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삼촌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면, 라엘이가 굶주린 채로 집에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김세연은 라엘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박시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집을 떠났다.이모님이 김세연에게 줄 물 한 잔을 가지고 왔을 때, 김세연의 차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박시준이 이모님의 손에 들린 물잔을 가져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라엘아, 너 이번 여름 캠프를 퇴소하면서, 아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박시준이 라엘이를 데리고 손을 씻으러 데려가며 말했다. "다음번에 또 그러면 안 돼."라엘이는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손을 씻은 뒤 라엘이는 머릿속에 번뜩 한가지가 떠올랐다: "이모님, 세연 삼촌의 신곡 들어봤어요?"이모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음악을 별로 듣지 않아서요.""세연 삼촌의 이번 신곡, 진짜 좋아요! 제가 들려드릴게요!" 라엘이가 휴대폰을 켜, 스피커로 김세연의 신곡 를 틀었다.그러고는 재생 버튼을 누른 다음, 노래의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노랫소리가 순식간에 1층을 가득 채웠다.박시준은 김세연의 신곡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김세연이 라이브 인터뷰에서 이번 신곡은 어떤 남자를 향해 쓴 곡이며, 자신은 그 남자와 원수같은 사이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 인터뷰를 보자마자 성빈은 김세연이 말하는 그 곡의 주인공이 박시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성빈은 곧바로 박시준에게 김세연의 신곡을 들어보라고 권했다.물론 박시준은 김세연의 신곡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성빈이 그 곡은 김세연이 박시준을 생각하며 쓴 곡이니, 한 번만 꾹 참고 들어보라고 당부했다.노래의 절반 정도가 지나자, 그가 노래를 꺼버렸다.이런 쓸데없이 우는 소리만 가득한 노래는, 정말이지 듣기 힘들었다. 더 들어봤자 시간 낭비였고, 그는 이 노래를 듣는 데 그의 피 같은 시간을 1초도 더 쓰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더 괘씸한 것은, 이 곡은 그를 비난하기 위해 쓴 곡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더욱 듣고 있기 힘들었다.이 곡
미소 짓고 있는 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박시준은 심장이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딸은 이 노래가 그를 향해 쓰인 곡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려고 일부러 그에게 들려준 것이었다.라엘이는 영락없는 그의 딸이었다."라엘아, 이번 여름 캠프는 퇴소해버으니, 앞으로 너의 계획은 뭐야?" 박시준이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라엘: "세연 삼촌이랑 같이 놀러 갈 거예요. 세연 삼촌이 다음 행사 때 같이 가도 된다고 했어요.""다음 행사 때 너를 데리고 가겠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나중에 네가 슈퍼스타가 된다면, 아빤 네가 세연 삼촌의 인지도에 기대서가 아닌, 너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뤄낸 것이길 바라." 박시준이 노파심에 딸에게 당부했다.그런 그의 말에 라엘이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전 그저 세연 삼촌이랑 놀고 싶을 뿐이지, 다른 뜻은 없어요." 잔뜩 인상을 찌푸린 박시준의 모습에, 김세연과 함께 행사에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라엘이가 작은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예전에 엄마랑 같이 지낼 때는, 매년 휴가 때마다 세연 삼촌이랑 놀러 갈 수 있었다고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억울한 마음이 든 라엘이가 눈시울이 붉혔다.그 순간, 갑자기 1층의 손님방에서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지성이가 깨어난 것이다.지성이는 이번 여름 방학부터 조기 교육반에 다니기 시작했다.오후 4시에 조기 교육반의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다.낮 동안 조기 교육반에서 놀다 지친 지성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진아연이 집에 있었다면, 지성이가 이런 오후에 낮잠을 자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간에 잠이 들어버리면, 저녁에 다시 잠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전체 일과가 엉망이 되어버린다.진아연이 집을 비운 이후로, 이모님은 아이들에게 더욱 마음이 약해졌다.지성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이모님이 곧바로 주방에서 나와 지성이를 안아주러 갔다.눈물이 그렁그렁한 라엘이의 자그마한 얼굴을 보자, 박시준은 이내 마음이 녹
