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젯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순간을 회상했다.당시 그녀는 오늘 김형문을 데리러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대답이 없었을 뿐 거절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승낙하지 않은 건 거절의 뜻이였다.더군다나 그는 그녀의 몸을 선뜻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그는 그녀의 배를 바라보았다.그는 어젯밤에 이상하게 행동했지만 그녀는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아마도 그는 밤에 떠났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침대는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영혼을 뺏긴 듯 온 몸에 힘이 풀렸고 방향을 잃었다.박시준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떠나더라도 작별 인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그녀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계단을 내려왔는지도 몰랐다.아주머니는 넋을 잃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즉시 부축였다."아가씨, 왜 우세요? 방에 없어요?" 아주머니는 그녀를 쏘파로 부축였다. "제가 올라가 볼게요.""그 사람 떠났어요." 김영아는 아주머니의 팔을 잡았다. "그 사람 어젯밤에 집에서 안 잤어요, 어제밤에 언제 나갔는지 아세요?"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모르겠어요!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아주머니는 멈칫하다 말했다. "보안 요원에게 CCTV를 확인해 보라고 할게요."아주머니는 말을 마친 후 즉시 밖으로 나갔다.김영아는 휴대폰을 들고 연락처를 뒤졌다.봉민의 번호를 보았을 때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박시준은 이유없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근데 지금 사라졌다!설마... 아버지가 너무 화나셔서 누구에게 시켜 데려간 걸까?이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봉민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했다.그 때, 전화 한 통이 걸어왔다.그녀는 망설임없이 전화를 받았다."영아야, 나다." 전화기에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둘째 어르신."김영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 물었다: "둘째 어르신, 시준 씨가 사라졌어요! 시준 씨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영아야, 걱정하지 마, 네 아버지가 죽어도 킹문 그룹은 여전히 네 소유일 거야. 우리는 널 해치거나 괴롭히지 않을 거야. 우리가 시준이를 납치한 것도 다 너희를 위해서야. 네 아버지 지금 시준이를 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시준이한테 아무런 운영권도 주지도 않을 거고, 언젠가 시준이를 죽일 수도 있어. 시준이랑 잘 살고 싶으면 네 아버지는 반드시 죽어야 해.""안 돼요... 전 못 해요... 전 아빠를 해칠 수 없어요... 아빠 저한테 너무 잘해줬는데..." 김영아는 소리 내어 울었다."아빠가 잘해줬다고? 장난해? 네 아버지는 네게 상속권을 줄 생각을 한 번도 한적이 없었어." 둘째 어르신은 경멸하며 말했다. "내가 네게 아버지를 죽이라고 했다고 너무 놀랄 필요 없다. 네 아버지에게 친형이 있었다, 아마 들은 적도 없겠지만 네 아버지가 친형을 죽인 후 네 할아버지 손에서 김가의 재산을 빼앗아 킹문 그룹을 세운 거야."김영아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들은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만약에 네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면 아버지가 일부 재산을 봉민에게 줄 수도 있다. 봉민이 널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다 너와 너희 집 재산 얻기 위해서야! 네 아버지가 죽으면 너희 김가의 재산은 봉가의 재산이 될 거야!"김영아는 눈앞의 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한 것 같았다.온실에서 태어나 늘 보살핌과 아첨을 받으며 살았는데 갑자기 누군가를 죽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라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영아야,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좀 이따 사람을 보내 독약을 가져다주마. 독약을 아버지에게 먹이지 않으면 시준이에게 먹일 거야. 네 아버지가 죽지 않으면 시준이가 전에 우리한테 했던 약속들을 지킬 수 없으니 우린 반드시 시준이를 죽여야겠다."...아주머니는 CCTV를 확인한 후 거실로 돌아왔다.김영아는 소파에 앉아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휴대폰을 꽉 쥐고 있었다."아가씨, CCTV 확인 했어요. 박 대표님 새벽 2시에 나갔네요. 당시 전화를 받
