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박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라엘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만약 엄마가 정말로 빌리 아저씨랑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저도 마냥 반대할 수는 없을 거예요. 엄마가 빌리 아저씨는 저랑 오빠, 그리고 동생한테 아주 잘해 줄 거래요. 얼른 빌리 아저씨를 만나보고 싶어요. 아빠보다 더 제 말을 잘 들어줄지도 모르잖아요."라엘이의 말에 박시준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라엘아, 너 정말로 그 남자를 새아빠로 받아들이기라도 할 생각이야?"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라엘이는 아버지의 분노를 느꼈지만, 굴하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꺼내기로 마음먹었다."엄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아저씨를 새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그런 딸의 대답에 박시준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그는 말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걸어갔다.아무 말 없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아빠를 보자, 라엘이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아빠가 나 때문에 화가 난 걸까?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라엘이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이모님에게 달려갔다."제가 방금 아빠를 화나게 했어요." 침대 위의 이미 곤히 잠든 동생을 바라보며 라엘이가 양 볼을 크게 부풀린 채 말했다.이모님이 라엘이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나도 들었어. 어머니께 새 남자친구가 생기셨다고." 이모님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게 사실이니?"라엘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몇 초 동안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만약 엄마한테 정말로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아빠가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이모님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야 모르지. 우선 그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봐야 할 것 같아. 만약 좋은 사람이라면 아버지께서도 간섭하지 않으시겠지. 하지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어머니께서 나쁜 남자한테 끌려다니는 걸 아버지께서 두고 보고 계시지만은 않으실 거야.”"엄마의 남자친구는 분명 좋은 사람일 거예요!""오, 그럼, 아버지께서 어떻게 하실지 나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버지께서 분명히 상처받으
딸의 사과에, 박시준은 곧바로 휴지를 건네받아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었다."내가 부족해서 네가 그런 거겠지." 그가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딸의 속마음을 말을 더 듣고 싶었다.그와 진아연이 이혼한 뒤로, 딸은 줄곧 그와 함께 지내면서도 단 한 번도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지금 딸이 먼저 그를 찾아 와 그에게 대화를 걸자, 그는 내심 크게 감동했다.라엘이는 여름 방학 숙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들어 다시 아빠를 바라보았다."아빠, 전 아빠가 엄마를 달래서 데리고 오지 않은 게 화가 나요. 전 아이돌 드라마를 몇 편 찍었잖아요. 모두 여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긴 했지만, 그 드라마가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어요. 두 주인공이 얼마나 싸웠는지 상관 없이, 결국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달래서 데리고 돌아왔죠. 그런데 아빠는 왜 엄마를 달래서 데리고 오지 않은 거예요?"라엘이가 불평을 늘어놓았다."아빠가 엄마를 말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박시준이 실망이 가득한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는 엄마를 말리지 않았잖아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아빤 엄마한테 전화도 해보고, 문자 메시지도 보내보고, 엄마를 만나러 B국에 가기도 했었어.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단다. 아빤 너희 세 남매가 떨어져 지내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불완전한 가족으로 자라게 하고 싶지도 않았어. 그런데 아빠가 어떻게 해도, 엄마는 절대 아빠를 용서하지 않았어. 어떻게 해야 엄마 마음을 달래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아빠는 잘 모르겠어."박시준은 말을 하다 보니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라엘아, 아빠는 그렇게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아니야. 아빠도 너와 동생이 너희 엄마, 그리고 오빠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 아빠도 우리 가족이 함께 단란하게 지내길 바라고. 그저 아빠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 뿐이야."아빠의 말을 듣자, 라엘이의 눈가에 두 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라
엄마의 말에 라엘이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그럼, 우선 마이크 아저씨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이크 삼촌이 엄마를 위해서 그런 걸 테니까요." 라엘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라엘아, 정말로 아빠가 울었어?" 진아연은 어쩐지 믿어지지 않았다.지금까지 박시준은 그렇게 마음이 여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말이에요!" 라엘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 제 눈으로 직접 봤어요.""그랬구나..." 진아연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라엘아, 혹시 아빠가 다른 일 때문에 운 건 아닐까?""네?" 라엘이가 순간 당황해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집에 아빠가 울 만한 다른 일은 없었어요! 오늘 동생도 밖에서 잘 놀고 돌아와 곧바로 잠이 들었어요. 아빠를 화나게 한 건 저 하나뿐이예요.""라엘아, 속상해하지 마. 언젠간 아빠도 진실을 알게 되실 거야." 진아연이 딸을 위로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어. 샤워는 했니?""아직 안 했어요...""그럼, 샤워부터 하고 오렴. 샤워하고 나서 푹 자도록 해. 여름 방학 숙제를 다 끝내면 동생 데리고 엄마한테 오렴. 무슨 일이 있으면 만나서 얘기하자꾸나." 진아연이 딸을 진정시키려 편안한 말투로 말했다."엄마, 아빠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아빠한테 기회를 줄 거예요?" 라엘이는 아빠에게 아직 기회가 있는지 궁금했다. "전 아빠가 좋아요. 지성이도 아빠를 좋아해요. 저와 지성이가 아빠 곁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빠 곁을 떠나기 힘들어질 거예요."라엘이가 자기의 입장을 밝혔다.진아연은 딸의 감정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2년이 넘는 시간은, 길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아이가 이런 마음이 들게 한 걸 보면, 박시준이 아이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너희 아빠가 현이를 찾아오면, 엄마도 아빠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진아연이 자기의 생각을 딸에게 밝혔다
