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은 그의 연락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지금 당신과 시은이에 대한 일을 얘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전화 저편은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은이의 몸이 아직 회복한 상태도 아닌데, 그리 급한가요?"위정은 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사실 이는 위정이 얘기하려고 한 게 아니라시은이가 바라는 일이었다.이에 위정은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지만이대로라면 그가 배후에서 주도한 일이라고 오해를 받을 게 분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 볼게요." 위정은 담담하게 말했지만박시준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한테는 아직 궁금한 점이 남아있었다."그럼 본인이 아연이와 시은이에 대한 감정은 구분할 수 있어요?" 박시준은 그한테 딱 잘라 물었다. "전에 아연이를 좋아하더니 왜 갑자기 시은이를 좋아하는 거죠?""진아연을 좋아했다고 다른 여자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요?" 위정은 떳떳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 "진아연은 이쁠 뿔만 아니라 성격도 유하고 능력도 뛰어나죠.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그럼 시은이와 함께 하기로 한 이유가 지배하기 쉬워서 선택한 거예요? 원하는 게 뭐예요?" 박시준은 딱 잘라 자기 생각을 물었다."박시준 씨, 시은 씨는 당신의 친동생이 아니에요. 제가 그녀와 함께 하기로 한 결정으로 인해 당신한테 의심 외의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위정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올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아요."박시준은 그가 아직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해 말을 잇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당신의 여동생이라면 오히려 함께 있기 꺼렸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그녀는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저희는 단지 함께 남은 생을 함께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박시준은 이제 위정의 뜻을 대략 이해했다.위정은 원래부터 야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B국을 떠나 A국으로 돌아간 후 그의 원장 아버님의 도움 없이 평범한 의사를 선택했다. 이로써
"아무래도 오늘 연설은 단독으로 하시는 것이 아니다 보니,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웃으며 설명했다. "사회자가 평소에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하시는지, 그리고 학교에 대한 어머니의 견해는 어떠신지에 대한 질문을 드릴 거예요. 편하게 대답해주시면 됩니다."진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공식적이고 상투적인 말이라면, 그녀에게는 전혀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30분 후 라엘이의 댄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뜨거운 박수갈채 속에서, 사회자가 진아연을 무대로 초청했다.진아연은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무대에 올랐다.방금 라엘이가 무대에서 공연할 때, 그녀는 휴대폰으로 모든 장면을 녹화했다.라엘이의 춤 솜씨가 이렇게 뛰어난 줄 진작 알았더라면, DSLR 카메라를 가져왔을 것이다.그녀는 무대에 올라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라엘 어머니,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어 학교 행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엘 아버지께서도 자리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사회자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사회자의 질문에 객석의 몇몇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박시준이 휠체어를 타고 퇴원했다는 소식이 최근 며칠 동안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었다.객석의 초등학생들도 알 법한 것을, 사회자가 정말 몰랐을까?진아연이 미소로 당황스러움을 무마했다. "라엘이 아버지는 몸이 좋지 못해서 함께 오지 못했어요.""정말 아쉽네요. 라엘 아버지의 다리를 부러뜨린 게 라엘 어머니가 아닌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사회자가 웃으며 말했다. "제 생각엔 아닐 것 같아요. 라엘이처럼 훌륭한 아이는 분명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을 테죠.".사회자의 말에 진아연이 말을 이었다. "물론 저와 라엘이 아버지는 금슬이 아주 좋아요. 하지만 화목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도 아이는 얼마든지 훌륭하게 자랄 수 있어요.""그렇군요. 어머니께서는 평소에 라엘이에게 거는 기대가 큰 편이신가요?""제가 라엘이에게 바라는 것은, 모든 일에
김세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평온했던 거실에 순식간에 찬 바람이 불었다.박시준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김세연이 그런 오만무도한 말을 내뱉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감히 진아연에게 두 번째 남편을 찾으라는 말을 하다니! 이것은 자신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하는 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박시준이 느끼기에 그는 지금 진아연에게 자신을 두 번째 남편으로 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박시준이 소파에서 일어났다.극도로 화가 난 탓에, 그는 지금 자신이 절름발이인 것도 잊어버린 채 지팡이조차 짚지 않고 일어섰다.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낀 진아연이 곧바로 김세연을 문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우선 라엘이 데리고 나가세요."