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는 김영아를 부축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여기서 무너지시면 안 돼요. 뱃속에 아이를 생각하셔야죠!"김영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박시준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완전 달라졌다.유모는 병실에서 김영아를 부축해서 나왔다."아가씨, 왜 거기서 억울하게 있으려고 하세요?" 유모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리고 봉민 씨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적어도 봉민 씨는 아가씨를 생각하지만... 박시준 대표님께서는 전혀 아가씨를 생각하지도 않잖아요!"김영아는 목이 탁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뱃속에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절대 이렇지 않을 거예요."유모는 그녀가 미련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벼랑 끝에 몰릴 때, 누가 그녀의 편인지 알게 될 것이다."아가씨, 임신 3개월도 안 됐으니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그러니 돌아가시죠!" 유모가 말했다. "박시준 대표님께서도 바로 퇴원은 못하실 테니 친자 감정 결과서를 보내서 어떤 선택을 하실지 지켜보면 돼잖아요."김영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해요." 유모는 그녀를 상기시켰다. "만에 하나 박시준 대표님께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강해지셔야 해요.""그렇게 못하면 어떻게 하죠?" 김영아는 충혈된 눈으로 절규했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강하지 못하면 저는 그냥 죽은 목숨인가요...?"유모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들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고, 그 안에는 봉민이 서 있었다.유모의 눈은 봉민을 보자마자 눈이 반짝거렸다. "봉민 씨, 아가씨 데리고 산책 좀 가세요! 전 이만."유모는 말을 마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봉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김영아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박시준 씨가 일어났다고 하던데요. 병실에 안 계시고 왜
그녀는 임신을 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휴대폰 좀 빌려주세요."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유모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유모는 바로 휴대폰을 가져와 그에게 건넸다.그는 유모의 휴대폰을 사용하여 여소정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몇 초 뒤, 통화가 연결됐다."여소정, 확실하게 말해줘! 대체 내가 뭘 했다는 거야? 왜 나랑 끝내겠다고 하는 건데?!" 하준기는 좋게 그녀와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지만, 전화가 연결되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지금 누구 휴대폰으로 전화한 거야?""유모님! 너 정말 유치한 거 알아? 네가 아직도 최은서 씨와 같은 철없는 여자 애인 줄 알아? 예전부터 화만 나면 나부터 차단이나 하고 말이야!"여소정은 그의 화난 목소리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차단하고 싶으면 차단하는 거지. 그게 왜? 다른 여자나 신경 쓰지. 나한테 왜 전화한 거야?"하준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모를 쳐다보았다. "소정이가 왔을 때, 부모님께서 자리 안 계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설마 부모님이 하신 말을 소정이한테 얘기했나요?"유모는 고개를 숙였다. "준기 도련님, 저는 그냥 소정 씨를 설득하고 싶어서...""... 꺼져요!" 하준기가 분노했다.뚜뚜뚜ㅡ 여소정이 전화를 끊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하준기 손에 들린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며 박살 났다!Y국.박시준은 죽을 몇 입 먹은 뒤, 눈살을 찌푸렸다.진아연은 그릇을 옆으로 치우고 티슈로 입을 닦았다.의사와 간호사가 병실에서 나갔다.두 사람 외에 병실에는 진아연의 경호원도 있었다.경호원은 진아연에게 음식을 가져다줬다.예전에 병실 밖을 지키고 있던 김형문의 집 경호원들은 모두 떠났기 때문에 이제 아무렇지 않게 들어왔다."김영아 씨 엄청 속상해하던데요." 경호원은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김영아를 비웃으며 말했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본다?"진아연은 경호원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는 박시준의 병원복의 단추
그가 정신을 차린 뒤, 가장 길게 말한 것이었다.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다 말했다. "전 당신을 원래 믿었어요. 근데 김영아 씨가 이 아이가 당신의 아이라길래... 그래서 다시 물어본 거예요.""그렇게 말했다고?""네. 라엘이한테 먼저 그렇게 말했어요." 진아연은 다시 수건을 들어 그의 몸을 천천히 닦았다. "라엘이가 정말 속상해하며 울었어요. 라엘이가 당신을 엄청 걱정했죠."박시준은 그 말을 듣자 동요하기 시작했다."시준 씨, 화내지 마요. 라엘이한테 이미 제가 다 말했으니까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감싸며 말했다. "김영아 씨가 절 속였어요. 전화도 안 받고. 그래서 의심이 돼서 산이 오빠에게 전화해서 확인을 했죠. 역시나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았어요.""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나한테 다시 물은 거지?" 그가 다시 물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이들을 가지고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김영아 씨가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할 거라고는... 이런 일로 저를 속일 거라고는..."그녀는 말을 마치며 탁자 위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수건을 내려놓고는 휴대폰을 보았고, 라엘이에게 걸려온 전화라는 것을 알고 바로 받았다.그녀 역시 라엘이가 얼른 그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엘아, 아빠가 일어났어!" 진아연은 카메라를 박시준 쪽으로 돌렸다.라엘이 역시 박시준을 보자 신이 나서 말했다. "아빠! 드디어 일어났어요?! 라엘이가 정말 걱정했어요!"박시준은 딸의 웃는 얼굴과 목소리를 들으며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아빠, 괜찮아.""아빠, 왜 맞았어요? 누가 때린 거예요? 이름을 말해주세요. 라엘이가 크면 복수할 거예요." 라엘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라엘이는 자신의 노트를 펼쳤다.안에는 누가 그녀에게 돈을 빌렸는지, 누가 그녀를 화나게 했는지 다 기록되어 있었다.노트에 메모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쉬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나쁜 마음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박시준은
