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의 말에, 현이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하지만 이성은 그녀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며, 자신은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아나운서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문적인 능력은 부단한 학습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생각해 볼게! 아무리 생각해도 심사 위원 선생님께서 우리 이력서를 보시면 말문이 막히실 것 같거든.""하하하! 적어도 신문방송학과의 50%가 지원할 거라면 믿어져? 어떻게 생각할지는 심사 위원 선생님의 몫이야. 지원한 학생 수가 그렇게 많은데, 선생님께서도 모든 사람을 다 기억하진 못하실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가은이 말했다. "기회는 스스로 잡는 거야. 우리 숙모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우리 숙모는 대학교 1학년 때 방송국에서 인턴을 하셨어. 숙모는 미모도 출중하시고, 표준어도 잘 구사하시는 데다, 대담하기까지 하셨어. 그런데 숙모도 전문 지식은 많지 않으셨대... 숙모 때는 신문 방송학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이 이렇게 많지 않기도 했지만."가은의 말은 현이의 마음을 또다시 흔들었다."하지만 들리는 말에, 보통 전공 교수님께서 추천하신 사람 중에서 뽑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가은이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난 지원해 볼 거야.""그래. 한번 해 보자! 뽑히지 않아도 손해 볼 것 없잖아.""맞아! 우리 숙모께서 네가 정말 열심이라고 하시던데, 진행자가 되고 싶지 않아?"현이가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 목표야. 적어도 지금까지는.""그 말은 졸업 후에는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야?"현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모든 사람이 졸업 후에 전공 따라가는 건 아니잖아.""그건 그래!"두 사람은 학교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계산한 뒤, 빈 테이블을 찾아 앉아서 밥을 먹었다."지원 신청서 양식 있어? 없으면 내가 보내줄게." 가은이 웃으며 말했다. "선배한테 부탁하면 돼.""좋아! 그럼 나야 고맙지!""뭘 이 정도 가지고. 카카오톡에 친구 추가 하자! 이따가 보내줄게."
둘째 오빠가 자신은 시험에 통과할 수 있어서 자습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동생, 너 설마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내가 말하는 편리한 점은, 부모님께서 물려 주신 이 똑똑한 머리를 말하는 거야. 나 공부 잘해!" 박지성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둘째 오빠, 아무래도 내가 우리 집에서 제일 머리가 나쁜 것 같아요." 현이가 식탁에 앉았다. "난 엄청나게 노력해야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을 겨우 이해할 수 있어요."박지성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내가 언제부터 보충 수업을 시작했는지 알아? 일대일 수업부터 대형 학원의 수업까지 난 모두 들었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지. 내가 지금 이렇게 수월하게 학교에 다니는 건, 대학에 오기 전까지의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힘들게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부모님도 더 이상 보충 수업을 요구하지 않으셨어. 그러니 난 이참에 열심히 놀아야지."현이는 순식간에 열등감이 사라졌다."전 보충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요."이 말을 하고 나자, 그녀는 무언가가 떠올랐다.그녀는 보충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서은준의 과외 선생님이 그녀에게도 보충 수업을 해 주었다.서은준이 그녀에게 과외 선생님을 붙여준 셈이었다.왜냐하면 서은준은 선생님의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둘째 오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동생아, 믿거나 말거나, 내가 보충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 너만큼 똑똑하지 못했을 거야." 박지성이 동생을 응원했다. "넌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가르쳐줄 수는 있어."현이가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둘째 오빠, 오빠가 지금 내게 가르쳐줬어요. 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넌 자신감이 없어? 어째서?" 박지성이 물었다."내 주변의 학생들은 하나 같이 모두 뛰어난 것 같거든요. 그 아이들 말을 자신감 있고 스스럼없이 잘
