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경, 수수는 귀영사에 도착했다.귀영사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아주 흐릿해졌다, 어쨌든 아주 어렸을 적이였으니 그녀는 자신이 지내던 사원에 대한 기억만 또렸했다.그러나 귀영사가 그녀에게 주는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집이 없었던 그녀에게 귀영사 역시 그녀의 집이였다.이때 절의 문이 금방 열렸다.수수는 절에 들어선 후 문을 연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정민 스님 아직 여기 계시나요?"직원은 잠시 얼어붙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과 약속이 있으신 가요?"수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뒷쪽에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전에 많은 아이들을 입양했었 거든요. 저도 어릴 때 이곳에 살았던 아이입니다.""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에 여기서 지냈을 때의 이름이요.""수수라고 해요.""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직원은 뒤돌아 선 후 성큼성큼 뒷마당을 향해 걸어갔다.수수는 원래 제자리에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뒷마당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민 스님이 뒷마당의 사원에서 걸어나왔다.스님을 본 수수는 바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스님!"정민 스님은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놀란 표정을 짓다 곧바로 환한 미소를 보였다."정말로 수수니? 혼자 온 거야? 할머니는?" 정민 스님은 그녀의 앞에 가까이 선 후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수수의 어릴 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할머니는 작년에 병을 앓다 돌아가셨어요." 수수는 스님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저 방금 수능 마치고 대학에 붙었어요, 입학하기 전에 마침 시간도 있고 해서 스님 뵈러 왔어요.""그랬구나,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니? 너 혼자 남은 거니? 무슨 어려움은 없었니?" 스님 역시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뒷마당에서 나가 얘기를 나누며 산책했다."저는 T국에서 지내고 있어요. 방 구해서 지내고 있어요. 어려운 건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냥 스님 한 번 찾아뵙고 싶어서 왔어요.""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니 나도 참 기
수현이는 이 말을 듣고 바로 뒷마당을 향해 달려갔다.소소는 곧 언니를 따라잡으려 했으나 언니가 더 멀리 가버렸다."엄마, 빨리요! 언니 이미 멀리 가버렸어요!" 소소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는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시은이는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소소의 성격 역시 그녀를 똑 닮았다."우리 사원에 가서 좀 쉬고 있자. 언니 좀이따 우리 찾으러 올 거야." 시은이는 딸의 앞으로 걸어가며 침착하게 말했다."안돼요! 엄마 나랑 같이 언니 찾으러 가요, 전 언니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싶단 말이에요." 소소는 말을 마친 후 엄마를 끌고 뒷마당을 향해 걸어갔다.뒷산.수수는 스님과 30분 쯤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스님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어젯밤에 수현이가 오늘 나 보러 오겠다고 했는데, 수현이와 마주치고 싶지 않으면 남아서 같이 점심 먹자고 안 할게." 스님은 수현이와 마주친 후 수수가 당황해 할까봐 걱정되었다.수수는 잠시 얼어붙은 채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랐다.정말로 이런 우연이 있을까?잠시 고민한 끝에 수수는 산을 내려가기로 결심했다.어쨌든 그녀의 목적은 스님을 만나는 것이니 더 이상 어떤 여한도 없었다.그녀가 스님과 작별인사를 나누려는 순간 수현이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수수야! 나 수현이야!"다리가 긴 수현이는 두세 걸음으로 바로 그들의 앞으로 다가왔다.수수: "..."많은 인파들 속에서도 수수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녀의 머리는 흰 눈처럼 하얬고 게다가 그녀는 흰 옷을 즐겨 입었다.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마치 요정처럼 아름다웠다.수수의 발걸음은 제자리에 고정되었다.그녀는 발걸음을 옮기고 싶었지만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 역시도 수현이를 만나고 싶었고 수현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수수야! 정말로 너야? 왜 여태껏 나한테 전화 안 했어? 우리 숙모 번호 알아갔잖아?"진아연은 원래 수현이를 딸로 삼으려고 했지만 수현이가 시은이 집에 가