병원.김형문은 병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오전에 링거를 맞고 오후에 검사를 마친 후, 별문제가 없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 치료받아도 가능했다.봉민은 김영아에게 연락 후, 흡연실로 향했고기분이 차차 진정되자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김형문은 그를 힐끗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영아는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지?""영아 씨가 가정부가 끓인 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 왔어요." 봉민은 침대 옆에 앉아 말을 이었다. "아마 박시준 씨와 함께 올 겁니다.""흠, 전날 밤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 김형문은 불만 가득한 모습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물어본 거야.""그렇군요. 가정부가 끓이고 있는 국보다 박시준 씨를 설득하려고 애쓰는 거겠죠." 봉민은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이에 김형문은 차갑게 답했다. "그 녀석이 오든 말든, 만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보다 훨씬 잘해줬고 믿어줬는데, 솔직히 그한테 모든 걸 다 맡길 뻔했어. 그런데 감히 나를 배신해? 하하!"멍하니 넋 놓고 있던 봉민은 그의 말보다김영아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야?" 김형문은 그를 노려보며 화냈다. "이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곤 너뿐인데, 정신 차려야지!""양아버지, 원하시는 건 군말 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박시준 씨와의 관계가 계속 나빠지면 영아 씨만 속상할 거예요." 봉민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임신한 몸이라 속상해 할수록 아이한테만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넌 영아만 신경 쓰는구나! 내가 박시준과의 관계가 왜 나빠졌을까? 영아가 무능해서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지 않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형문은 소리 질렀다. "진아연처럼 박시준의 혼을 쏙 빼갔다면 내가 암살당하려 할 때 그냥 묵묵히 보고만 있었을까?"봉민: "양아버지, 영아 씨와 박시준 씨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그 정도의 감정이 생기기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영아 씨에게 좀 더
"저한테 연락 주실 때 출발했어요." 김영아는 마음을 추스른 후, 보온병을 들고 병실로 들어갔다. "아빠, 저 왔어요."김형문은 그녀를 보자 다소 불편한 표정을 보이며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아무래도 김영아가 자기가 했던 말들을 들었을까 봐 걱정스러웠다."어제 박시준과 함께 온다고 하지 않았어? 왜 너만 왔어?" 김형문은 혼자 들어온 그녀를 보자 더욱 불쾌했다.박시준 이 녀석, 진짜 해보자는 거야?"어제 시준 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열이 났어요. 원래 함께 오려고 했는데, 아빠한테 병을 옮아 몸이 더 아프실까 봐 그냥 집에서 쉬라고 했어요." 김영아는 말하면서 보온병을 열었다.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갈비탕을 준비했어요. 제가 그릇에 덜어 드릴게요."마음이 불쾌한 김형문은 그녀의 말을 듣자 건성건성 답했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더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아."김영아는 그의 말을 듣더니 실망에 젖은 표정을 보이며 보온병을 닫았다.봉민은 실망하는 그녀의 모습에 바로 나서서 말했다. "그럼 제가 좀 먹을게요!"김영아는 그의 말에 심장이 벌렁거리며 얼굴이 빨개졌고 보온병을 들고 있는 손도 갑자기 떨기 시작했다.곁에서 지켜보던 가정부는 그녀의 모습에 바로 다가가 보온병을 받아 봉민에게 국을 담아주려 했다."안 돼요!" 김영아는 가정부의 손을 밀쳐내고 말했다. "이건 아빠한테 드리려고 가져온 건데 봉민 씨가 마시면 안 되죠. 봉민 씨가 마시면 아빠는 어떻게 마셔요? 그릇과 숟가락이 하나밖에 없단 말이에요."봉민은 김영아의 반응에 매우 당황했고가정부도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가씨, 사실 봉민 씨가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따 제가 다시...""안 돼요! 그럴 수 없어요! 이건 제가 아빠한테 드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김영아는 자기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이건 제가 아빠한테 드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아빠만 드실 수 있어요."봉민은 그녀가 성을 내자 바로 다가가 말렸다. "전 안 마실게요. 영아 씨, 화내지