B국.최은서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하루 종일 신고 있느라 힘들었던 하이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그녀는 긴 머리를 묶은 뒤 욕실로 향했다.오늘은 자동차 전시회 행사에 갔다와서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색조 화장품 알레르기가 있는지 얼굴이 약간 간지러웠다.화장을 지우자 빨개진 피부가 보였다.그녀는 마스크팩을 얼굴에 올린 뒤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그리고 휴대폰의 전원을 켰고 성빈의 메시지를 보았다. "퇴근 하고 전화해. 물어볼 게 있어."그녀는 천천히 그의 번호를 눌렀고 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오늘 일찍 퇴근했네?" 성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뭐 일하는 기계도 아니구! 아침 6시부터 나갔으니 당연히 일찍 퇴근했죠." 그리고 최은서는 말했다. "근데 물어볼 게 뭐예요?""진아연 씨, 실명했다는 거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지운 씨가 B국에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야."최은서는 벌떡 소파에서 일어났다. 마스크팩이 '퍽'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아연 씨가 눈이 멀었다니요?!"성빈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아연 씨가 B국에 간 뒤, 만나지 않은 거야?""네! 제가 바쁘다고 했잖아요!" 최은서는 떨어진 마스크팩을 집어 휴지통에 버렸고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아연 씨가 시력을 왜 잃은 거예요?! 연락하려고 했는데 한이가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해서 연락 안 했는데...""지금은 많이 늦었고 내일 시간 보고 직접 가봐." 성빈이 말했다.최은서: "마이크한테 연락해 볼게요.""응.""근데 둘째 오빠는 알고 있어요? 아연 씨가 실명을 했는데 대체 왜 아연 씨랑 이혼을 한 거예요?! 아연 씨 언제부터 그런 거예요? 이혼 전? 이혼 후?" 최은서는 약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이혼 후. 이혼할 때는 만났어. 그때 진아연 씨는 괜찮았는데." 성빈은 여기까지 말한 뒤, 잠시 멈칫했다. "잠깐. 아연 씨는 이혼 전에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어.""마이크한테 물어볼게요." 최은서는 전화를 끊은
마이크는 최은서에게 박시준이 진명그룹을 이용해 B국에서 진아연의 앤 테크놀로지를 무너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은서는 그 말을 듣자 치가 떨렸다.너무 화가 났지만 박시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원망은 성빈으로 향했다.성빈과 박시준은 같은 배를 탄 친구이기 때문이다.그녀는 마이크와의 전화 통화를 끝내고 성빈을 차단했다.…마이크는 통화를 마치고 물을 마시기 위해 물잔을 찾았다.침실에서 진아연은 한 숨도 잘 수 없었다.그녀는 매일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차라리 낮에 자는 것이 더 쉬웠고 밤에는 과거의 조각들로 생각이 많아졌다.다행히 지금 그녀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상처가 떠오를 때마다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방금 거실에서 마이크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사실 눈이 보이지 않는 이후로 귀가 더욱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마이크가 박시준이 자신의 앤 테크놀로지를 처리하기 위해 진명그룹을 이용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만약 이 말을 한 달 전에 들었다면 그녀는 엄청나게 슬퍼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전혀 감정 기복따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상태였다.그녀의 아이를 잃게 되었는데... 지금 그녀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다음 날 아침.최은서는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어젯밤 마이크가 그녀에게 말한 것처럼 진아연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라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하지만 진아연을 보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아연 씨, 제가 일찍 찾아왔어야 했는데... 괜... 찮아요?"진아연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은서 씨, 오늘 쉬는 날이에요? 요즘 많이 바쁘다고 들었어요.""바빠도 지금이 좋아요. 매니저가 좀 엄격하긴 하지만 저를 존중해 줘요. 돈 많이 벌어야 해서 바쁘게 살고 있어요." 최은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아연 씨...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박시준... 내 오빠라지만 미친놈 아니에요?! 어떻게 당신에게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요!?"마이크
