰서에 있는데, 아마도 구류될 거 같아... 너희 대표가 그렇게 대단하다며? 빨리 가서 알려주고, 진아연 꺼내달라고 해! 오늘 어두워지기 전에 진아연을 꺼내지 못하면 내가 바로 박시준의 가십거리를 터뜨릴 거야!"조지운은 들은 뒤 바로 욕을 했다 "너 시발 대가리에 총 맞았냐?! 네가 무슨 대표님의 가십거리를 가지고 있는 건데? 대표님 앞에서 이딴 식으로 얘기하면, 넌 바로 A국에서 추방될 거야!"...경찰서.경찰관은 메모지와 펜을 꺼내 진아연에게 건넸다."진아연 씨, 지금 상심이 큰 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죠." 경찰은 서리처럼 차가워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과문 작성하고, 피해자 손해 배상하면 합의 볼 수 있을 겁니다."진아연은 메모지를 보며 냉소했다.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그년을 때리고 싶어서 때렸는데."경찰관: "...""손해 배상하라고요? 물론이죠! 그년이 죽으면 얼마든지
"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진아연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서장에게 말했다. "진아연은 제가 먼저 데려갈게요."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서에서 나온 후 진아연은 박시준의 차가운 손을 뿌리쳤다.박시준은 잔뜩 독이 오른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네가 왕은지를 죽인다고 해도, 어머님은 돌아오지 않아. 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어. 하지만 네가 사용한 건 가장 미련한 방법이야.""당신이 뭔데 날 가르치려 하는 거예요?" 진아연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고귀하신 박 대표님이라서? 아니면 미래의 장모가 왕은지라서?!"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가득했다.박시준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진정해, 진아연.""진정할 수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처량하고 날카로웠다. "눈만 감으면 처참하게 살해당한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우리 엄마가 뭘 잘못했는데?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죽인 건데!"그녀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박시준은 그녀의 수척해진 몸과 비통에 잠긴 모습을 보면서 순간 모든 이성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두 팔로 그녀를 꽉 감쌌다.그녀는 그의 독특한 우디 향을 맡더니 감정이 곧 폭발했다!향수의 냄새가 그대로여도 그는 더 이상 예전의 박시준이 아니었다!"이거 놔!"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냈다."싫어!" 그는 그녀를 팔 안에 가두고 쉰 목소리로 설명했다. "왕은지가 내 미래의 장모라고? 웃기자 마! 내 장모는 한 사람밖에 없어. 바로 네 어머니야."진아연은 그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자 곧 자포자기했다.그녀는 깊은 정이 드러나는 듯한 그의 말을 곱씹은 후,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향해 차갑게 물었다. "심윤이 당신 애를 가졌는데, 당신 경호원을 시켜 그 여자를 끌고 낙태하러 갔어 안 갔어?"그녀의 질문에 그는 팔에서 힘을 뺏다."박시준, 당신 아이가 싫다며? 심윤이 당신 애를 가진 건 왜 받아들일 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