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은 화가 났다. 화가 아주 많이 났다.하지만 아직 아이라 얼마 안 가 곧 영상통화를 받았다."나한테 영상통화는 왜 걸어?” 라엘이 씩씩 거리며 영상 통화 속 한이를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날 모른 체하잖아, 그냥 영원히 모른 체하지 그래?”한이는 화가 난 라엘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좀 바빠. 그리고 엄마가...”"엄마가 왜? 날 버린대?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도 안 받고. 나 지금 화났어.” 라엘이 소리 지르는 바람에 박시준이 다가왔다.오늘 박시준은 라엘과 지성이를 데리고 쇼핑하러 나왔다.라엘의 학교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파티를 개최했다.박시준은 라엘과 함께 라엘의 옷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 했다.박시준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한이는 입가까지 나온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널 버리는 게 아니야. 내가 떠나기 전 별로 안 바쁠 때 전화하겠다고 했잖아.” 한이는 여기까지만 설명하고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너의 아빠랑 계속 쇼핑해.”한이는 영상통화를 끊었다.라엘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빠가 날 버리는 게 아니래요.”"엄마는 어때? 엄마 봤어?" 박시준의 물음에 라엘은 고개를 숙였다.라엘은 엄마를 보지 못했고 엄마의 설명도 듣지 못했다.마음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했다."라엘아, 예전에 널 엄마한테 보내려 했었어. 하지만 엄마의 태도가 모든 걸 설명해 주잖아. 앞으로 엄마가 후회하고 너의 양육권을 원한다고 해도 난 주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딸에게 조용히 설명해 줬다. “아빠가 잘 돌봐줄게.”"엄마도 아빠를 믿지 않는데 제가 어떻게 아빠를 믿을 수 있겠어요? 엄마는 절 모른 체하고 오빠도 그저 절 달래느라 저렇게 말하는 거예요. 선택할 수 있다면 엄마랑 아빠 중 전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친 라엘은 지성이에게 다가갔다. “동생이 아쉽지만 않았어도 세연이 삼촌한테 갔을 거예요.”박시준은 김세연의 존재를 잊을뻔했다."라엘아, 방학 때 삼촌한테 가도 돼. 하지만 평소에는 아
엄마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는 걸 들은한이는 눈시울이 촉촉해졌다.한때 천하무적이었던 엄마는 지금 날개가 부러진 채 더는 자랑스럽게 날개를 펼칠 수 없다.앞으로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는생각이 마음에 뿌리내리고 빠르게 커가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A국.여름방학이 다가왔다.여소정은 하준기에게 박시준의 집에 가서 라엘과 지성이를 집에 데려와 놀자고 했다.임신 막달에 다다른 그녀는 배가 불러와 움직임이 불편했다. 그렇지만 않았어도 여소정은 직접 두 아이를 찾아갔을 것이다.박시준은 두 아이와 함께 여소정의 집에 가려 했으나 라엘이 거절했다.하준기가 두 아이를 데리고 차에 탄 후 궁금한 듯 라엘에게 물었다. “왜 아빠가 같이 가겠다는 걸 거절한 거야?”라엘: "아빠가 어디든 따라오는 게 싫어요. 제가 애도 아닌데요.”"하하, 라엘아. 넌 복에 겨웠구나. 내가 어릴 때 아빠가 저렇게 내 옆에 있어준다면 난 아주 기뻐했을 거야.”“저의 아빠를 드릴 테니 가질래요?” 라엘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빠가 매일 출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꾸 내 공부에 대해 묻지 않을 거고 제가 기분 좋은지 자꾸 살피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날 걱정할수록 난 엄마가 버린 아이라는 걸 떠오르게 해요.” 라엘이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준기 아저씨, 아빠 대신 변명하지 말아요.”"알았어, 내가 아빠에게 일을 많이 하고 널 그만 지켜보라고 얘기해 줄게.”"네."여소정의 집에 도착하자 여소정이 라엘을 다정하게 안았다."라엘아, 키가 또 컸어. 네 동생도 컸네.” 여소정은 지성이를 안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불러 있어서 감히 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 지성이의 머리만 쓰다듬었다.지성이는 어색한 듯 라엘의 뒤에 숨어서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여소정의 배를 유심히 쳐다보았다."소정이 이모, 동생이 곧 태어나는 거예요?” 라엘이 손을 내밀어 여소정의 배를 만졌다.
