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는 머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임신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검사라 필요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진아연은 컬러 초음파 결과서를 손에 들며 말했다."아, 아이가 박시준 씨의 아이라고 했죠? 3개월 뒤에 친차 확인 검사를 하자고요.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하! 해요! 하자고요! 제가 두려워할 거 같아요?!" 김영아는 컬러 초음파 결과서를 유모에게 준 뒤, 침대로 걸어가 말했다. "오늘 시준 씨 약 처방은 했나요? 회진하러 안 와요?""시간이나 먼저 보지 그래요?" 진아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의사 회진 왔었고. 처방 약에 문제가 있어 제가 다시 바꿔오라고 했어요."김영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진아연 역시 의사였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진아연의 비해 그녀는 보호자로서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기분이 들었다."아가씨, 화를 내지 마시고 곁에서 간호하라고 하세요. 이런 힘든 일을 아가씨께서 하실 필요는 없으시잖아요? 박 대표님께서 일어나신 뒤, 집에 돌아가시면 되죠. 그렇죠?" 유모는 김영아에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푹 쉬어야 한다고 했으니 집으로 돌아가시죠!"김영아는 고집을 피웠다. "만약... 시준 씨가 일어나서 절 보지 않으면요...""경호원을 배치하면 되죠. 박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바로 알릴 수 있게 말이에요."김영아는 붉은 입술을 오므리며, 고민했다."아가씨, 가시죠! 진아연 씨랑 같이 있어봤자 기분이 안 좋으시잖아요." 유모가 계속해서 설득했다.박시준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확실히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무의미하기도 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태교에 집중하는 것이었다.그렇게 그녀는 생각하며 병실에서 나갔다.김영아가 떠난 뒤, 간호사가 새롭게 처방된 약을 가지고 들어왔다."주세요." 진아연이 간호사에게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간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 선
그녀는 박시준이 그녀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김영아의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면 그녀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A국.하준기는 밤새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이 되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아침 8시. 그의 부모님이 집에 찾아왔다.그는 묻지 않아도 유모가 부모님에게 여소정의 일에 대해 말했다고 생각했다."준기야, 어떻게 생각하니?"하준기는 혼란스러웠다. "이렇게까지 오셔서 진지하실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요? 소정이랑은 하루 이틀 싸운 것도 아니고...""아, 그래?""... 저희 둘의 문제입니다." 하준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전 좀 더 자야 할 거 같아요... 두 분도 가서 쉬세요!""네가 우리와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소정이 집에 찾아갈 수밖에 없단다." 하준기 어머니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아! 어머니! 그러지 마세요!" 하준기는 급히 붙잡았다. "저희 그냥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에요! 그러니 찾아가지 마세요.""시간이 뭐가 그렇게 필요하니? 그저 우리가 보기에는 둘 다 피하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하준기 어머니는 아들을 쳐다보았다. "네가 소정이를 많이 좋아하고 헤어지기 싫은 거 잘 안다. 우리도 아이 문제로 너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소정이랑 언젠가는 아이 문제로...""아니요! 전 그냥 소정이가 밖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입니다! 아이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소정이가 밖에서 사업하는 게 싫은 것이냐? 넌 그 집안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구나?"하준기는 부모님의 반문에 말문이 막혔다."준기야, 소정이를 많이 이해해 줘야지. 소정이를 비난하면 안 돼." 하준기 어머니는 말했다. "이제 아이 문제로 소정이에게 강요하지 말거라. 의사 역시 임신하기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니?""... 정말이에요?" 하준기는 깜짝 놀라며 부모님을 바라보았다."그래. 나와 네 아버지는 다른 방법을
여소정의 호기심이 발동했다.그녀는 유모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저랑 관련된 건가요?"유모는 망설이며 말했다. "관계가 있다면 관계가 있죠...! 아이들 문제로... 아, 관계가 없는 건가...""아이에 관한 일인데 왜 저랑 관계가 없다는 거죠?" 여소정은 예쁜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하세요. 정확하게."유모는 당황스러웠다. "저... 소정 씨, 들으시면 분명히 화가 나실 거예요... 그러니 그냥 못 들은 걸로 하세요!""말하지 않으시면 하준기한테 직접 물어보죠!""아아! 제가 말씀드릴게요." 유모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그게... 준기 도련님에게 대리모 관련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화를 엄청 내셨어요. 아이를 가지는 게 힘들다면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되는 거 아니냐 하시면서요. 그렇게 해도 안주인은 여전히 사모님이시고. 사업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요..."여소정은 누군가에게 한 대 맞은 것처럼 빨개졌다. "알겠어요! 