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평온했던 거실에 순식간에 찬 바람이 불었다.박시준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김세연이 그런 오만무도한 말을 내뱉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감히 진아연에게 두 번째 남편을 찾으라는 말을 하다니! 이것은 자신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하는 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박시준이 느끼기에 그는 지금 진아연에게 자신을 두 번째 남편으로 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박시준이 소파에서 일어났다.극도로 화가 난 탓에, 그는 지금 자신이 절름발이인 것도 잊어버린 채 지팡이조차 짚지 않고 일어섰다.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낀 진아연이 곧바로 김세연을 문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우선 라엘이 데리고 나가세요."김세연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곧바로 라엘의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왔다."아연 씨, 왜 이렇게 그를 두려워해요? 아연 씨에게 먼저 잘못한 건 저 사람이에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니겠어요? 아연 씨는 아연 씨가 느꼈던 감정을 되돌려줄 권리가 있어요!" 김세연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그 덕에 박시준은 그의 말을 아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박시준의 표정은 차갑고 어두웠다.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그의 눈은 김세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진아연이 김세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라엘이를 데리고 재빨리 집을 떠났다.그가 떠난 후, 박시준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진아연이 박시준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그녀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방금 김세연이 한 말은, 당신한테 두 번째 남편으로 자기를 들이라는 뜻이었어!" 박시준이 김세연이 한 말의 숨은 의미를 말해 주었다.진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말의 속뜻이 어떠건, 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당신 말투는 어쩐지 좀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 박시준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말했다."지금
"응. 앞으로 두 번 다시 당신과 아이들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는 이미 너무나 괴로웠다."손가락 걸어요."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새끼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그는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그녀의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다."여보, 우리 혼인 관계 증명서는 언제 받으러 가요?" 그녀가 가벼운 이야기로 주제를 돌리며 말했다."월요일에 갈까?""좋죠." 그녀는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예전에 Y국에 있을 때, 김영아가 그녀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했었다. 증명서가 있어야만 비로소 합법적인 부부가 되는 것이라고. 결혼식만 올린 것은 소용이 없다고.그래서 그녀는 혼인 관계 증명서가 줄곧 마음에 걸렸다....병원.하준기의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입원한 뒤로, 하준기는 줄곧 병원에서 어머니를 간호했다.그녀가 아들에게 곁에서 간호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전에 몇 번이나 입원했을 때는, 그녀의 병이 그의 일상에 지장을 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매번 그에게 일이나 잘하라고 말하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여소정의 화에 입원했고, 이번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할 것 같았다."엄마, 방금 의사 선생님이 다녀가셨어요. 혈압이 계속 내려가지 않고 있대요." 하준기가 병상 옆의 의자에 앉아 어머니에게 말을 붙였다. "감정을 잘 조절하시라고 말씀드리래요. 기분 나쁜 일만 생각하고 있으시면 안 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서 건강에 좋지 않대요."하준기의 어머니가 코웃음 쳤다. "나도 화내고 싶지 않아. 나라고 죽고 싶은 줄 아니?""엄마, 전 그런 뜻이 아니라...""준기야. 여소정이 내 말을 듣지 않는 건, 나도 이해할 수 있어. 어쨌든 그 아이는 내 딸이 아니잖니. 그러니 그 아이에게 화를 낼 것도 없지. 그렇지만 넌 내 아들이잖니. 그러니 넌 내 말을 들어야 해.""그래서 제가 엄마 곁에 있으려고 병원에 왔잖아요. 소정이랑 거의 일주일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요." 하준기
그녀는 가방을 열어 두 사람의 서류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류는 다 챙겼어요. 하늘이 무너지다니 무슨 소리예요. 하늘이 무너지는 일 같은 건 없어요.""우린 왜 오늘에서야 증명서를 받으러 가는 거지?" 그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진아연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말을 이었다. "그때 당신이 Y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원래 우린 식을 올린 후에 바로 증명서를 받으러 갈 계획이었어요.""그래도 늦었지. 한이와 라엘이가 벌써 8살인걸.""정확히 말하면 8살 반이죠." 그녀가 그의 말을 정정했다.박시준: "이전에는 나를 믿지 못해서 증명서를 받으러 가지 않은 거지?!"그의 질문에 진아연은 신중히 고민하더니, 쑥쓰러워하며 대답했다. "당시에 전, 이런 서류 절차들이 번거롭게 느껴졌어요. 결혼을 하건, 이혼을 하건 다 번거롭게 느껴졌죠. 두 사람의 관계만 좋다면 사실 이깟 혼인 관계 증명서 한 장쯤 없어도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했어요.""그렇지만 이번엔 당신이 먼저 증명서를 받으러 가자고 했잖아."그녀가 크게 당황했다. "그만 좀 캐물을 수 없어요?""난 그저 당신의 심정이 왜 변한건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제 심정의 변화 과정은 간단해요. 그땐 증명서를 받으러 갈 생각이 없었으니 받으러 가지 않았던 거고, 지금은 받고 싶어졌으니 받으러 가는 것. 그뿐이에요." 그녀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이의 있어요?""없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 참 좋지." 그가 활짝 미소 지었다.오늘 증명서를 받을 생각에 그는 기분이 좋았다.그녀 또한 기분이 좋았다.지금, 이 순간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듯한 기분이었다."사실 혼인 관계 증명서는 별 의미 없어요." 그녀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소정이와 준기 씨는 진작에 증명서를 받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온종일 싸우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잖아요. 소정이 말로는, 준기 씨가 어머니 병실에서 다른 여자랑 선을 봤대요."박시준: "그게 정말 사실일 거라 확신해?"