현이의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 "둘째 오빠,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어요.""되고 싶은지 아닌지만 말해 봐. 네 능력과 상관 없이. 지금 대표의 자리에 있는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리더십을 가지고 태어나진 않아." 박지성은 동생이 비교적 침착하고 이성적인 성격이라 생각했고, 이런 성격이야말로 리더가 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현이는 어리둥절했다.어쨌거나 이번 여름 전까지 그녀의 인생 목표는 미래에 자신을 건사할 수 있는 어엿한 직장을 가지는 것이었다.지금까지 그녀는 대학에서 미래의 취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좋아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다. 대표가 되고 싶은지, 아닌지는 더욱 생각해 보지 않았다..."대답이 바로 안 나오네." 박지성이 동생에게 갈비찜 한 점을 집어 주었다. "그 말인즉 네 속마음은 원한다는 거야. 난 너와는 달라. 만약 네가 나에게 훗날 대표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면, 난 절대 아니라고 대답했을 거야.""그럼, 오빤 나중에 뭘 하고 싶어요?" 현이가 되물었다."내 인생의 최종 목표는 한평생 밥이나 얻어먹고 사는 거라고 하면 비웃을 거야?" 이 말을 뱉은 후, 박지성이 얼굴을 붉혔다. "부모님 손에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런지, 난 평생 이렇게 누군가가 나를 돌봐줬으면 좋겠어."현이는 둘째 오빠의 생각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평생 다른 사람의 사랑에 기대어 살 수 있다면,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큰오빠라면 평생 오빠를 보살펴 줄지도 몰라요." 현이가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말했다.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나도 오빠를 평생 보살펴 줄 수 있고요."동생의 말에 박지성은 완전히 감동했다."동생, 내가 생각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야. 아무리 밥이나 얻어먹으면서 살고 싶어도, 쓸모없는 놈이 되고 싶지는 않아." 박지성이 말했다. "이 똑똑한 머리를 그냥 놀리기만 하면 너무 낭비잖아."현이: "둘째 오빠, 오빠는 연애해 봤어요?""갑자기
박지성이 생각하기에 어느 방송국이건 자기 여동생이 들어가 일해 준다면, 그 방송국이 영광일 것 같았다.전국에 방송국은 널리고 널렸지만, 그의 여동생은 딱 한 사람뿐이니 말이다....오후 두 시, 라엘이의 전화를 받은 박시준은 곧장 김세연의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라엘이가 박시준에게 전화를 한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식사 중, 김세연의 아버지는 술을 조금 마셨다.결국 점심 식사 후 술에 조금 취한 김세연의 아버지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김세연의 아버지는 자기의 심장을 아들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그의 말에 라엘이는 깜짝 놀랐다.우선,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 기증은 어느 나라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사망 전, 사후 장기 기증에 서명한 사람만이 심장을 기증할 수 있다.급히 박시준이 도착한 한동안 그를 설득한 끝에야, 김세연의 아버지는 비로소 심장을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접었다."우리 아들은 폐도 안 좋지 않은가? 나는 내 폐도 우리 아들에게 줄 수 있네." 김세연의 아버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고 또렷했다. "나와 내 아내가 의사에게 자문했네. 살아있는 사람도 폐는 기증할 수 있다고 들었어. 나와 내 아내가 각자 폐엽 하나씩 기증하면 돼! 일전에 성공 사례가 있다고 들었네..."라엘이가 분위기에 휩쓸려 말했다: "반드시 기증해야 한다면, 저도 할 수 있어요! 살아있는 사람의 폐도 기증할 수 있다면, 제 폐를 기증할게요."김세연의 아버지: "라엘아, 너는 아직 어리잖니! 그건 안 될 일이야! 나와 내 아내는 이미 살 만큼 살았어. 폐엽 하나 없어도 문제 될 것 없단다... 하지만 너는 아직 갈 길이 멀잖니..."라엘: "전 젊어서 충분히 견딜 수 있어요. 그렇지만 두 분은 연세가 있으시잖아요. 절대 두 분께서 기증하시는 걸 두고만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그들의 대화를 듣자, 박시준은 머리가 아찔했다.그래서 이 논쟁을 끝내주길 바라는 마음에 아내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김세연의 부모님에게