"소정아, 아연 씨가 휴대폰을 꺼놓았어. 시준 형도 연락이 안 된대. 시준 형이 아연 씨와 연락하지 못하게 한 게 아니야.” 하준기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두 사람이 이혼할 때 비슷한 약속 같은 걸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 약속이 아니라면 아연이가 왜 아이들과 연락하지 않겠어? 박시준이 당신에게 하는 말을 그대로 다 믿지 마. 난 남자들이 피해자인 양 여자를 원망하는 꼴이 싫어. 분명 남자가 먼저 잘못해놓고 왜 꼭 여자가 무정한 것처럼 그러는 거야?”여소정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소정아, 흥분하지 마. 난 너랑 싸울 생각이 없어. 난 그저 네가 라엘의 앞에서 시준 형을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야... 라엘은 원래도 시준 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잖아...”"자업자득인데 왜 그래? 설마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앞으로 당신도 똑같이 배우는 거 아니야? 당신도 밖에서 다른 여자랑 사생아를 낳아...”"여소정, 무슨 말이야? 나는 그저 애 앞에서 그런 공공연한 말을 하지 말라고 그러는 거잖아.”"뭐가 공공연한 말이야? 당신이야말로 불공평해. 나는 전부 사실만 말했을 뿐이라고.” 여소정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씩씩거렸다.분에 못이긴 그녀의 모습을 본 하준기는 황급히 다가가 달랬다."소정아. 흥분하지 마. 물 좀 마실래? 소파에 좀 앉아 있어. 내가 가서 물을 따라줄게.”하준기가 물 따르러 갈 때 라엘이 여소정의 옆에 다가가 뭔가 말하려 했다. 그때 여소정이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비명을 질렀다."하준기, 나 양수 터진 것 같아!”라엘은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질 쳤다. 자신이 소정 이모가 아기를 낳는 데 방해될까 걱정했다.하준기는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다가가 여소정을 눕혔다.여소정의 어머니가 황급히 휴대폰을 들고 구급차를 불렀고15분 만도 안 돼 구급차가 별장 앞에 도착했다.여소정은 들 것에 들려 나가며 미안한 표정으로 라엘에게 말했다. “라엘아, 이모가 일부러 오늘 낳으려고 한 게 아니야
"엄마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이크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면 엄마한테 전달할 거야.” 위정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라엘의 눈가에 실망이 스쳤다.위정은 마이크의 번호를 누르고 여소정이 아이를 낳은 일에 대해 말해줬다."네, 내일 전달해 줄게요. 지금 아마 잠들었을 거예요.” 마이크가 말했다."그래요. 라엘과 지성이도 옆에 있는데 라엘과 통화하지 않을래요?”"네. 영상 통화로 해요.” 마이크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5초도 안 돼 마이크의 영상통화가 걸려왔다.위정은 영상통화를 받고 휴대폰을 라엘에게 건네주었다.라엘은 영상 속 마이크가 환하게 웃는 걸 보고 입을 삐죽했다."엄마는요?” 라엘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엄마는 자고 있어.""안 믿어요. 엄마가 실종된 거죠? 안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저와 연락 한 번 안 할 수 있어요? 엄마의 방에 가봐요. 엄마가 정말 자고 있는지 보여줘 봐요.” 라엘이 마이크에게 말했다.마이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진아연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방문을 살며시 열고 카메라를 뒤쪽으로 돌린 후 라엘에게 침실에 있는 큰 침대를 보여줬다.진아연이 정말 침대에 누워 있었다.방안이 어둑해서 라엘은 엄마의 이목구비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어렴풋한 익숙한 윤곽만 볼 수 있었다.엄마를 본 라엘은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흑흑흑!”라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마이크는 진아연이 깰 세라 황급히 방문을 닫았다."라엘아, 울지 마. 오빠가 너한테 영상통화를 자주 하지 않아?” 라엘이 얼굴을 찌푸리고 울고 있자 마이크의 마음이 아팠다.진아연이 딸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충동적으로 당장 귀국하려 할지도 모른다.오늘 낮에 마이크는 그녀와 함께 검사받으러 병원에 갔었다.의사는 회복이 잘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혹시 울지 않았었냐고 물었다.그때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빠도 저한테 영상통화를 자주 안 해요. 지난번에 저한테 영상통화를 한
