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진아연이 휴대폰을 잡은 손을 잡았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는 다시 손을 거두었다.성빈의 추측이 맞다는 증거였다.그가 여기서 '수업'을 하는 건 그녀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다.경영진들은 놀랐다!뭐야!대체 무슨 상황이지?대표님과 박시준... 뭔가가 있는데!진아연은 얼굴이 뜨거웠다.그녀는 잔에 주스를 따라 꿀꺽 꿀꺽 마셨다.다행히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 아니었다.누가 생일에 이런 말들을 듣고 싶어 하겠는가? 생각만 해도 짜증 나는 일이었다.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말하면서 잔을 들고 모두에게 술을 권했다.마치 이 자리가 그녀의 생일 파티임을 잊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진아연은 밥 두 공기와 과일 한 접시를 먹었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말은 끝나지 않았다.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물었다. "진아연, 내가 방금 했던 말, 모두 기억했어?""우리 술 한잔해요!" 그녀는 술병을 집어 들고 자기 잔에 따르고는 다시 그의 잔을 채웠다. "안 지 오래됐는데, 한 번도 같이 술 마신 적이 없네요!"박시준은 술잔을 들고 마실까 말까 망설였다.그 사이 그녀는 잔을 들고 원 샷 했다.옆 테이블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소정은 멍해졌다."진아연, 미쳤어!"하준기: "오늘 밤 시준이 형을 쓰러뜨릴 사람이 진아연일 줄은 몰랐네."여소정은 박시준도 잔을 들어 원 샷 하는 것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둘이 지금 뭐 하는 거래?"하준기: "뻔하잖아? 서로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는 거지! 저 둘은 함께 하거나 영영 안 보거나 둘 중 하나야!""당연히 함께 할 수 없는 거 아니야? 박시준에게는 심윤이 있고, 시은도 있는데... 아연이가 머리에 총 맞았어도 다시 만나지 않을 거야."30분 후, 술자리가 끝났다.박시준은 많이 취한 상태였다.진아연도 많이 마신 상태였다.그녀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억지로 맑은 정신을 유지하러 했다.마이크는 역시나 술집을 제집처럼
"시준 씨, 물 좀 마셔요!" 심윤은 그의 고개를 조심히 젖혀 물을 입가로 가져갔다. "지금 매우 괴로운 거 알아요. 물 마시면 조금 나아질 거예요."...연회장.진아연의 정신은 많이 맑아졌다.하지만 마음은 취했을 때보다 더 괴로웠다.그녀는 더 이상 박시준과 엮이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갈수록 점점 더 깊이 빠질 게 분명했다."아연아, 저 심윤이라는 사람 너무 무례하던데!" 여소정이 그녀에게 다가와 위로했다. "심윤 말에 신경 쓰지 마.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나대다니. 지가 박시준을 위협해서 겨우 사귄게 누군데."진아연은 가방을 들고 떠나려고 했다. "그 여자 때문에 화난 거 아니야. 그냥 내가 한심해서.""넌 잘못한 거 없어.""나 자신이 너무 웃겨." 진아연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도 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니... 소정아, 나중에 내가 다시 그를 만나러 가겠다 하면 날 욕해줘!"여소정은 매우 당황했지만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내가 데려다줄게!" 소정이 그녀를 부축했다. "다른 사람들은 걱정 마. 준기 오빠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진아연과 여소정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주차장에 도착한 그녀는 한눈에 박시준의 차를 발견했다."방금까지 욕해달라고 하더니! 지금 그 사람 차를 보니 또 눈을 못 떼네! 아이고!" 소정은 그녀의 얼굴을 돌리며 비꼬았다. "내가 알아봤는데, 심윤이 호텔에 방을 잡았대. 박시준이 그렇게 취했으니 심윤도 뭔 짓 못할 거야."진아연: "뇌피셜 좀 그만해.""빨리 안전벨트나 매!" 여소정은 그녀를 놀리고 나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돌아가서 한 숨 푹 자. 넌 더 좋은 남자를 만나야 돼."진아연은 조금 감동받았다..그녀가 무언가 말을 하려던 찰나, 가방 속의 핸드폰이 울렸다.휴대폰을 꺼내보니 의아하게도 장 이모님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은 후 이모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울음소리가 먼저 귀를 찔러왔다.시은의 울음소리
