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워낙 대스타이니깐 은퇴하기 전까지 결혼이나 아이 소식은 공개하지 않는 거 아닐까? 김세연 씨가 비밀리에 결혼하고 아이들은 이미 다 큰 거지!"여소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엘이는 휴대폰을 찾아 김세연에게 연락했다.김세연은 오늘 스케줄이 없어 전화를 바로 받았다."세연 삼촌, 혹시 결혼하셨어요? 아이 있는 거 아니죠?" 라엘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꽉 쥐며 말했다. "비밀리에 결혼이나 뭐 그런 거 하셨어요? 아, 걱정 마세요. 저도 비밀로 할게요."김세연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그건 왜?""그냥 궁금해서요! 왜 저번에 어떤 연예인이 은퇴하면서 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다고 발표한 거 아시죠. 그냥 삼촌도 그런 비밀이 있나 궁금해서요." 라엘이가 말했다."비밀 결혼은 무슨, 그런 거 없어." 그리고 김세연은 물었다. "한이가 집에 온 거 같던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봤어.""아, 그저께 올린 사진이요? 그걸 이제 보셨어요?""아, 내가 인스타를 잘 하지 않아서.""저희 부모님께서는 여전히 인스타를 하시던데. 휴대폰도 잘 안 하시고 그럼 매일 뭐 하면서 노세요?" 라엘이가 물었다."일이 바빠.""알겠어요! 그럼 귀찮게 안 할게요." 라엘이는 전화를 끊을까 말까 머뭇거렸다.그녀는 김세연이 시간이 된다면 같이 약속을 잡고 만나고 싶었지만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나 날카롭게 자신을 쳐다보는 박시준의 시선을 말이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나중에 김세연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낼 생각을 했다.T국.오후 6시. 하늘은 마치 먹물을 뿌린 듯 어두웠고 서씨 집안의 불빛은 가장 빛났다.수수는 큰 가방을 안고 별관 문을 밀고 들어왔고 1층 침실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두드렸다.몇 번의 노크 후, 창문이 열렀다.서은준은 무심한 얼굴이었지만 눈빛 만큼은 날카로웠다."도련님, 문을 열어주세요. 제가 뭘 가져왔는지 보세요!" 수수의 눈빛은 반짝 반짝 빛났고 그녀의 웃음은 마치 겨울 햇살과도 같았
"이건 양고기 볶음, 양고기 탕. 혹시나 양고기를 싫어하실까봐 돼지갈비도 준비했어요." 수수는 저녁들을 꺼낸 뒤, 마지막에 약을 꺼냈다. "도련님, 이건 약국에서 산 약들이에요. 무슨 약을 사야할 지 몰라서 약국 의사 선생님에게 추천 받아서 산 것들이에요. 밤에 드시면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어요!"서 대표님은 서은준을 별관 집에 가뒀고 아무도 그를 돌보지 못하게 했다.서은준은 하루 종일 굶어 배가 너무 고팠다.양고기와 돼지갈비 냄새를 맡자 위가 뒤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생각지도 못하게 수수만이 그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도련님, 배고프시죠? 이거 얼른 드세요." 수수는 양고기를 서은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겨울에는 양고기죠."서은준은 사실 자존심 때문에 받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배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도련님, 뜨거울 때 드세요! 식으면 맛 없어요." 수수는 양고기 탕의 뚜껑도 열어 그에게 건넸다. "도련님, 전 그럼 여기서 책 읽고 있어도 돼죠? 다 먹으면 제가 치울게요.""무슨 책을 읽는데?" 서은준은 고기와 탕을 먹었고 텅텅 비어있던 위가 순식간에 따뜻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입이 짧았지만 그녀가 가져온 음식들은 정말 맛있었다."아, 복습 자료 빌린 거예요." 수수는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내년 11월에 입시 시험을 치려고요.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 도련님은 대학교 다니세요?"서은준은 음식을 먹다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아... 퇴학 당하셨다고 듣긴 했는데." 수수는 당황해 하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깜빡하고...""고3이야." 서은준은 새 엄마의 무시하는 눈빛이 떠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너보다 2살이 더 많지.""아, 그럼 내년에 입시를 보실 건가요? 음, 근데 2살이나 많으세요? 음? 휴학이나 뭐 그런 걸 하신 건가요?" 수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등록을 늦게 했어. 2살에 출생 신고를 한거지.""아... 그렇군요. 아
시어머니 약과 치료비 마련을 위해 집사 뿐만 아니라 사채도 사용했다.그녀는 이런 사실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그녀의 삶 역시 힘들었지만 서은준의 삶 역시 쉽지 않다 생각했다."우욱ㅡ" 서은준은 세면대에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수수는 그가 방금 먹은 음식들을 게워내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도련님... 도련님 강아지는 죽었지만... 도련님은 사셔야죠..." 수수는 그를 정말 위로하고 싶었다.서 대표님께서 며칠 동안이나 그를 가둘 생각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정말 아무도 그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지 않는다면 그는 정말 굶어 죽을 것이다. 서 대표님은 서은준 씨가 죽어도 다른 자식들이 있어 그리 슬프지 않을 것이다. 서 사모님만 좋을 일이었다.그녀가 이 말을 하려고 입을 열 때쯤, 서은준은 날카롭게 외쳤다. "꺼져!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서은준은 이를 악물며 증오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맹렬한 눈빛에 수수는 겁에 질렸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어젯밤 서은준과 서 사모님의 싸우는 장면이 떠올랐다.그녀 딴에 친절함을 베풀었다 생각할 수 있었지만 서은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월급 받으면... 쓰레기통에 그 돈 제가 다시 돌려놓겠습니다... 그러니깐 화 푸세요..." 