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발적으로 진명 그룹의 주식을 30% 포기했고마이크는 15%를 포기했다.그들이 자발적으로 포기한 주식은 박시준이 처분하도록 했다.…그는 사인펜을 손에 들고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했다."전화를 해 확인 한 번 안 해봐도 돼요?" 조 부회장은 그가 이렇게 쉽게 사인하자 깜짝 놀라며 물었다."내 전화를 받지 않아요." 박시준은 펜을 필통에 넣었다. "다른 일은 없대요?"조 부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아연이가 전화했어요, 아니면 마이크가 전화했어요?" 박시준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 부회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가 이혼한 뒤로부터 통화가 안 돼요."조 부회장은 당황스러웠다. "진아연 씨가 전화했습니다.""그러니 내 전화를 받기 싫어서 안 받는 거군요. 그렇기도 하겠지. 이혼했으니 계속 연락할 필요 없겠지." 박시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회사도 아이도 다 버렸어요."조 부회장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연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제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요?"조 부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전 아연 씨가 크는 모습을 지켜봤던 사람이에요. 늘 착하고 사리 밝았는데...""사람은 다 변해요."조 부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진아연 편을 들 수 없었다.사무실에서 나온 조 부회장은 업무 보고하러 온 조지운과 마주쳤다.조 부회장을 본 조지운이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조 부회장은 낮은 소리로 진아연과 마이크가 진명 그룹 주식을 포기한 사실을 알려주었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조지운은 이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진아연에게 진명 그룹은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진준이 설립한 이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라는 존재 자체를 가장 중요한 의미로 여겼던 진아연이었다."박 대표님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던데 봉변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금 있다가 들어가세요." 조 부회장이 낮은 소리로 귀띔하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조지운은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
마이크가 왜 병원에 있는 거지?누가 아픈 건가?조지운은 위치 추적 스크린숏과 물음표 한 줄을 마이크에게 보냈다.약 30분 후 마이크가 위치 추적을 끄고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자느라고 방금 휴대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해 놓았어요." 마이크가 말하면서 하품했다."병원에 있어요? 누가 아픈 거예요? 설마 마이크 씨가 아픈 건 아니죠?" 조지운이 따져 물었다. "설마 진아연 씨가 아픈 건가요?"마이크가 쌀쌀하게 웃었다. "박시준이 아무 말도 안 해요?""무슨 뜻이에요? 대표님이 저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거예요?" 조지운은 어리둥절해졌다."하긴, 창피하니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겠죠." 마이크가 야유를 부렸다. "진아연이 아프면 어떻고 내가 아프면 어때요? 박시준이 진아연 병문안을 온 대요, 아니면 당신이 날 보러 온 대요? 두 사람 다 안 할 거잖아요. 그러니 그런 걸 물어서 뭘 하는데요?"잇따른 질문에 조지운은 할 말을 잃었다."진아연이 국내의 모든 걸 다 포기했는데 우리가 조용히 살게 그냥 놔둬요." 마이크가 말을 이었다. "너무 늦었어요. 잠을 좀 더 자야겠어요.""아... 그래요, 그럼 위치 추적을 안 끄면 안 돼요?""이미 껐어요." 마이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사표 내고 다시 날 찾아와요. 그때 다시 켤게요."조지운이 차갑게 웃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3일 후.진아연은 눈을 감싸고 있는 거즈를 제거했다.거즈를 벗었지만 눈앞의 세상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아연아. 느낌이 어때?" 마이크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젠 별로 아프지 않아." 그녀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느꼈다. "눈앞에 온통 빨간색이야.""아프지만 않으면 돼. 나랑 함께 검사받으러 가자.""그래." 마이크는 진아연을 부축하며 병실을 나섰다.의사는 진아연의 상황을 검사한 후 그녀에게 말했다. "회복이 잘 돼가고 있어요. 조금만 있으면 상처가 잘 회복될 거예요. 그러면 각막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어요."마이크가 황급히 의사에게 물었다. "알맞은
