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수술이 성공해서 천천히 회복할 수 있잖아. 남자들이야 자고로 그런 거고. 옷은 새 옷이 좋다고, 여자를 물건 취급하는 거지. 특히 돈 많은 남자들은." 또 다른 한 사람이 얘기했다. “그래도 인생사 새옹지마야. 진아연이 박시준과 이혼한 게 어쩌면 나쁜 일이 아닐지도!"그 대화를 들은 진아연은 돌아섰다."선생님, 집에 가서 쉬어도 되나요?" 마이크가 의사에게 물었다."네. 하지만 환자분 혼자 외출하게 하지 마세요. 지금은 잘 보이지 않을 거니까, 당분간은 간병인이 계속 필요합니다."마이크: "알겠습니다.""그리고 눈의 실밥은 3개월 후에 와서 제거하시면 됩니다." 의사가 덧붙였다."네. 기타 주의 사항 더 있나요?" 마이크가 물었다."안부 청결에 주의하시고, 심적으로 안정 유지하게 하세요. 눈물을 흘리면 안 되니까요. 조금만 더 버텨서 완전히 회복하면 모든 게 편해지실 겁니다.""네, 수고하셨습니다!" 마이크는 의사를 병실 밖까지 바래다주었다.간병인이 진아연을 부축해 침대 옆에 앉혔다."아연 씨, 눕고 싶으세요?""잠시 앉아 있을게요." 진아연은 며칠 동안 계속 누워있었더니 허리가 뻐근했다."눈도 곧 회복될 텐데 왜 계속 눈살을 찌푸리시나요?" 간병인은 그녀가 즐거워하지 않는 것 같아 웃으며 위로했다. “제가 그동안 간호하며 환자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봐와서 느낀 건데, 건강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 같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진아연은 살짝 웃으며 얘기했다. "사실 저 기분이 좋아요. 시력이 회복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으니까요.""그렇죠! 국 좀 드릴까요?""네, 조금만 떠주세요. 마시는 건 혼자 할 수 있어요.""네."잠시 후 마이크가 퇴원 확인서를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진아연은 국을 다 마신 후 그릇을 간병인에게 건넸다."아연아, 퇴원 절차 끝났어." 마이크는 그녀 앞에 다가왔다. "요양 장소로 리조트 알아 놨어."진아연: "꼭 리조트 가야겠어?
"눈앞에 파란 바다가 있어. 보여? 바닷물이 매우 예쁜데."진아연은 눈앞의 세상을 똑똑히 보고 싶었다.그녀의 시선은 거즈를 금방 제거했을 때보다 약간 흐릿했다.그래서 그녀는 마이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어렴풋이 파란색만 보였고 그가 말한 예쁜 바닷물은 보이지 않았다."한이에게 우리가 여기 왔다고 얘기했어. 한이가 다니는 학교와는 너무 멀어서 먼저 최은서랑 같이 살라고 했어. 주말에 시간 나면 오라고 했어." 마이크는 화제를 바꿨다."응." 진아연은 잠시 눈을 휴식하고 싶었다. "데크 체어가 보이는 것 같은데.""발코니에 데크 체어가 있어. 잠시 누울래?""응."마이크는 그녀를 부축해 데크 체어에 눕혔다.그녀는 눈을 감고 새로운 환경에 몰입했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여름방학이 곧 끝나갔다.오늘은 9월 1일, 날씨가 좋았다.아침에 마이크는 라엘과 영상 통화를 했다. A국은 지금 밤이었다.라엘은 마이크에게 자신과 지성이 내일이면 학교가 개학한다고 말했다.지성은 여름 방학 동안 조기교육반에 다니며 이미 유아원 생활에 적응했다.그 소식을 들은 진아연은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살도 안 된 지성을 유아원에 보내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그녀가 지성의 곁에 있었다면 그녀는 지성이를 그렇게 일찍 유아원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라엘은 지성이 유아원에서 다른 어린이들과 잘 어울리며 재밌게 놀고 있었기에 박시준이 계속해서 유아원에 보내기로 결정한 거라고 했다.마이크는 라엘과 영상 통화를 마친 후 회사에 출근할 준비를 했다.진아연의 시력은 병원에서 막 퇴원했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마이크의 얼굴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면 그의 윤곽만 보였다.그녀의 현재 상태는 심각한 근시와 유사했다.근시와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그녀의 눈은 매일 회복되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퇴원한 뒤로 그녀는 의사의 지시를 엄격히 따르며 휴대폰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가끔 마이크가 라엘과 영상 통
