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의 집은 박시준의 집과 그리 멀지 않았다, 평소에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박시준은 아내와 딸이 사온 물건들을 보고 그녀들의 구매력에 감탄했다.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이 산 것 같았다.현이와 진아연은 엄청 많은 꽃과 녹색 식물을 집에 들여다 놓았다, 그것도 이미 김세연의 집에 꽤 많은 화분을 보낸 후 남은 것이였다.그리고 수많은 큰 등롱과 작은 등롱, 다양한 색의 조명도 샀다.뿐만 아니라 알록달록한 풍선과 풍선공기주입기도 구매했다.박시준은 각양각색의 소품들을 보고 물었다: "이 풍선들은 어디에다 걸어 놓으려고?"진아연: "거실에요! 그때 가서 벽에 풍선으로 해피뉴열 붙여 놓으면 얼마나 좋겠어요!"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하겠네. 내가 풍선 불어줄까?"바쁘게 이것저것 하다보면 박시준은 라엘이가 이미 김세연에게 시집 갔다는 사실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좋아요! 풍선 뿐만 아니라 등롱도 화분에 좀 달아주세요." 진아연은 그에게 일을 맡겼다."그래. 오후 내내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 좀 쉬고 있어." 박시준은 풍선공기주입기를 가져다가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전혀 안 힘들어요. 우리 딸이랑 쇼핑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우리 딸이 가격도 얼마나 잘 깎는지 몰라요. 사실 저도 젊었을 때는 흥정 잘했는데 당신이랑 살면서부터 점점 이 기능을 잃은 것 같아요." 진아연이 말했다. "다음엔 당신도 우리랑 같이 쇼핑 가요.""그래." 박시준도 현이가 어떻게 흥정하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여름에 박시준의 집에 들어온 현이는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생겼다.처음에 박시준의 집에 들어왔을 때 현이는 지금보다 훨씬 겁이 많았고 감히 말도 못했다, 눈빛도 늘 불안해 보였다.하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넘치는 현이가 되었다."엄마, 아빠, 이거 보세요!" 현이는 전구를 트리에 걸어놓은 후 스위치를 켰다, 삽시에 푸른 잎사귀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나무를 환하게 비추었다."너무 예쁘다." 진아연은 딸의 곁으로 다가가 아름답게
라엘이는 인스타그램에 9장의 사진을 올렸다.혼인관계증명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는 손, 그리고 꽃이 활짝 핀 복숭아나무와 함께 찍은 셀카와 김세연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예전에 김세연과 함께 찍었던 사진과 새로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이 9장의 사진들을 보고나면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입이 되여 두 사람을 위해 감탄을 아낄 수 없었다."너희 언니는 다른 사람들이 언니가 올린 사진 인터넷에 올릴까 봐 전혀 걱정도 안되나보네!" 진아연은 딸이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 딸의 곁에 앉아 라엘이가 올린 인스타그램을 보았다."형부 이미 은퇴했으니까 사람들이 두 사람 일 알게 되도 괜찮은 거 아니에요?" 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이는 라엘의 입장에서 대신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는데 공개할 수 없는 사이라면 기쁨과 행복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았다."세연이한테는 아무 상관 없어도 너희 언니한테는 상관이 있을 수도 있지. 김세연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 혹시라도 김세연의 스토커가 몰래 언니 미행이라도 하고 다니면 너희 언니 위험해질 수도 있잖니?" 진아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라엘이한테 경호원 더 붙여줘야겠어."박시준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밥 먹자!" 진아연은 조금 배가 고팠다,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성아, 오늘 일 힘들었어?"박지성: "전 엄마랑 아빠랑 현이가 제 존재에 대해 잊어버린 줄 알았어요.""이렇게 버젓한 성인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널 잊겠어? 네가 밖에서 우리 집 벌써부터 설 쇠는 건가하고 말하는 것도 다 들었는데." 진아연은 아들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돌아온 후 같이 밥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진아연의 말을 듣고 박지성은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방금 정원에 들어왔을 때 집을 잘못 찾은 줄 알았어요. 밖에 세워진 차가 아니였다면 저 정말 다시 나갔을 걸요." 박지성은 얘기하며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아버지, 세연이 형이 누나한테