라엘은 화가 났다. 화가 아주 많이 났다.하지만 아직 아이라 얼마 안 가 곧 영상통화를 받았다."나한테 영상통화는 왜 걸어?” 라엘이 씩씩 거리며 영상 통화 속 한이를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날 모른 체하잖아, 그냥 영원히 모른 체하지 그래?”한이는 화가 난 라엘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좀 바빠. 그리고 엄마가...”"엄마가 왜? 날 버린대?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도 안 받고. 나 지금 화났어.” 라엘이 소리 지르는 바람에 박시준이 다가왔다.오늘 박시준은 라엘과 지성이를 데리고 쇼핑하러 나왔다.라엘의 학교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파티를 개최했다.박시준은 라엘과 함께 라엘의 옷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 했다.박시준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한이는 입가까지 나온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널 버리는 게 아니야. 내가 떠나기 전 별로 안 바쁠 때 전화하겠다고 했잖아.” 한이는 여기까지만 설명하고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너의 아빠랑 계속 쇼핑해.”한이는 영상통화를 끊었다.라엘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빠가 날 버리는 게 아니래요.”"엄마는 어때? 엄마 봤어?" 박시준의 물음에 라엘은 고개를 숙였다.라엘은 엄마를 보지 못했고 엄마의 설명도 듣지 못했다.마음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했다."라엘아, 예전에 널 엄마한테 보내려 했었어. 하지만 엄마의 태도가 모든 걸 설명해 주잖아. 앞으로 엄마가 후회하고 너의 양육권을 원한다고 해도 난 주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딸에게 조용히 설명해 줬다. “아빠가 잘 돌봐줄게.”"엄마도 아빠를 믿지 않는데 제가 어떻게 아빠를 믿을 수 있겠어요? 엄마는 절 모른 체하고 오빠도 그저 절 달래느라 저렇게 말하는 거예요. 선택할 수 있다면 엄마랑 아빠 중 전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친 라엘은 지성이에게 다가갔다. “동생이 아쉽지만 않았어도 세연이 삼촌한테 갔을 거예요.”박시준은 김세연의 존재를 잊을뻔했다."라엘아, 방학 때 삼촌한테 가도 돼. 하지만 평소에는 아
엄마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는 걸 들은한이는 눈시울이 촉촉해졌다.한때 천하무적이었던 엄마는 지금 날개가 부러진 채 더는 자랑스럽게 날개를 펼칠 수 없다.앞으로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는생각이 마음에 뿌리내리고 빠르게 커가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A국.여름방학이 다가왔다.여소정은 하준기에게 박시준의 집에 가서 라엘과 지성이를 집에 데려와 놀자고 했다.임신 막달에 다다른 그녀는 배가 불러와 움직임이 불편했다. 그렇지만 않았어도 여소정은 직접 두 아이를 찾아갔을 것이다.박시준은 두 아이와 함께 여소정의 집에 가려 했으나 라엘이 거절했다.하준기가 두 아이를 데리고 차에 탄 후 궁금한 듯 라엘에게 물었다. “왜 아빠가 같이 가겠다는 걸 거절한 거야?”라엘: "아빠가 어디든 따라오는 게 싫어요. 제가 애도 아닌데요.”"하하, 라엘아. 넌 복에 겨웠구나. 내가 어릴 때 아빠가 저렇게 내 옆에 있어준다면 난 아주 기뻐했을 거야.”“저의 아빠를 드릴 테니 가질래요?” 라엘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빠가 매일 출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꾸 내 공부에 대해 묻지 않을 거고 제가 기분 좋은지 자꾸 살피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날 걱정할수록 난 엄마가 버린 아이라는 걸 떠오르게 해요.” 라엘이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준기 아저씨, 아빠 대신 변명하지 말아요.”"알았어, 내가 아빠에게 일을 많이 하고 널 그만 지켜보라고 얘기해 줄게.”"네."여소정의 집에 도착하자 여소정이 라엘을 다정하게 안았다."라엘아, 키가 또 컸어. 네 동생도 컸네.” 여소정은 지성이를 안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불러 있어서 감히 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 지성이의 머리만 쓰다듬었다.지성이는 어색한 듯 라엘의 뒤에 숨어서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여소정의 배를 유심히 쳐다보았다."소정이 이모, 동생이 곧 태어나는 거예요?” 라엘이 손을 내밀어 여소정의 배를 만졌다.
