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 것만 봐도, 본인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는 것 아니겠어요? 지금 가서 물어봤자, 박시준은 당신이 남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일 거예요.""그것도 그러네요... 어쩌면 성빈 형한테도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성빈 형한테 얘기했다면, 성빈 형이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요. 인제 보니, 난 성빈 형이랑 더 가까운 것 같네요.""그럼, 박시준한테 물어볼지 결정하기 전에 더욱 신중해야 해요." 마이크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며칠 더 놀다 가요!""진아연 씨를 보살펴야 하지 않아요?""세연 씨를 불렀어요. 그리고 아연이한테 당신이 올 거라는 얘기를 했더니, 아연이가 자기는 신경 쓰지 말고 만나고 오라고 했어요. 지금 아연이는 극도로 약해진 상태예요. 예전에는 못할 것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많이 위축된 것 같아요. 두 눈이 모두 보이질 않으니, 화장실에 갈 때마저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요...""인제 그만 해요. 듣고만 있어도 괴로워요." 조지운이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며 말했다.…저녁.간병인이 진아연이 씻고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하는 걸 도와준 다음 방에서 나왔다.간병인은 나오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김세연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고생 많으셨어요." 김세연이 미리 준비한 봉투를 간병인에게 건넸다. "아연이를 대할 때 인내심이 필요하실 거예요. 지금 앞이 보이지 않으니, 매우 예민할 테니까요."간병인이 황급히 거절하며 말했다: "마이크 씨가 이미 많이 챙겨주셨어요. 마음 놓으세요. 제가 성심성의껏 잘 돌봐드릴 거예요.""받으세요! 아연이의 시력이 회복되면, 보너스도 챙겨 드릴게요."간병인은 그의 성의를 계속 거절할 수 없어 봉투를 건네받았다.간병인이 방으로 돌아간 다음, 김세연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그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더구나 진아연의 병은 그를 더욱 마음 아프게 했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두 눈을 감고 한숨을
인터뷰어가 당황하며 물었다: "남자요? 세연 씨, 방금 말씀하신 그 남자분과 무슨 사이인지 물어봐도 될까요?"김세연: "저와 그 사람이 무슨 사이냐고 물으신다면... 원수 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인터뷰어는 그가 이런 대답을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오늘 밤의 영상 인터뷰는 온라인상에서 라이브로 공개되었다.지금 라이브 채널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접속해 있었다.그리고 지금 접속 중인 수많은 사람이 모두 그의 대답을 듣고 있었다.김세연: "이번 곡은 눈이 아닌 마음이 멀어버린, 그래서 모든 걸 망쳐버린 한 남자에 대한 곡이에요."인터뷰어가 진지한 말투로 비아냥거리는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세연 씨가 사랑의 아픔에 아파하고 있는 누군가를 대신해 나서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걸요? 아무리 들어도 이 곡의 가사는 사랑 노래 같거든요.”"그런 것 아니에요. 전 그저 제 마음속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 곡을 썼을 뿐이에요. 이 곡은 그런 제 감정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죠." 김세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곡은, 이 세상의 나쁜 남자들을 향해 쓴 곡이에요."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 김세연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마이크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세연 씨, 당신은 어쩜 이렇게 수완이 좋아요? 아연이를 보살펴 달라고 불렀더니, 그걸 기회 삼아 이렇게 신곡을 내다니요. 제가 부르지 않았으면, 이번 신곡의 한 소절도 나오지 않았을걸요!”김세연이 물컵을 들고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전 아연 씨가 잠들고 난 저녁에만 작업했어요." 마이크의 말에 김세연이 대답했다. "이 곡을 막 쓰자마자, 제일 먼저 아연 씨에게 들려줬어요. 아연 씨가 듣더니 마음에 든다고 했었죠.""당신이 엉망으로 쓴 곡을 들려줘도, 아연이는 나쁜 말을 하지 못할걸요. 아연이의 평가는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마이크가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실제로 음반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에요. 지금 제 곡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여기까