"사장님이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고 돈을 더 줘요?" 진아연이 그를 놀렸다."오늘은 우리한테 중요한 날이잖아. 기분 좀 내면 어때?""맞아요. 그렇다고 구청의 모든 직원들한테 한턱낼 생각인 건 아니겠죠?" 그녀는 돈 문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지 그의 행동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을 뿐이다."결혼 답례품을 가져왔어." 그는 돌아서서 경호원이 있는 쪽을 향해 눈짓했다.경호원이 손에 검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결혼 답례품을 준비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은 결혼 답례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시준 씨,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썼네요. 그럼, 당신 회사 직원들에게도 결혼 답례품을 나눠 줄 거예요?"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직원들에게는 우리 결혼식 때 이미 나눠줬지.""아, 그랬죠, 참. 사실 우리 결혼식은 고작 두 달 전인데, 굉장히 오래전의 일 같은 느낌이에요.""그러게." 박시준이 직원에게서 신청서를 받아와 그녀에게 한 부를 건넸다.그녀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곧바로 직원에게 물었다. "저와 남편은 재혼이에요, 그래도 처음 증명서 받을 때와 절차가 같은가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도 신청서를 작성해주셔야 해요.""알겠습니다." 그녀가 마음을 놓았다.첫 혼인 관계 증명서는 그녀가 직접 와서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오늘이 생에 처음으로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받는 날이었다.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 작성한 곳은 없는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신청서를 작성한 후, 그녀는 그의 신청서도 가져와 꼼꼼히 확인했다.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두 신청서를 직원에게 건넸다."여보, 긴장돼요?""그럭저럭. 긴장은 결혼식 때 더 긴장됐지." 박시준이 대답했다. "결혼식 때는 모두가 다 아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여기에는 우릴 아는 사람이 없잖아.""박 대표님, 대표님께선 저희를 모르시겠
스타팰리스 별장.박시준이 돌아왔을 때, 성빈이 지성이를 안고 즐겁게 놀아주고 있었다.박시준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아들과 그렇게 친했어?""그럼! 내가 종종 보러 왔는걸! 그러니 당연히 친할 수밖에." 성빈은 그가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물었다. "아연 씨는? 최은서가 아연 씨한테 선물을 전해주라고 했는데.""여소정 씨를 만나러 갔어." 박시준이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준기한테 들은 건 없어?""없어. 둘이 또 싸웠대? 아니면 아이 이름 때문에 그래?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성질이 너무 급해.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아이가 태어난 뒤에 싸워도 늦지 않다고!"이모님이 다가와 지성이를 받아 안았다.박시준이 혼인 관계 증명서를 이모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 좀 제 서재의 서랍 안에 넣어주세요."이모님이 혼인 관계 증명서를 건네받고는, 지성이를 안고 서재로 향했다.성빈은 최은서가 진아연에게 전해주라고 준 선물을 박시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네가 열어봐.""뭐 좋은 게 있다고." 박시준이 선물 상자를 탁자 위에 놓았다."이 선물을 사려고 최은서가 한 달 치 월급을 썼어." 성빈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최은서 말로는, 자기한테 가장 고마운 사람이 바로 진아연 씨래. 그래서 나더러 이 선물을 전해 주라더라.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야."성빈의 말에 박시준이 선물 상자를 가져와 열어 보았다.상자 안에는 목걸이 하나가 있었다. 비싼 가격의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진아연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그는 상자를 닫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아직 최은서를 만난 적은 없지?" 성빈이 말했다. "지금 최은서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 이제는 너도 최은서를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박시준이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여자 좋아해? 그 여자도 너를 좋아한다면, 난 상관없어."성빈: "시준아, 너 내가 최은서를 좋아한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들어온 순간부터 내내 그 여자
진아연이 온 이후로, 그녀는 피스타치오를 거의 500g을 넘게 먹어 치웠다."소정아, 그만 먹어. 견과류를 많이 먹으면 화는 좀 가라앉을지 몰라도 위에는 좋지 않을 거야.""아... 엄마가 견과류를 많이 먹으라더라고. 그럼, 아이가 똑똑해진대." 여소정이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무리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도 적당히 먹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몸이 소화를 못 시켜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진아연이 말했다.여소정이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의 감정이랑 비슷하네. 너무 좋아도 좋지 않잖아. 싸우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격하게 싸우니 말이야.""지금 준기 씨랑은 어떻게 됐어?" 진아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연락 안 했어. 우선 진정부터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하려고!" 여소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준기 씨는 이미 새 애인을 만나 아이까지 가졌을지도 모르지.""