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시준에 대한 편견 또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대표님, 돌아갑시다! 옷이 이미 다 젖었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갈아 입으시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 경호원은 조심스레 말했다.가을에 접어들어 그런지 해가 쨍쨍히 중천에 걸려 있음에 불구하고 날씨는 많이 쌀쌀해졌다."안 추워." 박시준의 목소리에는 묵직함과 냉정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의 완강한 모습을 본 경호원은 그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냥 옆에서 같이 기다려 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포르쉐 카이엔 한 대가 유유히 다가와 박시준 옆에서 멈췄다.내려진 차창으로 마이크가 얼굴을 내밀고"저기! 박시준 씨, 여기서 뭐 합니까?" 마이크는 온몸이 완전히 흠뻑 젖어 있는 박시준을 보고 놀랐다. "혹시 여기 방금 비 왔어요?!"언짢은 경호원은 마이크를 째려보았다. "저 위에 꼬맹이 녀석이 물을 뿌려서 이렇게 된 겁니다!"마이크: "그래요...역시 우리 '한이 형'은 장난이 아니라니까,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데도 감히 못하는 일을 골라서 해 주지!"경호원은 당장 죽일 듯한 눈빛을 마이크를 향해 날렸다.마이크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당신들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좀 그러네요! 그냥 기다릴 거예요? 저 따라 오세요!"그리고 그는 목에 힘을 주며 별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약간 머뭇거리던 박시준은 바로 마이크를 따라갔다.마이크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마이크를 따라 별장에 들어온 박시준을 본 장희원은 표정이 안 좋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님, 일단 이 사람 옷 갈아입히고 올게요, 그리고 어머님께서 마음이 안 바뀌면 그 때 다시 쫓아내세요, 그땐 저도 안 말립니다." 마이크는 장희원에게 상의하는 어투로 말했다.이에 장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마이크는 박시준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한이와 라엘은 바로 뛰어가 엄마 방문 앞을
"마이크! 뭐해? 빨리 안 따라가?!" 급한 장희원은 마이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마이크: "아, 네네!"마이크는 바로 뒤쫓아 갔다. 이제야 장희원은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할머니, 엄마 괜찮겠죠? 너무 걱정돼요!" 라엘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장희원의 옷 가락을 꼭 잡고 있었다.장희원은 라엘을 안아주며 말했다. "응, 걱정 마, 엄마는 그냥 열이 좀 나는 거야, 많이 아픈 거 아니니깐 병원 가면 의사 선생님께서 열 내리도록 금방 치료해 줄 거야. 열 내리면 금방 괜찮아져, 그니까 걱정 마.""네... 그런데 박시준은 왜 온 거예요?" 라엘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장희원도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몰라, 그런데 너희 엄마가 아픈데 박시준도 뭐 이상한 짓 못할거야."방금 전, 박시준은 진아연을 이불로 감싸 안은 채 뛰었다.아무리 박시준에게 편견이 가득한 장희원이라 하지만 방금 그의 행동은 흠 잡기 어려웠다.남자가 자기를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는 사소한 부분에서 알 수 있다.방금 그의 행동으로 봤을 때 박시준이 지금 옆에 몇 명의 여자를 두고 있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가 아직 진아연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진아연은 일단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은 아니다.병원.박시준은 진아연을 안고 응급실로 뛰어갔다.마이크가 도착했을 때, 진아연은 이미 링거를 맞고 있었다."박시준! 너 이 시X, 왜 이렇게 빨라!" 마이크는 숨고르기 바쁘게 박시준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장 아연이한테서 안 떨어져!"응급실에는 침상이 없었다 그래서 박시준은 진아연을 안고 있었다."여기서 방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박시준은 또다시 냉정한 눈빛만 건넸다."방해가 되다니요? 당신이 저를 밀지만 않았어도 전 아연이를 데리고 올 수 있었어요!" 마이크는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서서 박시준한테 따졌다.주변의 환자들이 하나둘씩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뉴스 1면에 나오고 싶습니까?" 박시준은 마이크에게 말했다. "제발 조용히 좀 해주세요!"마이크