"시준 씨,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만약 김영아 뱃속의 아이가 정말 당신의 아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어요?""그녀의 아이는 내가 원한 것이 아니야. 그러니 난 그녀의 아이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가 없지."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했다."알았어요. 충분해요. 이번 일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절대 당신을 속이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가장 먼저 당신에게 말하겠다고 말이죠." 그녀는 자책하며 말했다. "시준 씨, 전...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어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나도 잘못했어.""아니에요. 다 제 잘못이에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내가 당신이었으면 더 충동적인 행동을 했을 거예요."그는 그녀와 이런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나 일어나도 될까?" 그는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무슨 말이에요! 다리가 부러졌어요." 그녀는 그의 왼쪽 다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살짝 몸을 움직이고 싶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내 다리 괜찮은 거지?" 그는 다리를 움직였고 그녀 말처럼 심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른쪽 다리는 괜찮아요.""일어나고 싶어도 이틀만 참아요. 다리 부상 외에도 팔도 부러졌다고요." 진아연은 그가 몸을 일으키자 베개를 가져와 등 쪽에 두어 그가 기댈 수 있게 했다."팔도 부러졌다고?" 그는 조금 놀랐다."저리지는 않아요? 왼팔 정말 괜찮아요?" 그녀는 초조하게 물었다."아프지 않은데." 그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만져보았고, 크게 아픈 곳은 없는 듯했다. "팔은 다리만큼 중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퇴원한 뒤에도 휠체어를 좀 타야 해요." 그녀는 그를 천천히 만지며 말했다. "며칠 누워 있었더니 많이 불편하죠?""응. 근데 언제 온 거야?""어제 왔어요. 침대가 엄청 좋더라고요. 잘 잤어요." 그녀는 그가 미간을 찌푸리는 표정을 보며 무슨
전화는 한이로부터 온 것이었다.수신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이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엄마, 박시준 씨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어요."박시준은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감동이 밀려왔다.그의 아들이 자신을 걱정하여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것이다."엄마, 누구를 선택할 건지 물어보세요. 그 아줌마랑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그냥 돌아오세요." 한이는 엄마와의 통화인 줄 알고 자유롭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 박시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자신이 걱정된 것이 아닌 진아연이 걱정돼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들이 엄마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엄마,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설마... 울고 있는 거예요?" 한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박시준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아빠다. 엄마는 지금 씻으러 갔어."한이는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박시준: "네가 물어봤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네 엄마에게 전했어."한이는 그의 다른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에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한이는 그저 그에게 괜찮은지 묻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한이가 아무 말이 없었기 때문에 박시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이야, 공부 때문에 바쁘지?"질문을 들은 한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예전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엄청 나쁘진 않았지만, 이런 일상 이야기를 하는 건 많이 어색했다.박시준은 한이가 바로 전화를 끊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시준 씨?" 최은서의 목소리였다.박시준은 당황했다.이 목소리는..."한이는?" 박시준이 물었다."한이가 저한테 휴대폰을 주고는 이야기하라고 하네요." 최은서 역시 당황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했는데 괜찮아요?""응." 박시준은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최은서가 물었다.두 사람이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박시준은 그녀의 목소리가 완전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진아연: "그가 뭐라고 하던가요?"최은서: "음... 별말은 없었어요. 부끄러운 건지... 저를 수다쟁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진아연: "오늘 막 깨어나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아요. 만약 컨디션이 좋았다면 분명 대화를 나눴을 거예요."최은서: "음, 어쩐지 말이 별로 없더라니! 둘 사이는 괜찮은 거죠?"진아연: "네, 화해했어요."최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화해할 줄 알았어요. 박시준 씨가 아연 씨처럼 좋은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저라도 돌아오라고 했을 거예요!"진아연은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화제를 바꿨다. "거긴 어때요? 성빈 씨가 당신을 찾아왔어요?"최은서: "음, 전화 통화를 하긴 했어요. 근데 너무 지루했어요... 나이와 맞지 않게 재미없는 사람이랄까요."진아연: "재미없는 사람이긴 하죠."