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그 아이의 할머니는 집사가 들인 것이다. 그때 당시 주방에 도우미가 그만 두고 마침 일손이 필요할 때라 집사가 그 아이의 할머니를 집에 들였지. 집사가 그 할머니 나이가 좀 많긴 하지만 그래도 깐깐하게 잘하고 힘든 것도 잘 참는다고 했었어, 그래서 한 번 들여봤지." 서 어르신은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그럼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해선 아버지도 잘 모른다는 거죠.""주방 도우미일 뿐이고 내가 사대보험을 내주는 것도 아닌데..."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혹시라도 두 사람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어쩌시려구요?" 서은준은 의도적으로 놀리며 말했다.서 어르신의 표정은 사뭇 심각해졌다: "은준아, 혹시 두 사람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나 놀래키지 말고.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그 아이의 할머니도 거의 매일 주방에만 있었고 나도 평소에 별로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거든.... 너희 새엄마가 굳이 수수를 네 곁에 두고 널 돌보게 하지 않았더라면 수수도 접촉할 기회가 없었을 거야...""농담이에요. 두 사람한테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가여운 사람들일 뿐이에요!" 서은준은 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보고 바로 관련된 대화를 끝냈다. "제가 떠날 때 그 아이한테 월급 정산해 주세요. 가능하다면 좀 더 챙겨주세요. 아버지한테 덕을 더 쌓아줄 수도 있을 거예요."서 어르신: "..."수수는 부서질 것같은 몸을 이끌고 월세방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책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아는 게 많을수록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다.그녀는 갑자기 혼란스럽고 앞길이 막막해졌다.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시험을 다 본 후에 Y국에 가야 하는 걸까? 앞으로 A국에 가도 되는 걸까?박시준이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죽이지는 않을까?그녀의 마음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할머니가 자신의 곁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적어도 이렇게 홀로 막막하
진아연은 바로 그녀에게 답장을 해주었다: 미르가 마음에 안 들어?라엘: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에요. 좋은 사람인 것도 알겠고 저한테도 잘해줘요. 항상 제 기분이 어떤지 신경도 써주고 잘 챙겨줘요. 근데 그런 설레이는 느낌이 없어요. 미르 씨를 보고 있으면 자꾸 제 동생을 보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성이도 저한테 잘해주기는 마찬가지니까요.진아연: 그럼 메일에서 더 골라봐. 너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한 번 만나보는 건 어때?라엘: ....당분간은 좀 쉬고 싶어요! 남자도 너무 많이 보면 질릴 것 같아요.진아연: 하하하! 너희 아버지가 이 말을 들으면 놀라서 식은 땀이 날 것 같은데!라엘: 아버지가 요즘 제게 기울인 심혈은 지난 24년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요!진아연: 너도 너무 부담 갖진 말고. 부모들 마음은 다 똑같아. 네가 원하는대로 네 마음을 따라. 잘못될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직 어리고 틀려도 괜찮으니까.라엘: 엄마, 정말 많이 사랑해요. 엄마랑 아버지가 이렇게 절 사랑해 주니까 자꾸만 제가 아직 어린 아이인 것 같아요!진아연: 우리한테 라엘이는 평생동안 변함없는 귀한 보배야!라엘이는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코끝이 찡해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부모님의 말에 따르기로 결심했다.이 세상에서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님 뿐이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의 집념때문에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우선 김세연을 내려놓고 다른 남자들을 들여다 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어쩌면 정말로 인연을 찾을지도 모른다.T국.서은준이 해외로 떠나기 하루 전, 수수는 서은준에게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서은준이 저녁 식사를 마치는 것을 바라보았다.평소라면 서은준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그는 식탁에 앉아 서두르지 않고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도련님, 짐 정리는 다 하셨어
