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은은 가출하기 전에 의, 식, 주 모두 걱정없이 살았기 때문에 차가운 현실은 그녀 혼자 견뎌내기 힘들었다.그러다 보니 그녀의 이력서의 경력란은 매우 깨끗했다.적을 수 있는 건 학력 뿐이었다.그리고 추가한 문장은... 나쁜 습관이 없다는 내용 뿐."아 진짜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 대학교 때 집에서 그런 거 다 필요없다고 해서 따지도 않았고. 졸업 후에는 바로 아빠 회사에서 일하긴 했으니까 말이야. 근데 누가 알았겠냐고. 갑자기 맞선을 보고 결혼하라니!" 한성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내가 고쳐줄까?" 배유정은 침대에서 일어났다.한성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돈 다 떨어지면 돌아갈 거야."배유정: "진짜지?""너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도 힘들어 하는데. 나는 못해. 집에 들어가는 게 나을 거 같아."한성은의 말에 배유정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네 말이 맞아.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벌기 힘든 세상이야. 넌 부모님에게 돌아가면 돈 걱정은 없으니까. 맞선 상대는 싫으면 다른 사람 만나면 되는 거구.""유정아, 네 말에 좀 가시가 있다? 설마 내가 한 말에 상처 받은 거야?""난 부자의 삶이 어떤지 몰랐으니까. 어제 봤는데 정말... 다르더라." 배유정은 라엘과 김세연의 결혼 답례품이 떠올랐고 그 선물을 사려면 그녀가 몇 년 동안 일을 해야하는지 떠올랐다."유정아, 내가 집에 돌아가서 좀 괜찮아지면 돈 빌려줄게. 먼저 가족 빚부터 갚아."배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 올해 안에 갚을 수 있을 것 같아.""나한테까지 숨기지 않아도 돼! 너 고생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이자 같은거 안 받을 테니까 받아." 한성은은 정말 진심을 다해 말했다. "지금 내가 너한테 얹혀 사는 거 갚는 거라고 생각해.""밥값은 네가 냈잖아.""우리 집은 가정부를 고용해서 요리를 하다보니까 한 달 비용만 해도 엄청 나다구." 한성은은 이 말을 하다 아차 싶었는지 다시 이어서 말을 했다. "
일주일 후.진지한은 이번 A국에서 보내는 휴가가 끝났다.진아연과 박시준은 공항으로 그와 함께 마중 나갔다."한이야, 여자 친구도 좀 만들고 그래. 주변에 좋은 사람 있는지 잘 보구." 진아연은 신신당부했다. "인연이라는 게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야. 네가 노력해야지."박시준: "정말 네 회사 본사를 A국으로 옮길 생각은 없는 거야? 아니면 A국에 지사를 여는 것도 방법이고."진아연은 그의 아들이 좋은 상대를 만나기를 바랐다.박시준은 그저 아들이 돌아오기를 바랐다.진지한: "고민해 볼게요.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도착하면 연락할게요.""그래. 그리고 앞으로 술은 조심하구." 진아연이 말했다.그 말을 듣자 진지한은 동생의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사건은 비록 지나갔지만 진지한은 평생 잊지 못할 대사건이었다.그의 처음을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줬으니 말이다.지금까지도 그는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는 그날 밤 온 몸이 아팠고 마지막까지 약의 효과를 이겨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알겠어요." 진지한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게이트로 들어갔다. "이만 들어가볼게요.""그래! 잘 가렴!" 진아연은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박시준과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돌아오는 길에 박시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보고 위정에게 걸려온 전화임을 확인했다.위정은 진아연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박시준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은 박시준을 쳐다보며 전화 통화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위정이 어떤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박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고 그녀 역시 더러 긴장되기 시작했다."지금 어디야!" 박시준이 소리 쳤다.진아연은 그의 포효에 깜짝 놀랐고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시은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박시준은 전화를 바로 끊더니 기사에게 성심병원 제3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했다.진아연은 침을 꼴깍 삼키며 박시준의 손을 잡으
시은이는 아무 표정이 없는 상태로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녀는 점점 더 쉽게 잠에 들었고 깨어나기 더 어려워졌다,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오래 전에 죽을 것 같을 때 박시준이 슬퍼하는 것을 보고싶지 않아 위정에게 자신을 데리고 멀리 떠나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이번에는 훨씬 용감해졌다.그녀는 가족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박시준과 진아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시은이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사실 시은이는 이미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되버렸다.위정은 시은이의 진료기록을 진아연에게 보여주었다."시은이 지금 아주 심각한 상태야, 웬만한 방법은 다 써봤는데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고 치료 과정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시은이도 그만하고 싶어 해." 위정은 병실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도 더 이상 치료 권하시지 않고."진아연은 시은이의 진료기록을 빠르게 훑었다."치료를 포기했다면 더 이상 병원에 있을 필요도 없네."진아연의 말은 박시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정말 다른 방법 없는 거야?""시준 씨, 시은이 상황 당신도 아시잖아요. 당신이 이런 결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저도 알아요. 하지만 시은이가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 해도 이미 행운이에요. 이미 제 예상보다 충분히 오래 버텨줬어요." 진아연은 늘 마음의 준비를 해왔었지만 차마 박시준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었다."시준 형님, 아연이 탓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도 같은 뜻이에요. 전 오래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왔어요." 위정은 침착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은이는 우리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 원하지 않으니까 좀이따 시은이 깨어나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두 시간 정도 잔 후 시은이는 잠에서 깨어났다.시은이는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잠에서 깨어난 시은이는 박시준과