박시준의 전화는 비서로부터 걸어온 것이였다.진아연은 여소정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대표님, 김세연이 페이스북에 라엘 씨와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사업 파트너들이 지금 확인전화 엄청 오고 있습니다."박시준은 머리가 지끈해졌다.그는 라엘이가 인스타그램에 결혼사진을 올린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김세연도 페이스북에 올렸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한 번 볼게." 박시준은 이 한마디를 마친 후 페이스북을 열어 김세연의 계정을 찾았다.김세연도 9장의 사진을 올렸다.라엘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과 똑같은 내용이였다.다만 김세연은 사진과 함께 글도 함께 올렸다.그가 첨부한 글은 아래와 같았다:——저 결혼했어요! 영광스럽게도 제 아내는 제가 아주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여성입니다. 이미 은퇴까지 했으니 더 이상 소란스럽게 하고싶지 않았지만 제가 이렇게 따로 발표하지 않아도 기사에서 공개할 것을 생각하니 제가 직접 공개하는 게 좋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올립니다!제 아내는 연예계 쪽을 종사하진 않지만 그래도 다들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셨던 팬 여러분과 매체에 종사하시는 분들 제 아내 예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김세연은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린지 십분 만에 댓글 십만 개와 좋아요 오십만 개를 돌파했다.가장 핫한 댓글은 진명그룹 공식 계정에서 단 댓글이였다.진명그룹 공식 계정: 세연 씨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대표님과 세연 씨 신혼 축하드리고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여소정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나도 그 게시물에 댓글 달았어, 올리기 전만 해도 댓글이 몇천 개밖에 없었는데 올리자마자 갑자기 2만 개가 넘는 거야! 내 댓글은 순식간에 바닥에 깔렸어! 세연 씨한테 내 댓글 좀 살려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나도 내가 올린 댓글 못찾겠더라!"진아연은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나도 모르겠네. 세연이의 인기가 너무 많아서 두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미
"맞아요! 언니가 행복하면 된거죠!" 현이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나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길 원했다."너희 언니도 참, 이렇게 큰 일을 우리한테 상의 한 마디도 없이 혼자서 저렇게 질러버리고." 진아연은 라엘이를 탓하며 말했다."언니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겠죠!" 현이는 언니 대신에 해명했다.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공개했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거 없을 거예요."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다시 한 번 페이스북을 열어보았다.페이스북은 이미 정상으로 복구되었다.진아연은 김세연의 계정에 들어갔는데 이때 댓글은 이미 20만 개를 돌파했다...검색어 1위: 김세연 공식 발표검색어 2위: 김세연 결혼 발표검색어 3위: 김세연 아내검색어 4위: 진명그룹검색어 5위: 진라엘은 누구인가검색어 6위: 그 해 봄비진아연은 이 몇 글자를 보고 바로 드라마 한 편이 떠올랐다.오래 전에 김세연이 라엘이를 데리고 함께 찍었던 로맨스 드라마였다.라엘이는 여주인공 아역배우였었다."우리 집이 이렇게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거 정말 오랜 만인 것 같은데." 진아연은 뜨겁게 달궈진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며 이미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너희 아버지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현이는 식당을 향해 흘끗 쳐다보았다.아버지와 둘째 오빠도 휴대폰을 들고있는 것을 보니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있는 게 분명했다.박시준은 '김세연 아내'라는 화제 아래 게시글 하나를 보았다.김세연이 은퇴한 것은 여자 측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올라왔다.김세연은 연예계에선 말할 것 없는 톱스타지만 진정한 재벌 박시준의 집과는 여전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였다.바로 이 글 아래 김세연의 팬들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아래 댓글들은 모두 김세연이 아깝다며 라엘이를 향한 악플이였다.만약에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심정으로 박시준은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아버지, 화 푸세요. 인터넷에 원래 키보드 워리어 많잖아요." 박지성은 아버지의 휴대폰을 힐끗 보