비서: "재무부장님께 들었어요. 다이어트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시면서, 건강 관리에 신경 쓰라고 당부하셨죠."조지운이 울먹이며 말했다: "전 괜찮아요.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출근도 하지 못했겠죠.""다행이네요! 조 실장님, B국에서 진아연 씨를 만나고 오셨나요?" 비서가 목소리를 낮추고 슬며시 물었다.“솔직히 말하면, B국에서 머무른 열흘 내내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조지운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휴가를 날린 거나 마찬가지죠.”"그럼, 며칠 더 집에서 쉬시는 게 어떠세요? 안색이 별로 안 좋아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비서가 대화 주제를 바꿨다. "참, 진명 그룹의 인사이동 이야기 들으셨어요?"조지운이 놀라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진명 그룹에 인사이동이 있었어요? 언제요?""어제 대표님께서 진명 그룹에서 하루 종일 회의하고 오셨어요. 중대한 인사이동이 있을 거래요. 어제 회의의 구체적인 내용도 전해 들었어요." 비서가 조지운의 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진명 그룹의 조 부회장님이 곧 해고될 거래요."조지운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조 부회장은 진명 그룹의 고위 간부이다.그는 당시 진준과 진명 그룹의 온갖 우여곡절을 함께한 연륜 있는 베테랑 직원이었다.진아연이 진명 그룹에서 물러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조 부회장이 해임되다니...이게 정말로 대표님이 내린 결정이 맞다면, 이건 너무 피도 눈물도 없는 처사였다.진명 그룹을 재건할 때, 진아연은 기존 직원들을 높은 보수에 다시 스카우트해 왔다. 하지만 박시준이 이번에 조 부회장을 해임해버린 걸 보면, 나머지 기존 직원들 역시 해고당한 것은 아닐까?조지운이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성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성빈이 전화를 받자마자 그에게 물었다: "지운아! 회사니?""응, 형은?""가는 중이야. 차가 좀 막히네.""성빈 형, 대표님이 진명 그룹의 조 부회장님을 해임했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야?" 조지운이 안절부
조지운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눈까지 멀어버린 진아연에게 어떻게 그토록 무자비하게 굴 수 있냐고 박시준에게 물었다가, 박시준이 그 또한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건 아닐까?그는 오랜 시간 동안 박시준과 함께였다. 먼저 나서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지금 박시준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박시준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대표님 곁에서 그가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한 시간 후, 박시준이 회사에 도착했다.조지운은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몸은 좀 어때?" 박시준이 그를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괜찮아졌어요.""왜 그렇게 칠칠치 못한 거야?" 박시준이 사무실 의자에 앉아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살이 많이 빠졌군.""그곳에 호흡기 질병이 유행하는 줄 몰랐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식사하러 갔다가, 다음 날 바로 옮아버렸어요." 조지운이 말했다. "진명 그룹에 새로운 부회장을 들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요."박시준이 서류철에서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조지운이 서류 봉투를 건네받아 열어보더니, 안에서 이력서 한 부를 꺼냈다."이분, 경력이 정말 화려하네요." 조지운이 이력서를 다시 서류 봉투에 넣어 박시준에게 돌려주었다.“친구가 추천한 사람이야.”"그렇군요, 대표님의 면접까지 통과한다면, 한번 맡겨볼 수 있겠어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조지운이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대표님, 정말로 앤 테크놀로지를 무너뜨릴 생각이세요?"그의 말에 박시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난 진명 그룹을 크게 성장시키고 싶어. 하지만 그게 앤 테크놀로지를 무너뜨리고 싶다는 뜻은 아니야. 난 무슨 일을 하건, 최고가 되고 싶거든. 이의 있나?"조지운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단지 그게 다라면, 이해가 되네요. 혹시 대표님께서 진아연 씨와의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그러시는 건 아닐까 싶었