"소정아, 아연 씨가 휴대폰을 꺼놓았어. 시준 형도 연락이 안 된대. 시준 형이 아연 씨와 연락하지 못하게 한 게 아니야.” 하준기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두 사람이 이혼할 때 비슷한 약속 같은 걸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 약속이 아니라면 아연이가 왜 아이들과 연락하지 않겠어? 박시준이 당신에게 하는 말을 그대로 다 믿지 마. 난 남자들이 피해자인 양 여자를 원망하는 꼴이 싫어. 분명 남자가 먼저 잘못해놓고 왜 꼭 여자가 무정한 것처럼 그러는 거야?”여소정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소정아, 흥분하지 마. 난 너랑 싸울 생각이 없어. 난 그저 네가 라엘의 앞에서 시준 형을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야... 라엘은 원래도 시준 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잖아...”"자업자득인데 왜 그래? 설마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앞으로 당신도 똑같이 배우는 거 아니야? 당신도 밖에서 다른 여자랑 사생아를 낳아...”"여소정, 무슨 말이야? 나는 그저 애 앞에서 그런 공공연한 말을 하지 말라고 그러는 거잖아.”"뭐가 공공연한 말이야? 당신이야말로 불공평해. 나는 전부 사실만 말했을 뿐이라고.” 여소정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씩씩거렸다.분에 못이긴 그녀의 모습을 본 하준기는 황급히 다가가 달랬다."소정아. 흥분하지 마. 물 좀 마실래? 소파에 좀 앉아 있어. 내가 가서 물을 따라줄게.”하준기가 물 따르러 갈 때 라엘이 여소정의 옆에 다가가 뭔가 말하려 했다. 그때 여소정이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비명을 질렀다."하준기, 나 양수 터진 것 같아!”라엘은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질 쳤다. 자신이 소정 이모가 아기를 낳는 데 방해될까 걱정했다.하준기는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다가가 여소정을 눕혔다.여소정의 어머니가 황급히 휴대폰을 들고 구급차를 불렀고15분 만도 안 돼 구급차가 별장 앞에 도착했다.여소정은 들 것에 들려 나가며 미안한 표정으로 라엘에게 말했다. “라엘아, 이모가 일부러 오늘 낳으려고 한 게 아니야
"엄마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이크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면 엄마한테 전달할 거야.” 위정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라엘의 눈가에 실망이 스쳤다.위정은 마이크의 번호를 누르고 여소정이 아이를 낳은 일에 대해 말해줬다."네, 내일 전달해 줄게요. 지금 아마 잠들었을 거예요.” 마이크가 말했다."그래요. 라엘과 지성이도 옆에 있는데 라엘과 통화하지 않을래요?”"네. 영상 통화로 해요.” 마이크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5초도 안 돼 마이크의 영상통화가 걸려왔다.위정은 영상통화를 받고 휴대폰을 라엘에게 건네주었다.라엘은 영상 속 마이크가 환하게 웃는 걸 보고 입을 삐죽했다."엄마는요?” 라엘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엄마는 자고 있어.""안 믿어요. 엄마가 실종된 거죠? 안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저와 연락 한 번 안 할 수 있어요? 엄마의 방에 가봐요. 엄마가 정말 자고 있는지 보여줘 봐요.” 라엘이 마이크에게 말했다.마이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진아연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방문을 살며시 열고 카메라를 뒤쪽으로 돌린 후 라엘에게 침실에 있는 큰 침대를 보여줬다.진아연이 정말 침대에 누워 있었다.방안이 어둑해서 라엘은 엄마의 이목구비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어렴풋한 익숙한 윤곽만 볼 수 있었다.엄마를 본 라엘은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흑흑흑!”라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마이크는 진아연이 깰 세라 황급히 방문을 닫았다."라엘아, 울지 마. 오빠가 너한테 영상통화를 자주 하지 않아?” 라엘이 얼굴을 찌푸리고 울고 있자 마이크의 마음이 아팠다.진아연이 딸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충동적으로 당장 귀국하려 할지도 모른다.오늘 낮에 마이크는 그녀와 함께 검사받으러 병원에 갔었다.의사는 회복이 잘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혹시 울지 않았었냐고 물었다.그때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빠도 저한테 영상통화를 자주 안 해요. 지난번에 저한테 영상통화를 한