"무슨 움직임이요?" 한이가 무관심하게 물었다."박시준이 빌리의 신상 정보와 사진을 찾는 데 현상금 200억을 걸었어." 마이크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200억이면 괜찮은 수익이지! 내가 가서 차지하고 싶어."한이: "너무 싱겁네요."이 두 마디 말을 끝으로 한이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마이크는 여전히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입으로는 이 200억은 차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지금 그가 그 200억을 차지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강민이 차지해 버릴지도 모른다.결국 강민은 곧 빌리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오늘 강민은 짙은 붉은색의 타이트한 롱스커트를 입고 늘씬한 몸매를 과시했다.그녀는 연한 화장에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심플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녀는 혼자서 차를 몰아 빌리가 알려 준 주소에 도착했다.이곳은 드림 메이커 본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 고급 라운지였다.선배의 말에 의하면, 드림 메이커의 임원진은 예전에, 이곳에서 팀을 꾸렸다고 했다. 하지만 팀을 꾸리던 당시, 빌리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오늘 빌리는 그녀에게 이 라운지에서 만나자고 했다. 어떤 엄청난 충격을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차를 몰아 라운지 입구에 도착하자, 라운지의 주차 요원이 곧바로 그녀의 차를 발레파킹했다.라운지의 로비에 들어선 다음 그녀가 직원에게 빌리와 일정을 잡았다고 말하자, 직원이 곧바로 그녀를 빌리가 있는 룸으로 안내했다.강민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곧 빌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고 있었다.강민은 어젯밤 내내 생각에 잠겨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녀는 빌리의 외모가 못생겼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빌리는 철저히 정체를 숨기고 남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차마 남들 앞에 나설 수 있는 행색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정말로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강민의 키는 165cm이다. 오늘은 하이힐을 신었으니 거의 170cm에 가까웠다.그런데 휠체어에 앉아 있는 이 남자는 얼핏 보기에는 1m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강민은 도무지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령 지금 그와 그저 합작 논의를 위해 만난 것이라 해도, 평정심을 가지고 이 남자를 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강민 아가씨, 저를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시죠?” '빌리'가 강민을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제가 가진 신체적 장애와 못생긴 외모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강민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저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창업에 성공하신 정신력에 깜짝 놀랐습니다.”“아, 몸은 불구지만 마음은 굳세다. 뭐, 이 말입니까?” ‘빌리’가 입꼬리를 벌리며 못생긴 미소를 지었다.“빌리 씨, 저는 당신의 신체장애를 비웃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제가 보기에 빌리 씨는 장애가 있는것처럼 보이지도 않으신걸요.” 강민이 서둘러 설명했다. “제가 빌리 씨의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많지 않아, 더욱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네요. 하지만 정말로 빌리 씨를 무시한 것은 아니었어요.”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빌리'가 휠체어에서 뛰어 내려왔다.그가 바닥에 서자, 두 사람의 키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강민은 그의 키가 1m 남짓일 거로 추측했다. 고개를 숙여 그의 실제 키를 내려다보자, 예상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이런 남자라면, 그녀는 당연히 결혼할 수 없었다.하지만...왜소증 환자의 기대 수명은, 비장애인보다 낮을지도 몰랐다.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B국의 방송국.검은색 차 한 대가 건물 입구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화려하게 치장한 왕은지가 차에서 내렸다.지난 몇 년 동안 왕은지는 줄곧 B국에서 지내고 있었다.하지만 B국은 매우 크다. 그래서 왕은지와 진아연이 마주친 적은 없었다.왕은지는 국내에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들어왔다. 지난
