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그럼 주문해요! 저는 어차피 주문한 대로 먹으면 되니까요. 저는 편식하지 않아요." 마이크는 뻔뻔하게 말을 계속해 이었다. "어차피 배가 고프면 당신을 도와 한이를 부르지 않을 거니까요."박시준: "제가 당신한테 밥을 주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잖아요."그는 마이크에게 부려 먹히는 것만큼은 진짜 싫었다."저기요. 이번에 오면서 뭘 가지고 왔는지 알아요?" 마이크는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면서 박시준에게 말을 건넸다."뭘 가져왔어요?" 박시준은 궁금한지 바로 그에게 물었다."하하,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계속 궁금해하세요!" 마이크는 박시준을 약 올리고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박시준이 주문을 마치자 한이도 방에서 나왔고박시준은 아들을 보자 바로 환한 미소를 보였다. "한이야, 아침 주문했어. 곧 올라올 거야. 그런데 어제 늦게 잔 거야?"한이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마이크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한이를 보자 먼저 말을 건넸다. "네 아빠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했어.""제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가 뭐예요?" 솔직히 한이 스스로도 몰랐다.마이크는 아이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지! 네 아빠가 그리 말했는데, 너무 소름 돋아. 그리고 오늘 밤에 너와 함께 배태준 씨를 찾아가서 밥 먹겠다고 미리 준비하고 있어!"한이는 그의 말에 박시준을 바라봤다."한이야, 마침 말하려고 했어. 우리 오늘 함께 가서 밥 먹기로 했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아빠가 최대한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게." 박시준은 바로 아들에게 설명했다."위험한 일이 발생할지는 당신이 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한이는 바로 담담하게 반박했다."무서우면 아빠 혼자 가도 돼." 박시준은 사실 아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박시준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당신 아들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온 거예요. 만약 두려웠다면 오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마이크는 바로 박시준에게 언성을 높였고
"오, 한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둘째 형은 한이를 보면서 미소를 보였다. "한이야, 이제 키도 거의 아버지와 비슷하네!""아이들은 진짜 빨리 자란다니까요!" 곁에서 아이를 본 배태준도 감탄했다. "전에 한이를 봤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어렸는데 말이죠."이때 넷째가 박시준에게 물었다. "시준아, 네 딸도 키가 커? 그럼 나보다 크겠네?""딸은 조금 작아." 박시준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보다 클 거야.""하하! 유전자가 좋아서 그런 거야! 시준이와 진아연이 모두 키가 크잖아요." 배태준은 웃으면서 이들을 집으로 안내했다. "선물은 오후에 쇼핑할 때 산 거야?"배태준이 오후에 박시준에게 연락할 때 박시준은 쇼핑한다고 말했었다."네. 한이가 아무래도 주위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함께 돌아다녔어요." 박시준은 한이와 함께 배태준의 집으로 향했고신발을 갈아신은 후, 다들 식당으로 향했다."이왕 왔으면 며칠 더 놀다 가! 내일은 우리 집에 가자. 내가 대접할게." 둘째 형은 웃으면서 이들을 초대했지만박시준은 아들을 힐끗 보고 답했다. "아들과 상의해 볼게요.""상의할 필요가 있어? 네가 아빠고 한이가 아들인데, 당연히 네 말을 들어야지." 넷째는 박시준의 말을 듣더니 바로 언성을 높였고박시준은 바로 설명했다. "내 아들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마. 우리 가족은 평등한 관계고 누가 누구의 말을 듣는다는...""저는 엄마 말만 들어요." 한이는 바로 박시준의 말을 잘라 버렸다.다들 아이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박시준: "그래."물론 박시준이 바로 수긍할 거라 생각도 못했다.배태준은 어색한 분위기에 웃으면서 이들에게 술을 부어줬다."시준아, 술은 마실 수 있어?"박시준: "아니요. 아내가 마시지 말라고 해서요."다들 그의 말에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술도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살아? 어차피 옆에 있지 않은데, 뭘 걱정하고 있는 거야!" 둘째 형은 박시준의 태도에 바로 무시했다. "아내를 그리 무서워하다니,