준기 씨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남자를 믿느니, 나 자신을 믿는 게 나아." 여소정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너한텐 불평 안 할래. 넌 오늘 막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받았잖아. 두 사람이 드디어 좋은 날을 맞았네, 정말 축하해. 이제 시준 씨랑 잘 지내. 더는 서로 의심하거나 질투하지 말고. 준기 씨랑 수없이 싸워 본 경험자로서 말하는데, 싸우고 나면 받는 마음의 상처가 꽤 커.""이론적으로는 나도 알고 있지. 그렇지만 살면서 일어나는 어떤 일 중에는, 정말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들도 있어.""아연아, 그 말, 정말이지 내 마음에 꼭 와닿는다. 매번 준기 씨한테 화를 낼 때마다, 사실 내 마음이 더 아팠거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속이 터져 죽어버릴 것만 같았고!" 여소정이 그녀의 품에 와락 안기며 하소연했다. "사실 나중에 산전 검사를 하러 갈 때 준기 씨랑 함께 가기로 했어. 그런데 지금 난 준기 씨한테 다시 연락할 엄두도 안 나.""내가 준기 씨한테 전화를 한번 해볼까?""됐어. 나와 준기 씨
그녀는 미간 사이를 문지른 뒤, 눈을 떠 창밖을 내다보았다.창밖의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높은 빌딩과 화단, 그리고 쉬지 않고 이어지는 차들의 행렬이 선명하게 보였다.최근에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일까?예전에 그녀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Y국에서 수술받기 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퇴원 후에 재검사를 받았고, 재검사 결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어쩌면 최근에 너무 피곤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제 그녀와 박시준은 혼인 관계 증명서도 받았으니,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앞으로는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일만 남았다.아마 며칠 쉬고 나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차는 빠른 속도로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향했다.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지성이는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박시준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이모님이 그녀에게 방에 돌아가 쉬라고 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졸리지 않았다."오늘 성빈 씨가 오셨었는데, 선물을 가지고 오셨어요. 은서 씨가 한 달 치 월급을 다 써서 사모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던데요!" 이모님이 말했다. "은서 씨는 참 마음이 깊은 사람인 것 같아요."진아연은 매우 놀랐다. "은서 씨가 힘들게 번 돈으로 제 선물을 샀다니, 제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이렇게 비싼 물건을요.""사모님께서도 나중에 선물 하나 해드리면 되죠. 은서 씨는 이 선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한 거예요. 거절하시면 속상해할 거예요." 이모님이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은서 씨는 사모님께 드릴 선물만 보내왔어요, 대표님 건 없었고요.""두 남매는 아직 만난 적이 없잖아요. 시준 씨는 은서 씨를 동생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고, 은서 씨도 누구한테 알랑거리는 사람이 아니니까요.""그래 보여요. 은서 씨는 자기 사람한테만 잘하는 타입 같아요.""맞아요, 선물은 어디 있어요?""지성 도련님이 망가뜨리실까 봐, 대표님께서 침실로 가지고 올라가셨어요." 이모님의 말이 끝나자 진아연은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방에 들어갔을
박시준: "...""어디 불편한 곳도 없으니, 그냥 피곤해서 그랬던 걸 거예요." 그녀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좀 자야겠어요.""그래."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떠나지 않았다.그녀의 호흡이 일정해진 뒤에야 그는 방에서 나왔다.그가 거실로 나오자, 지성이가 그를 바라보았다."아들, 매일 집에서만 노니까 지루하지 않아?" 박시준이 아들의 곁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조기 교육반에 가고 싶지 않니?"지성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조기 교육반은 지성이가 첫 돌이 지날 때까지는 기다려 주세요." 이모님이 말했다. "아무래도 항상 혼자 집에 있으니 지루할 만도 하죠. 함께 놀 또래 친구가 없으니 말이에요.""그럼, 그때 아연이와 상의해 볼게요.""아연 씨는 조기 교육반에 대한 말을 꺼낸 적이 없어요. 아마 자제분들이 댁에서 지내시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이모님이 말을 이었다. "예전에 지성이와 단지 내에서 놀고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듣게 됐어요. 손자가 유치원에 간 이후로 매일 병을 달고 산다지 뭐예요. 집에만 있을 땐 아픈 적이 없었는데,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대요."박시준이 놀라 얼어붙었다. "그럼, 지성이는 조기 교육반에 보내지 않는 걸로 하죠."그는 그저 아들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더 즐겁게 지내길 바랬을 뿐이다.아이들이 함께 모여있을 때 더 쉽게 병에 걸리는 거라면, 혼자 지내더라도 집에 있는 편이 더 나았다!"대표님, 지성이 좀 봐주세요. 전 주방에 올려둔 국 좀 보고 올게요."이모님이 말을 마친 뒤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그러자 지성이도 곧바로 장난감을 끌어안고는 이모님을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아가, 네가 주방에 따라가서 뭐 하려고? 아빠가 놀아줄게!" 박시준이 재빨리 아들을 쫓아가 안아 들며 말했다. "아빠가 엄마와 누나의 사진을 보여줄까? 형 사진도 있고... 형 본 지 오래되었지? 네 첫 번째 생일 때, 우리가 가서 형을 데려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