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문을 쾅 닫고 안에서 잠갔다.싸움이 끝난 것을 본 마이크가 시은이를 데리고 나왔다."안녕! 박 씨..." 마이크는 진아연을 위해 몇 마디 하고 싶었지만박시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 "닥쳐!"마이크는 입을 다물고 그가 시은에게 다가가 데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별장에서 나오니 밖에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박시준은 재킷을 벗어서 시은의 머리에 씌웠다.차에 들어선 시은이는 재킷을 꼭 껴안고 까만 눈동자로 창밖의 별장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시은아, 그만 봐.""오빠, 미안해..." 시은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시은아, 네 잘못이 아니야. 아무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 박시준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시은이는 슬픈 얼굴로 울었다. "오빠, 내 탓이야, 내가 수술이 무서워서... 그래서 혼자 도망쳤어... 내가 한이에게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어..."그녀는 마침내 용기를 내 사실을 바로잡으려 했다.박시준의 머릿속에 진아연의 차가운 눈빛이 떠올랐다.그녀는 왜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걸까?그가 화나면 그녀는 쾌감을 느끼는 건가?"오빠, 아연이 언니한테 뭐라 하지 마... 아연이 언니는 나에게 잘해줘... 너무 아파서 힘들어할 때 아연이 언니가 옆에서 돌봐줬어..." 시은이는 울먹이며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 "나한테 주사를 놔줬는데..."박시준은 티슈로 그녀의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침을 삼키며 물었다. "네가 한이한테 집에 데려가 달라고 했어? 그 뒤로 아팠고 진아연이 널 치료해줬어... 그 후론? 그녀가 널 병원에 데려갔어?"시은이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기억이 안 나... 그냥 아연이 언니가 나에게 친절했던 것만 기억나. 오늘 밤은 아연 언니 같지 않았어... 근데 나쁜 사람이 아니야...""널 바보라고 했는데 화나지 않아?" 박시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그는
그녀가 침실에서 나오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으며 분위기는 아주 어색했다."내가 방금 너무 했나?" 그녀는 소파로 걸어가 앉으며 반성했다. "시은이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네가 너무 한 게 아니야. 박시준 그 자식이 먼저 너한테 소리를 질렀잖아. 어떻게 너한테 닥치라고 할 수 있어! 내가 너라면 그냥 욕을 퍼부었을 거야. 바보라고 욕했을 뿐만 아니라 더 심한 욕도 했을 거야!" 마이크가 그녀를 위로했다.마이크의 위로에 진아연은 멍해졌다.장희원도 그녀를 위로했다. "아연아, 그땐 홧김에 그렇게 말한 거잖아.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 거야.""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 써. 나는 시은이가 속상해할까 봐 그게 걱정이야." 진아연은 눈을 내리깔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박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홧김에 했던 말이 시은이에게 상처가 됐을까 걱정됐다."시은 씨는 화내지 않았어. 시은 씨는 자기가 원래 바보 맞다고 했거든." 마이크가 그녀를 위로했다."그래서 내가 더 죄책감이 드는 거야." 그녀는 안절부절못하고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라엘과 한이는 엄마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속상했다.한이는 오늘 밤에야 시은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시은이는 성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심리상태는 전혀 그게 아니였다.몇 살밖에 안 된 아이도 다른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면 울면서 저항할 것이다.그러니 그가 평소 시은에게 화를 냈던 것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방으로 돌아온 라엘이 수성펜을 꺼내 종이에 그림을 그리자한이가 다가가 힐끗 보았다."오빠, 내일 시은이 언니한테 가져가. 응?" 라엘은 하얀 종이에 꽃 한 송이를 그렸다.한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거부하지 않았다."시은이 언니가 너무 불쌍해!" 라엘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중얼거렸다. "누가 바보가 되고 싶겠어? 자신이 바보라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
