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잡지를 보고 있던 진아연은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지를 빼앗겼다."여기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여소정은 그녀를 소파에서 끌어냈다. "정말 재수 없어. 쇼핑할 때마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다니."여소정은 심윤이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진아연: "공공장소야. 누구나 올 수 있어.""그래서 내가 재수 없다고 하는 거야. 가자, 안 살래." 여소정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진아연: "왜 그래야 하는데?"이 말을 들은 여소정은 깜짝 놀랐다.그러게,그녀가 왜 그래야 하지?심윤이 두려운 것도 아닌데왜 가야 하는 거지?여소정은 옷 몇 벌을 들고 진아연과 함께 계산대를 향해 걸어갔다."다른 사람 카드를 긁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거지?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산다는 걸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여소정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자기 돈을 써야 진정 능력 있는 사람이지."심윤이라고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비아냥을 들은 심윤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어머, 심윤 아가씨잖아요." 여소정은 일부러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심윤 아가씨, 쇼핑 중이세요? 남자친구랑 함께 안 왔어요? 최근 남자친구와 사이가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봐요? 그렇지 않으면 왜 카드 한 장만 달랑 줬을까요? 안 그래요? 심윤 아가씨?"심윤의 얼굴빛은 손에 든 카드처럼 어두워졌다.그녀는 여소정이 여씨 가문의 외동딸이고, 여씨 가문의 백화점이 전국 곳곳에 널려 있어 사회적 지위가 아주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또한 진아연도 지금은 진명그룹의 대표로서 돈이 많다는 것도 떠올랐다.비록 박시준이 그녀에게 카드를 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지만 박시준이 아니면 그녀의 재력은 그들과 아예 비교가 안됐다.점원은 계산대에 다가가 여소정이 산 옷을 포장했다."고객님, 3XL 사이즈를 찾지 않으셨어요? 사이즈들이 다 다른데요." 점원이 귀띔했다.여소정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것들이랑 내가 방금 봤
"상관없어! 전 남자친구랑 나는 여전히 좋은 친구야!"진아연은 할 말을 잃었다."아연아, 두 사람 정말 결혼할지도 몰라." 여소정이 말을 이었다. "박 부인께서 심윤을 아주 예뻐한대. 박시준도 마음을 내려놓은 것 같아. 나랑 준기 씨의 추측에 의하면 아마 내년 봄 정도에 시은이의 두 번째 수술이 순조롭게 끝나면 심윤과 결혼할 것 같아."진아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축하해 줘야지.""너도 이젠 앞 좀 보면서 살아라!" 여소정은 그녀가 걱정됐다. "너 아직 젊고 두 아이는 엄마가 돌보고 있고, 그리고 애들 둘 다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깐 네가 딱히 신경 쓸 일은 없잖아. 이젠 좀 즐기며 살아도 될 것 같은데...""즐기면서 살 거야." 진아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불쌍한 눈으로 보지 마. 싱글이 불법은 아니잖아.""네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 여소정이 조용히 말했다."쓸데 없는 걱정 좀 하지마. 정 할 일 없으면 미리 니 결혼 계획이나 세워!""알았어, 그러면 네가 내 신부 들러리 해줘야 해.""내가 애가 둘인데 어떻게 해?""결혼하고 아이 낳은 여자는 누가 할 수 없다고 그래? 누굴 들러리로 정할지는 내마음이야." 여소정은 그럴듯하게 말했다. "애들은 화동으로 세우면 되겠다."진아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이형사에게서 걸려온 것임을 확인한 그녀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씨, 왕기춘이 항소하기로 했잖아요? 대법원에서 발송한 일정을 방금 받았는데 왕기춘 사건은 설이 끝난 뒤에야 재판이 열릴 것 같아요.""알았어요. 고마워요!""걱정할 필요 없어요. 항소해 봤자 단순히 시간을 연장시켜 보고자 하는 심삼인것 같은데, 결국 재판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요, 저는 우리나라 법을 믿어요."...저녁이 되자 진아연은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두 아이가 다가와 그녀의 손에서 쇼핑백을 빼앗았다."엄마, 뭐 샀어? 다음에 소정이 이모랑 쇼핑 갈 때 나도