김세연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곧바로 라엘의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왔다."아연 씨, 왜 이렇게 그를 두려워해요? 아연 씨에게 먼저 잘못한 건 저 사람이에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니겠어요? 아연 씨는 아연 씨가 느꼈던 감정을 되돌려줄 권리가 있어요!" 김세연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그 덕에 박시준은 그의 말을 아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박시준의 표정은 차갑고 어두웠다.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그의 눈은 김세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진아연이 김세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라엘이를 데리고 재빨리 집을 떠났다.그가 떠난 후, 박시준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진아연이 박시준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그녀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방금 김세연이 한 말은, 당신한테 두 번째 남편으로 자기를 들이라는 뜻이었어!" 박시준이 김세연이 한 말의 숨은 의미를 말해 주었다.진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말의 속뜻이 어떠건, 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당신 말투는 어쩐지 좀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 박시준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말했다."지금
"응. 앞으로 두 번 다시 당신과 아이들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는 이미 너무나 괴로웠다."손가락 걸어요."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새끼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그는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그녀의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다."여보, 우리 혼인 관계 증명서는 언제 받으러 가요?" 그녀가 가벼운 이야기로 주제를 돌리며 말했다."월요일에 갈까?""좋죠." 그녀는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예전에 Y국에 있을 때, 김영아가 그녀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했었다. 증명서가 있어야만 비로소 합법적인 부부가 되는 것이라고. 결혼식만 올린 것은 소용이 없다고.그래서 그녀는 혼인 관계 증명서가 줄곧 마음에 걸렸다....병원.하준기의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입원한 뒤로, 하준기는 줄곧 병원에서 어머니를 간호했다.그녀가 아들에게 곁에서 간호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전에 몇 번이나 입원했을 때는, 그녀의 병이 그의 일상에 지장을 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매번 그에게 일이나 잘하라고 말하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여소정의 화에 입원했고, 이번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할 것 같았다."엄마, 방금 의사 선생님이 다녀가셨어요. 혈압이 계속 내려가지 않고 있대요." 하준기가 병상 옆의 의자에 앉아 어머니에게 말을 붙였다. "감정을 잘 조절하시라고 말씀드리래요. 기분 나쁜 일만 생각하고 있으시면 안 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서 건강에 좋지 않대요."하준기의 어머니가 코웃음 쳤다. "나도 화내고 싶지 않아. 나라고 죽고 싶은 줄 아니?""엄마, 전 그런 뜻이 아니라...""준기야. 여소정이 내 말을 듣지 않는 건, 나도 이해할 수 있어. 어쨌든 그 아이는 내 딸이 아니잖니. 그러니 그 아이에게 화를 낼 것도 없지. 그렇지만 넌 내 아들이잖니. 그러니 넌 내 말을 들어야 해.""그래서 제가 엄마 곁에 있으려고 병원에 왔잖아요. 소정이랑 거의 일주일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요." 하준기
그녀는 가방을 열어 두 사람의 서류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류는 다 챙겼어요. 하늘이 무너지다니 무슨 소리예요. 하늘이 무너지는 일 같은 건 없어요.""우린 왜 오늘에서야 증명서를 받으러 가는 거지?" 그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진아연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말을 이었다. "그때 당신이 Y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원래 우린 식을 올린 후에 바로 증명서를 받으러 갈 계획이었어요.""그래도 늦었지. 한이와 라엘이가 벌써 8살인걸.""정확히 말하면 8살 반이죠." 그녀가 그의 말을 정정했다.박시준: "이전에는 나를 믿지 못해서 증명서를 받으러 가지 않은 거지?!"그의 질문에 진아연은 신중히 고민하더니, 쑥쓰러워하며 대답했다. "당시에 전, 이런 서류 절차들이 번거롭게 느껴졌어요. 결혼을 하건, 이혼을 하건 다 번거롭게 느껴졌죠. 두 사람의 관계만 좋다면 사실 이깟 혼인 관계 증명서 한 장쯤 없어도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했어요.""그렇지만 이번엔 당신이 먼저 증명서를 받으러 가자고 했잖아."그녀가 크게 당황했다. "그만 좀 캐물을 수 없어요?""난 그저 당신의 심정이 왜 변한건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제 심정의 변화 과정은 간단해요. 그땐 증명서를 받으러 갈 생각이 없었으니 받으러 가지 않았던 거고, 지금은 받고 싶어졌으니 받으러 가는 것. 그뿐이에요." 그녀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이의 있어요?""없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 참 좋지." 그가 활짝 미소 지었다.오늘 증명서를 받을 생각에 그는 기분이 좋았다.그녀 또한 기분이 좋았다.지금, 이 순간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듯한 기분이었다."사실 혼인 관계 증명서는 별 의미 없어요." 그녀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소정이와 준기 씨는 진작에 증명서를 받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온종일 싸우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잖아요. 소정이 말로는, 준기 씨가 어머니 병실에서 다른 여자랑 선을 봤대요."박시준: "그게 정말 사실일 거라 확신해?"
