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다 큰 남자가 여자의 생리를 조절하는 약을 훔쳐먹었으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어쩐지 그 싸움 후에 당신이 빨리 나를 달랜다 했더니 내 약을 훔쳐 먹어서 그런 거였군요."최은서는 알 수 없는 감동을 느꼈고 코끝이 찡해나며 그에 대한 불만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은서야, 난 정말 너의 건강이 걱정돼서 그런 거지 아이를 낳는 거랑 상관이 없어. 날 좀 믿어줄래?" 그녀가 감동한 것을 본 성빈은 곧 태도와 결의를 밝혔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 안 해. 내 마음은 네 걱정뿐이야. 넌 내 아내잖아."최은서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성빈은 최은서를 품에 안고 그녀를 달랬다.나머지 네 명도 얼굴에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한 시간 후 저녁 식사가 끝났고집으로 가는 길에 진아연이 감탄했다."여보, 우리가 연애할 때도 한동안 은서 씨네처럼 자주 싸운 적이 있는데 기억해요?"박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대답했다. "그냥 한동안이야? 난 왜 아주 오랫동안 그랬던 것 같지?"진아연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박시준: "난 싸우는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중에 화해할 수만 있다면 싸움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거야. 모든 사람은 하나밖에 없는 개체인데, 사랑 때문에 두 사람이 타협하고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 맞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게 위대하지 않아?"진아연: "하지만 싸우지 않는 커플도 있어요. 대학 시절에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남자친구와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당신 앞에서 안 싸웠을 뿐이야."박시준이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래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그런 경험이 있나 봐요?"그를 알고 지낸 몇 년동 안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감정을 갖고 장난치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고 연락하는 여자도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적었다."경험 필요 없어. 당신이 말한 그런 상황이 있을지는 몰라도 너무 드문 경우야. 난 그런 커플이 조금
"그래.” 박시준이 대답했다. “오늘 인사팀에서 여러 명 면접 봤는데 다 괜찮대. 내가 내일 한 번 더 볼 생각이야.”"하하, 다 훌륭하죠? 내일 어떻게 결정할지 두고 볼 거예요.” 진아연은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모든 사람이 다 인연이고 대화가 통하는 건 아니야.” 박시준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당신 비서가 오늘 출근했지? 느낌이 어때?”진아연: “오전에 얘기를 좀 나누다가 오후에 일하러 갔어요. 일단 행정부에서 연말 행사를 도우라고 했어요. 이 일은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거라 비서에게 맡기면 비서 나름 배울 수도 있고 업무 처리 능력을 볼 수도 있어요.”"그렇구나. Y국의 일에 관해선 얘기해봤어?” 박시준이 물었다. “그녀는 Y국사람이니 우리가 Y국에서 겪은 일을 알고 있을 거야.”"알면 어때서요? 그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상사의 사적인 일을 상사에게 주동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죠.” 진아연이 침착하게 말했다. “지운 씨가 당신이랑 당신 사생활에 대해 감히 얘기하던가요?”“그렇기도 하네.”"여보, 준미처럼 갓 졸업한 여자애가 뭘 알겠어요?” 진아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주 단순하고 정직한 사람이에요. 지금은 일을 잘하려는 생각뿐이에요.”"겨우 두 번 봤는데 그런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거야?” 박시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당신은 몇 살이든 늘 이렇게 단순하단 말이야.”"단순하면 안 좋아요? 매일 의심하며 살면 얼마나 힘들어요? 준미가 뭘 잘못하거나 말을 잘못했을 때 의심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은 괜찮은 여자아이로 보여요.” 진아연은 오늘 퇴근할 때 행정부 팀장의 문자를 받았는데 우준미가 맡은 일을 열심히 잘한다고 했다.행정부에서 맡긴 일에 관해 그녀는 하나씩 물은 후 호텔 측에 확인했다."Y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조사해 봤는데 우준미는 꽤 부잣집에서 자랐더라고.” 박시준은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진아연에게 알려줬다.진아연은 조금 의외라는 듯 물었다. “가정은 왜 조사해요?”"신변에