"그녀가 비밀리에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흥, 그 여자가 무슨 계획을 세우든 제 계획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강민이 얘기했다. "언젠간 꼭 앤 테크놀로지를 짓밟을 거예요. B국에 지사를 세우는 것 부터 게임 시작이죠!""네네! 박 대표님의 지원과 강 대표님의 패기만 있으면 앤 테크놀로지를 제거하는 건 시간 문제죠.""맞아요! 박 대표님은 강 대표님을 믿잖아요. 진명그룹의 모든 일을 강 대표님에게 맡긴 건 강 대표님을 매우 신뢰한다는 뜻이죠!" 또 다른 사람이 아첨했다. “회사에서는 박 대표님이 강 대표님에게 대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요!"강민은 크게 웃었다. "저를 신뢰하는 건 확실해요. 하지만 사랑 문제는 급해 할 필요 없어요. 제가 그에게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 보죠."멀지 않은 곳에 선 진아연은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강민은 앤 테크놀로지를 꺾으려는 목표로 B국에 팀을 데려와 지사를 설립했다.그뿐만 아니라 박시준은 진명그룹 전체를 강민에게 맡겼다.진아연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얼마 전까지 그녀는 마이크에게 진명그룹을 포기했을 때 상상했던 것만큼 괴롭지 않았다고 말했다.하지만 괴롭지 않았던 건 그녀가 박시준이 진명그룹을 잘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상과는 달리 그는 회사의 경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이 사람은 어쩌면 박시준이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그렇지 않으면 박시준은 어떻게 그녀를 그토록 신뢰할 수 있는 건가?"아연 씨, 돌아가시죠!" 간병인도 앞에 있는 일행의 대화를 들었다.진아연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화를 참는 것을 본 그녀는 진아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그녀를 부축하며 돌아섰다."아연 씨, 저 사람들 때문에 화내실 필요 없어요. 전남편과는 이미 이혼했잖아요. 전남편이 다른 여자와 뭘 하든 다 그들의 일이에요." 간병인은 그녀가 슬퍼 울까 봐, 서투르게 그녀를 위로했다.그녀의 눈은 이제 거의 다 회복되어 한 달
게이트의 경비원이 그를 알아보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13호 건물 주 진 아가씨 남편분 맞으시죠?"박시준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이혼했습니다.""아... 어쩐지 최근에 진 아가씨가 돌아오는 걸 못 봤네요." 경비원은 말하며 방문자 등록표를 꺼냈다. "그래도 들어가시겠습니까?""최근에 여기에 돌아오지 않았다고요?" 박시준은 등록표를 받았지만 바로 작성하지 않았다.경비원: "낮에 여러 번 순찰하면서 봤는데, 집 문이 계속 닫혀 있더라고요. 그래도 모르죠, 집에서 쉬고 있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몸이 좀 아픈 것 같던데요."경비원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즉시 등록표에 방문자 정보를 적었다."그녀가 아프다는 소식은 언제 들으셨습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물었다."두 달 전쯤에요! 그때 아가씨 집에 처음보는 보모가 있어서 그 사람과 얘기를 잠깐 나눴거든요. 말하기로는 간병인이라고 하면서 진 아가씨를 돌보러 왔다고 했어요." 그는 등록표를 받아 흘끗 보았다.그런 다음 그에게 문을 열어주었다.박시준은 경비원의 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진아연의 별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진아연은 두 달 전에 병에 걸렸고, 간병인을 집으로 불렀다.그렇다면 꽤 큰 병이었을 것이다.그게 아니라면 간병인을 집으로 부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그러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별장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경비원이 말했듯이 그녀의 별장 문은 꼭 닫혀 있었다.마당을 보니 오랫동안 방치된 거 같았다.1층 마당과 2층의 발코니에 널어둔 빨래는 하나도 없었고, 보이는 문마다 모두 닫혀 있었다.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뜨거운 태양 아래 서서 한동안 기다렸다.분명 초인종을 눌러 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의 직감은 이미 그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며 진아연은 여기에 없다고.그녀는 어디 갔을까?