수수는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4백 만원이요.""그랬구나, 얼마 안되네... 나한테 진작 말했으면 내가 대신 갚아줬을 텐데." 서 어르신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대범한 척 하였다. "준빈이가 대신 갚아줬다니 됐다. 그만 두기로 마음 먹었으면 내일 월급 정산하도록 하마.""감사해요, 어르신.""괜찮아. 돈은 내가 좀 더 챙겨주마. 그동안 너희 할머니도 여기서 오래 일했고 할머니의 위로금이라고 생각하거라. 나중에 필요할 때 등록금으로 내도 되고." 서 어르신이 말했다.수수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감사해요! 저희 할머니 대신해서도 감사해요 정말!""지난 몇 달 동안 은준이 챙기느라 수고했다." 서 어르신이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그만 퇴근하거라.""네. 부엌 정리만 마치고 돌아갈게요." 수수는 식탁에 놓은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서 어르신은 서은준의 방으로 향해 걸어갔다.서은준은 문을 잠그지 않았기에 서 어르신은 바로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수수가 정리를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서 어르신은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부자간에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수수는 서 어르신이 서은준에 대한 태도가 작년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노은비가 서은준을 좋아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관심을 받으며 지내는 서은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수수는 다행이라 생각했다.서씨 가문은 전 국에서 손 꼽히는 재벌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인 보다는 훨씬 풍족하고 여유로웠다, 적어도 서은준이 돈 걱정하며 지낼 일은 없었다.다음날 아침 6시.수수는 자신의 월세방에서 나와 서씨 집안을 향해 달려갔다.같은 시각, 서씨 집안의 차는 공항을 향해 운전하고 있었다.수수가 서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서씨 집안의 경호원이 서은준은 이미 떠났다고 수수에게 알려주었다.수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아침 6시 20분이었다.
"안 가도 좋지. 그럼 T국에서 지내다 임자 만나서 이곳에 안착해도 좋지." 담임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수수는 아무 말 없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선생님이 나중에 각 과목 답안 보내줄게, 대충 몇점일지 짐작해 봐."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수수가 정말로 T대에 붙었으면 좋겠네!""수수야, 너 T대에 갈 수 있어?" 일부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수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점수가 아직 안 나와서 나도 모르겠어.""수수는 모의고사 시험도 아주 잘 봤잖아." 담임 선생님이 수수를 칭찬하며 말했다."선생님, 모의고사는 이번 시험보다 훨씬 쉬웠어요. 이번 시험에 수학도 모르는 문제 엄청 많았어요." 다른 학생이 물었다. "수수야, 이번 시험에 수학 문제 다 풀었어?"수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 풀긴 풀었는데 틀렸을 수도 있어.""수수야, 너 진짜 대단하다. 전에 그렇게 오랫동안 휴학했는데도....""수수는 휴학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스스로 독학한 거야." 담임 선생님이 수수의 편을 들며 말했다. "수수도 정말 어렵게 지내고 있으니까 너희들 수수를 위하진 못해도 절대 악의를 품어서는 안된다."담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친구들은 자연스레 더 이상 수수에게 질투하지도 악의를 품지도 않았다."수수야, 난 진심으로 널 존경해. 스스로 대학 등록금도 벌고 생활비도 벌어서 쓰고 우리보다 훨씬 나은 걸. 우리는 집안의 도움 없이는 너처럼 이러지 못할 거야." 한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난 네가 꼭 T대에 붙을 거라 믿어!""정말 고마워! 나도 T대에 붙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T대에 못 붙어도 다른 대학에 갈 수 있을 거야." 수수가 말했다. "너희들도 모두 스스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길 바래.""자, 우리 다같이 건배할까! 너희들 모두 원하는 대학에 붙을 수 있길 위하며!" 담임 선생님은 잔을 높이 들고 다같이 건배했다.저녁을 먹고 나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누군가 노래방에 가자고 제