일주일 뒤.시은이의 장례식은 본 시 고급호텔에서 치렀다.시은이의 생전 소원대로 장례식에는 가까운 친척들과 친구들만 초대하였다.진지한은 3일 전에 급하게 귀국했다.그는 시은이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무척 많았다.그가 시은이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던 적은 설날 때였다.그날 따라 시은이가 한이에게 사업에 대한 얘기, 결혼에 대한 얘기 그리고 가족에 대한 얘기 등 주동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진지한은 그것이 시은이가 자신에게 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라엘이의 결혼식에도 시은이를 만났지만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너무 바빠서 시은이와 몇 마디 나누지도 못했다.송별식을 마친 뒤, 시신은 화장터로 보내질 예정이였다.진지한은 두 손을 사체 보관 냉동고에 올린 채, 직원들이 시신을 옮기는 것을 말렸다.진아연은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두 손을 내리게 하였다."한아, 시은이 고모 편하게 보내주자!" 위정이 입을 열었다. "시은이가 이미 너희들한테 작별 인사 다했대. 시은이가 너희들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은이는 너희가 잘 지내길 바랄 거야, 너무 속상해 하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같은 시각.배유정은 월경이 거의 열흘이나 미뤄졌다, 그래서 조경을 위한 약을 사기 위해 약국으로 향했다.그녀는 며칠 동안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는데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달랐다.일주일 정도 미뤄져도 괜찮다는 사람도 있었고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라는 사람도 있었다.배유정의 생리 주기는 늘 규칙적이였다, 여태껏 일주일 이상 미뤄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때때로 미뤄지거나 일찍 시작할 때도 있었는데 다 3일 정도의 차이였다.그래서 그녀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약국에 들어섰다."생리 주기가 지금 11일이나 미뤄졌는데 혹시 무슨 약 먹어야 할까요?" 배유정은 낮은 목소리로 약국 직원에게 물었다.점원은 그녀를 훑어보더니 물었다: "혹시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남자친구 있어요? 임신 테스트기 해보셨나요?"배유정은 연신 고
"그래요! 그럼 돌아가서 한 번 해보세요. 사용방법은 상세하게 적혀있으니 설명서대로 하시면 되요." 점원이 상품 코드를 스캔한 후 그녀는 결제를 마쳤다.배유정은 결제를 마친 후 바로 임신 테스트기를 봉지에 넣었다.그녀는 빠른 속도로 오피스텔에 돌아갔다.그녀의 룸메인 한지윤은 용돈이 다 떨어져 본가에 다녀오려고 짐을 싸고 있었다."유정아, 내 방 아직 한 달 남았으니까 만료되기 전까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도 있어." 한지윤이 유정에게 말했다. "집에 가서 무사히 잘되길, 부모님이랑 다시 다투고 싶지 않아. 돈 없는 나날들은 너무 고통스러운 거 같아.""부모님한테 고개를 좀 숙여봐, 부모님도 네가 고생하는 거 원하지 않으실 거야." 배유정은 약을 한 켠에 두고 우선 한지윤을 배웅해 주려고 했다."무슨 약 산 거야?" 한지윤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약을 흘끗 보았다."그게... 생리가 좀 늦어져서 큰 문제는 아니야.""아, 근데 생리 늦는 건 다 정상 아니야? 몇 달이나 늦어진 거 아니라면 괜찮아. 나 전에 다이어트 때문에 너무 굶어서 생리가 두 달이나 끊겼었거든." 한지윤은 웃으며 말했다. "생리 불규칙적인 거 다 정상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알겠어. 택시 탈 돈은 있어?" 배유정은 룸메이트의 캐리어를 밀어주며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그 정도는 아직 있어, 생활비도 조금 남았고. 오늘 마침 주말이잖아? 부모님도 집에 있을 거 같아서 한 번 갔다오려고." 한지윤은 발걸음을 멈추고 배유정의 손에서 캐리어를 가져오며 말했다. "그만 들어가. 오늘 주말인데 집에서 푹 쉬고! 부모님한테 돈 받으면 연락할게."배유정은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카페를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였다.몇천만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였다.가족들과 금방 큰 갈등을 겪었는데 부모님이 한꺼번에 이렇게 큰 돈을 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였다!배유정은 한지윤이 엘이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갔다.문을 잠근 후 배유정은 깊은 한숨을 내
배유정은 소파에 누우며 단번에 인생이 어둠 속에 빠진 것 같았다.집에는 아직 빚이 산더미고 열심히 돈 모아 빚 갚으려고 매일 아둥바둥 버티면서 지내고 있는데 이 와중에 임신까지 해버리면 아기를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 맙소사! 생각만 해도 너무 버거웠다?재앙은 매양 겹쳐 오게 마련이라고 이것이 바로 설상가상인 상황이 아니겠는가?그녀는 소파에 잠시 누워있다 소파 등받이를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갑자기 입이 마른 듯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그녀는 티 테이블 위에 놓여진 주전자를 들고 물을 한 컵 따랐다.단숨에 물을 들이마신 후 그녀는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았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다: 혼전 임신 어떻게 해야 하나요?온라인 댓글은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었다.졸업하지 않은 경우:—우선 가족에게 알린 후 유산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부모님께 혼날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당신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님 뿐입니다!—남자친구한테 먼저 얘기하시고 남자친구 반응부터 살펴봅니다. 