여소정은 미리 아이의 이름을 지었는데공주님의 이름은 여소현이었다.의사가 아이를 안고 깨끗이 닦은 후 여소정에게 보여줬다.여소정은 딸을 본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왜 이렇게 못생겼을까?어떻게 딸이 이렇게 못생길 수 있지?그녀는 진아연과 나중에 사돈 맺기로 했는데 아마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지성이는 그렇게 잘 생겼는데 정작 본인이 낳은 딸은 왜 이렇게 못생긴 걸까?수술실에서 나온 여소정은 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았기에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슬픈 얼굴로 엄마에게 불평했다. “엄마. 현이를 봤어요? 너무 못생겼어요.”여소정의 엄마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태어났을 땐 더 못생겼어. 내가 너의 아빠랑 한바탕 싸웠잖아. 너의 아빠가 아기를 잘못 안은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래. 그래서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어.”여소정: "...""걱정하지 마. 우리 소정이는 못생기지 않았어. 준기가 너의 아빠보다 훨씬 잘 생겼잖아. 나중에 현이는 너보다 더 예쁠 거야.""엄마, 위로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여소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마취가 안 풀려서 괜찮은데 좀 있다가 마취가 풀리면 그렇게 울면 안 돼.” 여소정: "..."그녀가 아기를 낳기 전에는 태기를 건드릴까 걱정돼 따뜻하고 다정했었다.이제 아이가 태어났으니 순간... 본심이 드러났다.과연 친엄마는 여전했다."엄마, 준기는 어디 있어요?" 여소정이 물었다."아기 목욕시키러 데려갔어. 다른 절차가 좀 있다고 해. 넌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 해. 애한테 문제가 없으면 너한테 데려올 거야. 네가 모유 수유해야지.”"네?”"뭐가 ‘네?’ 야? 설마 딸이 태어나자마자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여소정의 어머니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분유를 준비하긴 했지만 모유도 먹여야 해. 안 그러면 젖이 부어 애 낳을 때보다 더 아플 거야.”"엄마! 그런 얘기를 왜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여소정은 심리 준비가 없었던지라 조금
전화기 너머로 진아연의 호흡이 갑자기 무거워졌다.박시준은 여소정의 말을 듣고 곧 그녀가 진아연과 통화 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다른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성큼성큼 침대 옆에 다가가 여소정의 휴대폰을 가로챘다."진아연, 휴대폰을 계속 꺼놓고 연락을 안 하니 기분 좋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그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성큼성큼 발코니로 걸어갔다.라엘은 그가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뒤따라갔다.하지만 박시준이 발코니에 나서는 순간 문을 닫아버렸고라엘은 그렇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진아연은 박시준의 목소리에 호흡이 가빠졌다.“뭘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 연락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연락이 되겠죠. 제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당신이 저랑 연락하려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우린 이혼했는데 연락할 필요도 없어요.”박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당신 말이 맞아. 앞으로 당신은 당신 갈 길을 가고 난 내 갈 길을 갈게. 라엘의 양육원은 절대 당신에게 안 줘. 앞으로 당신이 나한테 빌기 전에는 절대 애를 볼 생각을 하지 마. 내가 안 보여줄 거야.”그의 말에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그가 '절대 당신에게 안 줘.’ 라고 한다. 그 말은 그녀에게 양육권을 줄 생각이 있었다는 말인가?"진아연, 당신 참 수완이 대단해.” 박시준은 불만으로 가득 찼다. “일부러 휴대폰을 꺼놓고 누구하고도 연락하지 않으니, 우리가 이혼할 때 내가 당신과 아이들이 연락하지 못하도록 한 줄로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라엘이 날 미워해. 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우리 부녀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무사히 라엘을 얻으려는 거야? 내가 진지하게 대화하려고 할 때 모른 척하더니 앞으로 당신이 무슨 수단을 쓰든지 당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거야.”박시준의 진지하고 거친 말투를 들은 진아연은 그녀가 앞을 볼 수 없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그녀가 앞을 볼 수