"하하하, 아버지, 전 그냥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서 그래요. 은퇴했으니 오직 제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라는 생각 못했어요." 라엘이는 아버지에게 설명하며 말했다. "아버지, 화 푸세요! 그 사람 공식적으로 이렇게 올린 거 어차피 파파라치들도 우리에 관한 뉴스 쓸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본인이 직접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올린 거예요.""그래, 너만 행복하면 돼." 박시준은 진심으로 딸을 향한 축복이였다.이미 김세연과 결혼까지 했으니 두 사람만 행복하게 지내면 더 바랄 게 없는 마음이다."아버지, 혹시 화가 안 풀리시면 세연 씨한테 삭제하라고 할게요." 라엘이는 아버지가 싫어하실까 봐 걱정되었다.어쨌든 휴대폰으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볼 수 없으니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이미 올린 마당에 이제와서 삭제한다고 무슨 소용 있겠니?" 방금까지 화가 났다고 해도 이미 화가 가라앉았다. "경호원이나 더 구해, 아니면 아버지가 경호원 더 보내줄게. 두 사람 앞으로 밖에 다닐 때 조심하고."아버지의 말을 들은 후 라엘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화내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경호원 더 구해놓을테니 저희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통화를 마친 후 라엘이는 휴대폰을 들고 김세연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을 확인해 보았다.두 사람을 향한 축복이든 저주든 그녀는 실실 웃으며 보았다.왜냐하면 누가 뭐래든 지금 그녀의 곁에는 김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당신이 은퇴해서 정말 너무 다행이에요, 안그럼 당신 팬들이 절대 저 가만 안 둘 걸요." 라엘이는 농담하듯 말했다."내 진짜 팬들은 그러지 않을 거야." 김세연은 손을 내밀어 라엘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드라이도 안하고 나왔어?""집에 난방 틀었잖아요? 지금 당장 잘 것도 아니고 좀이따 알아서 마를 거예요." 라엘이는 김세연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참, 올해 설날은 저희 집에 가요. 저희 동생이 돌아온 후 처음으로 다같이
"좋아요, 그럼 당신도 얘기하지 마세요." 라엘이는 그의 큰 손을 꼭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맑은 눈빛을 바라보았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면 되죠,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요. 살아있는 매 순간을 소중하고 여기고 행복하게 지내면 되요, 죽고난 다음의 일은 우리가 신경쓸 바가 아니라구요."김세연은 때로는 라엘이가 더 성숙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그는 늘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걱정하며 이것저것 피하느라 제대로 느끼며 살지 못한 것 같았다."나도 이젠 많이 변했어. 안그럼 페이스북에 공개하지도 않았을 거야." 김세연은 침착하게 말했다. "결혼이라고 해서 다 평생 가는 건 아니야. 당신도 언제든 그만하고 싶으면 헤어져도 괜찮아."그의 말은 라엘이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그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한 대 때렸을 것이다.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마친 첫 날부터 이런 재수없는 얘기를 굳이 왜 하는 건지..."말할 줄 모르면 그냥 입 다물고 계세요." 라엘이는 그를 째려보고는 누워서 휴대폰을 놀기 시작했다. "당신이 우리 결혼한 거 공개하고 저한테 많은 메시지들이 왔어요."김세연은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며 물었다: "무슨 메시지?""그냥 옛날 동창들이랑 친구들이요! 당신이랑 결혼한 거 사실이냐고 물으면서 사실이면 나중에 결혼식에 와도 되냐구요... 아마 당신 팬인가 봐요." 라엘이는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하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아직 결혼식에 대해 정해진 게 없어 사람들에게 함부로 장담할 수 없었다."답장하기 싫으면 하지마." 김세연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당신 가족들이 다 주목받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우리 결혼식에 언론 기자들은 초대하지 않을게.""네, 기자들은 초대하지 않아도 되요. 그때 가서 제 부모님 측에서 초대할 하객 명단이랑 당신 부모님이 초대할 하객 명단 정리하고 우리 두 사람 친구들만 초대하면 되잖아요?" 라엘이는 뭐든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이것은 그녀가 어렸을