그녀는 사진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넋을 놓았다.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수 없었다.마음이 조금 아파왔다.그를 축복하지 않을 것이다.절대."아연아 넋 놓고 뭐해? 애들이 날 괴롭히고 있는데 빨리 와서 도와줘!" 마이크가 소파로 걸어가서 진아연을 일으켜 자신의 앞에 막아 세웠다.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왔다."한이야, 엄마가 전에 말했었지? 설이 끝나면 전학 가자고 했던 거 말이야. 고민해봤어?"거실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엄마, 오빠가 나랑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거야?" 라엘이 신이 나서 물었다."오빠는 유치원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가야지." 진아연이 말을 마치자 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시은과의 관계가 예전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어쨌든 시은이는 박시준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그리고 그는 박시준과 물과 기름 사이이다.그래서 안젤라 학교를 떠나고 시은이를 떠나야 모든 걱정거리와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했다."아아, 난 오빠랑 동갑인데 왜 오빤 초등학교에 가고 나는 유치원에 가야 하는 거야? 나도 초등학교 갈래!" 라엘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칭얼거렸다.장희원이 다가와 라엘을 안고 달랬다. "라엘아, 초등학교에 가는 건 좋은데 오빠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자. 응?""응... 알았어!"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엘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입학시험을 봐야 해. 일단 오빠가 입학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지 보는 게 좋겠어."라엘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좀 어려워 보이네, 나는 조용히 유치원에 가는 게 좋겠어!"밤 11시가 되자 하늘에서 눈이 흩날렸다.욕실 창문을 열던 진아연은 무심코 멈춰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침실의 커튼을 열고밖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보니 갑자기 마음이 평온해졌다.그녀는 박시준과 헤어지기 전에 겪은 우여곡절이 떠올랐다.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생명이 살아나고 또 다른 생명이 죽어가며 세상은 생사가 지속되며 돌아가고 있다.살아가면서 생사를 제외한 다
다음 날 아침.스타팰리스 별장으로 택배가 배송되었다.장희원은 택배를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아이들은 바깥에 쌓인 두꺼운 눈을 보며 패딩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장희원은 아이들을 지켜보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문밖의 냉기가 몰려 들어오면서 실내 온도는 순간 낮아졌다.잠옷을 차려입고 방에서 나온 진아연은 거실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바로 방으로 돌아가 겉옷을 걸쳐 입었다."아연아, 탁자 위에 택배를 놔뒀어! 네 택배인 것 같은데!" 장희원은 부엌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응... 근데 나 아무것도 안 샀는데! 이게 뭐지?" 진아연은 탁자 위에 놓인 택배를 들고 뭐가 들었는지 궁금했다."택배가 얇은 것 같은 게 왠지 스웨터 같은데."장희원은 진아연에게 말했다.가위를 들고 포장을 뜯은 진아연의 앞에 놓인 건진짜 스웨터였다.스웨터를 본 순간, 진아연은 바로 알아챘다. 이건 전에 그녀가 박시준에게 떠준 스웨터였다.이제 스웨터를 그녀에게 다시 보낸 걸 보니 아마 그녀와 완전히 끝을 보내려는 것 같았다.진아연은 스웨터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싶었지만스웨터를 뜨개질 하기 위해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자신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벌하려 하는 행위는 멍청한 짓일뿐이었다.스웨터를 박스에서 꺼내자 박시준의 냄새가 갑자기 파고들었다.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스웨터를 들고 세탁기 쪽으로 걸어갔다.장희원은 그녀가 들고 있는 스웨터를 보자마자 무슨 일인지 바로 눈치챘다."아연아, 차라리 옷을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게 어떨까?.""아니야, 내가 열심히 뜨개질해서 만든 건데 그냥 내가 입을게." 진아연은 버리기도 싫고 그렇다고 남한테 주기도 싫었다.스웨터는 마치 새것과도 같았고 박시준은 몇 번 입지 않은듯했다.장희원은 이런 모습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아연아, 밖에 나가서 아이들 보고 와. 아마 눈사람을 만들고 있을 거야.""네." 진아연은 스웨터를 세탁기에 넣고 문밖으로 나갔다.라엘은 엄마를 보자마자