이 메시지를 보낸 다음, 그녀 역시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고 바로 잠이 들었다.일주일 후.하준기는 여소정이 그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꼈다.여소정은 매일 휴대폰을 끼고 살았었다.그녀는 매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공유했다.하지만 싸우고 난 이후, 인스타그램에 사진들이 올라오지 않았다.그녀에게 차단이라도 된 줄 알고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들 역시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게시물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두 사람이 크게 싸우긴 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자신은 부모님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이미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 황당한 짓을 할 수 없다고 말이다.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그는 여명 그룹으로 차를 돌렸다.회사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프런트에서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저희 대표님께서 이틀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하준기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잘 모르겠습니다. 대표님에게 직접 전화를 해보시지요."하준기는 여명 그룹에서
전화기 건너편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집안일까지 도와 달라고? 대체 여소정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데?"하준기는 박시준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시, 시준이 형...?! 괘... 괜찮은 거예요?!""응. 너희들 일로 아연이를 괴롭히지 마. 여소정 하나도 못 달래서 어떻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하준기는 그 말을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시준이 형, 말이 맞아요... 언제 돌아오세요? 돌아오시면 소정이랑 같이 밥 한 끼 해요.""퇴원한 뒤에.""언제 퇴원하시는 데요?""아직 모르겠어." 박시준은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아직 진아연에게 퇴원 날짜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목발을 짚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병실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병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문이 열렸고 진아연이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들어왔다.둘째 형, 산이 형과 넷째 형이 들어왔다.진아연은 저번에도 이들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싫다고 했었다.사실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시준 씨, 형님들 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다들 오고 싶다고 하시는 바람에 거절할 수 없었어요."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지난 며칠 동안 그녀의 휴대폰을 통해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그녀는 그에게 새 휴대폰을 사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곧 퇴원할 예정이었던 데다가 퇴원하면 바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돌아간 다음, 휴대폰을 사도 늦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Y국의 삶을 끝내는 것과 같았다."시준아, 너무 걱정돼서 왔다. 저번에도 왔지만 김형문의 집안사람들이 절대 안 된다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단다." 둘째 형은 병원 침대 쪽으로 돌아가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봉민, 그 녀석이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우리가 혼내줄까?""괜찮습니다. 거의 다 회복했어요." 그는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김영아는 김형문의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대담하지
"이미 그에게 사과했어요." 그녀가 말했다."사과가 무슨 소용이야? 나라면 진작에 용서하지 않았어!""감히 나를 속였다면 죽어서도 나는 저주했을 거야!""됐다, 그만해. 진아연 씨를 무시하면 진아연 씨 역시 너희들을 무시할 거야." 산이 형이 계속 놀리며 말했다. "진아연 씨한테 감사해. 진아연 씨가 아니었다면 Y국에 시준이가 데릴 사위로 남아 골치가 아팠을 테니 말이야."그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그들이 떠난 뒤, 진아연은 박시준이 침대에 눕도록 도왔다."돌아가고 싶어요?"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그에게 물었다."넌?"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돌아갈까요? 전세기까지 빌려준다고 하는데... 다친 곳에도 크게 무리가 오지 않을 테고.""전세기를 타지 않아도 괜찮아.""아니요. 전세기를 타는 게 나을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내일 돌아갈까요?""알았어.""정말로?" 그녀는 웃었다.박시준: "기억이 다 돌아왔어."그의 대답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어쩐지 그와 함께 있는 요즘 그녀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예전처럼 차갑고 무뚝뚝하지 않았다.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말투와 시선은 전과 같았다.그녀는 항상 마음속으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든 말든 그녀는 지금의 상황에도 만족했기 때문이었다."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너무 앞만 본 거 같았어요.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녀는 실패의 교훈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그는 더 이상 이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감정에 있어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었다."머리에 흉터는 아직도 아파?" 그는 그녀의 머리를 올려다보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흉터를 매만졌다. "아니요. 만지지 않으면 아픈지도 모르겠는 걸요.""너도 이제 푹 쉬어.""저보다 더 푹 쉬어야 할 사람이 누군데요.""돌아가서 푹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