"심 선생님, 이건 저희 대표님께서 선생님에게 전하라고 하신 겁니다." 경호원은 심윤에게 수표 한 장을 건넸다.수표를 건너받은 심윤은 액수를 힐끗 보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하룻밤을 잤다고 10억을 주시네요." 심윤은 수표를 그대로 책상에 내려놓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것뿐입니까? 별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경호원은 고개를 저었다.심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파왔다.박시준 이 사람 도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야?!몸파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건가?하룻밤 자고 돈이나 먹고 떨어지라고!유일한 차이점은 그녀가 보통 몸 파는 여자보다 몸값이 많이 비싸다는 것뿐이었다.심윤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온몸은 분노로 인해 차가워졌다."이 인간은 대체 존중이라는 두글자가 뭔지 알기나 하는 걸까!" 심윤은 책상 위에 있던 책을 힘껏 바닥에 던져 버렸다.경호원은 무표정으로 "심 선생님, 회장님께서는 충분히 선생님을 존중하시고 계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지금 이런 수표조차 없었을 겁니다.""그건 내가 그 인간에게 이용당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심윤은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를 질렀다."선생님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으면 아마 회장님께서는 이미 당장 꺼지라고 하셨을 겁니다." 경호원은 담담하게 사실을 말했다. "진 아가씨는 그때 대표님으로부터 한 푼도 받아가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 아가씨는 매우 순종적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란단 건가요?!"경호원: "이러고 있기보다 박 사모님한테 잘 보이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리고 경호원은 서재에서 나갔다.심윤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지금까지 그녀는 박시준을 위협까지 해 가면서 남자친구로 만들려고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그의 반감을 샀다.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너무 세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경호원 말이 맞다!심윤은 박 부인부터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병원.진아연의 열이 다 내렸다. 몸도 한껏 가벼워졌다.잠에서 깨고 나서야 자기가 낯선 환
진아연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바로 웃기 시작했다. "뭐 새삼스럽게, 둘이 그렇게 오래 사귀었으면서, 설마 처음 잔 거예요? 정말 순수한 사랑을 하시네요."박시준은 진아연의 뜻밖의 대답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너 경험이 많은 것처럼 말한다? 그럼 너는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자보기라도 했어?"진아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물론이죠" 라고 대답했다. 한이도 남지긴 남자지.여태까지 지켜온 평온은 이로부터 박시준의 얼굴에서 싹 사라졌다."진아연! 내가 다시 널 찾아오면 난 사람도 아니야!" 박시준은 거친 한마디를 남기고 병실에서 나갔다.진아연은 박시준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얼굴에 있던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잘 됐어.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테니까.이젠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삶을 살 수 있으니까.그런데, 기쁘고 행복해 해야 되는거 아닌가?진아연은 다시 이불을 끌어잡고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이불에는 박시준의 숨결이 남아있는 듯했다.이때 병실 문이 열리고 마이크가 들어왔다."아연아, 박시준이 널 괴롭힌 거 아니지? 원래는 내가 널 병원에 데리고 올려했는데, 걔가 한 발 빨라서!"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다가가 침상 옆에 앉으면서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봤다.차가웠다.열은 다 내렸다."응? 박시준이 나를 병원까지 데려왔다고?" 진아연은 놀란 표정으로 마이크에게 물었다."응! 박시준이 너 찾을려고 집에 갔다가, 한이한테 당해 가지고 온몸이 다 젖었었어. 그래서 내가 옷이라도 갈아입히려고 방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네가 열이 나고 있더라고."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자초지종을 말해 주었다. "박시준이 방금 뭐라고 했어? 나갈 때 봤는데 엄청 화가 나 있던데."진아연 의욕없이 담담히 말했다. "그냥. 별거아니야. 근데 이거 우리 집 이불 아니야? 왜 여기까지 갖고 왔어?"마이크: "박시준이 안고 왔어! 힘도 엄청 세요! 널 이불에 들어 있는 채로 그냥 둘쳐안고 왔어, 내가 따라 올 수가 있어야지."진아연은 더이상 박시준에 관련된 얘기는