진아연은 딸에게서 핸드폰을 받았다.그녀는 위정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바로 받았다."아연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위정의 신난 목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들려왔다.진아연은 웃으면서 정정했다. "위정 선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내일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뭐, 그래도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하! 밥은 먹었어? 나중에 전화할 생각이었는데 병원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져서 빨리 말해주고 싶었어. " 위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세연이 이제 앉을 수 있다네. 의식도 점점 돌아오고 있어!"진아연: "잘 됐네요!""아연아, 세연이와 세연이 가족들이 네게 고맙다고 전해달래. 설이 지나고 직접 너한테 찾아가겠대." 위정은 그녀한테 전했다."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설이 지나면 제가 보러 갈게요. 세연이한테 다른 중요하지 않은 일엔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안심하고 재활 치료에만 집중하라고 전해주세요.""중요하지 않다니? 세연이의 가족들이 진료비에 대해 물어보길래 너와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라고 했거든."진아연은 위정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저는 노 교수님을 대신해 다하지 못한 일을 완수한 것뿐입니다. 만약 진짜 의료비를 주고 싶다면 전에 노 교수님과 약속한 금액을 노 교수님의 가족에게 전달하면 됩니다."위정: "네가 받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어.""교수님이 너무 갑작스레 떠나셔서 저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데 결국 교수님께서 먼저 떠나시다니."진아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울컥해졌다."아마 신께서 교수님이 너무 힘들게 사는 모습이 안타까워 미리 쉬게 해주신 걸 거야. 아연아, 우리 좋은 것만 생각하자. 너무 슬퍼하지 말고." 여기까지 말하다 말고 위정은 갑자기 말을 바꿨다. "근데 구정 날 지나고 언제 시간이 있어? 나도 너 보러 갈게.""제가 새해 인사를 드리러 가야죠. 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가서 인사를 드릴게요." 진아연은 위정에게 말했다."그래! 설날 다음날이면 언제든 시간 괜찮아.""네!
스키장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스노우 팰리스는 어딨어?" 진아연은 위정에게 물었다.그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다칠까봐 걱정되었고빨리 소노우 팰리스로 가고 싶었다."바로 스키장 뒤에 있어." 위정은 그녀에게 방향을 제시했다.옆에 있던 관광객 한 명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스노우 팰리스로 가실 건가요? 오늘 대외적으로 개방하지 않는다더군요! 통째로 예약이 되었다고 들었어요.""스노우 팰리스 전체를 예약했다고요?" 위정은 그의 말에 조금 놀랐다."네! 빌어먹을 부자 놈들! 해도 하필이면 꼭 설날에 예약하다니! 젠장! 스키장에 사람이 많은 것도 스노우 팰리스가 예약이 되어 있어서죠." 관광객은 분에 찬 듯 점점 소리를 높였다.위정은 당황스러운 듯 진아연에게 말했다. "우리 일단 가서 봐보자. 내가 대절한 사람과 얘기해 볼게."그냥 이대로 돌아가면 괜히 헛수고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시내에서 차로 2시간 가까이 운전하고아이들도 오는 내내 기뻐했는데 말이야!근데 스노우 팰리스는 들어가지도 못한다니. 아이들이 실망할 텐데.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지 못해도 괜찮아요.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주위 풍경도 예쁜데 근처에서 사진 찍어도 좋아요."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연아, 미안해! 오기 전에 확인했었어야 했는데 말이야.""그게 선배랑 무슨 상관이에요. 다음에 다시 오면 되죠.""그래."스노우 팰리스.시은이는 얼음과 눈으로 이루어진 마법의 성을 지나가며 행복한 듯 미소를 보였다.그리고 박시준은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녀의 웃는 모습을 찾아 찍었다.심윤은 곁에서 이 따뜻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시준 씨, 시은이와 함께 서세요. 제가 찍어드릴게요!" 심윤이 먼저 다가가 말했다.박시준은 그녀에게 카메라를 주고 시은이에게 다가갔다.스노우 팰리스 게이트.위정과 진아연은 아이들과 함께 문 앞에서 멈췄다.위정은 문을 지키는 경호원과 협상하려고 했지만 진아연은