김형문은 국을 마신 후 곧바로 눈을 감았고김영아는 곁에 있는 봉민한테 다가가 말했다. "먼저 나가보세요! 저 잠깐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이에 봉민과 가정부는 김영아를 위해 자리를 비워줬고병실 문이 닫히자마자 더는 참을 수 없는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방금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독살했다.사실 김영아는 병원으로 오는 도중 어찌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었고보온병에 담은 국을 굳이 아버지한테 드릴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온전히그녀를 쓸모없는 자녀라고 여겼던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물론 이 세상에서 자신을 쓸모없는 자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이 때문에 김영아는 자기를 무시하는 아버지한테 굳이 마음 약하게 굴 필요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둘째 형은 김영아의 연락을 받고 김형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껄껄거렸다."영아 씨,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잠깐 기다려봐요. 곧 시준이한테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 둘째 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시준아, 들었지? 영아 씨가 김형문을 처리했대." 둘째 형은 소파에 앉아 있는 박시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영아가 아직 어려도 김형문의 딸이 맞긴 맞네요. 뼛속 깊이 숨어있는 게 바로 그 독기죠."전날 밤, 박시준은 둘째 형의 부름으로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밤새 지내게 되었다.물론 둘째 형도 김형문이 오늘 퇴원한다는 소식에 이런 계략을 세웠던 거다.천성 의심 많은 김형문한테 손을 쓰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유일하게 이를 이뤄낼 수 있는 거라곤 김영아뿐이었으며 또한 결과적으로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저도 함께 병원으로 가죠!" 둘째 형은 차가운 표정을 한 박시준에게 다가가 말을 이었다.병원.김영아는 전화를 마치고 병실 문을 열었다."봉민 씨, 잠시 들어오세요. 할 얘기가 있어요." 김영아는 빨간 눈을 하고 속상한 모습을 보였다.이에 봉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양아버지께서 쉬고 있지 않나요? 그냥 밖에서 얘기하죠!""일단
"그럼 저를 먼저 죽이세요!" 김영아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말을 이었다. "봉민 씨, 제가 벌인 일입니다! 제가 독을 탄 국을 아버지한테 먹인 걸 똑똑히 보셨잖아요...""진짜 구제불능이네요!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벌인 거죠!" 기가 찬 봉민은 소리 높여 화를 냈다.김영아는 목 놓아 울면서 사과했다. "봉민 오빠... 진짜 죄송해요... 먼저 오빠와 얘기했어야 했는데...""오빠라고 부르지 마세요! 진짜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예요! 양아버지께서 어떻게 키우셨길래 이런 배은망덕한 짓을 한 거죠!" 봉민은 지금의 상황이 어이없는지 그녀를 혼냈고이처럼 그녀한테 소리 높여 꾸짖은 건 처음이었다.이에 김영아는 순간 몸이 나른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이 모두 제가 한 짓이에요... 탓하고 싶으면 저를 탓하세요... 절대 시준 씨를 탓하지 마세요...""왜 끝까지 그를 위해 사정하는 거예요! 도대체 그 사람이 당신한테 뭘 약속했길래 이러는 거예요? 영아 씨,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박시준 씨는 곧 A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진짜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예요? 양아버지께서 말리지 않으셨다면 이미 떠났을 거란 말이에요! 설마 양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영아 씨와 함께 행복한 삶을 이어갈 거라 생각해요?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꿈 깨세요!"김영아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떠날 리가 없어요. 전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니까요..."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 형은 박시준과 함께 병원에 도착해 병실로 향했고김영아는 어두운 낯빛을 하고 있는 봉민 앞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고 있었다. 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둘째 형은 박시준을 병실로 보내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김영아는 박시준을 보자 흐느끼며 말했다. "시준 씨, 아버지가 죽었어요. 저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어요."박시준은 다가가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일으켰고봉민은 김영아가 일어서자 박시준에게 다가가 그를 걷어차려 했다!"영아 씨를 이용해 제 양아버지를 죽이다니