"그래요, 시은 아가씨, 고모가 됐어요!" 아줌마는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은 아가씨의 오빠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한이가 대표님 아들인지 확신할 수 없고요.""한이는 오빠를 싫어해." 시은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아줌마가 대답했다. "오빠에게 지금 여자 친구가 있어요. 두 사람 사이의 일이 복잡하니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시은이는 복잡한 일들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한이가 그녀에게 준 그림만 계속 감상했다.주말.여소정과 진아연은 쇼핑에 나섰다."나 이번 설에 준기 집에 인사드리러 가야 할 것 같아." 여소정은 긴장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아빠랑 준기 아빠가 우리 결혼에 대해 통화하는 걸 들었어."진아연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은 일이잖아? 둘이 사귄 지 너무 오래됐고 이젠 결혼할 때도 됐잖아.""하지만 우리 둘 다 아직 어리고, 좀 더 놀고 싶어!" 여소정은 진아연을 이끌고 의류 매장에 들어갔다.진아연: "지금 너네 결혼한 거랑 뭐가 달라? 다른 사람이 좀 더 놀고 싶다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지만 준기 씨는 너랑 평생을 함께할 계획이잖아.""지금은 평생을 생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질리면 어떡해?" 여소정은 신상 코너로 걸어가 캐주얼한 코트를 들고 물었다. "아연아 , 이 코트 어때?""나이 들어 보여." 진아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여소정: "아빠한테 선물할 거야."진아연: "어쩐지 보는 눈이 이상해졌다 했어.""진아연, 너 오늘 정신을 집에 두고 나온 거지? 내가 준기 씨한테 이런 스타일 옷을 사줄 리가 없잖아." 여소정이 그녀를 놀렸다. "너 혹시 연애하고 싶은 거 아니야?"진아연: "뭔 소리야! 난 좀 더 오래 살고 싶거든.""하하! 네 말이 맞아, 싱글이면 고민거리도 별로 없잖아." 여소정은 옷 사이즈를 힐끗 보더니 점원에게 물었다. "3XL사이즈 있어요?""2XL이 가장 큰 사이즈입니다. 고객님, 이 스타일은 어때요? 이건 3XL사이즈
아무 생각 없이 잡지를 보고 있던 진아연은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지를 빼앗겼다."여기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여소정은 그녀를 소파에서 끌어냈다. "정말 재수 없어. 쇼핑할 때마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다니."여소정은 심윤이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진아연: "공공장소야. 누구나 올 수 있어.""그래서 내가 재수 없다고 하는 거야. 가자, 안 살래." 여소정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진아연: "왜 그래야 하는데?"이 말을 들은 여소정은 깜짝 놀랐다.그러게,그녀가 왜 그래야 하지?심윤이 두려운 것도 아닌데왜 가야 하는 거지?여소정은 옷 몇 벌을 들고 진아연과 함께 계산대를 향해 걸어갔다."다른 사람 카드를 긁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거지?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산다는 걸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여소정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자기 돈을 써야 진정 능력 있는 사람이지."심윤이라고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비아냥을 들은 심윤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어머, 심윤 아가씨잖아요." 여소정은 일부러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심윤 아가씨, 쇼핑 중이세요? 남자친구랑 함께 안 왔어요? 최근 남자친구와 사이가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봐요? 그렇지 않으면 왜 카드 한 장만 달랑 줬을까요? 안 그래요? 심윤 아가씨?"심윤의 얼굴빛은 손에 든 카드처럼 어두워졌다.그녀는 여소정이 여씨 가문의 외동딸이고, 여씨 가문의 백화점이 전국 곳곳에 널려 있어 사회적 지위가 아주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또한 진아연도 지금은 진명그룹의 대표로서 돈이 많다는 것도 떠올랐다.비록 박시준이 그녀에게 카드를 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지만 박시준이 아니면 그녀의 재력은 그들과 아예 비교가 안됐다.점원은 계산대에 다가가 여소정이 산 옷을 포장했다."고객님, 3XL 사이즈를 찾지 않으셨어요? 사이즈들이 다 다른데요." 점원이 귀띔했다.여소정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것들이랑 내가 방금 봤