"좋아하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진아연은 아쉬워 하며 말했다” 말하기로는 이제 결혼도 안할거라 하더라고요 참 정이 깊은 여자에요”"그래서 그랬구나." 박시준은 이런 사랑에 관한 화제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솔직하네. 당신에게 다 말해주는 걸 보면.”"제가 손목에 난 흉터를 보고 물어봤거든요. 그 후로 많은 대화를 했어요. 내가 묻지 않았으면 말해주지 않았을 거예요. 오늘 출근해서 손목 보호대를 차고 상처를 가렸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보고 물을까 봐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일을 남들에게 자꾸 되풀이해 말하고 싶지는 않을 거잖아요.”"그럼. 내 비서가 뽑히면 나가서 같이 밥 먹자.""그래요. 앞으로 좀 바빠질 것 같아요. 하늘과 최기성도 결혼할 거고 성빈 씨와 은서 씨도 결혼할 예정이니 말이에요.”"기성이와 하늘 씨 올해 결혼식은 기성이네 고향에서 진행할 거래. 내년에 하늘 씨 부모님의 요구에 따라 여기서 또 한 번 진행한대.” 박시준이 말했다. 이하늘은 가정조건이 좋았는데 부모님이 그녀가 서운한 대우를 받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해할 수 있어요. 나중에 라엘이 결혼하면 우리도 라엘이 조금이라도 서운한 일이 없길 원할 거예요.”"아연아, 이런 비유 하지 마.”박시준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며 진아연은 웃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라엘이 나중에 김세연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박시준이 어떤 충격을 받을지 진아연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집에 돌아온 진아연은 먼저 두 아이를 보러 갔다.지성이는 이미 잠들었고 라엘은 여전히 숙제하고 있었다."라엘아, 10시 전에는 자야 해." 진아연은 딸에게 귀띔했다. "엄마 아빠가 너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야?”"아니요, 나 지금 안 졸려요. 피곤하면 자러 갈게요." 라엘은 태연하게 말했다. "엄마 샤워하러 가요! 난 책 좀 더 보다가 잘게요”"그래. 샤워하고 엄마가 확인하러 올 거야.""알았어요!"진아연은 딸의 방에서 나와 침실로 돌아갔다.박시준은 이미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하고 있었다.물이
진아연은 난감함에 얼굴이 빨갛게 됐다."사실은 우리 회사에서 세연 씨를 홍보대사로 모시고 싶어요.”"아, 그렇군요. 진아연 씨가 부탁하면 세연 씨가 꼭 동의할 거예요.” 매니저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일 마치면 제가 얘기할게요.”“홍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물어도 될까요? 몰래 알려주시면 나중에 세연 씨랑 얘기할게요.” 진아연이 말했다."시세로 계약하고 싶어요?" 매니저가 웃으며 물었다. “세연 씨 홍보 비용이 꽤 비싸요. 지난달에도 화장품 회사가 홍보모델 계약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전속 홍보 모델을 찾는다고 말이에요... 전속 홍보 모델이 필요해요, 아니면 단일 제품 홍보 모델이 필요해요?”"전속 홍보 모델이 필요해요.” 진아연이 대답했다."아, 전속 홍보 모델이면 아주 비싸요. 그 화장품 회사의 전속 홍보 모델 계약 금액은 100억대였어요.” 매니저는 진아연이 놀랄까 걱정돼 일부러 자세한 숫자를 말해주지 않았다.진아연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녀는 김세연이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노래든 영화든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주기적으로 그의 작품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다른 사람은 매니저님을 찾아 상의하죠?” 진아연이 물었다."맞아요! 세연 씨 개인 번호가 없으니깐요.”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진아연 씨는 세연이를 직접 찾아가 의논해도 돼요. 제가 세연 씨한테 말한다고 해도 세연 씨가 진아연 씨에게 전화할 거예요. 이 일은 제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네요. 진아연 씨도 세연 씨 성격을 잘 알잖아요. 기분 좋을 땐 다 좋은 데 기분이 안 좋으면 연예계를 떠나더라도 내 말대로 하지 않으려 해요.”"그래요. 그럼 그 화장품 회사의 홍보모델 동의했어요?”"아니요, 세연 씨는 기분에 따라 계약해요. 가격을 아예 안 봐요.” 