사무실로 돌아온 조지운이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불과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박시준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그가 B국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박시준은 이렇지 않았다.조지운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다음 상황에 대해 고민하던 순간, 그의 사무실 문이 열리며 성빈이 봉지 하나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내가 너 주려고 얼마나 좋은 걸 가지고 왔는지 와서 한번 봐!" 성빈이 봉지를 조지운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께서 몸보신하라고 주신 거야, 네가 가져가서 몸보신해!"조지운이 성빈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하며 선물을 받았다."성빈 형, 요즘 우리 대표님 좀 변한 거 못 느꼈어?" 조지운이 사무실 문을 닫으며 성빈에게 물었다."이혼남이 좀 우울해하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 성빈은 비교적 박시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조지운이 성빈에게 다가가 콧등의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성빈 형, 대표님이 진명 그룹이 앤 테크놀로지를 뛰어넘도록 만들고 싶다고 하셨잖아.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다는 생각 안 들어? 그렇게 된다면 돈이야 많이 벌 수 있겠지. 하지만 진아연 씨는 얼마나 화가 나겠냐고..""지운아, 너 이번에 B국에서 진아연 씨 만났지? 도대체 진아연 씨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마음이 완전히 진아연 씨 쪽으로 기운 것 같은데." 성빈이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아니면, 시준이 앞에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조지운이 책상으로 걸어가 감정을 억누르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성빈 형, 진아연 씨가 실명한 거 이미 알고 있었지?"성빈이 놀라 그 자리에 돌처럼 굳었다.그런 그의 반응에 이상한 낌새를 차린 조지운이 그의 앞에 다가가 다시 물었다: “진아연 씨가 실명했어. 정말 몰랐어? 대표님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한테 아무 말도 없었지. 형한테도 아무 말 없었어?”성빈이 깜짝 놀란 얼굴로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아니... 나한테
"나중에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진아연 씨가 장애가 있는 것과 다를 게 뭐야?" 조지운은 여전히 박시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표님의 마음은 돌로 만들어지기라도 했대?""지운아, 우선 진정 좀 해." 성빈이 그를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시준이가 이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건, 아연 씨와 개인적으로 대화를 잘 마쳤다는 뜻이야. 이미 두 사람이 얘기를 끝낸 일을 우리가 왈가왈부해 봤자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성빈의 말에 조지운은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아까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어떻게 아연 씨한테 그럴 수 있냐고 물을 뻔했지 뭐야." 조지운이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히 겨우 정신 차리고 잘 참았으니 망정이지, 까딱했다가는 지금쯤 이미 짐 싸서 쫓겨난 신세였을지도 몰라.""아무래도 시준이가 지금 이혼하기 직전이다 보니, 아연 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상당히 비이성적인 상태야." 성빈이 말했다. "나중에 마음이 가라앉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 봐.""나도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진아연 씨가 시력을 되찾고 난 다음에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 있겠냐고." 조지운이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 성빈에게 물었다. "성빈 형, 진명 그룹의 옛 직원 중에 조 부회장님 외에 또 퇴사한 사람 있어?"성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 부회장님은 앞으로 맡게 될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사퇴하신 거라고 했잖아. 다른 직원들은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으니 퇴사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지. 시준이가 굳이 그 사람들을 귀찮게 할 필요는 더욱 없고.""그랬구나.""그렇지만 아무래도 진명 그룹은 이름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성빈이 자기 생각을 비췄다. "이제 이 회사와 진명 그룹은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되었으니, 계속 진명 그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이상하잖아.""그래, 성빈 형, 가서 대표님한테 얘기해 봐! 회사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도 정말 이상하긴 해. 대표님이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는 말을