정수리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이 그녀의 눈물과 뒤섞였다.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빌리와의 만남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선배가 그녀에게 전화한 것이다.그녀의 휴대폰은 가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가방은 욕실에 들어오기 전에,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들어왔다.30분 후, 샤워를 마친 그녀가 목욕 수건으로 몸을 단단히 감싼 뒤 욕실에서 나왔다.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가 거실로 걸어가 바닥에서 가방을 집어 들었다.그녀는 너무나 두려웠다.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누구를 불러야 좋을지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가방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열어보니, 선배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망설이던 사이, 선배에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가 떨리는 손가락 탓에 전화를 받아버렸다.“강민아, 우리 대표님과는 잘 만나고 왔어? 어땠어? 우리 대표님은 어떻게 생기셨어? 사람은 괜찮아 보였고? 둘이 어떤 얘기를 나눴어?”강민은 이가 덜덜 떨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 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에요!”선배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 사람이 널 괴롭혔어? 네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 난 보통 그 사람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딱히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거든.”“다시는 저한테 그 사람 얘기를 꺼내지도 마세요. 두 번 다시 꺼내지 말아요!” 강민이 금방 실성이라도 할 것처럼 미친 듯이 소리쳤다. 온 아파트에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마치 공포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 그래... 알았어. 지금 어디야? 네 상태가 조금 걱정되는데, 내가 가서 같이 있어 줄까?” 선배가 말했다. “아참, 박시준 씨가 우리 대표님의 사진과 신상 정보에 현상금 200억을 걸었어.”‘박시준’이라는 세 글자에 강민은 비로소 이성을 되찾았다.오늘 빌리를 만나기 전, 그녀는 이미 마음속
“강민 씨, 이건 그저 근거 없는 소문일 뿐입니다. 당신 친구가 확실한 사진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그리 쉽게 현상금을 차지하긴 어려울 겁니다.”박시준의 대답에 강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준 씨, 오해예요. 현상금 때문에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전 그저 빌리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으시다기에, 제가 알고 있는 걸 말씀드린 것뿐이에요.”“강민 씨가 알고 있는 건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요.” 박시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할 말 끝났으면 끊겠습니다. 지금 여긴 한밤중이라서요. 다음번엔 전화하기 전에 시간을 먼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죄송...” 강민은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강민이 눈가에 고인 눈물을 꾹 참았다.자업자득이었다!이 모든 건 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다!그녀가 빌리를 유혹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갖지 않았다면, 이런 큰 굴욕을 당할 일이 있었겠는가?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와인렉으로 걸어가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었다.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빌리의 변태적인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만큼, 그녀는 계속 진명 그룹에 남아 원래의 계획대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강민의 전화를 끊은 뒤, 박시준은 완전히 잠이 다 달아났다.그는 침대 옆의 램프를 켠 다음, 긴 다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화장실에 가 세수를 한 다음, 그는 침대로 돌아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은 곧 새벽 두 시였다.일어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하지만 강민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빌리가 왜소증 환자라고? 그는 당장 진아연을 만나 확실하게 물어보고 싶었다.진아연은 지금까지 그녀의 새로운 연애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게 다 빌리가 가진 신체적인 결함 때문이었던 걸까?진아연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왜 김세연과 만나지 않았겠는가? 왜 마이크와 만나지 않았
그녀는 곧바로 안뜰 문으로 향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초췌한 얼굴의 박시준을 보고는 눈살을 확 찌푸렸다.“박시준 씨, 도대체 무슨 바람이 든 거예요? 이제 겨우 6시가 넘었어요.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았다고요...” 진아연은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 말을 하는 중간에도 확실히 기운이 없었다.“문 열어.” 박시준이 굳게 잠긴 안뜰 문을 내려다보았다.“... 먼저 무슨 일로 온 건지부터 말하죠?” 진아연이 붉게 충혈된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문득 어제 딸이 전화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거기에 생각이 이르자, 그녀는 그의 대답을 더 기다리지 않고, 안뜰 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내가 무슨 일로 여기 왔는지 알아?” 그가 열린 안뜰 문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진아연, 정말 조금도 양심에 걸리는 게 없나?”“내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첫째로, 난 불법이나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어요. 둘째로, 난 친척들과 친구들을 배신한 일도 없죠.”그녀는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그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일어나신 김에 제가 나가서 아침 식사를 좀 사 올까요?” 경호원은 그들 사이를 가득 채운 긴장감을 느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지금은 시간이 일러도 너무 일렀다.진아연은 전혀 입맛이 없었다.“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혼자 가서 먹고 와요!”경호원이 대답과 함께 나갈 준비를 했다.“만둣국 한 그릇이랑, 만두 한 판, 그리고 두유 한 잔 부탁해. 소고기 국수도 있으면 한 그릇 부탁하고. 너무 맵지 않게.” 박시준은 사양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경호원은 놀라 경악했다.박시준은 매일 아침 이렇게 많이 먹는단 말인가?경악스러운 건 진아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침이 먹고 싶으면 가서 알아서 먹어요. 왜 내 경호원을 부려 먹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시준이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어 경호원에게 건넸다. “부탁할게. 고마워.”경호원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고마움 가득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