진아연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전남편!오전에 찾으러 왔다고?박시준이?!마이크는 별장 문을 열고 진아연을 부축해 집으로 들어간 뒤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쪽 대표가 B국에 왔으면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마이크는 박시준이 좋은 목적으로 온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지운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대표님이 B국에 갔다고요?! 저도 모르는 일이예요! 그냥 며칠 동안 쉬겠다고 했지 B 국에 간다는 얘기는 없었어요!"마이크: "젠장! 이 늙다리가 또 무슨 수작인 거야?!"조지운: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거라면 개인적인 일이라는 뜻이겠죠. 뭘 하겠어요. 아마도 아연 씨를 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마이크: "아연이를 찾은 건 맞아요. 집 앞까지 찾아왔어요. 다행히 우리는 리조트에 살고 있어서 집에 없었거든요.""뭐? 리조트에 살고 있었다고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조지운은 또다시 놀랐다."그쪽한테 말했다가 만약에 대표한테 얘기하면요?""저를 그렇게 못 믿겠어요?" 조지운은 더욱 화가 났다." 그럼 이제부터 나한테 전화하지 말든가요!"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그냥 아연이가 더 편히 쉴수 있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거예요.""변명 필요 없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조지운은 머리를 긁적였다.지금은 새벽 4시. 마이크의 전화에 잠에서 깬 그는 이미 머리가 아픈데, 방금 마이크가 한 말은 정말 듣기 불쾌해서 두통이 더욱 심해졌다."그래, 알았어요. 계속 자요!" 마이크는 그의 하품 소리를 듣고 나서야 A국은 지금 새벽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마음이 약해졌다. “아참, 그쪽 대표가 무슨 물건을 경비실에 맡겼다는데, 뭔지 모르겠어요."마이크가 진심으로 조지운이 계속 자길 바랐다면, 뒤의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조지운 또한 박시준이 경비원에게 맡긴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잠시만요, 끊지 마요. 무슨 물건인지 말하고 끊어요." 조지운은 스피커폰을 켠 뒤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잠시 후 경비
"아니, 됐어." 진아연은 손을 뻗어 서류를 받으려고 했다. "나중에 직접 읽을게.""그래. 눈이 더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봐." 마이크는 그녀에게 서류를 건넸다. “박시준이 이걸 너한테 준 건 아마도 그냥 애들의 근황을 알라고 하려는 거겠지! 아니면 갑자기 무슨 놈의 친절?”"나도 몰라."진아연은 확실히 박시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도 궁금했다. 그가 갑자기 이런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오늘 낮잠을 자지 않았던 탓에 그녀는 조금 피곤했다. 그녀는 라엘의 일기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마이크는 전화를 들어 통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고 귀에 갖다 댔다. "방금 다 들었지?""응."전화 반대편 조지운의 마음은 조금 무거웠다. "아연 씨 눈은 어때요?""1미터 내의 물건은 잘 볼 수 있어요. 1미터가 넘으면 점점 흐려지고요.""음... 괜찮네요. 천천히 회복할 수 있겠죠?""네.""시력이 회복되면 돌아와서 라엘과 지성을 볼 수 있겠죠?" 조지운이 물었다.방금 라엘의 일기를 들었을 때 그는 매우 가슴 아팠다.평소에 가끔 라엘과 지성을 찾아갔을 때 두 아이는 괜찮아 보여서, 라엘이 그렇게 슬퍼할 줄은 몰랐다."박시준이 진아연이 아이들을 만나는 걸 허락할까요?"조지운은 심호흡했다. “모르겠어요, 정말로. 대표님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나도 물을 수가 없었고요. 매일 불쾌한 표정인데 어떻게 감히 묻겠어요?”"아연이가 회복한 후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져 뭐! 나도 아연이와 미래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아요." 마이크는 그녀가 울까 봐 전혀 아이들의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그녀의 시력이 회복되기 전까지 그는 그녀가 조용하게 요양하기만 바랐다.침실.진아연은 책상으로 걸어가 딸의 일기를 탁상 등 아래에 내려놓았다.그녀는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급히 알고 싶었다.힘들게 모든 일기를 읽은 후, 그녀의 기분은 오히려 처음처럼 우울하지 않았다.마이크가 방금 읽은 일기는 그녀가 떠나고 나서 라엘이 처