아버지가 삼촌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면, 라엘이가 굶주린 채로 집에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김세연은 라엘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고는, 박시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집을 떠났다.이모님이 김세연에게 줄 물 한 잔을 가지고 왔을 때, 김세연의 차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박시준이 이모님의 손에 들린 물잔을 가져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라엘아, 너 이번 여름 캠프를 퇴소하면서, 아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박시준이 라엘이를 데리고 손을 씻으러 데려가며 말했다. "다음번에 또 그러면 안 돼."라엘이는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손을 씻은 뒤 라엘이는 머릿속에 번뜩 한가지가 떠올랐다: "이모님, 세연 삼촌의 신곡 들어봤어요?"이모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음악을 별로 듣지 않아서요.""세연 삼촌의 이번 신곡, 진짜 좋아요! 제가 들려드릴게요!" 라엘이가 휴대폰을 켜, 스피커로 김세연의 신곡 를 틀었다.그러고는 재생 버튼을 누른 다음, 노래의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노랫소리가 순식간에 1층을 가득 채웠다.박시준은 김세연의 신곡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김세연이 라이브 인터뷰에서 이번 신곡은 어떤 남자를 향해 쓴 곡이며, 자신은 그 남자와 원수같은 사이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 인터뷰를 보자마자 성빈은 김세연이 말하는 그 곡의 주인공이 박시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성빈은 곧바로 박시준에게 김세연의 신곡을 들어보라고 권했다.물론 박시준은 김세연의 신곡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성빈이 그 곡은 김세연이 박시준을 생각하며 쓴 곡이니, 한 번만 꾹 참고 들어보라고 당부했다.노래의 절반 정도가 지나자, 그가 노래를 꺼버렸다.이런 쓸데없이 우는 소리만 가득한 노래는, 정말이지 듣기 힘들었다. 더 들어봤자 시간 낭비였고, 그는 이 노래를 듣는 데 그의 피 같은 시간을 1초도 더 쓰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더 괘씸한 것은, 이 곡은 그를 비난하기 위해 쓴 곡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더욱 듣고 있기 힘들었다.이 곡
미소 짓고 있는 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박시준은 심장이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딸은 이 노래가 그를 향해 쓰인 곡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려고 일부러 그에게 들려준 것이었다.라엘이는 영락없는 그의 딸이었다."라엘아, 이번 여름 캠프는 퇴소해버으니, 앞으로 너의 계획은 뭐야?" 박시준이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라엘: "세연 삼촌이랑 같이 놀러 갈 거예요. 세연 삼촌이 다음 행사 때 같이 가도 된다고 했어요.""다음 행사 때 너를 데리고 가겠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나중에 네가 슈퍼스타가 된다면, 아빤 네가 세연 삼촌의 인지도에 기대서가 아닌, 너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뤄낸 것이길 바라." 박시준이 노파심에 딸에게 당부했다.그런 그의 말에 라엘이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전 그저 세연 삼촌이랑 놀고 싶을 뿐이지, 다른 뜻은 없어요." 잔뜩 인상을 찌푸린 박시준의 모습에, 김세연과 함께 행사에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라엘이가 작은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예전에 엄마랑 같이 지낼 때는, 매년 휴가 때마다 세연 삼촌이랑 놀러 갈 수 있었다고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억울한 마음이 든 라엘이가 눈시울이 붉혔다.그 순간, 갑자기 1층의 손님방에서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지성이가 깨어난 것이다.지성이는 이번 여름 방학부터 조기 교육반에 다니기 시작했다.오후 4시에 조기 교육반의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다.낮 동안 조기 교육반에서 놀다 지친 지성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진아연이 집에 있었다면, 지성이가 이런 오후에 낮잠을 자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간에 잠이 들어버리면, 저녁에 다시 잠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전체 일과가 엉망이 되어버린다.진아연이 집을 비운 이후로, 이모님은 아이들에게 더욱 마음이 약해졌다.지성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이모님이 곧바로 주방에서 나와 지성이를 안아주러 갔다.눈물이 그렁그렁한 라엘이의 자그마한 얼굴을 보자, 박시준은 이내 마음이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