"상관없어! 전 남자친구랑 나는 여전히 좋은 친구야!"진아연은 할 말을 잃었다."아연아, 두 사람 정말 결혼할지도 몰라." 여소정이 말을 이었다. "박 부인께서 심윤을 아주 예뻐한대. 박시준도 마음을 내려놓은 것 같아. 나랑 준기 씨의 추측에 의하면 아마 내년 봄 정도에 시은이의 두 번째 수술이 순조롭게 끝나면 심윤과 결혼할 것 같아."진아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축하해 줘야지.""너도 이젠 앞 좀 보면서 살아라!" 여소정은 그녀가 걱정됐다. "너 아직 젊고 두 아이는 엄마가 돌보고 있고, 그리고 애들 둘 다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깐 네가 딱히 신경 쓸 일은 없잖아. 이젠 좀 즐기며 살아도 될 것 같은데...""즐기면서 살 거야." 진아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불쌍한 눈으로 보지 마. 싱글이 불법은 아니잖아.""네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 여소정이 조용히 말했다."쓸데 없는 걱정 좀 하지마. 정 할 일 없으면 미리 니 결혼 계획이나 세워!""알았어, 그러면 네가 내 신부 들러리 해줘야 해.""내가 애가 둘인데 어떻게 해?""결혼하고 아이 낳은 여자는 누가 할 수 없다고 그래? 누굴 들러리로 정할지는 내마음이야." 여소정은 그럴듯하게 말했다. "애들은 화동으로 세우면 되겠다."진아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이형사에게서 걸려온 것임을 확인한 그녀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씨, 왕기춘이 항소하기로 했잖아요? 대법원에서 발송한 일정을 방금 받았는데 왕기춘 사건은 설이 끝난 뒤에야 재판이 열릴 것 같아요.""알았어요. 고마워요!""걱정할 필요 없어요. 항소해 봤자 단순히 시간을 연장시켜 보고자 하는 심삼인것 같은데, 결국 재판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요, 저는 우리나라 법을 믿어요."...저녁이 되자 진아연은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두 아이가 다가와 그녀의 손에서 쇼핑백을 빼앗았다."엄마, 뭐 샀어? 다음에 소정이 이모랑 쇼핑 갈 때 나도
그녀는 사진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넋을 놓았다.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수 없었다.마음이 조금 아파왔다.그를 축복하지 않을 것이다.절대."아연아 넋 놓고 뭐해? 애들이 날 괴롭히고 있는데 빨리 와서 도와줘!" 마이크가 소파로 걸어가서 진아연을 일으켜 자신의 앞에 막아 세웠다.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왔다."한이야, 엄마가 전에 말했었지? 설이 끝나면 전학 가자고 했던 거 말이야. 고민해봤어?"거실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엄마, 오빠가 나랑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거야?" 라엘이 신이 나서 물었다."오빠는 유치원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가야지." 진아연이 말을 마치자 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시은과의 관계가 예전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어쨌든 시은이는 박시준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그리고 그는 박시준과 물과 기름 사이이다.그래서 안젤라 학교를 떠나고 시은이를 떠나야 모든 걱정거리와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했다."아아, 난 오빠랑 동갑인데 왜 오빤 초등학교에 가고 나는 유치원에 가야 하는 거야? 나도 초등학교 갈래!" 라엘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칭얼거렸다.장희원이 다가와 라엘을 안고 달랬다. "라엘아, 초등학교에 가는 건 좋은데 오빠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자. 응?""응... 알았어!"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엘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입학시험을 봐야 해. 일단 오빠가 입학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지 보는 게 좋겠어."라엘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좀 어려워 보이네, 나는 조용히 유치원에 가는 게 좋겠어!"밤 11시가 되자 하늘에서 눈이 흩날렸다.욕실 창문을 열던 진아연은 무심코 멈춰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침실의 커튼을 열고밖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보니 갑자기 마음이 평온해졌다.그녀는 박시준과 헤어지기 전에 겪은 우여곡절이 떠올랐다.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생명이 살아나고 또 다른 생명이 죽어가며 세상은 생사가 지속되며 돌아가고 있다.살아가면서 생사를 제외한 다