"역시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구나! 수수야, 나중에 T대에 붙어도 변하지 말고 꼭 지금처럼 공부 열심히 해야 해. 학업에서 성과를 이루려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 할 거야. 그래야 남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어." 담임 선생님이 타이르며 말했다."알겠어요, 선생님. 걱정 마세요."통화를 마친 후 수수는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그녀는 거울 속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오늘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이변이 없는 한 그녀는 T대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오랜 시간동안 힘들게 노력해 왔는데 드디어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그녀는 매우 흥분되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다.그녀는 얼굴에 붙어있는 흉터를 조심스럽게 뜯었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을 위한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반드시 차차 좋아질 것이다.A국.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박시준의 별장.모두가 박지성의 여름방학에 대해 어디서 일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다.사실 아무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여름방학까지 아직 보름이나 더 남았기 때문이다.여름방학에 형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박지성 본인이었다.아들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또 작년 겨울방학 때처럼 한이가 있는 곳에 가서 자동차를 수리하러 가겠다는 것일까?박시준은 자신의 아들이 자동차 수리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들이 나중에 이 일을 그의 본업으로 삼을까봐 걱정되는 것도 있었다."너 아버지 회사에 가서 단련 좀 해야하는 거 아니야? 아버지 회사에 가기 싫으면 우리 회사에 와도 되고!" 라엘이가 말했다. "누가 너 오빠 있는 회사로 가려는 속셈 모를 줄 알아? 가서 놀려는 거잖아 그냥."박지성: "형 오랫동안 못 보기도 했고, 형이 있는 곳에 가서..."박지성은 나이가 들수록 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진아연이 입을
호되게 한 방 맞은 박지성은 어떻게 갚아줘야 할지 몰랐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누나의 말도 틀린 건 아니였다."라엘아, 이 일은 서두를 것 없어. 천천히 마음이 가는대로 해." 박시준은 딸을 타이르며 말했다. "인연이라는 건 때로는 아주 신기한 거야. 애써 찾으려 할수록 오히려 못 찾을 수 있거든. 평소에 활동이나 모임에 많이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도 있어.""아버지, 저 평소에 늦게 들어오면 혼내시잖아요? 낮에는 다들 출근하니까 보통 모임은 다 밤에 시작해요...." 라엘이는 아버지의 말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희 아버지는 지금 망상하는 거야. 본인이 결혼을 아주 쉽게 했으니 아주 당연하게 모든 걸 쉽게 생각하는 거지.""저도 그러는 것 같았어요." 라엘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 이제부터 통금시간 밤 9시로 변경해도 되요?""경호원만 챙겨서 다니면 물론 괜찮지." 진아연은 남편이 말하기 전에 딸의 요구에 허락했다."그럼 오늘 밤에 놀다 좀 늦게 돌아올게요." 라엘이는 신나게 말했다. "저 오늘 야시장에 가서 좀 돌아다닐 거예요. 박지성, 좀이따 누나랑 같이 가자!"박지성: "누나 인연 찾으러 가는데 왜 나를 데려가려는 거야? 내가 따라가면 누나한테 방해될 텐데."라엘: "...""나 이렇게 잘생겼는데 우리 둘이 같이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커플이라고 오해할 걸. 내가 누나 따라가면 누나한테 대시 거는 남자 없을 거야." 박지성은 누나에게 설명해 주었다.지성이는 어렸을 때부터 누나를 잘 따라다녔고 라엘이도 어디 나갈 때면 항상 지성이를 데리고 다녔다.남매 사이에 말다툼은 자주 있는 일이였다, 그래도 두 사람이 사이좋게 함께 다니는 데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됐어, 그럼 미르 씨 부를게. 아직 안 떠났을 거야." 라엘이가 말했다."누나, 친동생이 아니라도 안되지! 미르도 누나 맞선 자리 꽤 많이 망친 거 아니야?"라엘: "그럼 그냥 누나 절친 불러서 갈게!"