진아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이 부딪혀 아팠다.코끝이 붉어지고 눈시울이 시큰했지만, 재빨리 방 안을 살폈다.심윤은 어디 갔지?방에 왜 박시준 혼자 있는 거지?이렇게 취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건가?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더 세게 껴안았다."아연아... 가지마..." 그는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며 붉어진 눈에 낮은 소리로 애원했다. "너무 보고 싶었어... 매일매일 너무 보고 싶었어..."그는 중얼거리며 그녀를 안고 침실로 갔다.그의 술에 취하여 몽롱한 눈을 보면서 아연은 마음이 아팠다.그는 취했다!취해도 너무 취했다!모두가 취중진담이라고들 하는데, 그가 정확히 그녀를 아연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그의 마음속에 확실히 계속 그녀를 품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그는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눕히고 몸으로 그녀를 눌렀다.그의 깊은 눈은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박시준 씨 정신 차려요!" 진아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밀어내며 그를 깨우려고 애썼다. "오늘 당신이 집에 안 돌아가서 시은이가 울고 있어요. 장 이모님이 저한테 전화 해서 당신한테 전해달라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그녀는 시은의 이름을 듣고도 그가 아랑곳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시은을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지 않았던가?평소에 시은이가 눈살을 찌푸려도 긴장하던 그였는데, 오늘 밤은 왜 이러지?그녀는 힘주어 그의 입술을 깨물었고, 어느새 비릿한 피 냄새가 두 사람의 입 사이에 번졌다."박시준 씨! 당신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 "시은이가 울고 있다고요! 못 들었어요? 박시준 씨 당신이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요!"그는 피 묻은 입술을 오므리며 목젖을 굴렸다.그가 뭔가를 얘기하려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눈물이 떨어졌다!한 방울 한 방울씩 그녀의 뺨에 떨어졌다!"들었어! 진아연,
그녀는 더 이상 두 사람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그 소리들은 "네가 박시준의 여자 친구면 뭐해?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진아연인 걸!" 라고 그녀를 계속 조롱하고 있는것만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영혼없이 소파로 걸어가서 앉았다.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몸은 얼음처럼 뻣뻣하고 차가워졌다.새벽 2시.드디어 침실 문이 열렸다.진아연이 지친 몸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소파에 앉아 있는 심윤을 보자 그녀의 발걸음은 순식간에 멈췄다."진아연, 내 남자 친구 가지고 노니깐 좋아 ?" 심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증오가 가득 찬 눈으로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자리를 고작 20분 비운 사이에, 이렇게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네! 술 취한 걸 알면서도 유혹하다니! 원래 이렇게 더러운 여자였어?!"진아연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도 안먹힐 게 뻔했다!본인이 불륜 현장에서 잡힐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이러니했다."죄송해요.""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져?" 심윤의 눈가에서 두 줄의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를 차지한 건 맞지만, 그건 너희 사람이 이혼한 후에 일어난 일이야! 진아연, 난 네게 상처를 준 적 없는데, 넌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야?!""죄송해요." 진아연은 그녀의 옆에서 멈칫하며 다시 사과했다."오늘 밤 일은 없던 걸로 할게! 대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시준 씨를 포함해서! 그가 깨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할거야!" 심윤은 아연을 비웃듯이 말했다. "어쩌면 필름이 끊겨, 깨어났을 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몰라.""네. 그러죠." 진아연은 대답한 뒤 방에서 나갔다.호텔에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그녀는 몸을 감싸안으며 고개를 살짝 들어 숨을 크게 내쉬었다.너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다.그러나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길가의 아무데나 자리를 찾아 앉았다.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호텔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그냥 이렇게 있자!해가 뜨면 새로운
