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라엘과 김세연의 결혼식은 비밀 유지도 너무 잘한 것 같아요! 현재까지 아무 소식도 새어나가지 않았어요!""그렇죠!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만약 우리가 독점 뉴스를 캐낼 수 있다면, 결혼식 날의 사진 한 장이라도 얻어낸다면 트래픽은 무조건 폭발적일 거예요!""포기하세요! 그들이 어떤 언론도 초대하지 않았으니 결혼식장에는 파리 한 마리조차 못 들어갈 거예요.""사실 결혼식장에 잠입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리 잠입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호텔에 가서 직원으로 일한다든가.""호텔에서도 신입사원을 결혼식장에서 일하도록 하지 않잖아요. 생각이 너무 단순해요! 그리고 잠입할 수 있다고 해도 어떤 장비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요! 결혼식장에서 분명 철저한 검사를 할 거예요.""그런데 편집장이 1차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2000만 원주겠다고 했어요. 2000만 원이에요. 만약 이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면, 올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2000만 원도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쨌든 이건 김세연의 결혼식이잖아요! 독점적인 자료를 가지고 보도자료를 내지 않아도, 팬들에게 아무렇게나 연락해도 2000만 원에 팔 수 있을 거라고요. 김세연 씨는 돈 많은 팬들이 많거든요."한 미디어 회사에서 직원들이 이러쿵저러쿵 토론하고 있었다.보너스를 위해, 실적을 위해 모두 진라엘과 김세연의 결혼식에 대한 내부 뉴스를 입수하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유정 씨, 어머니 수술비로 몇천만 원 빚지지 않았어요? 만약 유정 씨가 이번 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요!" 배유정이 침묵을 지키자 동료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김세연은 지금 거의 집을 나서지 않고, 그와 진라엘의 결혼식은 기본적으로 박씨네 쪽에서 주관해요. 박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경호원을 갖추고 있어 그들에게 접근하려면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워요." 배유정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 상금은 받기 어려울 거예요
"맞아요! 한이는 아빠를 닮아 정말 부자지만 티를 내지 않아요." 하객은 말을 하다가 선물 상자에서 금괴를 꺼냈다.배유정은 눈부신 금괴를 본 순간 얼어붙었다.부자들은 이런걸 선물로 주는 건가?!차를 선물하고 금괴도 선물한단 말인가?배유정은 어머니의 중병으로 인해 가족이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이 떠올라 순간 서글퍼졌다."그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부모님께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한 번도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한 씨 부모님은 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대요.""당연히 관여할 수 없죠. 지한 씨의 현재 능력은 아빠보다 못하지 않아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족의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그러나 이제 라엘 씨도 결혼했고 지한 씨도 나이가 있는데 결혼해야죠. 제 딸이 지한 씨를 많이 좋아하긴 하는데 아쉽게도 지한 씨는 우리 게으른 딸을 좋아하지 않네요.""하하하! 한이 씨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어린 나이에 재능도 있고 돈도 잘 벌고 아버지의 사업 재능과 어머니의 명석한 두뇌를 완벽하게 물려받았는걸요."...배유정은 박씨 가문의 정보를 조사했다.그녀는 인터넷에서 진지한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진지한은 정말 잘생겼는데 사진을 보면 여자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그는 너무 차가워 보였다.점심이 끝나갈 무렵 배유정은 빠른 걸음으로 재빨리 화장실로 걸어갔다.그녀는 미리 화장실에 괜찮은 옷을 준비해 뒀다.나중에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손님인 척하며 인파에 섞여 들어갔다.하객들은 전자 기기를 가져오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현장에 신호 방해기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아무 정보도 내보낼 수 없었다.사실 이것은 이미 박시준 가족의 태도를 보여줬다.현장에 초대 된 손님은 모두 박씨 가족과 김세연 가족의 친척과 친구였기에 당연히 그들의 이런 상황을 이해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사진을 게시하거나 인터넷에 정보를 노출하지 않았다.배유정은 떠나기 전에 현장 사진 몇 장만 찍으면 된다.현장 분위기는