박시준은 아들이 바로 직설적으로 얘기할 거라 예상 못 했다.한이는 상대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문제는 지금 배태준의 집에 있고이들의 영역에서 만약 사이가 틀어지고 혹시라도 극단적인 결정하면 어떡하지?"한이야, 아직 증거가 없어." 박시준은 목소리를 낮춰 한이에게 속삭였지만사실 다들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하하! 두 사람이 증거도 없이 이런 말을 할 줄이야."방금 자기가 남자라고 하지 않았어요?" 한이는 둘째 형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자기가 한 짓에 확실하게 얘기도 못 하는데, 무슨 남자죠? 이런 비겁한 사람은 보통 겁쟁이라고 하잖아요."둘째 형은 아이의 말에 '펑' 소리와 함께식탁을 치면서 몸을 일으켜 한이를 노려봤다. "너 지금 누구를 욕하는 거야?"한이는 그와 반대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당신 세 명을 말하는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넷째와 배태준은 어이없는 표정을 보이면서 할 말을 잃었다. "......""하하! 박시준, 네가 아들한테 지시한 거야?" 둘째 형은 이 모두 박시준의 뜻이라고 생각했다!박시준: "네. 아들이 묻는 질문이 바로 제가 궁금한 부분입니다."한이가 무슨 일을 벌이든 박시준은 무조건 책임져야 할 수밖에 없었다.한이는 그의 말에 바로 비웃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박시준 씨와 말할 필요 없어요. 설마 제가 무서워할 거라 생각하나요?"둘째 형은 아이의 말에 열불이 났고순간 살기를 품고 한이를 뚫어져라 노려봤다."시준아, 지금이라도 아이를 혼내면 아무 일 없던 걸로 할게!" 둘째 형은 바로 박시준에게 부담을 가했지만박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방금도 말했지만, 아들의 말은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증거가 없어도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김형문 집안의 몰살은 당신들이 한 거잖아요.’둘째 형은 아이의 말에 '펑' 소리와 함께넷째도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박치고 일어섰다."박시준, 우리가 지금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한
"와서 죽여요!" 한이가 배태준의 말을 가로채고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리모컨을 꺼내 일부러 그들에게 보여줬다. "우라 다 함께 죽으면 외롭지는 않을 거예요."둘째 형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한이의 손에 들린 리모컨을 바라보았다.셋째와 넷째도 멍하니 한이를 바라보았다."그, 그게 뭔데?" 넷째는 느낌이 안 좋았다."그 리모컨은 뭐 하는 건데?" 셋째가 물었다.박시준도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한이야. 이건 뭐니?"박시준이 질문을 던지자 다른 세 사람도 박시준을 바라보았다.한이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박시준이 모른다고?그들 부자는 한 패거리가 아니었던가?한이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지대지 미사일이에요. 미사일을 세 개 구매했어요."둘째, 셋째, 넷째 모두 할 말을 잃었다.박시준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Y국 군에서 구입한 거야?""맞아요. 돈을 많이 줬더니 제게 팔았어요." 한이가 침착하게 말하며 둘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집은 청지로에 있죠?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어요. 아저씨 식구들이 다 그곳에서 살고 있던데 앞으로 아저씨가 하는 말이 한마디라도 내 귀에 거슬린다면 난 이 버튼을 누를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도 가족이 사라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게 되겠죠."둘째는 할 말을 잃은 채 덜덜 떨며 입을 꾹 다물었다."아저씨 가족은-" 한이가 넷째를 바라보았다.그가 자신의 집 주소를 말하기도 전에 넷째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말 안 해, 안 할 거야!"배태준이 어색하게 소리 내 웃었다. "밥 먹어. 밥 먹다 말고 뭐 하는 거야. 다 식겠어.""현이는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이끌릴 한이가 아니었다.그는 목적이 매우 분명했다. 그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박시준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현이를 찾기 위해서기도 했다."난 몰라." 둘째가 연신 손을 흔들었다."나도 몰라! 셋째 형, 알아? " 넷째가 배태준에게 화살을 돌렸다."우준미가 현이를 데려갔어. 이 일은 너희들도 모를 거야." 배태준이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우준미