"성빈 형, 최은서 씨가 형이랑 연애할 시간이 없다면 형은 그냥 국내에 있어.” 조지운이 말했다. “난 국제연애를 안 믿어.”"그럼 너도 B국에 가서 마이크랑 헤어질 생각이야?"조지운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민해 봤는데 그러려고. 진아연 씨를 만날 수 있다면 더 좋고.”"박시준을 도와 진아연을 찾아가려고? 지운아, 그럴 필요 없어.” 성빈이 말했다. “감정 문제는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 없어.”"나도 개입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할 말이 있어서 그래.”"그래. 마음대로 해.”다음 날, 조지운이 탄 비행기가 B국 공항에 내렸고마이크가 픽업했다.마이크는 조지운이 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김세연을 불러 며칠 동안 진아연을 돌보도록 했다.김세연은 그의 전화를 받은 후 최대한 빨리 달려왔다.진아연은 김세연까지 귀찮게 하지 않으려 했지만 김세연이 고집을 부리며 거부했다."나 요즘 신곡을 쓰고 있는 중이라 마침 휴가를 며칠 낼 수 있어요.” 그가 왔을 때는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도우미가 음식을 가져왔고김세연은 침착하게 그녀에게 밥을 먹여줬다."박시준이 라엘을 여름 캠프에 보냈어요. 내가 라엘이랑 있는 게 두려운가 봐요. 그래서 나 요즘 할 일이 없어요.”“라엘이 전화했어요?” 진아연이 물었다."네, 아연 씨랑 통화가 안 된다고 자신을 버린 게 분명하다면서 슬프게 울었어요.” 김세연이 말했다.진아연: “뭐라고 위로했어요?”"최근 아연 씨가 많이 속상해서 그러니 시간이 좀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요.”진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연 씨, 왜 지금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거예요?” 김세연이 물었다. “이렇게 숨기고 있으니 다들 걱정하잖아요.”"아이들까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박시준은 알고 있어요?”"알고 있어요.""아... 알고 있다고요?!" 김세연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했다."네." 진아연은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 “맨 처음 그 사람에게 전화했었어요. 그때 급하게 Y국으로 가느라 저한테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요?" 마이크가 티슈 두 장을 뽑아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박시준도 이번 일에 관해 알고 있어요."조지운이 티슈를 건네받아 가볍게 입가를 닦고는,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우리 대표님이 이번 일에 관해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대표님은 이 일해 관해 한 번도 언급하신 적 없다고요!""아연이가 박시준과 이번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김영아의 사건이 터졌어요. 그리고 박시준은 기어코 Y국으로 가버렸죠." 마이크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말 할 수 있었겠어요? 말했다간 그 말을 거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텐데."조지운은 마이크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 기댈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지금 마이크의 행동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마이크, 지금 한 말들, 전부 다 사실이에요?" 조지운은 여전히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아연이가 나에게 직접 얘기해준 거예요. 아연이가 나한테 거짓말한 것이 아닌 이상 모두 다 사실이에요.""오... 우리 대표님께서 어떻게 그럴 수가...?" 조지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이해가 안 돼요...""이번 일만 봐도, 당신 대표는 아연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마이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박시준은 지금 아이들을 자기에게 데려오려고 아연이를 이용하고 있어요. 그게 아니고서야, 보통 남자라면 이렇게 매정하게 굴 수 있겠어요?”마이크의 말에 조지운은 반박할 수 없었다.진아연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표님은 나쁜 놈이 맞았다."아연이 눈에 문제가 생긴 후로, 아연이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알아요?" 마이크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평소에 안경 하나만 없어져도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생각해 봐요. 안경만 없어도 이미 눈이 멀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죠. 하지만 그것도 실제로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