매니저는 화가 나 웃어버렸다. “왜 그 화장품 회사의 홍보 모델 계약을 거절했는지 알아요?”"모르겠어요. 거절했다는 건 그 화장품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겠죠.”"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박시준은 진아연의 벨 소리를 듣고 그녀에게 다가가 발신 번호를 보았다."왜 그렇게 늦게 전화하는 거야?” 박시준이 무심코 물었다."내가 먼저 연락했어요. 전화 먼저 받고, 나중에 얘기해줄게요.” 진아연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10분 정도 흐르자 통화를 마친 진아연이 침실로 돌아왔다."홍보 모델 일 때문이야?” 박시준이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맞아요. 부대표가 이 일을 조급해 해서요. 이미 세연 씨 매니저 번호까지 찾아냈더라고요.” 진아연은 휴대폰을 상위에 올려놓았다. “세연 씨에게 말해놨어요.”"가격이 얼마인데?" 김세연이 이 홍보 모델을 해주리라는 걸 박시준은 알고 있었지만 가격이 궁금했다.진아연의 말대로 김세연은 높은 금액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무료로 도와줄 거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진아연은 분명 거절할 것이다.."지난번 홍보 모델 가격대로 하면 된대요.” 진아연이 말했다. “지난번 가격이 얼마였던지 기억나지 않아서 집에 가서 계약서를 찾아봐야 한대요.”“지난번 홍보 모델 가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홍보 모델을 안 한 지 꽤 오래됐다는 말이잖아?” 박시준이 추측했다."아마도요! 매니저가 그러는데 홍보모델 계약을 싫어한대요. 요즘 일선 브랜드 화장품회사에서 몇백억짜리 홍보 대사 계약을 보내왔는데 거절했대요.” 진아연이 감탄했다. “갑자기 세연 씨가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요.”박시준은 진아연의 눈에서 김세연을 향한 존경심을 보았다. “당신이 날 그렇게 칭찬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네? 나도 아주 비싸.”"아 ... 내가 세연 씨를 칭찬했나요? 아니지 않아요? 난 그저 감탄한 거예요.” 진아연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샤워하고 올게요. 참,가서 딸좀 보고 와요. 아직도 책을 보고 있는 거라면 그만 보라고 해요.”"딸이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박시준은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가볼게.”잠시 후 진아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박시
김세연만큼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는데 바로 박시준이었다.박시준은 오전에 면접을 두 사람 보고 그 중 한 사람을 비서로 결정했다.박시준은 자신의 새로운 비서의 이력서를 진아연에게 보내줬다.진아연은 김세연과 계약을 마친 후 식사하러 가려던 참이었다..차에 오른 그녀는 박시준이 보내준 이력서를 대충 훑어보았다.그러고 나서 곧 박시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사람이 지운 씨랑 조금 닮은 것 같아요.박시준: 맞아. 지운이랑 기질이 비슷해. 목소리 톤도 비슷하고. 하지만 예전에 지운이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하니 아마 우연일 거야.진아연: 지운 씨 대체할 사람 찾은 거예요?박시준: ...진아연: 지운 씨가 이 일을 알게 되면 감동할 건데요.박시준: ...진아연: 비서를 뽑았으니 언제 시간 내 각자 비서 데리고 식사 한번 해요.박시준: 내일 입사해. 출근한 후 업무 능력좀 볼려고.진아연: 당신이 본인의 눈썰미에 자신있어하는 줄 알았네요. [미소 이모티콘]박시준: 해외 경력이 있는데 일해봐야 알아.진아연” 알았어요. 시간 정해지면 나한테 알려줘요. 난 오전에 세연 씨랑 계약서를 작성하고 지금 식사하러 나가려던 참이에요.박시준: 밥 먹으러 가면서 나를 안 부르는 거야?진아연: "???"박시준: 난 대 스타와 함께 식사할 자격이 없어?진아연: [위치]박시준: 알았어. 30분 이내에 갈게....모 아파트, 강민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강민 누나, 방금 ST그룹의 인사팀에서 출근하라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고마워요.강민은 문자를 보고 곧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소해 씨, 난 당신이 성공할 줄 알았어요. 내 말만 들으면 정직원이 될 수도 있어요.” 강민이 기뻐하며 말했다."오늘 아침에 박시준을 만났어요. 꽤 친절하고 생각보다 무섭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열심히 일하면 일부러 절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강해가 마음속 말을 꺼냈다. “강민 누나, 누나가 나한테 한 말을 다 기억해요. 손목에 흉터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제2431장"언니, 제가 찾은 사람이 ST그룹의 제안받았어요.""