시은이와 수현이는 비슷한 사람이었다.두 사람 모두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고, 입만 열면 두 사람 모두 친절하고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수수야,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같이 가자! 수현이가 얼마나 네 얘기를 자주 했는데! 수현이는 늘 너를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시은이가 웃으며 말했다. "수현이도 평소에 수수랑만 놀고 친구도 별로 없어."수수는 시은이 옆에 있는 소소라는 아이를 바라보았다.소소는 키가 작았고 더 말랐다.소소는 약간 겁먹은 눈빛으로 수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수수야, 이건 내 동생 소소야." 수현이는 수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소를 수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약속한 거다. 지금 위정 씨한테 전화해서 방 준비해 놓으라고 할게." 시은이는 웃으며 한 켠으로 가서 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수가 거절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위정이 누구야?" 수수는 더듬거리며 물었다."위정은 우리 아버지야." 수현이가 대답했다. "숙모가 날 데리고 산에서 내려간 후 저 분들이 날 입양해 주셨어. 친딸처럼 아주 잘해주셔. 소소도 날 친언니처럼 대해주고, 다들 나한테 잘해줘."수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수수야, 혹시 우리 집에 가기 싫은 거야? 설마 내가 너한테 자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절대 그런 마음 없어." 수현이는 진심으로 수수에게 말했다. "난 단지 너무 오랫동안 널 못 본 것 같아서 그래, 네가 너무 그리웠어. 너도 힘든 거 있으면 우리 부모님한테 말해도 좋아, 다들 좋은 분이고 널 도와줄 거야."소소 역시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수 언니, 우리 가족 모두 좋은 사람이야."수수: "..."시은이는 전화를 마친 후 걸어와 다시 한 번 수수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내 남편도 수수를 엄청 환영한다네. 오늘 점심은 남편이 직접 요리해 주겠대. 우리 남편이 요리를 엄
수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안 들어오니?" 집 안으로 들어간 시은이 아직 문가에 서 있는 그녀들을 향해 물었다."엄마, 수수가 조금 쑥스러운가 봐요. 제가 같이 밖에서 기다릴게요!" 수현이가 시은에게 대답하고는, 이어서 소소에게 말했다. "소소 네가 가서 엄마 짐 옮기는 것 좀 도와드려."소소는 곧바로 엄마를 도우러 갔다.잠시 후, 박씨 가문의 도우미가 짐을 꺼내는 걸 도우며 시은에게 말했다: "수현 아가씨의 절친이 오셨으니, 잘 대접해 드려야겠네요. 이따가 라엘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제가 라엘 아가씨께도 말씀드릴게요.""라엘이에게는 제가 전화할게요." 시은이 정중하게 말했다. "고생하셨어요.""고생은 무슨요." 도우미가 짐을 들고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수수의 옆을 지나는 길에, 수수를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 "이분이 바로 수현 아가씨의 절친이시죠?""맞아요! 정말 귀엽지 않아요? 우리 수현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시은이 수수를 칭찬했다. "수수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우리 딸로 삼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시은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는 데 있어 인내심이 더욱 강한 편이었다."이 아가씨는 정말 생기발랄하시네요, 그분처럼..." 여기까지 말하고는, 도우미는 목이 메 말을 이을 수 없었다.그녀의 머릿속에 박시준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수수를 처음 봤을 땐, 그저 정말 예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번 보다 보니, 어딘가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도우미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시은이 트렁크를 닫은 후 도우미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위정의 집.위정은 아내의 전화를 받은 후, 다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몇 가지 특별한 요리를 준비했다.그는 수수에 대한 기억이 조금 남아있었다.