남자친구 집에서도 아이를 낳자고 한다면 아이를 낳으시는 걸 권합니다. 낙태는 몸에 아주 해롭습니다!이미 졸업한 경우:—우선 남자친구에게 얘기하고 남자친구 분께서 책임 지겠다고 하면 정말 축하드립니다. 인터넷에 이런 도움을 요청한 거 보면 아마 남자친구 분께서 책임지려 하지 않으신가 봐요? 아이가 짐이 되실 것 같으시면 유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결혼하시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실 겁니다.—남자친구 분께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부모님과 함께 상의해 보세요. 집안 조건이 괜찮으시다면 남편없이 혼자 자식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조건이 힘드시다면 유산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이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돈이 엄청 많이 들거든요!...인터넷에 올라온 다양한 댓글들을 확인하던 배유정은 아예 포기해 버렸다.그녀와 진지한은 애초부터 연인사이가 아니였다, 완벽한 낯선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이 시간에 문을 연 병원은 없을 것이다.그녀는 다시 소파에 돌아가 앉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진지한의 모습이였다.어쩌면 진지한은 진작에 자신의 얼굴을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여전히 진지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진지한의 회사는 다른 나라에 있지만 진지한은 A국 사람이기 때문에 A국에서도 진지한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그는 상업계 천재였다, 게다가 훌륭한 외모에 집안 배경까지 모든 걸 다 갖춘 그는 연예계 톱스타보다 더 이목을 끄는 존재였다.배유정은 휴대폰을 들고 검색창에 '진지한'이란 세글자를 입력한 후 검색하기 시작했다.진지한과 관련된 수많은 뉴스들이 화면에 나타났다.최근 소식은 바로 진지한이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는 뉴스였다.배유정은 그 뉴스를 클릭했다.진지한의 고모가 세상을 떠났다...장례식은 바로 어제 거행되었다.그렇다면 진지한은 여전히 A시에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지한이 A시에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설마 진지한을 찾아가서 당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그녀가 진지한이라면 분명 그녀에게 화를 내며 돈봉투를 던져주며 아이를 지우라고 할 것 같았다.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아이를 지울 돈 정도는 있었다.비록 가난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는 아이를 이용해 진지한을 협박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그날 밤 진지한이 그녀에게 강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진지한에게 반해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여태껏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진지한은 외모만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람 됨됨이도 아주 바르고 괜찮았다, 이런 남자를 앞에 두고 설레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더 이상 허튼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우선 병원에 가서 정말 임신을 한 게 맞는지 확인부터가 우선이였다.정말로 임신이라면 그때 가서 다시 방법을 생각하려고 했다!아침 8시.배유정은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의
"결혼은 하셨어요? 아이를 지우려면 아이의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해요." 의사가 귀띔해 주었다.배유정이 어떻게 진지한에게 서명을 해달라고 하겠는가?진지한을 만나는 것조차 그녀에겐 불가능한 일이였다."제가 직접 서명하면 안될까요?" 배유정이 물었다. "선생님, 사실 제가 아직 결혼도 안했고 남자친구도 없거든요.""그럼 조심 좀 하시지 그랬어요! 안그럼 가족분들이 오셔서 서명해도 괜찮아요. 수술은 오늘은 시간이 안되고 미리 예약하셔야 해요." 의사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면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다시 고민해 보세요.""꼭 가족의 서명이 필요한 건가요? 제 가족들도 다 멀리 있어서요." 배유정은 이 일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집에 얘기해봤자 부모님께 속만 썩일 것 같았다.의사는 배유정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그럼 아이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해요. 아무도 없으면 수술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지겠어요?"배유정은 의사도 다 규정에 따라 행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더 이상 의사와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그럼 일단 돌아가서 생각 좀 더 해볼게요.""그래요, 아직 임신 초기라 시간이 더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3개월 후에 배아에 이상한 문제가 없다면 낙태하기 어려울 거예요.""네, 알겠어요."배유정은 검사결과를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뜨거운 해볕 아래 그녀는 머리가 지끈해났다.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임신하고 엄마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여태껏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어떻게 엄마가 된 후의 삶을 생각했겠는가?그녀는 병원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옆에 벤치에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벤치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돈만 있었어도 이렇게 망설임없이 직접 낙태를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다.어쨌든 작고 소중한 목숨이니 말이다.돈만 있어도 나중에 결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그녀는 아이와 둘이 서로 기대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그녀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다.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