"심 선생님, 죄송합니다." 박시준은 얼른 마음을 다스리고 서, 평소의 무관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어젯밤은 제 잘못입니다.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합니다."말을 마치고나서 그는 바로 침실을 떠났다.심윤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박시준이 다가와 안아 주고 달래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는 왜 여전히 무관심할까?그리고 그는 이렇게 그냥 떠나 버렸다!분명히 어젯밤에 진아연을 껴안았을 때는 이런 태도가 아니었는데!심윤은 굳은 표정으로 얼굴의 눈물을 슥 닦았다.어젯밤에 겪은 마음의 아픔과 고통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과는 어쨌든 만족스러웠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박우진에게 연락을 했다. "저 성공했어요."박우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심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박우진의 말을 듣고 있던 심윤은 어쩐지 마음이 더 쓰려왔다.박시준이 박우진의 반만 돼도 얼마나 좋을까."제가 여자로써 매력이 없나요? 우진 씨 삼촌은 저를 한번도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어요." 심윤은 쓰라린 마음으로 박우진에게 말했다. "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그의 앞에 있어도 전혀 반응이 없어요."박우진은 크게 웃으며 "삼촌은 원래 정상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심 선생님, 사실 선생님께서 가장 먼저 병을 치료해줘야 할 사람은 저의 삼촌입니다. 치료가 가장 절실한 사람이거든요." 라고 말했다.심윤은 박우진이 농담을 하는 줄로 알고 여전히 슬프게 말했다. "근데 어젯밤에 진아연이랑 같이 있을 때는 지극히 정상이던데요.""그게..." 박우진은 한껏 약해진 목소리로 "진아연은 예쁘잖습니까, 어떤 남자가 그렇게 예쁜 여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지금 제가 진아연보다 못하다는 말씀인거죠?""그 뜻은 절대 아닙니다! 심 선생님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무지 예쁩니다! 그 진아연과 심 선생님... 두 분
마이크는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그럴 것까지는 아니야. 아연아, 너 지금 어디야? 목소리가 왜 이렇게 힘이 없어?"진아연은 옆에 기둥을 잡고 일어서며 "집이야." 라고 말했다."그래, 아직 자고 있니? 그럼 계속 자! 크게 신경 쓰지마, 그냥 조금 억울해서... 조지운이 뭐든지 다 내 잘못이라고 억지 부리고 있어." 진아연에게 이렇게라도 풀고 나니 마이크의 마음은 그나마 좀 후련해졌다.진아연은 길가에서 택시 한 대를 잡았다.집에 돌아온 그는 해열제 한 알을 먹고 바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침대에 몸을 붙였다.장희원이 무슨 일인지 물어도 보기 전에 진아연은 잠이 들어 버렸다.박시준의 저택.욕실에 들어간 박시준은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를 않았다.평소같으면 30분이면 충분했다.하지만 박시준은 어젯밤에 심윤과의 잠자리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사실 심윤이 신경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심윤 쪽은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걱정되는 건 진아연이었다.어젯밤 이후로 그는 더욱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아직도 여전히 진아연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그렇다, 그는 더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아직도 그녀를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욕실에서 나온 박시준은 이모님과 시은이를 만났다."회장님, 시은 아가씨가 어제 밤새 회장님을 기다렸습니다." 이모님이 말했다.박시준의 머리속에는 순간 진아연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렴풋이 어제 저녁에 진아연이 그를 찾아왔던 것이 생각이 났다. 진아연은 그를 찾아와 그에게 시은 아가씨가 울고 있다고 빨리 들어가 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갑자기 심장이 조여왔다.진아연이 어젯밤에, 나를 찾아온 기억은 있는 것 같은데? 뭐지? 왜 확신이 안 들지?!그의 기억에는 분명히 진아연이 자기 방에 찾아왔고,그리고 두 사람은, 침대에서, 같이 ....그런데! 깨어나 보니 옆에 누워 있던 여자가, 심윤이었다?"어젯밤에 제가 회장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도저히