수현이가 막 그들의 집에 왔을 때, 줄곧 수수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도 수수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었지만, 수현이가 산에서 내려간 다음 날, 수수 역시 귀영사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은이 세 아이를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수현이가 수수를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수수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 우리 오늘 밤에 같이 자자!" 수현이가 제안했다.잠시 망설이던 수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수현이는 진심으로 그녀를 친구로 여긴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어렸을 때의 감정이 돌아왔다.아이들이 방으로 돌아간 후, 위정이 서재를 향해 걸어갔다.그런 그를 시은이 호기심에 뒤따라갔다."여보, 뭐 해요?"위정이 대답했다: "우리 집에 카메라가 있었던 것 같은데, 서재에 뒀던가요?"시은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아요. 여보, 갑자기 카메라는 왜요? 사진 찍으려고요? 핸드폰으로 찍으면 되잖아요! 요즘 휴대폰 카메라 화질이 얼마나 좋은데요..."특별히 사진 찍는 걸 즐기지 않고, 그저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요즘 휴대폰 카메라의 화질은 보통 사람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전문가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더 선명하게 잘 나오잖아요. 우리 딸이 수수랑 놀러 갈 거라면서요? 카메라가 필요할지 가져다줘 볼게요." 위정이 자신의 의도를 말했다.시은: "여보, 역시 당신은 정말 세심해요. 하지만 나라면 굳이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 무겁거든요.""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젊으니, 그 정도 고생은 상관없을지도 몰라요." 위정이 손쉽게 카메라를 찾아냈다.카메라는 거의 새것 같았고, 배터리도 충분하고, 멀쩡하게 기능했다.확인을 마친 위정이 카메라를 들고 딸의 방으로 갔다."수현아, 네 절친이 와서 네 기분이 얼마나 좋을지 아빠도 잘 안단다. 너희가 함께 놀러 가는 걸 아빠가 허락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가급적 낮에는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렴.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는 괜찮아." 위정은 햇볕을 쬘 수 없는 수현이를 생각해 이 조건을 걸었다.수수는 수현이가 햇볕을 쬐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
여러 해 동안 박시준과 진아연은 현이를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두 사람은 다년간 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위정 역시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현이를 만난 지금, 그는 문득 어쩌면 수수가 바로 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세상에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두 사람이 닮을 가능성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적다.수현이의 방 안.수현이가 자신의 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수수에게 소개해 주었다.수현이의 방에 있는 대부분의 장식품과 장신구, 그리고 생활용품들은 모두 부모님이나 친척들로부터 받은 것들이었다.그들로부터 이미 많은 것들을 받았기 때문에 수현이는 본인이 무언가를 더 살 필요가 없었다."난 언제나 내가 부모님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 이 집에 왔을 땐 내내 두려움에 떨곤 했어. 또다시 버려지지는 않을까 무서웠거든." 수현이가 방 안의 물건들을 모두 소개한 다음, 침대에 앉아 수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너라면 분명 내 마음을 이해할 거로 생각해. 난 실수를 할 수도, 생떼를 부릴 수도 없었어. 그리고 운이 좋게도 우리 부모님과 친척분들 모두 지금까지 내게 정말 잘 해주셨지...""수현아, 그런 생각 하지 마. 너희 부모님께서 너를 진심으로 친딸처럼 대하시는 게 느껴지던걸. 네 여동생도 너를 친언니로 생각하는 것 같았고.""맞아. 하지만 난 친구가 한 명도 없어." 수현이가 씁쓸하게 웃었다."왜?" 수수는 시은이 수현이에게 친구가 없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차마 친구를 사귀지 못하겠더라고. 난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구분하는 방법을 모르거든." 수현이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수수에게 꺼냈다. "초등학생 때, 옆 반에 항상 나를 백발 마녀라고 부르던 남자아이가 있었어. 그 아이는 심지어 내 바로 뒤까지 쫓아와 그렇게 불러대곤 했어. 하루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엄마가 이 사실을 아시곤,