"봉민 씨! 그만하세요!" 김영아는 소리 지르며박시준한테 달려가 앞서 그를 감쌌다.봉민은 김영아가 가로막자 동작을 멈췄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만약 박시준 씨를 죽일 생각이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김영아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봉민 씨는 그냥 남일뿐이에요! 우리 김 씨 집안의 일에 당신이 나설 필요는 없어요!"봉민은 '남' 이라는 그녀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그는 김영아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그녀의 얼굴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마치 낯선 사람 같았다.그녀는 박시준과 결혼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그녀의 마음속은 온통 박시준 뿐이었고 설령 그가 김 씨 가문을 원한다 하더라도 김영아는 군소리 없이 갖다 바칠 수 있을 정도였다.봉민은 남으로써 그녀가 벌인 어리석은 짓들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봉민이 병실을 떠나려 하자 김영아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흐느꼈다. "봉민 씨, 가지 마세요!"그녀는 단지 홧김에 말한 것뿐이지 진짜 봉민을 내쫓을 생각은 없었다.피범벅인 박시준의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봉민이 이대로 떠난다면 그녀 혼자서 어찌 남은 일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봉민은 그녀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물었다. "방금 저한테 남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홧김에 그리 말한 거예요!" 김영아는 눈물을 꾹 참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박시준 씨를 괴롭히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이려고 결정한 건 저예요! 저도 이제 성인이에요. 제가 한 일은 스스로 책임질게요!"봉민은 그녀의 말에 바로 비웃었다. "그래요! 그럼 책임지세요!""봉민 씨, 가지 마세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김영아는 울먹이며 그한테 애원했다. "우리 그냥 예전처럼 지내요. 네?""그래요!" 봉민은 주먹을 꽉 쥐고 화를 억누르며 그녀한테 물었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일단 의사를 불러주세요! 지금 바로요!"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김영아는 바로 소리 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도착
라엘이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말했다. "그건 우리 엄마한테 물어봐요!""아저씨가 직접 물어보면 좀 난처하잖니?" 임원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물어봤다가 네 엄마가 슬퍼하실까 봐서 그래.""근데 저한테 물어보시면 저도 슬프단 말이에요!" 라엘이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아빠가 많이 보고 싶지?" 임원은 조금씩 라엘이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네 아빠가 전에 아저씨한테 자주 얘기했었지. 널 아주 사랑한다고. 돈을 많이 벌어서 전부 너한테 쓸 거라고 말이야.""정말요?" 라엘이의 눈에서는 빛이 났다. "또 뭐라고 했어요?""사실 네 아빠는 감정 표현을 잘 안 하시는데, 네 얘기를 할 때마다 엄청 신나하셨어. 딸이 더 좋다고 하셨지."라엘이는 코가 약간 시큼해졌다."네 아빠에게 전화 걸어 볼래? 네가 먼저 전화를 걸면 무척 기뻐하실 텐데. 네 엄마는 동생을 돌봐야 하니까 엄마 휴대폰 빌려서 아빠한테 전화해 봐.""아저씨가 우리 아빠랑 통화하고 싶은 거죠?" 라엘이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임원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귀국한 뒤로 네 아빠의 회사에 들어갔어. 네 아빠랑 아주 좋은 사이지.""그래요... 알겠어요. 엄마 휴대폰 빌려 올게요." 라엘이는 동의한 뒤 바로 진아연을 향해 걸어갔다.진아연은 지성을 데리고 아이를 돌보고 있는 다른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엄마, 휴대폰 잠깐 빌려줘요." 라엘이는 진아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진아연은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꺼내 딸에게 건넸다."엄마 휴대폰으로 뭘 하려고?""아빠에게 전화할래요." 말을 마친 라엘이는 휴대폰을 들고 자리를 떴다.라엘이가 떠나자 진아연 옆에 서 있던 ST그룹의 여직원이 물었다. "라엘이랑 박 대표님 사이가 그렇게 좋아요?""시준 씨가 라엘이를 많이 이뻐하니까요. 비록 시준 씨와 제가 다툴 때면 제 편을 들긴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자기 아빠를 매우 좋아해요.""박 대표님의 카리스마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