다음 날 아침.스타팰리스 별장으로 택배가 배송되었다.장희원은 택배를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아이들은 바깥에 쌓인 두꺼운 눈을 보며 패딩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장희원은 아이들을 지켜보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문밖의 냉기가 몰려 들어오면서 실내 온도는 순간 낮아졌다.잠옷을 차려입고 방에서 나온 진아연은 거실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바로 방으로 돌아가 겉옷을 걸쳐 입었다."아연아, 탁자 위에 택배를 놔뒀어! 네 택배인 것 같은데!" 장희원은 부엌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응... 근데 나 아무것도 안 샀는데! 이게 뭐지?" 진아연은 탁자 위에 놓인 택배를 들고 뭐가 들었는지 궁금했다."택배가 얇은 것 같은 게 왠지 스웨터 같은데."장희원은 진아연에게 말했다.가위를 들고 포장을 뜯은 진아연의 앞에 놓인 건진짜 스웨터였다.스웨터를 본 순간, 진아연은 바로 알아챘다. 이건 전에 그녀가 박시준에게 떠준 스웨터였다.이제 스웨터를 그녀에게 다시 보낸 걸 보니 아마 그녀와 완전히 끝을 보내려는 것 같았다.진아연은 스웨터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싶었지만스웨터를 뜨개질 하기 위해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자신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벌하려 하는 행위는 멍청한 짓일뿐이었다.스웨터를 박스에서 꺼내자 박시준의 냄새가 갑자기 파고들었다.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스웨터를 들고 세탁기 쪽으로 걸어갔다.장희원은 그녀가 들고 있는 스웨터를 보자마자 무슨 일인지 바로 눈치챘다."아연아, 차라리 옷을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게 어떨까?.""아니야, 내가 열심히 뜨개질해서 만든 건데 그냥 내가 입을게." 진아연은 버리기도 싫고 그렇다고 남한테 주기도 싫었다.스웨터는 마치 새것과도 같았고 박시준은 몇 번 입지 않은듯했다.장희원은 이런 모습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아연아, 밖에 나가서 아이들 보고 와. 아마 눈사람을 만들고 있을 거야.""네." 진아연은 스웨터를 세탁기에 넣고 문밖으로 나갔다.라엘은 엄마를 보자마자
진아연은 딸에게서 핸드폰을 받았다.그녀는 위정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바로 받았다."아연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위정의 신난 목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들려왔다.진아연은 웃으면서 정정했다. "위정 선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내일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뭐, 그래도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하! 밥은 먹었어? 나중에 전화할 생각이었는데 병원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져서 빨리 말해주고 싶었어. " 위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세연이 이제 앉을 수 있다네. 의식도 점점 돌아오고 있어!"진아연: "잘 됐네요!""아연아, 세연이와 세연이 가족들이 네게 고맙다고 전해달래. 설이 지나고 직접 너한테 찾아가겠대." 위정은 그녀한테 전했다."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설이 지나면 제가 보러 갈게요. 세연이한테 다른 중요하지 않은 일엔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안심하고 재활 치료에만 집중하라고 전해주세요.""중요하지 않다니? 세연이의 가족들이 진료비에 대해 물어보길래 너와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라고 했거든."진아연은 위정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저는 노 교수님을 대신해 다하지 못한 일을 완수한 것뿐입니다. 만약 진짜 의료비를 주고 싶다면 전에 노 교수님과 약속한 금액을 노 교수님의 가족에게 전달하면 됩니다."위정: "네가 받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어.""교수님이 너무 갑작스레 떠나셔서 저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데 결국 교수님께서 먼저 떠나시다니."진아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울컥해졌다."아마 신께서 교수님이 너무 힘들게 사는 모습이 안타까워 미리 쉬게 해주신 걸 거야. 아연아, 우리 좋은 것만 생각하자. 너무 슬퍼하지 말고." 여기까지 말하다 말고 위정은 갑자기 말을 바꿨다. "근데 구정 날 지나고 언제 시간이 있어? 나도 너 보러 갈게.""제가 새해 인사를 드리러 가야죠. 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가서 인사를 드릴게요." 진아연은 위정에게 말했다."그래! 설날 다음날이면 언제든 시간 괜찮아.""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