전 세계에서 적합한 각막을 찾는 것이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그녀는 성빈에게 전화를 걸었고 성빈이 전화를 받자마자 불평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나를 차단한 거야? 지금은 또 왜 전화를 한 거지?""너무 화가 나서요! 당신을 탓하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지만... 둘째 오빠 사람이라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깐... 오빠의 계획을 가장 먼저 도울 사람이라는 걸 아니깐...""물론 비즈니스 파트너이긴 하지만 모든 일에 다 똑같은 입장은 아니야." 성빈은 억울한 듯 반박하기 시작했다. "진아연 씨 일도 지금은 매우 반성하고 있어. 하지만 이 일도 모두 마이크가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당신도 알겠지만 마이크와 진아연의 사이는 누구보다 가까우니깐.""말도 안 돼요! 당신 말은 둘째 오빠가 김영아 씨가... 아연 씨한테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에요?!" 최은서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글쎄.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녀석도 지금 상태가 좋지는 않거든. 내가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을 거야. 진아연 씨를 대하는 태도를 봐서 추측했을 뿐." 성빈은 진아연이 시력을 잃게 된 후, 많은 생각을 했다.그리고 자신이 내린 그 결론이 가장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아연 씨가 그런 짓까지 할 사람은 아니에요." 최은서는 성빈의 말에 용납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성빈의 생각이 정말 맞더라도 그녀는 끝까지 아연을 믿을 사람이었다. "마이크 씨 역시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최은서, 넌 그 사람들이랑 얼마나 알고 지냈는데? 나랑 둘째 오빠보다 더 많이 알고 지냈어? 우리가 더 잘 알아." 성빈이 말을 끝내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그만... 그만...! 그런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아요!""하... 알겠어. 그만 하자. 그나저나 오늘 진아연 씨랑은 만났어? 어때...?" 성빈이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좋아보이지 않아요... 괜찮다고 하는데 이식 받을 각막을 아직 찾지도 못 했데요.
사실 어떤 각막을 써도 실패할 위험이 있었다.특히나 인공 각막의 경우, 개발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쌌고, 실패 확률도 더 높았다.그래서 의사는 그녀에게 인공 각막을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완강히 거절했다."아연아, 의사 선생님 말 들어. 실제 각막 이식을 받는 게 좋다잖아." 마이크는 그녀를 설득했다. "우선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먼저 눈 회복이 우선이야."진아연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럼 인공 각막을 시도하는 건요? 성공할 수도 있잖아요?"의사는 진아연의 말에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만약 인공 각막 이식 수술을 먼저 한 뒤 생각해도 됩니다."."네." 진아연이 대답했다."그럼 오늘은 푹 쉬고 내일로 수술 일정을 잡겠습니다.""알겠습니다." 진아연의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두 달 동안 실명 상태에 있던 그녀는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한 줄기의 빛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었다.수술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4~6개월 정도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내일 수술을 하게 된다면 시력을 회복하는 데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이다.의사는 입원 수속서를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마이크는 그녀를 입원 병동으로 데려갔다."아연아, 성빈 씨 지금 B국에 와있다는데. 네가 보고 싶은가봐...""안 볼래." 진아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지금은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내가 안 될 거 같다고 말할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수술에만 집중하자.""은서 씨가 혹시 성빈 씨한테 도움을 요청한 걸까?"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응. 