경호원은 혹시라도 자신이 실수로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훼손시킬까 봐 걱정되었다.마이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조지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세요."경호원은 심호흡을 한 뒤 나무 상자를 부숴버렸다.안에는 딱딱한 종이 박스가 들어있었다."현아, 이 박스는 네가 직접 열어봐!" 마이크가 현이에게 말했다.가정부를 즉시 가위를 가져다 현이에게 건네주었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현이는 조심스럽게 상자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가르며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보일 듯 말듯 했다.왜냐하면 노란색 플란넬 천으로 한 층 감싸있었기 때문이다.선물은 플란넬 천 안에 들어있었고 밖에는 PE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현이는 가위를 하인에게 건넨 뒤, 노란색 플란넬 천을 직접 들어보았다.안에 싸여있는 선물은 지금 현이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마이크에요?" 현이는 선물을 꺼내지 않았지만 모양으로 대충 판단할 수 있었다."맞아! 어서 빨리 꺼내봐!" 마이크는 웃으며 말했다. "널 위해 특별제작한 거야."마이크를 꺼낸 순간 현이는 반짝이는 금빛에 깜짝 놀랐다.황금이였다!황금으로 된 마이크였다!당황한 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이렇게 큰 황금 마이크라면 분명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현이는 감히 이 선물을 받을 수 없었다."안에 받침대도 있어." 마이크는 상자에 들어있는 받침대를 꺼내며 말했다. "마이크를 받침대에 꽂아두고 네 방에 가져다 놔."현이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마이크 아저씨, 저 앞으로 쭉 아나운서 안 할 수도 있어요."마이크: "괜찮아, 적어도 지금은 아나운서잖아. 나중에 아나운서 그만 두면 그때 아저씨가 다른 선물 준비해줄게!"진아연: "마이크 아저씨가 널 위해 특별제작한 선물이니까 그냥 받아둬! 마이크 너무 예쁜데!""마이크 아저씨, 정말 감사해요. 선물 정말 너무 마음에 들어요." 선물을 받은 현이는 자연스레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왕 온김에 더 놀다 가세요! 저희 언니랑
"고민된다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나을 거야." 마이크는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 "너희 언니 친구도 많고 신부 들러리 하겠다는 사람 엄청 많을 거야. 그리고 두 사람 결혼식에 사람들도 아주 많이 초대할 거고, 너희 언니가 워낙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잖아."현이: "사실 저도 신부 들러리 하고싶긴 해요.""라엘이 신부 들러리 아니라도 계속 언니 옆에 있어주면 되지." 마이크는 놀리듯 말했다. "네가 결혼을 안해봐서 모르는데 결혼이 얼마나 번거롭다고. 신부 들러리 뿐만 아니라 신랑 들러리도 엄청 많을 거야. 아저씨 생각에는 게임도 꽤 많을 것 같은데..."마이크의 말을 들은 현이는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현이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며 그런 떠들썩한 상황을 싫어했기 때문이다.아무리 꿈이 아나운서라고 해도 보도자료를 떠나면 일상 대인관계도 그녀에게는 어려운 일이였다.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로 표현한다면 '아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현이 너무 겁주지 마. 세연이 몸도 안 좋은데 그렇게 떠들썩하진 않을 거야."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세연이 집으로 갔다가 저녁에 밥 먹으로 다시 돌아와!""알겠어." 마이크는 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가자! 세연 씨 지금 상태가 어떤지도 한 번 보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김세연 집.김세연은 집에서 웨딩 플래너와 결혼식 디테일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박시준이 찾아준 플래너였다.김세연이 직접 결혼식을 준비하고 싶어했지만 몸도 회복 중인 상태였으니 박시준이 도우미를 보낸 것이였다.마이크와 일행들은 김세연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직접 찾아온 것이였다, 그래서 그들을 본 김세연은 조금 놀랐다."언제 돌아왔어요?" 김세연은 아주머니에게 차를 따라주라고 했다."오늘 금방 돌아왔어요." 마이크는 김세연을 한참 훑어보더니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몸은 좀 어때요?"김세연: "매일 약만 잘 챙겨먹으면 괜찮아요.""네, 약 먹어서 지금 상태처럼만 유지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은데요." 마이크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