"사장님이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고 돈을 더 줘요?" 진아연이 그를 놀렸다."오늘은 우리한테 중요한 날이잖아. 기분 좀 내면 어때?""맞아요. 그렇다고 구청의 모든 직원들한테 한턱낼 생각인 건 아니겠죠?" 그녀는 돈 문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지 그의 행동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을 뿐이다."결혼 답례품을 가져왔어." 그는 돌아서서 경호원이 있는 쪽을 향해 눈짓했다.경호원이 손에 검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결혼 답례품을 준비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은 결혼 답례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시준 씨,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썼네요. 그럼, 당신 회사 직원들에게도 결혼 답례품을 나눠 줄 거예요?"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직원들에게는 우리 결혼식 때 이미 나눠줬지.""아, 그랬죠, 참. 사실 우리 결혼식은 고작 두 달 전인데, 굉장히 오래전의 일 같은 느낌이에요.""그러게." 박시준이 직원에게서 신청서를 받아와 그녀에게 한 부를 건넸다.그녀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곧바로 직원에게 물었다. "저와 남편은 재혼이에요, 그래도 처음 증명서 받을 때와 절차가 같은가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도 신청서를 작성해주셔야 해요.""알겠습니다." 그녀가 마음을 놓았다.첫 혼인 관계 증명서는 그녀가 직접 와서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오늘이 생에 처음으로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받는 날이었다.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 작성한 곳은 없는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신청서를 작성한 후, 그녀는 그의 신청서도 가져와 꼼꼼히 확인했다.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두 신청서를 직원에게 건넸다."여보, 긴장돼요?""그럭저럭. 긴장은 결혼식 때 더 긴장됐지." 박시준이 대답했다. "결혼식 때는 모두가 다 아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여기에는 우릴 아는 사람이 없잖아.""박 대표님, 대표님께선 저희를 모르시겠
스타팰리스 별장.박시준이 돌아왔을 때, 성빈이 지성이를 안고 즐겁게 놀아주고 있었다.박시준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아들과 그렇게 친했어?""그럼! 내가 종종 보러 왔는걸! 그러니 당연히 친할 수밖에." 성빈은 그가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물었다. "아연 씨는? 최은서가 아연 씨한테 선물을 전해주라고 했는데.""여소정 씨를 만나러 갔어." 박시준이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준기한테 들은 건 없어?""없어. 둘이 또 싸웠대? 아니면 아이 이름 때문에 그래?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성질이 너무 급해.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아이가 태어난 뒤에 싸워도 늦지 않다고!"이모님이 다가와 지성이를 받아 안았다.박시준이 혼인 관계 증명서를 이모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 좀 제 서재의 서랍 안에 넣어주세요."이모님이 혼인 관계 증명서를 건네받고는, 지성이를 안고 서재로 향했다.성빈은 최은서가 진아연에게 전해주라고 준 선물을 박시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네가 열어봐.""뭐 좋은 게 있다고." 박시준이 선물 상자를 탁자 위에 놓았다."이 선물을 사려고 최은서가 한 달 치 월급을 썼어." 성빈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최은서 말로는, 자기한테 가장 고마운 사람이 바로 진아연 씨래. 그래서 나더러 이 선물을 전해 주라더라.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야."성빈의 말에 박시준이 선물 상자를 가져와 열어 보았다.상자 안에는 목걸이 하나가 있었다. 비싼 가격의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진아연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그는 상자를 닫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아직 최은서를 만난 적은 없지?" 성빈이 말했다. "지금 최은서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 이제는 너도 최은서를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박시준이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여자 좋아해? 그 여자도 너를 좋아한다면, 난 상관없어."성빈: "시준아, 너 내가 최은서를 좋아한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들어온 순간부터 내내 그 여자
진아연이 온 이후로, 그녀는 피스타치오를 거의 500g을 넘게 먹어 치웠다."소정아, 그만 먹어. 견과류를 많이 먹으면 화는 좀 가라앉을지 몰라도 위에는 좋지 않을 거야.""아... 엄마가 견과류를 많이 먹으라더라고. 그럼, 아이가 똑똑해진대." 여소정이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무리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도 적당히 먹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몸이 소화를 못 시켜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진아연이 말했다.여소정이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의 감정이랑 비슷하네. 너무 좋아도 좋지 않잖아. 싸우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격하게 싸우니 말이야.""지금 준기 씨랑은 어떻게 됐어?" 진아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연락 안 했어. 우선 진정부터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하려고!" 여소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준기 씨는 이미 새 애인을 만나 아이까지 가졌을지도 모르지.""준기 씨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남자를 믿느니, 나 자신을 믿는 게 나아." 여소정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너한텐 불평 안 할래. 넌 오늘 막 혼인 관계 증명서를 받았잖아. 두 사람이 드디어 좋은 날을 맞았네, 정말 축하해. 이제 시준 씨랑 잘 지내. 더는 서로 의심하거나 질투하지 말고. 준기 씨랑 수없이 싸워 본 경험자로서 말하는데, 싸우고 나면 받는 마음의 상처가 꽤 커.""이론적으로는 나도 알고 있지. 그렇지만 살면서 일어나는 어떤 일 중에는, 정말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들도 있어.""아연아, 그 말, 정말이지 내 마음에 꼭 와닿는다. 매번 준기 씨한테 화를 낼 때마다, 사실 내 마음이 더 아팠거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속이 터져 죽어버릴 것만 같았고!" 여소정이 그녀의 품에 와락 안기며 하소연했다. "사실 나중에 산전 검사를 하러 갈 때 준기 씨랑 함께 가기로 했어. 그런데 지금 난 준기 씨한테 다시 연락할 엄두도 안 나.""내가 준기 씨한테 전화를 한번 해볼까?""됐어. 나와 준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