은서 씨가 이곳에서 각막 제공이 어렵다는 걸 알고 불안했는지 성빈 씨한테 말했나봐. 뭐 어쨌거나 도와주려고 한 거니깐."진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이크는 진아연을 병실로 부축한 뒤,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혔다.마이크는 병원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갑자기 왜 그 분야에 관심을 갖는 걸까?" 진아연은 마이크의 질문을 받고 그녀 역시 답답한 듯 말했다. "글쎄. 나한테도 말한 적 없었어.""네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니깐. 불법적인 일만 하지 않는다면 뭘 하든 그냥 내버려둬." 마이크는 한이를 자유롭게 두고자 했다."마이크, 그 교수를 한번 만나봐." 진아연은 안심할 수 없었다. "한이가 왜 그 교수님의 학생이 된 건지 알고 싶어.""우선 네 수술 다 끝나고 얘기하자!" 마이크가 말했다. "네 수술 잘 마친 다음, 교수를 만나볼게."진아연이 알았다고 대답했다.그녀가 낮잠을 자는 동안 마이크는 병실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최은서와 성빈은 병실 밖에서 서있었다."아연 씨는 자요?" 최은서가 물었다."네." 마이크는 성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고 싶어 하지 않다네요.""알겠습니다." 성빈은 진아연의 주치의를 통해 진아연이 인공 각막을 선택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물론 진아연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전 박시준과 당신이 싫지만 이거 하나는 고맙다고 생각해요. 만약 아연이가 인공 각막 수술에 실패한다면 당신이 찾은 각막을 사용할 예정입니다.""왜 제가 싫다는 거죠?" 성빈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은서도 날 싫어하고. 박시준이 한 일이지. 내가 한 게 아니잖아요? 왜 저를 싫어하는 거죠? 그리고 왜 조지운은 가만히 두는 건데요? 조지운이 박시준의 일을 최측근에서 도와주고 있는 사람인데!"그의 어려운 질문에 아무도 답을 할 수 없었다.마이크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연이 자니깐 두 분은 그만 가세요! 내일도 오실 필요 없어요.""성빈 씨 말고 저는 올게요." 최은서는 이미 휴가 신청을 냈다."바쁘지 않아요?""3일 휴가 신청했어요." 최은서는 이어서 말했다. "아연 씨 수술... 꼭 저도 같이 있을게요.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함께 있어주고 싶어요.""그럼 내일 오세요!" 그리고 마이크는 비웃으며 말했다
"최소한 한이가 투자한 돈만큼 되돌려 준 뒤, 돌아갈 거예요." 최은서는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최소 2년 동안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성빈이 갑자기 진지해졌다."성빈 씨, 알아요. 당신 나이가 그렇게 어리지 않다는 거. 당신 부모님께서도 얼른 손자를 보고 싶겠죠.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싶지 않아요."성빈은 조심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스무살 때부터 손자 타령 했어. 지금은 이미 포기하셨고.""아니요. 저는 진심이에요.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그냥...""2년 기다릴게." 성빈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최은서, 고마워. 나한테 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해줘서. 그거 알아? 내가 왜 이렇게 혼자였는지? 내가 눈이 좀 높거든."최은서는 그의 말에 내심 좋았다."지금 그런 말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최은서는 기쁜 마음을 가다듬고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아연 씨가 당신이 찾은 각막을 거부하긴 했지만 구해준다고 애썼어요.""그런 말은 이미 여러번 말해줬잖아. 그만 고마워 해도 돼.""그냥...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요." 최은서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준 오빠가 아연 씨한테 한 짓만 생각하면... 정말 짜증이 나요.""그건 내가 해결해 볼게!" 성빈은 말했다. "이혼은 진아연 씨가 먼저 제안한 거야. 당신의 둘째 오빠는 이혼을 원치 않았어. 하지만 진아연은 굽히지 않았지. 한이까지 데리고 가버렸으니... 시준이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야. 네 둘째 오빠 입장에서 생각해봐.""아연 씨가 이미 그에게 회사까지 넘겼어요. 근데 왜 B국에 있는 아연 씨 회사까지 노리고 있는 거죠? 아예 아연 씨를 사회적 매장을 시킬 셈인가요?" 최은서는 진아연이 걱정됐다."진아연 씨가 회복만 된다면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어." 성빈이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설령 앤 테크놀로지가 파산하더라도 진아연 씨는 다시 의사로 돌아갈 수 있어.""그 말은... 정말로 시준 오빠가 앤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