그녀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저 말 없이 훔칠 수 밖에 없었다."서 사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야? 그래?!" 서은준이 말했다. "넌 서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 했으니... 서씨 가문을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하겠지. 정말 역겨운 여자군...! 하, 잠시나마 넌 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이라고는 더 못 생겼다는 것 뿐이었네...!"서은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수수의 마음에 비수처럼 꽂혔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이 매우 익숙했다.그런데 왜... 서은준이 말하는 말에 이렇게까지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일까?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의 말에 겉잡을 수
"이쪽으로는 오지 않을 거야." 서은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서 나가.""저... 저는 두렵지 않아요." 수수는 문을 닫고 뒤를 돌았고 불안함은 조금 나아졌지만 조금 부끄러웠다. "도련님, 정말 사모님께서 시키신 일이 아니에요. 사모님께서는 저를 아예 신경쓰지 않으시니까요. 그저 사모님 눈에는 못 생긴 직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아무리 변명해도 네가 쓴 돈은 변하지 않아." 서은준은 아직도 속이 좋지 않았지만 더이상 화가 나진 않았다.그녀는 그 돈으로 자신이 아닌 그를 위해 약과 음식을 샀으니 말이다."다 쓴 건 아니에요. 한... 십이만 원 정도 남았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버릴게요.""지금 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서은준의 표정은 다시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녀를 흘끗 바라보더니 말했다. "내 앞에서 울지마."수수는 자신이 양심도 없이 그의 앞에서 울었던 모습을 생각하며 당황스러웠다.그리고 수수는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준 그에게 감동을 받을 때, 그가 한마디 했다. "우는 모습이 너무 못생겼으니까."수수: "... 도련님, 못 생겼다고 한 번만 말씀하셔도 이해해요... 근데 굳이..."서은준: "우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해?"수수: "그래도... 이렇게 면전에 대놓고 말씀하는 건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해요!"서은준은 그녀가 이렇게 큰 목소리로 말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크게 목소리도 낼 줄 알았구나?"수수는 그 말에 당황했다.대표님과 사모님이 돌아왔는데 그들의 주의를 끌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했다.본관.서씨 가문의 딸 서빈나가 오늘 밤 집에 돌아왔고 가족들 모두 기뻐했다.서 사모님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으며, 그의 아들은 서 대표의 그룹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그녀의 딸은 서빈나.서빈나는 올해 스무살이고, 외지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겨울과 여름 방학 때 잠깐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나마도 노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그래서 딸이
"돈만 있으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도 되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함부로 짓밟아도 되고... 돈이 참 좋긴 좋네." 서은준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도련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 도련님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 집에서 나가 지낼 수 있잖아요. 그럼 사모님께서도 도련님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겁니다." 수수는 얘기하며 식탁을 깨끗이 치웠다."네 계획 말하는 거야? 대학 졸업하고 나면 서씨 집안에서 더 이상 머슴 노릇 하지 않아도 되잖아." 서은준은 그녀가 날렵하게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맞아요! 대학 등록금 열심히 벌어서 대학만 졸업하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취직할 거예요." 수수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분명 점점 나아질 거예요."홀로 버텨내는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은준은 갑자기 목이 메어오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모두 그 화재로 돌아가셨다고?"수수는 잠시 얼어붙었다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차마 서은준에게 거짓말을 하고싶지 않았다."아직 미성년자고 가족들도 다 돌아가셨고, 정부에서 너같은 학생들한테 보조금 제공할 거야, 이렇게 힘들에 일해서 돈 안 벌어도 돼." 서은준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귀띔해 주었다."도련님, 저는 T국 사람이 아니라서 T국의 혜택을 받을 조건이 안됩니다." 수수는 그의 선심을 받아들이고 감사를 전했다. "그래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서씨 집안에서 일하는 거 하나도 안 힘들어요. 그리고 저도 이제 곧 성인이고 저 혼자 벌면서 살 수 있어요."수수는 책가방을 메고 쓰레기봉투를 들었다."도련님, 갈비찜은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내일 낮에 배고프시면 데워서 드세요. 내일 저녁에 다시 밥 가져다 드릴게요." 수수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현관문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수수는 고개를 내밀어 본관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본관의 문은 닫혀있었고 그녀는 퇴근할 수 있었다.