조지운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마이크: "접니다."조지운은 다시 통화 화면을 확인하고 냉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저한테 전화까지 하고.""말투가 그게 뭡니까. 그런 식으로 나오시면 드론 구매 건은 없던 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저랑 얘기할 때 말투 좀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마이크는 조지운을 위협했다.조지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잘난 척은 그만합시다. 그리고 누가 그쪽 드론을 산다는 겁니까!"마이크는 조지운의 말에 잠깐 당황했다. "누구긴 누구겠어요, 그쪽 대표님이시지. 그쪽 구매 부서에서 주문서를 보내왔는데 설마 가짜 주문서인가요?"조지운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되물었다."지금 저희 대표님께서 저희 회사 구매 부서더러 그쪽 회사 드론을 구매하라고 했다는 말인가요?""네, 설마 모르는 일이에요? 헐! 저는 조지운 씨가 그래도 박 대표님 옆의 가장 가까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의 오판이었군요. 쏘리 마이 오판!" 마이크는 비꼬듯이 말을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마이크에 말에 조지운은 조금 열을 받았다. 그는 방금 내용들을 확인하러 박시준을 찾아갔다.박시준은 시선을 컴퓨터 화면에서 돌렸다."우리 회사 매년 추석에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선물을 주잖아. 올해는 드론으로 하자는 거지. 어때, 네 생각은?"조지운은 피를 토할 뻔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견은 없습니다. 그냥 조금 의외이긴 하네요."박시준은 "어제저녁에 갑자기 결정하게 된 거야." 라며 "더 이상 진아연이랑 연락할 생각은 없지만 걔네 회사 제품이 나쁘진 않으니까." 라고 말했다.그는 며칠 전 진아연의 집에 갔다가 자기 머리 위까지 쫓아와 물을 쏟아부었던 그 드론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기술도 발전하고 시대도 발전하고 있다.이런 좋은 제품은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그게... 방금 마이크가 전화 왔었는데 제가 좀 예의가 없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이번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는데..." 조지운은 방금 전에 통
전화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조지운은 어색했지만 휴대폰을 진아연에게 건넸다.진아연은 핸드폰 스피커를 켠 채로 테이블에 놓았다."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진아연의 박시준에 대한 호칭을 들은 마이크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 조지운도 할 말을 잃었다.이때, 전화 반대편에서 박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녕하십니까, 진 대표님."진아연도 순간 당황했다.마이크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조지운도 컵을 들었다. 하지만 컵은 비어 있었다."일단은 설명이 조금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일부러 그쪽을 난감하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진아연은 겨우 감정을 추스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작업장을 마련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시설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이건 솔직히 얘기해 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그쪽이 지금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만족시켜 드리는 건 어렵습니다. 다른 방안으로 저희가 해외 지사로부터 물품을 가져올 수는 있습니다만 원하시는 물량과 시간은 충분히 맞춰 드릴 수 있긴 하지만 저희 해외 판매가가 국내 판매가보다 좀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진아연이 이렇게 설명을 하니 조지운의 흥분된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그런데 분명히 진아연이 한 말이랑 마이크가 한 말이 다를 게 없는데, 왠지 마이크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진아연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번 건은 저희 회사가 국내에서 받은 첫 대형 주문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저희가 해외에서 물품을 배송해 시간과 물량을 만족시켜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첫 대형 주문인 만큼 가격은 국내 판매가로 맞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마이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박시준에게 할인 가격으로 준다고?!조지운도 이제야 한숨을 돌렸다.거래를 하려면 이 정도 진정성은 보여 줘야지.하지만 전화 반대편에서는 박시준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죄송하지만 저는 제품을 할인 가격으로 사지 않습니다."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놀