한이의 왼손이 테이블 위에서 움찔했다.그의 이 동작을 본 사람들은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좋아! 그냥 기부할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 뭐." 둘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마지못해 말했다."둘째 형이 그렇게 말하니 나도 기부할게요." 넷째가 말했다.배태준이 입을 열었다. "시준아, 너 나한테 실망했지?""실망하고 말고가 없어요. 난 내 딸을 빨리 찾아야 해요." 박시준은 설날에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도 못했다. 일찍 돌아와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넌 왜 그렇게 고집이 세? 네겐 라엘이가 있잖아. 현이가 사라진건 어쩔 수 없잖아. 딸이 한 명 더 필요한 거라면 와이프랑 또 한 명 낳으면 되는 거지 딸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힘들어야겠어?" 둘째가 설득했다. "아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해. 네 아들도 대단한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너였으면 엄청 좋아했을 거라고!""아들이나 딸이나 다 똑같이 중요해." 박시준은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현이가 내 딸이라는 걸 일찍 알았더라면, 태어난 후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않았을 거야. 난 그 아이에게 많은 걸 보상해야만 해.""찾지 못하면 어떡해! 그렇게 어린아이를 숨기는 건 너무나 식은 죽 먹기라고." 넷째가 입을 열었다. "현이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애들은 쉽게 죽어. 내 아이도 이미 몇 명이나 죽었는걸."박시준: "..."한이: "...""첫째 아이는 난산으로 죽었어. 출산 중 산소가 부족해 태어나자마자 죽었지. 죽은 둘째 아이는 순조롭게 태어났지만 불우한 운명이었나봐. 밥을 먹다 숨이 막혀 죽었고 셋째 아이는 혼자 물장난을 하다가 익사하고..." 넷째는 요절 된 아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울적해졌다."현이가 살아있다면 왜 찾아낼 수 없는 건데? 우준미가 현이를 사서 데려갔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데 왜 아무것도 조사해 내지 못하는 건데?" 넷째가 말하다가 허벅지를 철썩 쳤다. "죽어서 그럴 거라고. 그러니 찾지 마. 정말 살아있다면 나중에 커서 널 찾아올 테니까."이번 식사에 별로 관심이
넷째는 멍 해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둘째 형, 화내지 마. 같이 가."두 사람이 떠난 후 주방의 분위기가 훨씬 홀가분해졌다.박시준은 서빙 젓가락으로 한이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먹어.""내가 알아서 먹을게요." 한이는 애취급 당하는 게 싫었다."알았어. 알아서 많이 먹으렴." 박시준은 당부하고 나서 배태준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없어?""현이가 어디 있는지 정말 몰라." 배태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대환을 찾아낸 사람이 둘째 형이야. 우준미를 컨트롤하려고 말이야.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말이야. 하지만 자살했을 줄 누가 알았겠어."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박시준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쳤다. "김형문의 집에 가보고 싶어. 그곳에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지금은 당연히 없겠지. 보통 문이 잠겨 있어." 배태준이 말했다.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대문이 잠겨 있던데. 가끔 누군가 가서 청소만 하나 봐. 킹문 그룹의 책임자에게 물어봐도 돼. 이미 찾아낸 거 아니야?"킹문 그룹과 김형문의 저택은 지금 현이의 명의로 돼있다.현이의 시신을 찾아내지 못했기에 현이는 아직 김형문 가문의 가족으로 되어 있었다."셋째 형, 김영아의 유품에 손을 댔어? 도리대로라면 김영아가 현이에게 앨범 같은 걸 만들어 줬을 텐데, 난 현이에 관한 물건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어. 김영아의 휴대폰이 심하게 고장 나 안에 든 데이터가 전부 사라졌거든. 침실에 있던 보석과 귀중품은 다 그대로였는데 현이와 관련된 물건만 사라졌어.""김영아가 현이의 돌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어? 현이의 앨범은 그때 모두 불에 탔을 거야. 네가 봤다면 가슴 아팠겠지. 이건 모두 둘째 형이랑 넷째가 한 짓이야. 난 그들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도 함께한 거로 했지." 배태준이 말했다. "사실 난 영아에게 손을 쓰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둘째 형과 넷째가 거절했지. 