제가 왔다고 말하지 마세요!"여소정은 화가 너무 나서 가방을 소파에 두고 왔다는 것을 잊었다.점심. 하준기는 자존심까지 다 버리고 여소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오후 4시. 하준기는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하준기는 처음에는 짜증이 몰려왔지만, 하루 종일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는 일찍 일을 마치고 여소정의 본가로 차를 몰았다.여소정의 어머니는 집에 있었다.여소정의 어머니는 하준기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준기야, 요즘 소정이가 접대하는 거 때문에 너무 미워하지 말렴. 사실 우리 바깥양반이 소정이한테 스트레스를 준 거니까.""어머니, 저 이제 화 안 나요. 여자가 사업을 하는 거... 멋있는 일이에요.""우리는 항상 네게 감사함을 느낀단다. 나와 소정이 아버지 외에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 너뿐이니까." 여소정의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 소정이가 전화를 받지
"하루 종일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요... 저도 여기 있겠습니다!" 경호원은 침대로 걸어가 박시준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누워만 계시는 겁니까?""응.""살아있는 시체가... 이런 거겠죠?" 경호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깨어나실 수 있으실까요?""심각하다면 일반 병동이 아니라 중환자실에 있겠죠." 진아연은 탕을 한 모금 떠먹으며 말했다. "일어날 거예요.""네, 그러면 다행입니다." 경호원이 그녀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대표님, 저는 대표님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김형문, 김영아의 상대로 이렇게 버티시다니. 병실에서 김영아를 내쫓으시고. 정말 박시준 대표님의 여자 다우십니다."진아연은 그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고, 얼굴이 빨개졌다. "김영아 씨는 지금 임신한 상태에요. 그래서 조심할 뿐.""아...! 그런 거였군요!""밤에 식사 가져올 때, 제 캐리어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진아연이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경호원이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진아연은 식사를 마친 뒤, 도시락을 버렸다.그리고 아침에 왔던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진아연은 그녀를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진 선생님, 박 대표님, 깨어나셨나요?" 병실 문밖으로 김형문의 집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간호사는 말을 돌려 물었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병실로 들어온 뒤, 문을 닫았다."진 선생님, 정확한 건 제가 알지는 못했지만. 김영아 씨 수술은 원장님께서 직접 했다고 들었습니다." 간호사가 말했다.진아연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김형문의 집과 관련된 모든 일은 특히나 가족에 관한 모든 것은 비공개일 것이다."하지만 다른 이상한 말을 들었어요." 간호사가 목소리를 갑자기 낮추며 말했다. "시험관 아기 수술을 하려면 절차랑 꽤 많은 시일이 걸리잖아요. 진 선생님은 의사시니깐 잘 아실 거예요. 근데 그런 절차가 하나도 없어서 바로 이식을 한 게 아닌가 말하더라고요. 대체... 그러면 그 아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아버지
"대표님, 가만히 서서 뭐 하세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셨잖아요!" 진아연은 그저 멍하게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진아연은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제정신을 되찾았다."잠깐만요. 방금 일어난 사람한테... 조용히 좀 해봐요." 그녀는 경호원을 병실 밖으로 밀쳐내며 말했다. "밖에서 기다리세요. 명령 없이 들어오시면 안 돼요."경호원을 밀어낸 뒤, 재빨리 병원 침대로 돌아갔다.박시준의 눈이 감겨져 있었다!진아연은 자신의 눈을 비비며 방금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방금 경호원도 보지 않았는가?분명 그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닌 박시준이 깨어난 것이다.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망설이고 있을 때, 그가 다시 눈을 떴다."시준 씨!" 그녀는 재빨리 말했다. "시준 씨!"박시준이 그녀를 쳐다보았다."저, 저예요...! 진아연!" 그녀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김형문 씨도 죽었으니 퇴원하면 이제 같이 돌아가요...!"그녀는 이 한 마디를 그에게 말하는 것이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졌다."시준 씨,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많이 아플 거라는 거 알아요.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어요..." 진아연은 그의 큰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알았어..." 그는 매우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가 병원에서 퇴원하면 함께 돌아갈 것이다.진아연의 눈가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그가 자신의 어떤 말에 대답을 했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그가 깨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저녁. 김영아는 도시락을 든 채로 돌아왔다.박시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바로 유모에게 죽을 준비하라고 했다."시준 씨!" 김영아는 도시락을 캐비닛 쪽에 올려두고 바로 병원 침대로 향했다. 박시준은 눈을 크게 떴고, 그녀는 부드럽게 물었다. "시준 씨... 기분은 어때요? 제가 가지고 온 이것 좀 먹어봐요..."그때 유 부원장이 그녀를 방해했다. "아가씨, 지금 뭘 드시기에는 좀 힘드십니다. 가벼운 죽만 좀 드실 수 있습니다."