"김세연 씨가 깨어났을 때, 자기 심장이 두 분의 것인 걸 알면, 김세연 씨가 남은 생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박시준이 말했다. "다시 한번 아연 씨를 믿어주세요. 김세연 씨는 별일 없을 겁니다."김씨 가문의 두 어른이 고개를 끄덕였다.김세연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연 씨에게 너무 부담 주지 말게. 결과가 어찌 되든 우리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네."박시준: "두 분이 얼마나 힘드실지 잘 압니다. 김세연 씨를 살리기 위해 저희 모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맙네."박시준과 라엘이가 김세연의 집에서 나온 후,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도록 라엘이가 차창을 열었다.박시준이 그런 딸에게 말했다: "라엘아, 춥잖아. 창문 닫아."라엘: "아빠, 전 조금 더워요."박시준: "너희 엄마한테 들었어. 지금 넌 건강을 회복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몸이 약한 상태라며. 몸을 차게 하면 안 돼."이 말을 끝으로 박시준이 운전 기사에게 눈빛을 보냈다.운전기사가 곧바로 라엘이 쪽의 창문을 닫았다."세연 아저씨의 부모님도 나이가 많이 드셨네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자, 라엘이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김세연 씨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어도, 두 분은 나이가 드셨을 거야. 두 분이 노쇠하신 건 네 탓이 아니야. 라엘아, 넌 이만 내일부터 출근하렴!" 박시준은 딸이 집에서 허튼 생각을 할까 봐, 얼른 딸을 회사로 보내고 싶었다."안 그래도 내일부터 다시 출근하려고 했어요." 라엘이가 차분하게 말했다. "아빠도 그러셨잖아요. 세연 아저씨는 반드시 깨어날 거라고요. 어차피 깨어날 사람이니, 전 일도 열심히 하고 잘 지내면서 세연 아저씨가 깨어나길 기다릴 거예요."박시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설득하느라 한 말이지. 김세연 씨가 정상적으로 회복할 거라고 백 퍼센트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김세연 씨에게 맞는 심장을 찾아도, 이식한 후의 상황도 아주 중요해. 거부 반응으로 인한 사망한 경우도 적지 않거든.""아빠, 우리가 그 정
현이는 조금 놀랐다: "미안, 오늘 저녁에는 선약이 있어... 하지만, 생일 축하해!"여학생은 애초에 거절당할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덤덤한 표정이었다.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여학생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박현, 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반 활동에 참여하지 않더니, 정은이 생일 파티에도 오지 않겠다니. 너 너무 건방진 거 아니야?""미안해, 오늘 저녁에는 정말로 선약이 있어." 현이가 말했다. "어제나 내일이었다면 나도 참석했을 거야.""괜찮아." 정은이 웃으며 말했다. "난 네 말 믿어.""정말 미안해!" 이 말을 끝으로 현이가 책가방을 멘 채 자리를 떠났다.현이가 가자마자, 볼멘소리한 여학생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쟤 저렇게 서둘러 나가는 거 보면, 밖에서 무슨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거 아니야?"정은: "글쎄. 현이는 우리에게 자기 사생활은 잘 얘기하지 않잖아."여학생이 말했다: "말 못 할 일을 하니까 그런가 보지! 예전에 학교 밖 카페에서 외국인이랑 만나기도 했잖아... 박현의 사생활은 정말 ‘화려’ 한가 봐. 우리 반에서 쟤만 특별히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 학교 밖에서 살면 얼마나 좋아. 매일 밖에서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도 있고."이 말을 들은 가은이 가방을 들고 여학생에게 다가왔다."다른 사람 뒤에서 뒷담화 좀 그만할 수 없어? 그렇게 식사 자리에 초대하고 싶었으면, 미리 말을 하던가!" 가은이 차갑게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 게 박현 한 사람도 아닌데, 왜 현이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현이네 집은 우리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야. 너희도 집이 학교 근처였으면, 기숙사 신청 안 할 수 있어.""걔네 집이 학교 앞에 있는 그 아파트 단지라고? 확실해?" 여학생이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걔가 자기 입으로 너한테 그렇게 얘기했어? 너희 둘이 그렇게 친해?"가은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우리는 모두 같은 동기인데, 쓸데없이 자기 동기를 넘겨짚을 필요