"박 대표님, 우연히 접한 소식을 전하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심윤 아가씨도 최근에 의사 한 분을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전화를 한 사람은 박시준이 시은이의 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찾기 위해 해외에 배치한 사설탐정이었다. "심윤 아가씨가 키가 1미터 70정도의 중년 남성 의사를 찾고 계십니다."박시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심윤이가 남성 의사를 찾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사설탐정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이 사람을 찾아서 함께 시은 아가씨의 병 치료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이 말에 박시준의 얼굴엔 또다시 희망의 빛이 보였다. "그런거라면 반드시 심윤보다 먼저 이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사설탐정: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 다른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노경민 교수님께서 생전에 마직막으로 제자 한 명을 두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제자에 관련된 정보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노경민 교수님의 실험실에 관련된 모든 업무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박시준은 정색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말한 교수님의 마지막 제자가 심윤이 찾고 있는 중년 남성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사설탐정: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오후 5시, 박시준은 직접 안젤라 학교에 시은이를 데리러 갔다.우연하게도 주차장에서 한이를 데리러 온 진아연을 만났다.네 사람은 주차장에서, 뻘쭘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박시준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시은이를 차에 태웠다.진아연도 한이가 안전 시트에 탄 것을 확인하고는 운전석에 탔다.차량 두 대는 동시에 시동을 걸었고 또 동시에 유턴을 해 동시에 학교 정문 앞에 멈췄다.다행히 학교 정문은 폭이 비교적 넓었다.동시에 차량 두 대가 나오기에는 충분했다. 두 차량은 같이 정문으로 나와 한 대는 왼쪽으로, 다른 한 대는 오른쪽으로 나갔다.출발한 후 한이가 갑자기 다운된 목소리로 "엄마, 나 전학 가고 싶어."이유는 시은이가 항상 교실 문밖에서 한이를 엿보기 때문이었
이 박스는 지난 20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그런데! 지금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박스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 그는 책장의 세 번째 줄에 있는 책을 모두 내려놓았다.책장은 벽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틈새에 빠질 일도 없었다.잠시 후 그는 책장 있는 책을 모두 바닥에 내려 놓았다.책장을 완전히 비운 후 그는 책 더미 사이를 다시 찾아보았다!그래도 없다!그의 눈은 시뻘겋게 되었고 그 눈에서는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누구야? !누가 감히 박시준의 서재에 들어와서 그의 물건을 가져갔을까? !그는 얼마 전에도 박스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냈다.약 한 달 전?그는 바로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최근 한 달의 CCTV 전부 돌려 봐요, 누가 제 방에 들어왔었어요!"너무 놀란 나머지 경호원은 숨 한번 크게 내쉬지 못했다. "네! 당장 CCTV를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지금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을 다 그쪽으로 모아요, 다 같이 CCTV를 돌리게요." 박시준의 화난 목소리에는 긴박함과 절박함이 담겨져있었다."네!"이모님이 시은이를 데리고 거실로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박시준의 심하게 어두운 표정을 보고 마음이 갑자기 조여왔다."회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박시준: "누군가 제 서재에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어요."이모님은 안색이 확 변했고 충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모님, 최근 한 달 동안 집에 왔었던 사람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리스트에 기록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이모님한테 부탁을 드린 후 박시준은 시은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이 돌발 상황에 시은이는 조금 놀란 듯했다.방으로 돌아온 후 박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물었다. "시은아, 혹시 너 오빠 방에 들어간 적이 있어?"시은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오빠가 그냥 물어보는 거야.""오빠, 뭐 잃어버렸어? 내가 찾아 줘?" 시은이가 잠깐 침묵하다 말고 말했다.박시준은 쓴웃음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