유모는 김영아를 부축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여기서 무너지시면 안 돼요. 뱃속에 아이를 생각하셔야죠!"김영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박시준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완전 달라졌다.유모는 병실에서 김영아를 부축해서 나왔다."아가씨, 왜 거기서 억울하게 있으려고 하세요?" 유모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리고 봉민 씨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적어도 봉민 씨는 아가씨를 생각하지만... 박시준 대표님께서는 전혀 아가씨를 생각하지도 않잖아요!"김영아는 목이 탁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뱃속에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절대 이렇지 않을 거예요."유모는 그녀가 미련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벼랑 끝에 몰릴 때, 누가 그녀의 편인지 알게 될 것이다."아가씨, 임신 3개월도 안 됐으니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그러니 돌아가시죠!" 유모가 말했다. "박시준 대표님께서도 바로 퇴원은 못하실 테니 친자 감정 결과서를 보내서 어떤 선택을 하실지 지켜보면 돼잖아요."김영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해요." 유모는 그녀를 상기시켰다. "만에 하나 박시준 대표님께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강해지셔야 해요.""그렇게 못하면 어떻게 하죠?" 김영아는 충혈된 눈으로 절규했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강하지 못하면 저는 그냥 죽은 목숨인가요...?"유모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들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고, 그 안에는 봉민이 서 있었다.유모의 눈은 봉민을 보자마자 눈이 반짝거렸다. "봉민 씨, 아가씨 데리고 산책 좀 가세요! 전 이만."유모는 말을 마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봉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김영아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박시준 씨가 일어났다고 하던데요. 병실에 안 계시고 왜
그녀는 임신을 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휴대폰 좀 빌려주세요."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유모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유모는 바로 휴대폰을 가져와 그에게 건넸다.그는 유모의 휴대폰을 사용하여 여소정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몇 초 뒤, 통화가 연결됐다."여소정, 확실하게 말해줘! 대체 내가 뭘 했다는 거야? 왜 나랑 끝내겠다고 하는 건데?!" 하준기는 좋게 그녀와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지만, 전화가 연결되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지금 누구 휴대폰으로 전화한 거야?""유모님! 너 정말 유치한 거 알아? 네가 아직도 최은서 씨와 같은 철없는 여자 애인 줄 알아? 예전부터 화만 나면 나부터 차단이나 하고 말이야!"여소정은 그의 화난 목소리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차단하고 싶으면 차단하는 거지. 그게 왜? 다른 여자나 신경 쓰지. 나한테 왜 전화한 거야?"하준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모를 쳐다보았다. "소정이가 왔을 때, 부모님께서 자리 안 계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설마 부모님이 하신 말을 소정이한테 얘기했나요?"유모는 고개를 숙였다. "준기 도련님, 저는 그냥 소정 씨를 설득하고 싶어서...""... 꺼져요!" 하준기가 분노했다.뚜뚜뚜ㅡ 여소정이 전화를 끊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하준기 손에 들린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며 박살 났다!Y국.박시준은 죽을 몇 입 먹은 뒤, 눈살을 찌푸렸다.진아연은 그릇을 옆으로 치우고 티슈로 입을 닦았다.의사와 간호사가 병실에서 나갔다.두 사람 외에 병실에는 진아연의 경호원도 있었다.경호원은 진아연에게 음식을 가져다줬다.예전에 병실 밖을 지키고 있던 김형문의 집 경호원들은 모두 떠났기 때문에 이제 아무렇지 않게 들어왔다."김영아 씨 엄청 속상해하던데요." 경호원은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김영아를 비웃으며 말했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본다?"진아연은 경호원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는 박시준의 병원복의 단추
그가 정신을 차린 뒤, 가장 길게 말한 것이었다.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다 말했다. "전 당신을 원래 믿었어요. 근데 김영아 씨가 이 아이가 당신의 아이라길래... 그래서 다시 물어본 거예요.""그렇게 말했다고?""네. 라엘이한테 먼저 그렇게 말했어요." 진아연은 다시 수건을 들어 그의 몸을 천천히 닦았다. "라엘이가 정말 속상해하며 울었어요. 라엘이가 당신을 엄청 걱정했죠."박시준은 그 말을 듣자 동요하기 시작했다."시준 씨, 화내지 마요. 라엘이한테 이미 제가 다 말했으니까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감싸며 말했다. "김영아 씨가 절 속였어요. 전화도 안 받고. 그래서 의심이 돼서 산이 오빠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했죠. 역시나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았어요.""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나한테 다시 물은 거지?" 그가 다시 물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이들을 가지고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김영아 씨가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할 거라고는... 이런 일로 저를 속일 거라고는..."그녀는 말을 마치며 탁자 위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수건을 내려놓고는 휴대폰을 보았고, 라엘이에게 걸려온 전화라는 것을 알고 바로 받았다.그녀 역시 라엘이가 얼른 그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엘아, 아빠가 일어났어!" 진아연은 카메라를 박시준 쪽으로 돌렸다.라엘이 역시 박시준을 보자 신이 나서 말했다. "아빠! 드디어 일어났어요?! 라엘이가 정말 걱정했어요!"박시준은 딸의 웃는 얼굴과 목소리를 들으며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아빠, 괜찮아.""아빠, 왜 맞았어요? 누가 때린 거예요? 이름을 말해주세요. 라엘이가 크면 복수할 거예요." 라엘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라엘이는 자신의 노트를 펼쳤다.안에는 누가 그녀에게 돈을 빌렸는지, 누가 그녀를 화나게 했는지 다 기록되어 있었다.노트에 메모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쉬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나쁜 마음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박시준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