"아니. 현이는 누구에게도 자기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않아. 나에게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그러니 너도 다른 동기들처럼 뒤에서 현이 뒷담화하지 마. 현이도 내 친구야." 가은이 여학생에게 말했다."알았어! 난 걔한테 아무 감정 없어. 그러니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도 않을 거야. 나도 저렇게 뒤에서 남 뒷담화나 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해. 참, 그런데 넌 박현이랑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걔는 항상 혼자 다니는 것 같던데.""내가 먼저 말을 걸었어.""그랬구나. 그런데 걔는 우리 반도 아니잖아.""알아. 그래도 같은 과고, 같은 동기잖아.""은이야, 네가 아까 걔네 집이 잘산다고 했잖아, 얼마나 잘 산대? 너희 집보다 더 잘 산대?" 여학생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가은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난 우리 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몰라. 현이네 집 상황은 더더욱 모르고. 이런 건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자. 나중에 방송국에 들어가야지!""현이도 지원했어?""아마 그럴 거야! 내가 지원 신청서 양식을 보내줬거든.""그랬구나..."...학교에서 나온 현이가 차에 오르자, 장 기사님이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현이는 약간 긴장이 된 나머지, 둘째 오빠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그가 고용한 선생님이 누구인지 물었다. 하지만 둘째 오빠는 계속 뜸을 들이며 끝끝내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다.차가 식당 앞에 멈춰 서자, 현이가 차에서 내렸다.박지성이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현이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보자마자 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둘째 오빠, 왜 문 앞에 있었어요? 선생님은요?" 현이는 선생님이 이미 도착하셨다고 한 둘째 오빠의 말을 기억했다."룸에 계셔." 박지성이 한 손을 현이의 어깨에 올리더니, 현이의 귓가에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아빠도 오셨어."현이는 순식간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아빠가 왜 오셨어요? 둘째 오빠, 이 정도는 사소한 일이라, 오빠 혼자서도 해결할
"맞아! 그래서 내가 그분을 찾아간 거야." 박지성이 여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만하고 이만 들어가자! 너무 긴장하지 마. 나와 아빠가 함께 있잖아! 보충 수업도 주말에 우리 집에서 할 거야."현이는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둘째 오빠를 따라 룸으로 들어갔다."아빠." 현이는 먼저 아빠에게 인사한 다음, 조해영을 향해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조 선생님."조해영은 TV에서 본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과 달리, 자상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반가워요, 현이 학생. 막 수업이 끝났나 보네요! 저도 남산대 출신이에요.""네, 인터넷에서 봤어요.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프로그램도 봤어요. 선생님은 말을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현이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박시준이 자신과 조해영의 사이에 와서 앉으라며 딸에게 손짓했다.현이는 곧바로 그들 사이로 걸어와 책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자리에 앉았다."방금 해영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해영 씨는 방송국에서 일한 지 오래되어서 지금은 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않는데. 지금은 방송국의 국장을 맡고 있어서 뒤에서 해야 할 일이 많거든." 박시준이 딸에게 말했다. "아빠 생각엔 해영 씨에게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면 좋을 것 같은데, 현이 네 생각은 어때?"당연히 현이는 싫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게다가 조해영도 이 자리에 함께 있지 않은가."제가 괜히 조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현이가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조해영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우선 이번 주말에 시범 수업을 해 보면 어때요? 시범 수업 후에, 현이 학생이 괜찮으면 제가 수업을 계속 진행하고, 별로면 다른 사람을 추천해 줄게요."현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조 선생님. 선생님께서 저를 가르쳐 주신다니, 전 정말 영광이에요."뛸 듯이 기뻐하는 딸을 보며 박시준이 물었다: "배고프지? 우선 밥부터 먹자!"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식사가 끝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