옷을 갈아입고 연회장으로 돌아왔지만 진지한은 연회장에 없었다.연회장에는 사람이 훨씬 줄었는데.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도록 매우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세연 씨, 정말 피곤하지 않아요?" 라엘이 김세연에게 좀 쉬라고 했다.그들은 오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바빴다.지금은 아버지와 형이 대부분 손님을 다른 홀에 배치해 두었고, 여자 손님들은 이모가 서빙해서 둘이 잠시 쉴 수 있었다.김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 당신이 피곤하면 잠시 자도 돼.""저도 괜찮아요! 오늘 결혼하니까. 좀 설레요." 라엘이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우리가 진짜 결혼하는 것 같아요. 가족관계 증명서를 받을 때의 느낌보다 더 리얼해요."김세연: "먼저 플랫슈즈로 갈아신는 게 어때!""좋아요."배유정은 김세연이 라엘과 함께 연회장을 떠나는 것을 보고 따라가려 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화장실에 간다고 생각하니, 따라가면 분명 발각될 것 같았다.그리고 두 사람은 반드시 신발을 갈아신고 연회장으로 돌아올 것이다."아가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느 집안 자제분이세요?"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배유정과 대화를 시작했다.배유정은 그의 앞에 있는 잘생긴 청년을 바라보고 입술을 씰룩이며 말하려다가 말았다.그녀는 부유한 가정을 아무렇게나 만들어 낼 수 없었다.그녀가 거짓말을 하면 이 남자는 당장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알아차릴 것이다.배유정이 말을 못 하는 척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아이가 달려와 그녀와 부딪쳤다.그녀는 몸을 숙여 어린 소년을 일으켜 세웠다."미안해요, 아이를 돌봐야 해요." 배유정은 이 말을 한 후 즉시 어린 소년을 데리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배유정은 활기찬 성격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환심을 샀다.한동안 아이들과 놀아준 후 그녀는 아이들 중에 있는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터넷이 없어서 사진을 보낼 수 없는 게 안타깝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터넷 있어요! 내부 인터넷이 있는 거 모르셨어요?" 소녀는 유정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끌어당겼다. "언니, 이 코드를 스캔하면 인터넷에 바로 연결할 수 있어요."배유정은 눈을 크게 떴다.그녀는 손님용 인터넷과 다를 것도 없을 텐데 왜 내부용을 사용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두 인터넷이 다를 게 뭐가 있다는 거지?내부 인터넷을 사용하면 뭐가 다르다는 걸까?그녀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물어봐도 아마도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녀가 이것조차 모른다면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될 것이다.보안을 위해 배유정은 연회장 전용 네트워크와 연결하지 않았다."시계에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요? 블루투스가 뭔지 알죠?""당연히 알죠! 부모님 모두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지고 있어요!" 소녀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대답에 배유정이 더러 얼굴이 빨개졌다."그럼... 꼬마 어린이 시계에도 블루투스 기능이 있을까요?" 배유정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건 모르겠어요! 한번도 사용 안 해봤어요. 왜냐하면 저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필요 없으니깐요." 소녀는 말하며 시계를 벗어 배유정에게 건넸다. "언니가 한번 봐주세요!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지.""알았어요! 언니가 찾아봐 줄게요."...배유정은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다행히 소녀의 스마트워치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있었다.그녀는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해 방금 찍은 사진들을 휴대폰으로 전송했다.그리고 성공적으로 받은 사진을 본 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일은 완수했다.그녀는 이 사진들을 편집장에게 넘긴다면 이 천 만원의 보너스를 받을 것이다.비록 천 만원은 이미 지출될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를 번다면 집안 상황은 조금더 나아질 수 있다.그렇게 생각하지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조용히 떠나려고 할 때 갑자기 진지한이 떠올랐다.오늘 밤