수수가 이렇게 협조적일 거로 기대하지 않았던 위정은 조금 당황스러웠다."아빠, 흰머리가 필요하셨으면, 왜 저한테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제 머리는 온통 흰머리에요! 필요하신 만큼 뽑아가세요!" 수현이가 말했다.위정: "수현아, 아빤 네 흰머리는 필요하지 않단다. 네 흰머리는 다른 사람의 흰머리와 조금 다르거든."수현이가 식식거리며 말했다: "알았어요!""아빠! 그럼, 제 것은요?" 소소도 끼어들었다.위정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아빤 수수 머리에 있는 흰머리를 보자 갑자기 요즘 진행 중인 연구가 생각이 났을 뿐이야... 흰머리가 많이 필요한 건 아니란다!"남편의 속셈을 알고 있는 시은이 소소를 끌어냈다.위정이 수수의 포니테일을 풀었다.그러자 새까맣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위정이 흰머리를 찾으려 수수의 머리를 이리저리 뒤적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수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없었다.위정이 남몰래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손에 잡히는 아무 검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았다."아빠, 저도 수수 흰머리 볼래요." 수수의 흰머리와 자신의 흰머리가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던 수현이가 말했다.위정은 살면서 이렇게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없었다.그는 한평생 이렇게 공공연하게 다른 사람을 속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우선 지금은 아빠가 어서 가져가서 잘 보관하고 올게... 흰머리가 보고 싶으면, 수수 머리에서 다시 찾아보면 돼..." 위정이 곧바로 그의 서재를 향해 걸어갔다.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현이가 작게 '음'하고 말한 다음, 수수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수수의 머리카락을 뽑았다."수수야, 너 머릿결 정말 좋다!"수수가 손을 뻗어 자기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하지만 뭐가 좋다는 건지 느껴지지 않았다.머리카락이 다 이런 것 아니었던가?"난 나한테 흰머리가 있는 줄도 몰랐어!" 수수가 속삭였다."나도 보지 못했어..." 수현이가 수수의 머리에서 열심히 흰머리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흰
위정은 집안의 어른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진아연이나 박시준과 직접 이야기했다. 라엘이처럼 손아래뻘을 찾는 일은 없었다.위정이 2초 동안 침묵하더니, 신중하게 대답했다: "우선 이쪽으로 오렴. 오면 얘기해 줄게.""알겠어요! 이미 가는 길이에요. 아마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예요." 라엘이는 말을 하면서 조금 배가 고파졌다. "고모부, 집에 저녁 거리 있어요? 저 배고파요.""남은 음식뿐이야... 내가 지금 아주머니에게 준비해 달라고 할게.""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그냥 남은 거면 돼요. 전 가리는 게 없거든요." 라엘이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20분 후, 라엘이가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한 손에는 과일 한 봉지를 들고 위정의 집에 도착했다."어? 아이들은요?" 라엘이는 수수를 만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셋이 놀러 나갔어." 시은이 라엘의 손에서 과일과 꽃을 받아 들었다. "배고프다며. 우선 밥부터 먹으렴!""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여기로 부르신 건지 그 이유가 더 궁금해요. 설마 제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시려는 건 아니죠?" 라엘이가 시은과 위정을 각각 바라보았다.시은: "당연히 아니지. 우린 네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어도, 네게 소개해 줄 만한 사람이 없어! 위정 고모부가 널 부른 건, 네 머리카락을 뽑고 싶어서야."라엘: "..."머, 머리카락을 뽑는다고? 머리카락을 뽑히고 나면 대머리가 되는 거 아닌가?!영문을 모르는 라엘이는 두피가 벌써 아픈 것 같았다."긴장할 것 없어, 라엘아." 위정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너희 고모가 말을 조금 무섭게 했지... 많이 뽑겠다는 게 아니야. 한 가닥이면 돼."라엘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시는 거예요? 깜짝 놀라 죽을 뻔했잖아요! 아까까진 배가 엄청 고팠는데, 두 분 때문에 너무 놀라서 지금은 아무것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라엘이가 울먹거리며 식탁 의자에 앉더니, 고개를 들어 위정에게 물었다. "제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