여소정은 미리 아이의 이름을 지었는데공주님의 이름은 여소현이었다.의사가 아이를 안고 깨끗이 닦은 후 여소정에게 보여줬다.여소정은 딸을 본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왜 이렇게 못생겼을까?어떻게 딸이 이렇게 못생길 수 있지?그녀는 진아연과 나중에 사돈 맺기로 했는데 아마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지성이는 그렇게 잘 생겼는데 정작 본인이 낳은 딸은 왜 이렇게 못생긴 걸까?수술실에서 나온 여소정은 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았기에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슬픈 얼굴로 엄마에게 불평했다. “엄마. 현이를 봤어요? 너무 못생겼어요.”여소정의 엄마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태어났을 땐 더 못생겼어. 내가 너의 아빠랑 한바탕 싸웠잖아. 너의 아빠가 아기를 잘못 안은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래. 그래서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어.”여소정: "...""걱정하지 마. 우리 소정이는 못생기지 않았어. 준기가 너의 아빠보다 훨씬 잘 생겼잖아. 나중에 현이는 너보다 더 예쁠 거야.""엄마, 위로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여소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마취가 안 풀려서 괜찮은데 좀 있다가 마취가 풀리면 그렇게 울면 안 돼.” 여소정: "..."그녀가 아기를 낳기 전에는 태기를 건드릴까 걱정돼 따뜻하고 다정했었다.이제 아이가 태어났으니 순간... 본심이 드러났다.과연 친엄마는 여전했다."엄마, 준기는 어디 있어요?" 여소정이 물었다."아기 목욕시키러 데려갔어. 다른 절차가 좀 있다고 해. 넌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 해. 애한테 문제가 없으면 너한테 데려올 거야. 네가 모유 수유해야지.”"네?”"뭐가 ‘네?’ 야? 설마 딸이 태어나자마자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여소정의 어머니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분유를 준비하긴 했지만 모유도 먹여야 해. 안 그러면 젖이 부어 애 낳을 때보다 더 아플 거야.”"엄마! 그런 얘기를 왜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여소정은 심리 준비가 없었던지라 조금
전화기 너머로 진아연의 호흡이 갑자기 무거워졌다.박시준은 여소정의 말을 듣고 곧 그녀가 진아연과 통화 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다른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성큼성큼 침대 옆에 다가가 여소정의 휴대폰을 가로챘다."진아연, 휴대폰을 계속 꺼놓고 연락을 안 하니 기분 좋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그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성큼성큼 발코니로 걸어갔다.라엘은 그가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뒤따라갔다.하지만 박시준이 발코니에 나서는 순간 문을 닫아버렸고라엘은 그렇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목소리에 호흡이 가빠졌다.“뭘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 연락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연락이 되겠죠. 제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당신이 저랑 연락하려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우린 이혼했는데 연락할 필요도 없어요.”박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당신 말이 맞아. 앞으로 당신은 당신 갈 길을 가고 난 내 갈 길을 갈게. 라엘의 양육원은 절대 당신에게 안 줘. 앞으로 당신이 나한테 빌기 전에는 절대 애를 볼 생각을 하지 마. 내가 안 보여줄 거야.”그의 말에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그가 '절대 당신에게 안 줘.’ 라고 한다. 그 말은 그녀에게 양육권을 줄 생각이 있었다는 말인가?"진아연, 당신 참 수완이 대단해.” 박시준은 불만으로 가득 찼다. “일부러 휴대폰을 꺼놓고 누구하고도 연락하지 않으니, 우리가 이혼할 때 내가 당신과 아이들이 연락하지 못하도록 한 줄로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라엘이 날 미워해. 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우리 부녀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무사히 라엘을 얻으려는 거야? 내가 진지하게 대화하려고 할 때 모른 척하더니 앞으로 당신이 무슨 수단을 쓰든지 당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거야.”박시준의 진지하고 거친 말투를 들은 진아연은 그녀가 앞을 볼 수 없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그녀가 앞을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