마이크는 그의 질문에 매우 언짢았다!무슨 낯짝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진아연의 눈이 거의 다 나으니까 이제 와서 관심하는 척하는 게 역겹지도 않나?!아니면 진아연의 눈이 거의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건가?전에 진아연이 눈이 멀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치료할 수 없는 줄 알고 그녀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했던 건가?마이크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지금 아연이를 걱정하는 거예요? 정말 웃기시네." 그는 그를 비꼬았다. “정말로 아연이에게 관심이 있다면, 라엘과 지성의 양육권을 아연한테 주세요! 그리고 아연이의 진명그룹도 돌려주고요! 이 두 가지를 하고 난 뒤 나한테 다시 전화해요!”박시준 그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화가 났다."네가 이렇게 사리 분별을 못할 줄은 몰랐어.""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죠! 내가 전화해달라고 빌었어요? 아니면 아연이 집에 찾아와 달라고 빌었어요?" 마이크는 그를 조롱했다. "나이도 많이 먹은 양반이 자기 앞가림부터 좀 하지 그래요? 그쪽이랑 진아연이 이혼한 뒤에 진아연이 연락한 적 있어요? 없잖아요? 다 그쪽이 먼저 찾아와서 먼저 나한테 전화한 거잖아요! 그래 놓고 나한테 무슨 사리 분별 같은 소리를 해요?!""그래, 나 병신이야!" 박시준은 이를 악물며 말한 뒤 잿빛이 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확실히 자신이 병신 같았다.그와 진아연은 이미 갈라섰고 명확한 선을 그었다.그는 그녀가 빌지 않는 한 앞으로 그녀가 라엘과 지성을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을 것이다.그래서 더욱이 그에게 굽히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병에 관해서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마 그의 관심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냉장고로 가서 생수 한 병을 꺼냈다.그는 지금 냉정해져야 했다.생수를 반병을 들이킨 뒤에야 뜨거워졌던 몸이 그나마 식혀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해 그는 바로 침대를 짚고 허리를 굽혔다.
진아연은 딸에게 적당히 둘러대려 했지만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딸도 이제는 세 살짜리 애가 아니여서 너무 뻔한 이유로는 속일 수 없었다."라엘아, 엄마가 전에 좀 아팠는데, 의사가 핸드폰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지금 병이 나은 뒤에야 너한테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거야." 그녀는 거짓 반 진실 반 섞인 이유를 얘기했다. "심각한 병 아니야. 이제 다 나았어. 원래 A국에 돌아가서 너랑 지성이를 찾으려고 했는데, 네 아빠가 너희들을 못 만나게 했어.""엉엉! 아빠 정말 나빠요! 아빠가 못 만나게 하면 내가 지성을 데리고 엄마한테 갈게요!" 라엘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아빠가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라엘아, 너한텐 지금 학업이 중요해. 겨울방학 때 B국에 엄마 찾으러 오는 건 어때?" 진아연은 라엘을 달랬다. “그때 되면 한이를 보내서 너희들을 데려오라고 할게. 아니면 세연 삼촌한테 부탁해서 너희들을 데려와도 되고. 지금은 먼저 열심히 공부해야지. 지성이도 너무 어려서 외국으로 데려가기 불편하잖아.겨울방학 때 다시 논의하는 건 어떨까?”라엘은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네, 엄마. 그럼 이제부터 매일 영상 통화할 수 있나요? 매일 하기 어려우면 이틀에 한 번도 괜찮아요!”진아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네가 편한 대로 엄마한테 전화해. 이제부터 핸드폰을 계속 켜놓고 있을게.""아빠한테 우리가 영상 통화하는 걸 보이기 싫어서죠?""응. 엄마는 아빠랑 싸우고 싶지 않아." 진아연은 이유를 얘기했다. "너랑 지성이는 아직 아빠 곁에서 사니까, 엄마는 아빠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거든.""엄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라엘은 정말로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넌 그냥 지성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건강하게 자라면 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진아연은 딸이 박시준을 떠나 그녀의 곁으로 오고 싶어 하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실현할 방법이 없었다.라엘은 입을 삐죽 내민 채 잠시 괴로워하다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