우리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잠시 후 배태준이 오래된 휴대폰을 들고 걸어왔다."다행히 휴대폰은 아직 전원이 들어와. 확인해 보니 현이를 찍었던 동영상이 있어."배태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박시준은 휴대폰을 가로챘다.한이는 박시준에게 다가가 여동생의 동영상을 보려 했다.박시준이 동영상을 클릭하니 통통한 여자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영상 속 현이는 하얗고 통통했는데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현이는 바닥 매트에 앉아 웃는 얼굴에 장난감을 들고 힘차게 흔들었다.아이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었는데 그 눈빛이 박시준의 심장을 찔렀다.박시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배태준은 박시준이 이렇게 쉽게 눈물을 흘리리라 생각지 못했다. 그는 상 위에서 휴지를 가져와 한이에게 주면서 그에게 건네주라고 했다."울지 마세요." 한이가 휴지를 억지로 박시준의 손에 쥐여줬다. "현이가 살아있을지도 몰라요."박시준은 눈물을 닦고 나서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 "너무 귀여워... 현이가 너무 귀엽구나... 내가 그때 애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게 아니었는데.""무슨 소리에요?" 한이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엄마 딸이라서 귀여운 거예요." 그런 게 아니라면 한이는 이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할 리가 없었다.박시준은 손으로 휴대폰을 꼭 쥐고 활기차게 웃고 있는 영상 속 딸을 바라보며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배태준의 집에서 나올 때 박시준은 배태준의 오래된 휴대폰을 가져갔다.호텔로 돌아온 박시준은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마이크가 한이에게 물었다. "너희 아빠 왜 저래? 표정이 어두운 게 무섭네!"한이: "현이가 사고 나기 전 영상을 봤거든요."마이크: "어디서 난 영상인데? 나도 보여줘 봐.""배태준이 옛날에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이에요." 한이가 대답했다. "현이는 통통하고 귀여웠어요.""한 살 정도의 아이들은 다 귀여워. 왜 그런지 알아?" 마이크는 육아 경험이 풍부했다."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왜 그런지 한이가 알 리가 없었다."한 살짜리 아이는 발달이 빠
한이: "오늘 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취했대요?"한이는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야, 너 왜 얼굴이 빨개지는데? 원래 네 아빠야. Y국까지 찾아온 건 도우려고 온 거잖아?" 마이크가 뒤쫓았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이는 방문을 닫았고 마이크는 멍해졌다.이틀 후 세 사람은 Y국에서 돌아왔다.진아연은 공항에서 그들을 픽업했다.그들이 무사하게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본 진아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이크, 다녀오느라 수고했어." 진아연이 마이크에게 감사를 표했다."아니야." 마이크가 진아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남편 좀 설득해 봐. 요즘 정신을 못 차리고 우울해 있어."진아연도 눈치챘다.박시준은 Y국에 가기 전보다 살이 많이 빠졌다.그리고 얼굴이 창백하고 초췌했는데 큰 병에라도 걸린 것 같았다."한이랑 먼저 돌아가. 난 시준 씨랑 밖에서 산책하다가 돌아갈게." 진아연이 마이크에게 말했다."알았어. 그럼 우리 먼저 갈게." 마이크가 한이의 어깨를 감싸고 공항을 빠져나갔다.진아연은 그들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박시준을 바라보았다."시준 씨, 현이의 동영상을 보여줘요."박시준: "보면 괴로울 거야. 그래서 안 보내줬어.""보고 싶어요." 진아연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동영상을 클릭하고 아무 말 없이 보았다."영상을 보니 현이가 당신을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진아연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내 딸이니 당연히 우리를 닮았겠지." 박시준은 요즘 마음이 무거웠는데 돌아와서 진아연을 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마음이 복잡해. 지금 어딘가에서 힘들게 살아갈까 걱정되기도 하고, 어쩌면 죽는 게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서 또 살아 있기를 바라고. 힘들게 살더라도 앞으로 우리가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사람마다 고통에 대한 이해가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