그녀가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부모님은 분명 그녀를 데리고 함께 B국으로 갔을 것이다.시간이 빠르게 흘러 그녀가 진명그룹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다.그녀에게도 급속도로 성장한 한 해였다.부모님도 그녀를 놓아주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녀의 일과 생활에 끼어들지 않았다. 비록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기도 했지만 이 또한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저녁에 그녀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갔다.아무도 없어 집이 썰렁할 줄 알았지만 시은이 고모가 소소와 수현이를 데리고 와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라엘아, 엄마랑 아버지는 아직 B국에 도착 안했지? 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심심할까 봐 소소랑 수현이 데리고 놀러왔어."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다."시은 고모, 고모 정말 최고예요! 엄마랑 아버지가 지성이 데리고 B국에 가서 오전에 조금 슬펐거든요. 근데 고모랑 아이들 보니까 너무 행복하네요."라엘이는 소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수현이의 머리도 쓰다듬었다."너희 둘은 여름방학 어떻게 지낼 계획이야?""난 언니 따라 다닐 거야." 소소는 어릴 때부터 수현이의 껌딱지였다.수현이가 무엇을 하든지 다 따라하기 좋아했다.친자매는 아니였지만 두 사람은 친자매못지 않게 사이가 엄청 좋았다."나는 딱히 계획은 없고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지낼 거야." 수현이는 햇볕을 쪼일 수 없었기에 여름마다 항상 자외선 차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그럼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 와서 언니랑 같이 밥 먹자!" 라엘이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우리 집에서 잘래? 언니가 평소에는 너희들이랑 놀아줄 수 없어도 주말에는 시간 있는데."라엘이는 동생들에게 아주 잘해줬다.동생들도 마치 천사처럼 착하고 말을 아주 잘 들었다.여소정의 딸 지민이는 약간 까불고 장난 꾸러기였다, 하지만 라엘이 앞에서는 착한 아이였다."너희 둘 여기서 지내고 싶어? 여기서 지내고 싶으면 좀이따 엄마가 가서 너희들 짐 챙겨올게." 시은이는 미소를 지으며
아침 8시경, 수수는 귀영사에 도착했다.귀영사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아주 흐릿해졌다, 어쨌든 아주 어렸을 적이였으니 그녀는 자신이 지내던 사원에 대한 기억만 또렸했다.그러나 귀영사가 그녀에게 주는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집이 없었던 그녀에게 귀영사 역시 그녀의 집이였다.이때 절의 문이 금방 열렸다.수수는 절에 들어선 후 문을 연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정민 스님 아직 여기 계시나요?"직원은 잠시 얼어붙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과 약속이 있으신 가요?"수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뒷쪽에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전에 많은 아이들을 입양했었 거든요. 저도 어릴 때 이곳에 살았던 아이입니다.""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에 여기서 지냈을 때의 이름이요.""수수라고 해요.""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직원은 뒤돌아 선 후 성큼성큼 뒷마당을 향해 걸어갔다.수수는 원래 제자리에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뒷마당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민 스님이 뒷마당의 사원에서 걸어나왔다.스님을 본 수수는 바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스님!"정민 스님은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놀란 표정을 짓다 곧바로 환한 미소를 보였다."정말로 수수니? 혼자 온 거야? 할머니는?" 정민 스님은 그녀의 앞에 가까이 선 후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수수의 어릴 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할머니는 작년에 병을 앓다 돌아가셨어요." 수수는 스님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저 방금 수능 마치고 대학에 붙었어요, 입학하기 전에 마침 시간도 있고 해서 스님 뵈러 왔어요.""그랬구나,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니? 너 혼자 남은 거니? 무슨 어려움은 없었니?" 스님 역시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뒷마당에서 나가 얘기를 나누며 산책했다."저는 T국에서 지내고 있어요. 방 구해서 지내고 있어요. 어려운 건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냥 스님 한 번 찾아뵙고 싶어서 왔어요.""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니 나도 참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