—죄송합니다. 상대방의 전화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이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이-진아연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두 사람 간의 이 가까운 거리가 엄청나게 멀게 느껴졌다.라엘의 말을 듣고 박시준이 온 것을 알게 된 한이는 얼른 드론을 꺼냈다."오빠! 뭐하는 거야?" 라엘은 똘망똘망한 두 큰 눈으로 한이에게 물었다.지한: "쫓아 내야지!""음! 오빠, 나도 도와 줄까?" 라엘도 뭔가 힘을 보태고 싶었다.한이는 호스 하나를 라엘의 손에 쥐어 줬다....이 시각 별장 앞에는 박시준이 똑바른 자세로 서 있었다.그는 오늘 반드시 진아연을 만나야 했다.약 20분 후, 드론 한 대가 2층 발코니에서 출발해 천천히 날아 내려왔다.드론을 본 경호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뭐야?!"그냥 드론이었으면 경호원들도 의아해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떠있는 이 드론은 그냥 드론이 아니었다. 호스가 부착된 '특별한 드론'이었다.박시준도 드론을 발견했다.드론의 겉모양은 말할 것 없이 멋있었다.알록달록한 빛이 반짝반짝했다, 트렌디하면서 개성이 넘치는 드론이었다!누가 이런 드론을 조종하지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주르륵' 소리가 들려왔다!하늘에서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이 드론은 겁없이 입구에 서 있는 박시준 머리 바로 위에 멈춰 섰다.그리고 부착되어 있는 호스는 집안에 있는 수도 꼭지에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었다.드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박시준이었고 그에게 '물을 뿌린다'는 목적을 정확히 달성하였다."뭐야!" 이를 본 경호원은 바로 박시준을 차 쪽으로 끌어당겼다. " 진아연 이거 너무 한 거 아니야! 이렇게 치사한 방법을 쓰다니!"그럼에도 박시준은 차에 타지를 않았다.그는 자기를 잡고 있던 경호원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니야, 이건 진아연이 아니야. 그녀가 이렇게 유치한 짓을 할 리가 없어."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하지만 박시준에 대한 편견 또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대표님, 돌아갑시다! 옷이 이미 다 젖었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갈아 입으시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 경호원은 조심스레 말했다.가을에 접어들어 그런지 해가 쨍쨍히 중천에 걸려 있음에 불구하고 날씨는 많이 쌀쌀해졌다."안 추워." 박시준의 목소리에는 묵직함과 냉정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의 완강한 모습을 본 경호원은 그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냥 옆에서 같이 기다려 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포르쉐 카이엔 한 대가 유유히 다가와 박시준 옆에서 멈췄다.내려진 차창으로 마이크가 얼굴을 내밀고"저기! 박시준 씨, 여기서 뭐 합니까?" 마이크는 온몸이 완전히 흠뻑 젖어 있는 박시준을 보고 놀랐다. "혹시 여기 방금 비 왔어요?!"언짢은 경호원은 마이크를 째려보았다. "저 위에 꼬맹이 녀석이 물을 뿌려서 이렇게 된 겁니다!"마이크: "그래요...역시 우리 '한이 형'은 장난이 아니라니까,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데도 감히 못하는 일을 골라서 해 주지!"경호원은 당장 죽일 듯한 눈빛을 마이크를 향해 날렸다.마이크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당신들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좀 그러네요! 그냥 기다릴 거예요? 저 따라 오세요!"그리고 그는 목에 힘을 주며 별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약간 머뭇거리던 박시준은 바로 마이크를 따라갔다.마이크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마이크를 따라 별장에 들어온 박시준을 본 장희원은 표정이 안 좋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님, 일단 이 사람 옷 갈아입히고 올게요, 그리고 어머님께서 마음이 안 바뀌면 그 때 다시 쫓아내세요, 그땐 저도 안 말립니다." 마이크는 장희원에게 상의하는 어투로 말했다.이에 장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마이크는 박시준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한이와 라엘은 바로 뛰어가 엄마 방문 앞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