괜찮네요. 진행 속도가 꽤 빠른데요! 박시준 씨가 꽤 마음에 들었나 봐요!" 조순현은 웃으면서 칭찬했다.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네요.""네. 그리고 새로운 동향 있으면 바로 알려준다고 했어요.""그럼 일단 기다려 보죠!" 조순현은 네일숍에서 네일 받으면서 계속해 말을 이었다. "지금 외출 가능해요?""외출은 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이 근처에서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따 쓰레기 버릴 때 확인하고 알려드릴게요." 강민은 생각할수록 짜증 났다. "만약 그 사람이 계속 지키고 있으면 언니 혼자 해결해야 해요."조순현: "괜찮아요. 박시준 씨가 지금 당신에게 시선을 돌려 저는 오히려 더 안전해요."조순현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고강민은 그녀의 말에 바로 답했다. "그럼 계속 연락해요. 일에 진전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릴게요.""알았어요. 위험한 일이 있으면 바로 저한테 알려줘요. 저를 배신하지 않으면 저도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강민: "언니, 걱정하지 마요. 이제 한배를 탔으니 힘을 합치면 상황이 점점 좋아질 거예요."레스토랑.박시준은 진아연의 새로운 비서인 우준미와 만났고우준미는 박시준을 보자 바로 다가가 인사했다. "박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진 대표님의 비서인 우준미입니다."곁에 있던 김세연의 매니저는 웃으면서 농담했다. "보통 박 씨 성의 대표님들은 다른 사람이 박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꺼리던데요?"우준미는 그의 말에 빨개진 얼굴로 바로 말을 바꿨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박시준은 긴장한 그녀의 모습에 김세연의 매니저를 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드라마 너무 많이 보신 거 아니에요?""아니에요. 제가 알고 지내던 박 씨 성의 대표님께서 저한테 다른 사람이 박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싫다고 해서 말한 거예요." 매니저는 바로 설명했다. "그런데 박 대표님은 성공하신 분이니 그런 것 따위 개의치 않겠죠.""저희 밥부
진아연은 그의 말에 참지 못해 웃었다. "오늘 오후에 봐야 할 업무 없어요?""업무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법이야. 남은 일들은 직원들에게 시키면 돼." 박시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근데 너희 부대표는 아주 활기차던데?""조 부회장님께서 저를 위해 채용한 사람이에요. 모든 일에 의욕적이죠." 진아연은 만족스러운 듯 답했다. "나중에 회사 송년회 때 올 거예요?""네가 초대하면 갈 생각이야." 박시준은 바로 그녀에게 답했다. "아이들도 곧 방학인데 시간 되면 데리고 가자.""네! 라엘이도 와서 놀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성이는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지 않을까요?" 진아연은 만약 첫째 줄에 앉으면 무대와 너무 가까워 시끄러운 음악 소리 탓에 아이가 싫어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집에서 아이들 돌보세요!”박시준: "그럼 우리 회사 송년회는?"진아연은 잠시 고민 끝에 바로 답했다. "그럼 같이가요."박시준: "아이들은?"진아연: "라엘은 겨울 방학 동안 세연 씨와 함께 놀 예정이고 지성이는 지민이 혹은 소소와 함께 놀면 되죠! 낮에 실컷 놀면 밤에 조용할 거예요."박시준: "..."이미 다 계획했구나."그런데 네 회사 송년회에 내가 참여하고 싶으면? 그럼 지성이를 위정 씨 집으로 보내면 되지 않을까?" 박시준은 조심스럽게 진아연에게 물었다. "너희 회사 송년회가 먼저니까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그렇게 궁금하면 오세요! 그런데 만약 사회자가 당신한테 연설을 부탁하면 올라가야 해요. 싫다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 돼요."박시준: "..."진아연은 집에 도착하자 바로 슬리퍼로 바꿔 신었고아이들에게 줄 선물들을 포장해 분류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귀영사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을 큰 쇼핑백에 담았고설날 전날 경호원에게 부탁해 보내줄 생각이었다.진아연은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 문구류 등 선물을 준비했고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액세서리도 준비했다.이런 선물들로 아이들이 즐거운 설날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포장 분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