그에게 다가가서 화장실에서 들은 말을 한다 해도 그는 믿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를 음해하는 사람들이 친척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진지한은 분명 자신의 친척 사람들을 신뢰할 것이지 자신과 같은 외부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었다.만약 진지한이 자신이 미디어 회사의 편집자라는 것을 알게된다면 그는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 분명하고 경호원을 불러 그녀를 내쫓을 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을 하며 배유정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다.진지한에게 큰 잘못을 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그리고 고민한 끝에 그녀는 작업복으로 다시 갈아입기로 결심했다."라라야, 어떤 이모랑 놀고 있었다며. 그 이모는 어디에 있어?" 소녀의 엄마는 연회장에 들어온 딸을 보며 물었다."그 언니는 무슨 일이 있다고 가버렸어요. 어디로 간 지는 모르겠어요." 아이는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언니가 찍어준 사진 너무 예뻐요."여자는 딸의 시계에 있는 사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사진 찍어준 거 말고 다른 데 데려간 곳이 있어?""음... 아니요. 그냥 잠깐 같이 있었어요.""그래." 여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에게 지인이 라라가 어떤 낯선 여자와 한 시간 동안 같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연회장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박시준들의 친척들이거나 다 아는 사이였다.박시준의 친척이 아니라면 김세연 쪽의 친척일 것이다.연회식 순서가 다가오자 배유정은 진지한을 볼 수 있었다.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에 있는 그의 모습은 키를 더 커보이게 만들었다.그의 태도는 차가워 보였지만 남들과 뭔가 다른 위엄이 느껴졌다.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도 따라갔다.역시 오늘 연회의 주인공 답게 말이다.사실 김세연이 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진지한이 김세연을 대신에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진지한은 주변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배유정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방법이 없었다.배유정은 쪽지를
진지한은 웃으며 말했다. "아, 물론입니다." 그가 말하며 호텔 직원에서 손짓을 했다.직원은 바로 의자를 가져와 진지한의 옆에 놓았다.라라가 자리에 앉은 뒤, 사람들에게 양해의 말을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라라는 진지한의 주스 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주스를 금새 다 마신 상태였다."세연 오빠도 주스 마실래요?" 라라가 물었다."제 건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진지한은 직접 주스를 따르며 말했다. "아직 졸업은 안 했나요?""네, 대학원생이에요.""전공이 뭐죠?" 진지한은 자신이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 생각하며 정신을 붙잡으려 했다.그래서 그런지 그가 라라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른 때와 약간 풀려있었다.그의 이런 모습은 평상시와는 사뭇 달랐다."고고학이요." 라라는 이 말을 하며 농담식으로 말했다. "제가 직접 선택했어요. 재밌을 거 같아서요.""재밌다면 다행이네요. 어떤 전공이든 재미가 없으면 뭐든 어려운 법이니까요." 진지한이 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아랫배에서 이상한 열기가 치솟았다.그의 이마는 즉시 찌푸려졌다.이런 느낌은 그가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그는 언제라도 통제력을 잃을 것만 같았다.그는 바로 의자에서 일어났고 찬물로 얼굴을 씻어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그가 일어서자 라라도 그를 뒤따라 일어섰다."형, 왜 그래?"라라는 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괜찮아." 진지한이 말했지만 박지성은 형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형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마치 열이 나는 사람처럼 말이다.박지성은 형에게로 다가가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형, 얼굴이 빨개. 열이라도 나는 거야?""괜찮아. 걱정마..." 진지한은 동생의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만약 내가 안 돌아오면 방에 돌아가 쉬는 거라고 생각해. 나 대신 손님들 신경 좀 써줘.""아, 알았어." 박지성은 형의 말에 대답했고 진지한의 뒤를 따라가는 라라를 보며 말했다. "라라 씨, 걱정마세요. 형이 오늘 술