박시준은 눈을 내리깔고 라엘의 작은 얼굴을 바라봤다. 너무 세게 부딪혔는지 아이의 얼굴은 찡그러져 있었다.순간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라엘이 절대 혼자 여기에 왔을 리가 없다!그렇다면... 진아연도 여기 있다는 건가?그의 시선은 라엘의 뒤를 향했다.이때 한이가 재빨리 달려와 라엘을 품에 안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소녀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 상처가 났는지 확인했다."오빠, 나 괜찮아... 다른 사람이랑 부딪혔는데... 코가 좀 아플 뿐이야." 빨개진 두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는 라엘의 모습은 엄청 불쌍해 보였다.한이는 동생의 작은 손을 꼭 잡고 눈을 들어 박시준의 살벌한 얼굴을 노려봤다.순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이름 모를 살기가 퍼졌다.이때 한이와 라엘을 발견한 시은이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한아! 라엘아!"시은이는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왔다.이를 본 한이는 바로 라엘을 끌고 자리를 떠났다.라엘은 미련이 남은 듯 주위의 얼음 왕국 같은 관경을을 둘러봤다.그리고 박시준을 바라볼 때 혀를 날름거리며 장난으로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박시준은 라엘의 도발을 가볍게 무시하고 시은이의 팔을 잡아당겨 라엘을 쫓아가지 못하게 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진아연과 위정이 뒤쫓아왔다.아이들을 본 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엄숙한 표정으로 후계를 시작했다. "라엘아! 너 참 간도 크다!"라엘은 눈을 비비며 억울한 듯 말했다. "엄마, 여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들어왔어요. 저도 여기서 놀고 싶어요!""오늘은 안 돼, 엄마랑 다음에 같이 놀러 오자!" 진아연은 딸을 안고 박시준과 그의 두 여인들을 힐끗 쳐다봤다.뜻밖에도 그는 두 여자와 함께 와 있었다.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조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과연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다.심윤도 참 대단해.박시준은 진아연을 잠깐 바라보다 바로 눈길을 곁에 있는 위정에게 옮겼다.위정은 조금 평범해 보이긴 했지만
진아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진아연이 뒤돌아 스노우 팰리스로 들어가려 할 때 심윤이 갑자기 쓰러질 뻔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박시준은 재빠르게 쓰러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멀리서 지켜보던 진아연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눈빛이 흔들렸다.순간 공기가 얼어붙고, 시간이 멈춘듯했다."심 선생님, 왜 그러세요?" 박시준은 심윤을 안고 순간 초조해졌다.심윤은 그의 걱정스러운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시준 씨, 죄송해요! 어젯밤, 같이 나가기로 한 생각에 너무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했거든요. 방금 머리가 어지러웠을 뿐이에요... 괜찮아요."박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안 된다!시은이의 병을 고치려면 심윤이 필요하다!"돌아갑시다!"그는 심윤을공지님 안기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그들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진아연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때 상사에게 지시를 받은 직원이 진아연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희 책임자께서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하셨습니다. 다만 선생님의 연락처를 남겨주셔야 합니다. 만약 박 대표님께서 물으신다면 저희도 이 상황을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진아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직원은 펜과 종이를 그녀의 앞으로 건넸다."선생님,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어주시면 됩니다."진아연은 직원이 뭐라 하는지 듣지도 않고 넋을 잃은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적기만 했다.장씨 본가.장희원은 값비싼 선물을 들고 친정집으로 돌아가 친척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나누어주었다.그녀에 대한 친척들의 태도는 매우 따뜻하고 친절했다.전에 그녀한테 눈치를 주고 쓴소리를 하던 올케도 이제는 차를 내오고 과일도 대접했다."언니, 왜 아연이를 데려오지 않았어요?"장희원은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 "오늘 친구 집에 새해 인사를 하러 갔어.""아... 시간 되면 놀러 오라고 하세요! 저희도 아연이가 너무 보고 싶거든요!""그래, 아연이에게 전할게. 근데 요즘 따라 내 말을 듣지 않아서 말이야. 아무래도 자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