흉터는 얼굴형에 맞게 실리콘으로 만들어졌고 겉에는 색이 바래지 않는 페인트로 흉터의 모양을 그려냈다.아무도 그녀의 얼굴에 흉터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할머니 외에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 적 없기 때문이다.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의 첫 반응은 종종 놀라 질겁하곤 한다, 그리고 빠르게 시선을 뗀 후 다시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사모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얼굴에 난 흉터는 보기만 해도 끔직하다, 누가 본다고 해도 다 역겨워할 것이다.그 누구도 끔찍한 흉터를 반복해서 쳐다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얼굴에 난 흉터때문에 그녀는 많은 억울한 일도 당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이 흉터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할머니가 그녀에게 나쁜 사람들이 그녀를 찾고 있다고, 그녀를 찾으면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그리하여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이렇게 못생기게 분장을 하고 지내왔다, 사람들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 외에 나쁜 사람들을 만난 적도 어떤 실질적인 피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나쁜 사람들도 그녀의 얼굴에 난 흉터를 보면 놀라 도망칠 것이다.흉터를 떼어낸 후,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며 마음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왼쪽 얼굴에 흉터를 붙이며 지냈기에 그녀의 왼쪽 얼굴은 오랜 시간 햇볕을 보지 못했다.이로 인해 그녀의 왼쪽 얼굴은 다른 쪽보다 피부가 더 하얬다.하지만 이로 인해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녀의 미모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수수는 아주 예쁜 여자아이였다, 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모였다.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그녀에게 오랫동안 흉터를 떼지 말라고 했었다.할머니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재앙을 불러올까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까봐 늘 걱정했었다.이리저리 숨어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게다가 할머니도 나이가 점점 드니 더 이상 전처럼 이곳저곳 떠돌아 다닐 수 없었다.그녀는 할머니의 마음을
몇몇 아이들이 거리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아이들의 얼굴에 비친 해맑은 미소와 들려오는 은방울같은 웃음소리에 그녀는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쉽게 감동받고 함께 행복을 느낀다.누가 부르기라도 한듯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목도리를 둘러싸고 밖으로 나갔다.아이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도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그녀는 두 개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하나는 좀 크게, 다른 하나는 좀 작게 만들었다."언니, 언니랑 엄마 만든 거야?" 한 여자아이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가 만든 눈사람을 보며 물었다.수수는 목도리로 얼굴을 둘러 가리고 있어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만 볼 수 있었다."이건 언니랑 언니 할머니야.""아... 그럼 큰 건 언니 할머니고 작은 건 언니야?" 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물었다.수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큰 건 언니고 작은 게 언니 할머니야."할머니는 아프기 전에도 비교적 말랐고 체격이 작았다. 아픈 후로는 더 많이 야위였다.수수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느껴졌다, 키도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수수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곧 할머니의 키를 훌쩍 따라잡았다.그녀가 하루하루 자라는 사이 할머니도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수수가 할머니를 지켜줬었다.아쉽게도 할머니는 그녀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날까지 기다리진 못했다.저녁 여섯시 반.겨울밤은 차가운 안개층으로 뒤덮인 것마냥 쓸쓸한 고요함만 남았다.저녁을 사온 수수는 조심스레 서씨 가문에 들어섰다.본관의 대문은 닫혀있었다.이런 추운 겨울밤에 문을 열어놓는 집은 아주 드물 것이다.수수는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별관의 정원 문을 열었다.그녀는 어제처럼 1층 침실 옆의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별관의 문이 열렸다.그녀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바로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갔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본관 대문은 닫혀있었어요. 아무도 제가 이리로 오
수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집사를 찾아가 사정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어디 가려고?" 서은준이 그녀를 불렀다."집사 아저씨 찾으러 가려구요.""집사 아저씨 찾아서 무슨 소용 있겠어? 우리 아버지가 아저씨의 말을 들을 것 같아?" 서은준은 차갑게 말했다."그래도 어떤 말도 안하는 것보다 낫진 않을까요?" 수수는 여전히 집사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서은준은 그냥 그녀가 어떤 반응인지 보고싶었던 것 뿐인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긴장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아버지한테 내가 이미 설명했어." 서은준은 그녀가 어젯밤에 빗속에 뛰어든 장면을 떠올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어제처럼 뛰어나갈 것 같았다. "내가 사오라고 했다고 아버지한테 얘기했어."수수는 잠시 얼어붙었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요? 혹시 제 탓 하지는 않으셨어요?""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 그냥 내가 갈비찜 다 먹는 거 보고 가셨어.""네, 그럼 아까 도련님 일부러 아버지가 제게 벌을 내릴 거라고 하신 거예요? 도련님 정말 나쁘시네요. 전 좋은 마음으로 식사 챙겨드리는 건데 저한테 겁 주시고." 수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먼저 내가 때론 틀린 선택을 고집한다고 했잖아?" 서은준은 자신의 어떤 선택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틀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도련님은 틀린 적 없어요, 제가 틀렸어요." 수수는 그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점을 봐서 타협하며 말했다. "제가 사드린 약은 바르셨어요? 효과는 있어요?""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아, 우리 엄마도 너처럼 질문이 많진 않은 것 같다." 서은준은 육전을 다 먹고 스프를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약국 직원분이 그 약 효과 없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어요." 수수는 그가 뭐라 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은준은 고개를 떨구고 서운한 듯한 그녀의 표정을 표고 뭔가 마음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녀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