진지한의 발걸음이 멈췄다.그는 고개를 돌려 배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음물이 있나요?"그의 몸은 지금 불이 붙은 것 마냥 더웠고 차가운 얼음물을 마시고 싶었다."아, 네네... 있어요!" 배유정은 서둘러 얼음물을 가져왔다.배유정이 얼음물을 가지러 갔을 때, 그녀는 뒤에 몸매가 엄청 좋은 여자가 뒤따라 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뭔가 심상치가 않음을 느꼈다!분명 이 여자는 진지한과 하룻밤을 보낼 생각이었다!배유정은 얼른 얼음을 잔에 넣은 뒤, 바로 진지한에게로 향했다."라라 씨가 여긴 왜?" 진지한은 라라가 자신의 뒤를 따라온 것을 보자 뭔가 퍼즐이 맞춰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그가 하필이면 주스를 마신 뒤, 몸이 이상해 졌다.그리고 그가 마신 주스는 김세연 사촌 이모가 건네준 것 뿐이었다.그가 낮에 와인을 많이 마시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취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분명 그 주스에 무언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지한 오빠, 몸이 좋지 않은 거 같아서 혼자 돌려보내기엔 좀 그래서 왔어요." 라라는 수줍게 말했고 진지한에게 다가갔다.그리고 배유정은 얼음물을 들고 라라 뒤에 서있었다.그녀는 당사자인 라라 앞에서 이 음모를 폭로할 수 없었다.또한 진지한이 라라에게 말을 걸었을 때 굉장히 신사적이었다.만약 진지한 역시 라라와 같은 마음이라면?자신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그녀는 얼음물을 진지한에게 건네준 뒤 퇴근할 생각이었다."괜찮습니다." 진지한은 정중한 어조로 거절했다. "연회장으로 돌아가세요. 저는 돌아가서 쉬겠습니다.""정말 괜찮으세요?" 라라는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왜냐하면 진지한의 표정은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다.그리고 그가 괜찮다고 하는데 그녀 역시 억지로 강요할 수 없었다."네, 괜찮습니다." 진지한은 약간 답답한 듯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라라는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그럼 제가 방으로 데려가 드릴게요!""됐어요." 진지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경호원이 있으니 됐습니다!"진지한이 말하자 경호
경호원은 배유정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계신다는 겁니까?"경호원에 의해 배유정은 방으로 끌려들어갔다."지, 진정하세요! 제가 대표님에게 한 짓이 아니라구요! 저는 단지..." 배유정은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까 두려웠다. 만약 믿어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범인이라는 말 아니겠는가?화장실에서 진지한은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입니까?" 진지한은 물기가 가득한 머리로 경호원에게 물었다."대표님, 경호원이 뭔가 오해하신 거 같아요! 저는 그 주스에 약을 넣었다고... 아니, 제가 했다는 게 아니고요... 얼굴이 빨개지신 것을 보고는 약이 든 음료를 마신 게 아닌가... 호텔에서 이런 일... 비일비재 하거든요... 그래서 노파심에 말을 한 건데."배유정은 더이상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갈 생각이었다.진지한이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이다.의외로 그의 경호원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대표님! 누군가가 음모를 꾸민 것입니다!" 경호원은 경멸의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방금 그... 라라 라는 여자가 꾸민 일이 틀림 없습니다! 어떻게서든 대표님을 꼬시려고 하더니! 제가 당장 데리고 오겠습니다."진지한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세연 씨 쪽 친척입니다. 경거망동 하지마세요!""하지만... 저 사람들이 먼저 이런 수법으로 대표님을! 그냥 참고 계시게요?! 화도 안 나십니까?!" 경호원이 말했다."이런 일로 여동생의 결혼식을 망칠 수 없습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비밀로 하세요." 진지한이 경호원에게 명령했다.경호원은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럼 의사라도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요?""의사를 부르면 부모님께서 놀라실 수도 있어요." 진지한은 테이블 위에 놓인 얼음물을 집어들었다.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경호원은 그의 단호한 태도에 더이상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